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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구출 혹은 구원
작성일 : 17-06-18 14:18     조회 : 286     추천 : 1     분량 : 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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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나?”

  “네. 살아……있는 것 같아요. 음, 많이 어려 보이는데…….”

  “비켜봐.”

  복면 여자 뒤로 키 크고 덩치 큰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여자를 슬쩍 밀치더니 손을 들었다. 우지직, 굵직한 쇠 자물쇠가 그의 손아귀에서 멕아리 없이 부서졌다. 보던 사람이 왠지 허탈해질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A.F 22W 앞에 무릎을 꿇더니 그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복면으로 반 이상 가려져 눈만 겨우 보였다.

  주홍빛이 도는 밝은 갈색 눈.

  따뜻할 수밖에 없는 색인데 차갑게 느껴졌다. A.F 22W를 살펴보는 사내의 눈빛은 물건의 품질을 가늠하듯 무심했다. 그 안엔 어떤 감정도 어려 있지 않았다. 단지 이 물건이 쓸 만하냐 아니냐를 따질 뿐이었다. A.F 22W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 어깨를 떨고 말았다.

  “다 죽어가잖아. 이쪽도 처리해.”

  “예.”

  사내는 몸을 일으켜 돌아섰다. A.F 22W는 상황을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멀뚱거렸다. 처리하라니? 누굴? 신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것 아니었나? 구해주러 온 사람들이 아니야? 그 사이 처음에 봤던 하이톤의 복면 여자가 사내의 명을 받들었다. 그녀가 다가오자 A.F 22W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이대로는 죽는다.

  머리가 지시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A.F 22W는 안간힘을 다해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옷감이 손끝에 긁혀 꽈득 소리가 날 정도로 힘주었다. 살고 싶다는 의지만큼이나 강하게, 누구도 그녀를 뿌리칠 수 없게끔 잡았다.

  “이런,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사내의 눈에 조금 다른 빛이 떠오른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 살펴보기도 전에 복면 여자가 다가와 A.F 22W의 손을 떼어놓으려 했다. 잠시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복면 여자는 A.F 22W의 손가락을 꺾으며 무자비하게 무력을 행사했다. 우드득 소리가 귀를 긁었다. 그럼에도 A.F 22W는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결국 복면 여자가 칼을 꺼내어 휘두르려는 순간,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됐어. 처리하지 말고 데려가서 치료해.”

  “알겠습니다.”

  번복된 사내의 말에 짜증을 낼 법도 한데 여자는 묵묵히 복종했다. 그녀는 칼을 집어넣고 A.F 22W를 살살 달랬다. 손을 놓아야 여기서 데리고 나가줄 수 있다며 이제와 달콤한 말을 꺼냈다.

  복면 여자도 명령을 받는 입장일 뿐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A.F 22W 입장에선 침 한 번 삼키자 변한 상황이 우습고 무서웠다. 손을 놓으면 방금 전의 그 칼이 목을 찔러올 것 같았다. 애초에 잡고 있는 상황에서 못 죽일 것도 없겠지만……. 그녀는 그저 이 모든 게 두려웠다.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사내가 돌아서서 몸을 낮췄다. 그는 복면 여자에게 저리 가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여자는 냉큼 물러나 뒤편에 있던 다른 동료들 곁으로 가버렸다. 사내는 그녀가 동료들과 합류한 것을 확인하고 A.F 22W에게 시선을 내렸다.

  “정말 살려줄 테니까 이거 놔.”

  “…….”

  “살려주는 것도 취소해버리기 전에 빨리 힘 빼. 여기서 시간 버릴 만큼 한가하진 않거든.”

  “…….”

  짜증이 잔뜩 담긴 어투였다. 그는 한숨을 쉬더니 그 큰 손으로 A.F 22W의 비쩍 시들은 손을 감싸 쥐었다. 방금 전까지의 차가운 말투나 눈빛이 믿기지 않는 온화한 행동이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사람의 따뜻함이 퍼져 나왔다. A.F 22W로선 실로 간만에 느껴보는 온기였다.

  ―따스해.

  안도감과 피로감이 한번에 몰려왔다. A.F 22W는 스륵 눈을 감았다. 긴장이 풀리자 순식간에 잠이 들이닥쳤다. 그녀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사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A.F 22W를 안아들었다. 바짝 마른 꽃다발마냥 너무도 쉽게 들렸다. 혼이라도 빠져나간 것 같은 무게감이었다.

  그 때문일까, A.F 22W를 보는 사내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파테라 씨, 다 챙겼습니다.”

  “생존자는?”

  “저……. 지금 안고 계신 그 소녀 외엔 없습니다.”

  “좋아. 철수한다.”

  “예.”

  복면인들은 들어올 때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종이뭉치와 이런저런 도구들을 챙긴 선발대가 빠져나가자 후발대가 흔적을 지웠다. 마지막으로 두 명 정도가 기름으로 선을 만들 듯이 뿌리며 나오더니 그 끝에 불을 붙였다. 이윽고 실험번호 A.F 22W가 있었던 곳은 지상, 지하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매섭게 불타올랐다.

  냠냠. 불길은 죽은 사람들의 생명이라도 빨아먹는지 섬뜩할 정도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치솟는 연기를 보고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와 불을 끄기 시작했다. A.F 22W를 안아든 사내와 그 무리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곳엔 처음부터 불길만이 존재했다는 듯, 복면인들의 흔적은 재가 되어 흩날렸다.

 

  A.F 22W는 어딘지 모를 곳을 헤맸다. 그녀는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쳤다. 갑옷 입은 사람, 흰 가운을 입은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앞서 마주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으스스했지만 검은 옷의 사람만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안심하고 그의 곁에 누워 잠을 청했다. 어디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기 전까지.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그녀의 코가 절로 벌름거렸다. 맡아봤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애매했다. 감각이 하나 열리니 나머지 감각들도 차근차근 열리기 시작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A.F 22W는 의아해하면서도 그것에 몸을 더 파묻었다. 푹신하니 좋았다.

  “정신이 좀 들었나요? 도와줄 테니 일어나볼래요?”

  “……저요?”

  웬 여자가 A.F 22W에게 말을 걸어왔다. A.F 22W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멍청히 답했다. 목이 상했는지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한 번 말을 내뱉자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그래, 방금 전까진 꿈을 꿨던 거구나.

  그녀는 꿈에서 빠져나오며 천천히 눈을 떴다. 하얗고 밝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밝은 빛을 보자 눈이 시렸다. A.F 22W는 두어 번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그 끔찍한 곳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이곳은 지하실이 아니다. 지하실은 햇빛도 들지 않고 딱딱하고 차가웠다. 지금처럼 밝고 따뜻한 느낌이 아니었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차츰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자, 제가 등 밑으로 손을 넣을 테니까 놀라지 말아요. 조금씩, 옳지. 그렇게 몸을 일으켜 봐요.”

  A.F 22W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움찔. 그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여자가 흰 가운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F 22W는 무의식적으로 여자가 내밀던 손을 쳐냈다. 착, 소리가 하얀 방 안에 찰지게도 퍼졌다. 그 바람에 여자도 당황하고 A.F 22W도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소리가 크게 울릴 줄은 몰랐는데. A.F 22W는 멍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 봤다. 쭈굴쭈굴 죽어가던 손이 아니었다. 어라, 싶던 찰나 콜록콜록 기침이 터졌다. 갑자기 소리 지른 탓에 목에 무리가 간 듯 했다.

  “어휴……. 그러게 왜 소리를 질러요?”

  “……죄송합니다.”

  A.F 22W는 분위기에 휩쓸려 사과를 하고 말았다. 여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휙휙 젓는 것으로 답했다.

  “당신, 혹시 누가 구해줬는지 기억나요?”

  “……네.”

  “잘됐네요. 저, 그 사람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파테라 씨가 직접 데리고 나왔다죠? 이스타르 씨에게 얘기 다 들었어요. 당신이 어떤 상태였는지, 무슨 종족인지, 어쩌다 구출됐는지……. 환자에 대한 정보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의료적 차원에서 얘기를 들은 거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음, 파테라 씨……누군지 알겠어요?”

  A.F 22W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파테라? 혹시 자물쇠를 맨손으로 부순 그 남자인가? 지하실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정신을 잃었으니 누군지 알 턱이 없었다.

  “당신이 붙잡고 안 놔준 그 사람. 그 남자가 ‘보스쿤 파테라’예요. 우리 조직의 대장이죠. 두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려나……. 아니면 우두머리? 으음, 그런 종류의 윗대가리라고 보시면 돼요. 아, 이런 말을 너무 함부로 했나. 제가 이렇게 말한 건 비밀이에요?”

  “아, 그 밝은 갈색 눈의……콜록.”

  “그러고 보니 파테라 씨 눈 색이 갈색이었네요. 물 좀 마실래요?”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것은 아니었나보다. 여자는 멋대로 A.F 22W의 코앞에 머그잔을 들이댔다. 마시지 않으면 직접 입안에 들이부어 줄 태세였다. A.F 22W는 조금 망설였다. 물이 담긴 머그잔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자신이 만져도 되는 건가 싶었다.

  “뭐해요? 팔 아프니까 빨리 받아요.”

  “네, 네……!!”

  A.F 22W는 엉겁결에 잔을 받아들었다. 김이 살포시 얹어진 적당한 온도의 물이 머그잔과 A.F 22W의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그녀는 눈치를 보다가 한 모금 홀짝 마셨다. 벌써부터 목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잘했어요. 한 잔 다 마시고나면 이름 좀 얘기해줘요. 차트에 써넣어야 돼서. 아, 제 이름은 ‘미미’예요. 이름 한 번 유치하죠? 저도 다 알아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 생명의 은인인 제 이름은 그 유치한 미미랍니다. 닥터 미미라고 불러주세요.”

  “……제 이름은 A.F 22W예요.”

  “A……뭐라구요?”

  “A.F 22W요.”

  “……음. 그게 정말 이름이에요?”

  “아뇨. 아마도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오기 전에 있던 곳에선 절 A.F 22W라고 불렀어요. 예전 기억은 좀…흐릿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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