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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코드명은 REAPER
작가 : 리나
작품등록일 : 2017.6.6

오더를 받으면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킬러, 리퍼(잭슨). 보스의 유언으로 보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같이 살게 된 소녀를 감시하게 되고, 이제껏 무기력하게 살던 잭슨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데... (화/금+a 연재예정/감사합니다.)

 
5화. 마약소굴(2)
작성일 : 17-06-18 11:08     조회 : 300     추천 : 1     분량 : 5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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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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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꽤나 좋은 생각이지만 안타깝게도 난 외국인 킬러라."

 힘들걸?

 경악한 표정으로 잭슨을 뚫어져라 쳐다보던사내는 머릿속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히익! 부, 붉은 머리...홍안을 가진 킬러..라면.. 리, 리퍼!"

 "호오~? 내가 그렇게 유명한가, 정답이야."

 잭슨은 그에게 다가가 씨익 웃었다. 눈빛만으로도 숨이 죄는 느낌에, 사내는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었다.

 

 "사, 사사사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뭐든? 아 맞다. 그럼 너의 윗선은 어디있지?"

 "어..어떤...?"

 "내가 말하는게 누구인지 알잖아."

 "마, 말하겠습니다!"

  어이어이, 조금 협박했다고 바로 나불거리는거야? 이쪽 보스라는 놈은 부하직원 하나 제대로 관리 못 하고... 쯧

 

 "그, 그럼 이제 저를 살려주시는..."

  그가 알려준 주소를 정확하게 머리에 입력한 잭슨은,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꼭 이렇게 자기 수명을 단축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 유명한 리퍼는, 왠만하면 이런 시덥잖은 일엔 움직이지 않는다는거, 알고있나?"

 "아...아아아 알고,있습니다...그, 그래서...왜...어, 어째서..."

 정장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사내의 머리에 겨눴다.

 "...히익?!"

 "그건"

 "네가 운이 나빠서야"

  무표정한 얼굴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소음기를 꽂았다더니 괜찮네. 총알이 인체에 들어가면 녹아서 흔적이 남지 않는것도 마음에 들고. 기술력 하나는 좋아."

 '그 흰머리 여자는 재수없지만.'

 

 ---

 세단을 몰고 현장에서 꽤 떨어진 코인모텔으로 들어갔다. 경찰에는 방금 전에 음성 변조로 신고했고, 마약거래를 했던 조직원들은 슬슬 정신을 차릴 시간일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경찰들이 데리고 가겠지만.

 다른 곳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모텔에 최상층이라 바다와는 멀었지만 현장은 아주 잘 보였다. 본부에서 미리 가져왔던 초소형 망원경을 꺼내 창 밖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흰 양복의 사내가 있는 건물에서 나오기 전, 그 사내의 담배와 발화탄을 함께 던져버렸기에 아직도 활활 잘 타고있다.

 "한국 경찰들이 아주 잘 해주고 있군. 오, 저 녀석도 발견되었나."

  솔직히 말해서 일개 졸개들이 마약거래에 관해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할 것이다. 뿌리를 뽑으려면 관리자 한 명쯤은 살려두는 게 좋을 터, 그리고 그는 감옥에서 긴 세월동안 죗값을 치룰 것이다.

 

 "정체를 모르는 복면을 원망하며 꽤 오랜시간 감옥에 있겠지. 물론, 내 정체를 알았을 때가 더 괴로울 테지만."

 

  어느 정도 해결 되었다고 생각하여 흰 셔츠를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나도 너무 들떴었군. 오랜만에 보스가 내린 일이라고 생각하고 미친놈처럼 웃었잖아.'

 하아..."

 피가 묻어있는 셔츠를 따뜻한 물로 문대보았지만 이미 물들어 지워지지 않는다. 표정을 구기고 거울을 보자 아까 녀석이 흘렸던 피가 굳어있었다. 쯧.

  피를 닦고 셔츠를 벗은 상태로 방으로 나오자 빛 때문에 몸에 있던 상처와 흉터들이 보였다.

 "그래, 보고를 해야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자 꽤 긴 통화음이 울린 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헤더 난데."

 '하앙~! ....이럴때까지 전화야앙? 헤더 빨리 끊어~'

 '어...어어, 쉿 잠깐.'

 '칫 너무행~'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애교섞인 여자의 목소리에 잭슨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지금 영국이... 점심식사 끝나고 티타임 가질 시간 아냐?

 "대낮부터 발정났냐...."

 "아냐! 나 릴리랑 체스했어!!"

 '뭐야, 릴리? 체스? 같잖은 소리 하고있네. 처음 듣는 목소리다.'

 잭슨의 표정이 구겨졌고, 더욱 더 사무적으로 대꾸했다.

 "클리어. 관리자가 최종 보스 위치는 불었다. 지금 당장 출발할 생각이다."

 "뭐어? 야, 지금 거기 새벽 두..시? 아니냐?"

 "어차피 죽여야 하는 미션이다. 뭐가 잘못됐나."

 "아..아니 그런건 아닌데. 아! 맞다!! 또 편지가 도착했어."

 "이렇게 빨리? 뭐라고 써 있는데?"

 "그 사람이 보스의 '상자'를 훔쳤다고 적혀있었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가져와야 할 것 같아."

 "그래? 그에게 상자를 뺏으면 되는건가...알겠다."

 "그, 그럼 파이티잉~."

 "작작좀 해 대"

 '뚝'

 

 핸드폰 화면에 '통화 종료' 라는 문구를 보며 잭슨이 관자놀이를 꾸꾹 눌렀다.

 "이 발정난 짐승새끼 언제 날 잡고 거시기를 진짜 잘라버려야지, 내가 없다고 아주 신나셨구만."

 '쿵'

 "....?"

 옆방에서 벽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잭슨이 긴장하며 벽에 귀를 갖다대었다..

 "설마, 경찰이 이 곳까지 알아낸건가?!"

 하지만,

 '하아, 하아.. 읏..!'

 '자기야.. 자기야!!'

 "FuXX! 이 발정난 년놈들!!!"

 

 ------------

 

  새벽 두 세시 사이, 고요한 청담동의 한 호화 저택에 침입했다. 경비가 삼엄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과는 달리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건 굉장히 수월했다. 입구에 있는 경비 말곤 없었기에 경계를 바짝 세우며 걸었다. 이런건 보통 함정이 깔려있기 마련이거든.... 아니 물론 주라의 집은 아니었지만.

 

 '여긴 일본같은 느낌이군.'

  가운데에 있는 넓은 정원을 중심으로 넓게 지어진 대저택. 눈이 부시지 않을 정도의 불빛들이 이 곳을 비추고있다. 이 곳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었지만 잭슨은 자신의 감을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이 곳의 보스는 이제 칠순을 넘긴 '신중원' 이라는 남자. 한국 거대 기업 중 하나인 X전자의 회장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후 바깥 출입도 거의 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 흘러들어오는 대량의 검은 돈 때문에 조직에 위협이 온 건가? 보스는 무슨 생각으로 그의 처단을 원한건가.

 

  꽤 걸어가자 고풍스러운 나무 문이 하나 나왔고 숨을 죽이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정면에 있는 큰 창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와 겨우 방의 구조를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덩치가 꽤 있는 백발의 노인이 창 밖을 보며 서 있었다.

 "피 냄새가 나는군, 이 시간에 왠 손님이지."

 그의 목에 소리 없이 칼을 대자마자 흠칫 놀랐다. 하,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차분하다니. 두목은 두목이라는 건가.

 "상자는 어디에 있지?"

 "오호. 상자를 찾으러 왔구만. 이 때 쯤 올 줄 알았다네."

 "...뭐?"

 "그래, Mr. Bob이 나를 죽이라고 했더냐."

 

 "...?!"

 보스의 성까지 알고있다니 계획적으로 상자를 훔친게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여기에 올 줄 알았던 거지? 항구에서 내 정체를 안 자는 분명 죽었는데.

 "나를 죽이면 후회할게다. "

 칠순이란 말이 무색하게 노인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고, 그 말 뜻을 이해할 수 없던 잭슨이 더욱 냉정하게 대답했다.

 "수작부리지마."

 "네가 오면 Mr. bob이 상자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지."

 노인은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조그마한 협탁 맨 아랫칸을 가리켰다. 서랍 중 맨 아래칸에만 열쇠구멍이 있었다.

 "저게 상자라고?"

 "네가 잘 컸는 지 궁금해서 보고싶다고 했더니, 그냥은 안 되고 그의 장난에 동참 해 달라고 하더구나."

 "수작부리지 말라고!!!"

 "이젠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잭."

 

 한 순간 잭슨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그 찰나의 틈을 타 노인이 나이프를 빼앗았다. 잭슨을 넘어뜨리며 노인이 거대한 몸으로 그를 짓눌렀다.

 "크윽...! 역시, 당신...!"

 "열쇠 가지고 왔겠지? 열어라. 손을 뻗으면 충분히 닿을 거리다."

 "웃기지마! 이 안에 있는 걸 네가 가지려고 하는거냐?! 차라리 죽겠다!"

 "네가 열지 않으면 내가 널 죽인 후에, 열쇠를 빼앗고 느긋하게 여는 방법도 있단다."

 "...제길!"

 

 잭슨은 분하다는 표정으로 열쇠를 꺼내 손을 뻗었고 무언가 걸리는 소리가 나더니 서랍이 자동으로 열렸다. 노인이 그 속에 있는 것을 꺼내려고 손을 뻗자 잭슨이 반격했다.

 "흐어억.."

 칼을 노인에게 겨누고 노인이 들고있는 봉투를 뺏어들었다. 이게 다인건가? 달랑 봉투 한 장? 대체 뭐야.

 "저항하지 않을테니 읽어보게"

 "하, 웃기지도 않는군."

 마음만 먹으면 노인을 당장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칼을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 든 건 사진 한 장과 편지였다.

 편지를 먼저 꺼내 읽자 얼굴이 팍 구겨졌고 노인에게 편지 내용을 보여줬다. 노인이 그것을 읽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마음껏 웃어제꼈다.

 "무화하하하하핫! 역시 재미있는 영감이라니까! 하하하하!"

 "......"

 "아이고 미안하네, 그래. 자네가 워낙 사나워야지. 다짜고짜 목에 칼이 무슨 경우인가? 화장실 가서 세수라도 하고 오게나. 차라도 내 준비함세."

 

 '안녕 잭슨? 그 사람 내 친구야. 날 배반한것같다고? 아닌데? 아마 네가 먼저 달려들어서 그런거 아냐? 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이제 두 사람 다 화해의 타임~!'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화장실에서 나오자 한 여자가 자신을 따라오라며 그를 이끌었다. 이 곳이 숲 속이 아닐까 착각할 만큼 녹음이 가득한 곳에 넓은 마루가 있었고 그 가운데에 노인이 앉아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옆에 앉으라고 잭슨에게 손짓했다. 꽤 유서깊은 것 처럼 보이는 찻잔을 말없이 입에 가져갔다.

 노인이 침음을 삼킨다.

 "음,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청년일 때 회사를 열었다네. 아주 작은 회사였지."

 "...."

 "너무 섣부른 판단에 재정이 점점 나빠졌어. 그 때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네. 가방에 든 인형을 운반만 해 주면 된다는거야."

 "인형, 말입니까?"

 "그래. 돈에 눈이 멀어서 마약 운반에 손을 댔어. 덕분에 자금난을 해결하고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네."

 "...."

 "이십년 전에, 아니 더 옛날에 손을 떼려 했지만... 자네가 봤던 그 관리인들이 날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은둔해있었다네. 자네에겐 무척 고마워."

 "아닙니다."

 

 노인이 보스가 남긴 봉투를 만지작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찌됐건 내가 서른 중반때였나... 평소와 같이 마약을 운반하고 있었지. 그런데 자신의 나아바리를 침범했다고 나를 죽이려 들었고, 결국 한 여자 마피아에게 잡혀버렸다네. 정말 그 때 죽는 줄 알았지."

 "여자 마피아요?"

 노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자네와 같은 홍안을 가진 젊은 여자였어."

 "홍안, 이라고 하셨습니까?"

 설마 이 노인이 지금...나를 낳고 도망간 여자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건가? 태어나자마자 나를 버렸던 그 여자를?!

 잭슨이 감정을 최대한 삭이기 위해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래. 아주 매력적인 자였지."

 "설마....아닐 겁니다."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해진 잭슨이 노인의 말을 애써 부정했다.

 "아닐세. 그 여자, 자네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있었어. 내 직감은 틀리지 않는다네."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네의 보스인 Mr.bob이 여기에 둔 사진. 분명 그 여자라네. 다시 보겠나?"

 이제서야 잭슨이 탁자 위에 있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무언가로 인해 폭파하고있는 현장 안. 검정색 마스크와 전투복을 입은 붉은머리 여자가 도망치고 있는 사진이었다.

  불길 때문에 카메라 렌즈에 비친 그녀의 눈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잭슨의 눈과 같은 홍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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