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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날아라, 종이비행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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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재회
작성일 : 17-06-18 09:41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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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마당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나선 원래의 목적대로 시내를 향했다.

 적당히 들른 옷가게에서 여벌의 옷과 잠옷 그리고 속옷을 골라 쇼핑백에 담았다.

 오후가 되니 역시 여름답게 햇빛은 강렬해지고, 들이마시는 공기는 후덥지근하게 데워져있었다.

 이 다음은 아현 누나의 심부름인 대형마트에서의 장보기였다.

 그곳을 향해 걷던 우리는 마실 것을 고르기 위해 중간에 편의점에 들렀다.

 나는 이온음료를, 소녀는 녹차 페트병을 집었다.

 그렇게 음료수로 몸을 식히며 다시 걸어간다.

 역시나 아까와 마찬가지로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겹쳐지는 낯선 상황을 피할 순 없었다.

 그럴 때마다 순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정면에서 통과하게 되면 눈 앞의 풍경이 투명하게 일렁인다.

 신기하지만서도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을 것 같은 꺼름칙한 기분.

 나보다 더 경험해봤을 소녀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조금 어색해하는 기색이었다.

 웬만하면 통과되는 걸 피하기 위해 사람들을 비켜나갔지만 그들에겐 당연히 그런 게 없었다.

 왠지모르게 비켜나가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기싸움에 져버린듯한 느낌도 적잖아 있다.

 물론 착각인 걸 알고는 있지만.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네."

 "그러게."

 소녀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대형마트. 쇼핑카트를 끌며 입구에 다가가도 어제처럼 자동문은 열리질 않는다.

 하는 수 업이 직접 버튼을 눌러 들어가니 에어컨으로 식혀진 시원한 공기가 반겨주어 살 것 같았다.

 "어디보자. 대파랑 스팸이랑……."

 살 것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꺼낸 쪽지를 확인하는 그때.

 나란히 카트를 끌던 소녀가 얼굴을 빼꼼 들이댔다.

 덕분에 순식간에 심박수가 상승한다.

 리스트들을 쭈욱 훑더니 소녀가 입을 열었다.

 "아이스크림은 먼저 녹으니까 나중에 사고 채소부터 사자. 채소는 저쪽에 있어."

 "그래."

 소녀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이동해 채소들을 골라담고 뒤이어 각종 통조림들과 소스, 인스턴트 커피따위들을 집었다.

 돈에 구애받을 일이 없고 가져가고 싶은 건 마음 껏 가져가도 된다.

 그러니 지금은 구매욕구에 마음 껏 휘둘리며 충동구매를 하면 그만이다.

 따로 가져갈 게 있으면 가져가자며, 우리는 좀 더 둘러보며 쇼핑을 하기로 했다.

 생필품 코너를 돌아다니다보니 내가 쓸 칫솔과 컵들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디저트나 식재료같은 식품은 1층 코너에 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를 담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그때.

 소녀가 쪽지에 적혀있는 리스트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카트를 뒤적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어라. 다진마늘이 안보여."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집은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둘이서 깜빡했나보다.

 "어차피 디저트코너 근처에 있으니 가는 길에 집어넣자."

 "그래야겠네."

 1층에 다다라 에스컬레이터의 끄트머리에서 사뿐히 카트를 밀어올렸다.

 "잠깐 멈춰봐."

 식품코너로 걸어가는 도중 소녀가 말했다.

 잠시 카트를 멈춰세우자 소녀는 어디론가 터벅터벅 걸어갔다.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의 카트였다.

 카트의 주인이 잠시 다른 물건을 집으며 카트에서 한 눈을 판 사이, 소녀는 그 안에 담겨있던 다진 마늘통을 가져왔다.

 그리곤 너무나도 태연하게 우리의 카트에 넣는 것이다.

 소녀의 엉뚱하고 귀여운 행동에 저도모르게 쿡쿡 웃음이 나왔다.

 "뭐. 왜 웃는데."

 "아무것도 아니야."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부끄러운지 소녀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약간의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내온다.

 그 반응이 귀여워 나는 그저 소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즐겼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코너를 향해 카트를 끌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우리쪽을 향해 걸어오는 남녀가 보였다.

 굳이 카트의 방향을 바꾸면서까지 비켜나갈 생각은 없다.

 그대로 통과할 생각으로 거리를 좁히던 그때였다.

 가까워짐에 따라 상대의 얼굴이 점점 선명하게 눈에 들어올 때, 나는 표정을 굳히며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온 또래의 남녀.

 그 중에서 내가 시선을 고정한 쪽은, 흰 반바지 위로 붉은 색과 흰 색이 교차하는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고있는 남자 쪽이었다.

 나와 비슷한 키에 비슷한 체형. 헤어스타일은 파마를 한건지 약간 곱슬곱슬해보인다.

 이목구비도 꽤 뚜렷해 훌륭한 외모를 소유한 녀석은 나의 중학교 동창이자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는 녀석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우성현.

 중학생 시절, 시시콜콜 시비를 걸어오며 내 교과서를 빼앗아가거나 슬리퍼를 빼앗아갔다.

 말도 안되는 악담과 자신의 높은 서열을 이용한 고의적인 편가르기를 유도해 나를 고립시키고는 그런 내 모습을 노골적으로 비웃기도 했다.

 녀석 덕분에 반에서 비웃음거리가 된 적은 한 두번이 아니다.

 그 시절엔 녀석의 악행에 살인충동이 들었던 적도 있다. 고백하자면 최근도 그랬다.

 아직은 내가 유령이 되기 전, 자살을 바라왔던 내가 하다못해 저녀석만큼은 죽이고 떠나자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녀석의 악행은 저정도면 아직 양호한 수준이었다.

 녀석을 죽이고 싶은 살인충동에 휩싸인 사건은 따로 있었다.

 그건 기말고사의 영어시험 도중에 일어났다.

 수업에 방해가 될까봐 아침 조회시간마다 휴대폰을 걷어가고 하교시간이 돼서야 돌려받는다.

 분명 아침 조회시간에 냈던 휴대폰이 책상에 걸어둔 가방 안에서 울린 것이다.

 꺼놨을 터인 전원도 켜져있었으며 설정하지 않았던 알람이 설정되어있었다.

 순식간에 교실에 있는 시선이란 시선은 모조리 나에게 집중되었고, 감독으로 서있던 교사는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후엔 뻔하다. 억울하게도 교사에게 시험지를 몰수당한 나는 복도로 불려나가게 되었다.

 허나, 불려나가는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우성현이 날 향해 꼴좋다며 비웃는 모습을.

 내신에 있어 반영이 가장 높았던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났던 일이다.

 그 과목에서 나는 무효처분을 받게 되었고 그건 내신에 꽤나 큰 타격이 되었다.

 항의해보아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나를 다그치기 바빴다.

 나의 진심이 전해졌을 때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교사들은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될 커다란 사건으로 이어질까봐 태도를 바꿨다.

 나의 착각이라며, 자기들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며 말이다.

 물론 그따구의 적당한 말들로 이해할 리가 없다.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진정한 고립을 느낀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그동안 착실히 해왔던 것이 있었기에 지망했던 고등학교엔 합격할 수 있었지만, 녀석은 도를 넘었다.

 그런 내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 녀석은 그저 내 몸을 수욱 통과하며 지나갈 뿐이다.

 애인으로 보이는 긴 생머리의 여자애와 즐겁게 지껄이며.

 가증스러운 그 모습에 고개를 돌리는 그때, 의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서인지 나 뿐만 아니라 소녀 또한 싸늘하게 식은 시선으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나의 시선을 눈치챈 소녀는 날 흘끗 보더니 다시 그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쟤들이야. 내 인생을 망친 쓰레기들."

 소녀의 싸늘한 그 한마디에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요컨대 저녀석은 나와 같은 중학교였으나 졸업뒤엔 소녀가 다니던 고등학교로 입학한 것이다.

 거기서 녀석은 또다시 저질스런 인간성을 드러내며 죄없는 소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런 녀석 옆에 철썩같이 달라붙은 저 여자도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겠지.

 실제로 소녀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들'이라는 표현을 썼으니 말이다.

 "저 남자. 우성현이지?"

 "그걸 어떻게…… 아."

 흠칫 놀라며 날 쳐다보던 소녀는 이내 내 표정을 읽더니 상황을 이해한 기색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중학생때 저새끼가 몰래 집어넣은 휴대폰이 시험도중에 울렸어. 그 과목은 무효처리가 됐지."

 짧은 한마디로 길어질 것 같은 이야기를 일축했다.

 그럼에도 나의 설명이나 소녀의 이해가 부족하진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다.

 "같이 복수를 하자."

 그야 저렇게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저런 어린애같은 표정은 소녀만이 아닐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 마음껏 복수를 하자.

 지금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뻔해도 너무나 뻔했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어 온몸에 퍼져나간다. 장난의 범주를 넘어선 끔찍한 짓을 하고 싶은 욕구가 폭주한다.

 확실히 우성현은 뻔뻔하다못해 너무나도 괘씸하다. 저런 녀석에게 우리는 벌을 줘야한다.

 그럴 권리가 우리에게는 확실하게 있다.

 "그래. 빅 엿을 선사해주자."

 아현 누나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쇼핑은 뒤로하고 소녀의 손을 잡았다.

 신나보이는 소녀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걸음으로 앞장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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