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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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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18 14:21     조회 : 289     추천 : 1     분량 : 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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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아, 그럼 이름이 따로 있긴 했었던 건가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 일단 ‘무명’이라고 기록해둘게요. 나중에 진짜 이름이 기억날 수도 있는 거니까. 아니면 본인이 새로 짓던가요.”

  “네.”

  확실히 물을 마시고 나니 목소리가 괜찮게 나왔다. A.F 22W는 최대한 꼼지락거리며 물을 아껴 마셨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이 머그잔을 붙잡고 싶었다. 온기만으로도 기분이 들떴다.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는데 자꾸만 이런저런 욕심이 생겨났다.

  “무명 씨. 스프 먹을 수 있겠어요? 당신들 ‘움꽃’ 종족은 사람 음식이 필요 없다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져와봤어요. 못 먹어요, 아니면 안 먹어요?”

  A.F 22W의 앞으로 노란 빛깔의 묽은 무언가가 들이밀어졌다. 꿈에서 깨어나기 전 맡은 고소한 냄새의 정체가 이것이었나. A.F 22W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정체를 모를 땐 좋은 냄새였는데 무엇인지 알고 나니 속이 메스꺼웠다.

  “못 먹어요. 당신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리한테 억지로 이것저것 먹였었어요. 우리는 먹는 족족 토했지만 계속 먹였어요. 먹을 수 있는 게 없는지 확실해질 때까지…….”

  “그랬군요. 괜히 안 좋은 기억 떠올리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그럼 정말, 물이랑 햇빛, 맑은 공기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 후……사람과 다른 처방이 필요해서 식물용 영양제를 구해오지 않나, 이래저래 헤매고 당황했었는데……. 이렇게 금방 회복해주니 보람차고 기쁘네요.”

  “가, 감사합니다.”

  미미의 투정 아닌 투정에 A.F 22W의 볼이 발갛게 익었다.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에 열이 올랐다. 여태 감사 인사도 안하고 있었다니. 기껏 치료해준 사람의 손을 때리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A.F 22W는 거듭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순식간에 붉은 기가 귀까지 올라갔다.

  “별말씀을요, 호호호. 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한 번 더 말해볼래요?”

  “네?”

  “한 번 더 말해보라구요.”

  “감사합, 콜록콜록.”

  “어머, 미안해요. 예쁘고 귀여워서 놀려본다는 게…….”

  “제, 제가 예뻐요…?”

  “예. 엄청 예쁜데요. 솔직히 여태 본 여자애들 중에 가장 예뻐요. 이자젤이나 샤론도 한 미모 하지만……. 다른 느낌으로 예뻐요. 무명 씨는 나중에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울릴 것 같은? 완전 초특급 미녀가 될 걸요. 그때 되면 사인 좀 해줘요.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미미의 얼굴은 실로 진지했다. 내용이 좀 가볍긴 했지만 어투만큼은 표정처럼 진중했다. A.F 22W는 미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천장과 벽에 시선을 두었다. 고맙고 기쁘긴 한데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말을 부정하자니 미안하고, 긍정하자니 민망했다. 결국 A.F 22W는 화제전환을 택했다.

  “저……. 혹시 질문해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죠.”

  “다 낫고 나면 전 어떻게 되나요?”

  “보통은 소량의 돈과 함께 보육원에 보냈어요, 아이들에 한해서. 그런데 우리 무명 씨는 잘 모르겠네요. 인외 종족이 아주 드문 건 아니지만, 무명 씨는 움꽃 종족이잖아요. 괴물이 드글거리는 시엔트로 안쪽에서 살던. 엄청 희귀 종족이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노릴 위험도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글쎄요. 파테라 씨만이 정확히 알겠죠.”

  “아.”

  A.F 22W의 안색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의 표정을 오해한 미미가 급하게 다른 말들을 덧붙였다.

  “그, 파테라 씨가 구해준 것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가 간 곳에 무명 씨가 있었을 뿐이니까. 낫는 것만 생각하시면 돼요. 이쪽에서 돈을 요구한다든가 그런 일도 전혀 없답니다. 음, 다른 건 요구할지도 모르겠네요. 무명 씨가 있었던 곳에 대한 얘기라든가.”

  “그런 거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얼마든지 할래요. 부담되진 않아요, 다만…….”

  “다만?”

  “……아녜요.”

  사실 A.F 22W는 어디든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이곳에 남고 싶었다. 보스쿤 파테라, 그가 있는 곳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된 탓도 있었지만 우선 마음이 끌렸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이곳이 어떤 곳이든 그런 것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쩌면 흰 가운의 사람들이 얘기하던 ‘움꽃 종족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움꽃 종족은 사람이 어떤 짓을 해도,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고 따르기 마련이니까. 혹은, 구해지기 직전에 내뱉은 기도 때문일지도 몰랐다.

  “무명 씨, 상태 좀 살펴볼게요. 제가 손을 대도 놀라지 말아요.”

  미미는 A.F 22W의 눈과 목, 팔다리를 살펴본 뒤 체온까지 확인했다. A.F 22W의 상태는 생각보다 양호했다. 창에서 계속 햇빛도 들어오고 있는데다가 물을 마시니 더 좋아진 것 같았다. 미미의 눈가가 살며시 떨렸다. 움꽃은 회복력이 좋다고 듣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괜찮네요. 오늘은 마저 쉬고 내일 다시 봐요. 내일은……이스타르 씨나 로토 씨가 함께 올 거예요. 아직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다면 주치의로서 일정을 좀 미뤄줄게요. 어때요?”

  “저는 언제든 좋아요. 그런데 호, 혹시 보스쿤 파테라 씨를 만날 순 없나요?”

  “……파테라 씨를요?”

  “그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리고 싶어요. 가능하다면……드리고 싶은 말도 있구요.”

  “아……. 으음, 긍정적인 건지 정신력이 강한 건지……. 무명 씨, 생각보다, 어, 경계심이 정말 없네요. 얘기를 들은 바로는 파테라 씨가 무명 씨를 죽이라고 했던 걸로 알아요. 맞나요? 게다가 인간들한테 붙잡혀 실험을 당했다고요?”

  “네.”

  “그런데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인간이 밉지 않아요? 저를 포함해서 말이에요. 뭐, 파테라 씨가 구해준 거라고 제가 말씀드리기도 했었지만……그가 원망스럽진 않나요? 처음엔 무명 씨를 죽이려고 했었잖아요.”

  “……말씀을 들어보니 그렇기도 하네요. 하지만 원망스러운 마음이 안 드는 걸요. 인간……이 밉지도 않아요. 이건 저도 이유를 잘 모르는데, 저흰 그냥 그렇게 태어났대요.”

  “맙소사. 착한 건지, 순진한 건지……. 이건 뭐, 거의 성녀 수준 아녜요? 성녀 프레이가 생각날 정도네요.”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냥……다르게 느껴져요. 저를 괴롭힌 사람과, 절 구해준 사람은 다르다고. 어차피 보스쿤 씨가 없었더라면 저는 거기서 죽었을 거예요. 따지고 보면 보스쿤 씨 덕분에 살아난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말 따뜻했거든요. 그 순간이.”

  “따뜻했다고요?”

  “네. 제가 좀 이상한가요? 원망해야 돼요?”

  “아뇨. 당사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죠. 파테라 씨를 만나고 싶다라……. 이스타르 씨를 통해 위에 얘기는 올려볼게요. 하지만 파테라 씨가 거절할 수도 있단 거 알아둬요. 원체 만나기 힘든 사람이니까.”

  A.F 22W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미는 착잡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종족적 차이인지, 개인차인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 것은 미미로선 A.F 22W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만약 본인이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보스쿤에게 감사하다기 보단 떨떠름했을 것이다. 구해줬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찝찝한.

  그에게서 따뜻함을 느꼈다는 것도 의아했다. 그녀가 아는 보스쿤은 절대 따뜻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당사자만이 아는 무언가가 있겠지 싶어 더 따지고 들진 않았다.

  “전 이만 나가볼 테니까 쉬고 있…….”

  “안녕하신가!! 환자는 일어났겠죠?”

  문이 쾅! 열리면서 웬 사내가 들어왔다. 밝은 갈색 머리카락의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닌 사내였다. A.F 22W는 깜짝 놀라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미미는 한숨을 쉬면서 사내를 향해 매서운 눈빛을 날렸다.

  “……로토 씨. 그런 식으로 병실 문을 열지 말라고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환자가 깨어난 상태니까 다행이지, 아니었음 어쩌셨을 거예요?”

  “괜찮아요, 괜찮아. ‘직감’했거든요. 환자가 깨어났을 거라고.”

  “후……. 그거, 백퍼센트는 아니잖아요.”

  “백퍼센트에 가깝죠.”

  “제가 짜증낼 거란 사실은 직감하지 못하셨나요?”

  “제 능력은 랜덤인 거 아시면서, 아잉.”

  “…됐어요. 제가 로토 씨랑 말싸움해서 뭘 얻겠어요? 용건이나 말씀하세요. 로토 씨 정도 되는 분이 환자를 보러왔다는 건……. 이번 일이 그만큼 중대했다는 건가요? 보통은 이스타르 씨가 오잖아요.”

  “정답! 미미 씨도 갈수록 눈치가 빨라지시네요.”

  로토는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렸다. 미미는 윙크를 잡아서 쓰레기통에 처넣는 행동을 취했다. 그 모습에 로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마저도 장난스러워 미미의 한숨은 깊어지기만 했다.

  “이곳에 있다 보면 누구나 이렇게 될 걸요. 안 그럼 살아남을 수가 없잖아요.”

  “에이, 그래도 눈치 없는 애들 종종 있어요. 특히 정보부가 좀 눈치 없던데.”

  “……거기 에일 씨가 담당하는 곳이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죠?”

  “오오, 정말 눈치가 빨라지셨네요?”

  “됐구요, 용건이나 말씀하시라고요.”

  “좋습니다. 우선, 환자의 상태는 어떻죠?”

  “아주 양호해요. 조심하기만 하면 이틀 내로 걸을 수도 있을 거예요.”

  “잘 됐네요. 그럼 잠깐 데려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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