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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2. 혹부리 할아버지 (4)
작성일 : 17-06-17 21:29     조회 : 431     추천 : 1     분량 : 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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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고부...뭐? 고부갈등?”

 

  “고부도리지이.”

 

  가온의 말에 승후가 기운이 빠진다는 듯 답했다.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에 가온이 승후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안내데스크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인자하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주변 도깨비들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가온은 총구가 흔들리지 않게 다잡고 승후를 바라보았다. 승후는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역시 긴장했는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부도리지이는 일제강점기에 넘어와서 뻔뻔하게 자리를 잡은 일본의 전래동화 속 할아버지야. 혹부리 영감님, 혹부리 할아버지로 알려져 있어.”

 

  가온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혹이 달린 할아버지가 도깨비들에게 자신의 혹이 노래주머니라고 속여 판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불법적인 일까지 하고 계셨다는 말이네? 저승 법무부 이불은 굉장히 두껍다던데, 할아버지랑 거기 도깨비들... 아니, 오니들 사이좋게 푹신한 이불 덮으시겠어요?”

 

  “너희를 죽이고 다른 곳으로 가면 돼. 우리가 이 땅의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주 많거든.”

 

  가온의 말에 여태껏 친절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한 얼굴로 변한 할아버지가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승후는 훈련을 받기는 했지만 실전에 투입되는 것은 거의 처음인지라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총구를 겨누고 있는 가온을 살폈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정신을 다잡았다.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장담을 하실까, 할아버지가?”

 

  가온의 말에 혹부리 할아버지, 고부도리지이가 음흉한 얼굴로 무엇이 그리도 신이 나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그는 가온과 승후를 단숨에 이길 자신이라도 있는 것인지 연신 웃고 있었다.

 

  “이 땅의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던데? 너희들은 절대로 먼저 때릴 수...”

 

  고부도리지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선방을 날린 것은 가온이었다. 승후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튀어나간 가온은 단숨에 고부도리지이의 가슴팍에 킥을 선사했다. 스무 살 건장한 청년의 발차기에 고부도리지이는 뒤로 넘어갈 뻔 했지만 뒤에 서있던 오니들이 그를 붙잡았다.

 

  “미안하지만 그건 이승의 경찰들이거든. 저승의 룰은 달라.”

 

  “유가온! 내가 진짜! 너는 앞으로 나서지 말라니까!”

 

  승후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시금 가온과 고부도리지이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총을 들고 있으면 엄호나 해!”

 

  가온은 승후의 버럭 소리에 살짝 혀를 찼다. 이미 죽은 귀신이면서 엄마처럼 꼭 저렇게 보호를 하고 나서는 것이 그는 못마땅했다. 하지만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투덜거리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고등학생이 스무 살 청년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모양새였지만 승후가 살아있었다면 동갑이었을 테니 가온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 때, 가온은 속이 울렁거렸다. 기분이 나빴다. 승후를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느낀 기분 나쁜 그 감각이 다시금 그의 몸에 들러붙었다. 꼭 토할 것만 같았다. 갑자기 하늘이 뱅뱅 돌았지만 가온은 자신을 다잡았다. 적들을 앞에 두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는 곁눈질로 자신의 옆에 있는 방을 쳐다보았다. 술을 먹어서 그런지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뭘... 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쟤네 지금 가만히 있잖아.”

 

  가온의 물음에 승후가 물었지만 가온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머리가 울려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아 이를 악물었다. 안 돼, 지금은 안 돼. 가온은 오니들이 들고 있는 주머니를 보았다. 주머니의 입구가 펼쳐져 있고 무언가가 스멀스멀 안개처럼 뿌연 수증기 같은 것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 망할 놈들이.

  탕! 가온은 방아쇠를 당겼다. 주머니를 명중시키지 못하고 조금 스쳤을 뿐이었지만 오니들은 당황한 듯 했다. 가온은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처지는 것을 애써 다잡았다.

 

  “저 주머니...”

 

  “뭐?”

 

  “저 주머니가 사람들한테서 뭔가를 빼가는 것 같아. 봐, 조용하잖아.”

 

  가온의 말에 승후는 그제서야 노래방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온 신경을 집중해 귀를 기울여 봤지만 떠들썩해야할 노래방에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했다. 마치 모두가 잠을 자는 것처럼. 술에 취해 잠든 것처럼.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한 번에 그런 일이 일어난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승후는 가온을 돌아봤다. 뭔가 이상했다.

 

  “넌 괜찮은 거야?”

 

  “살아있는 사람한테만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넌 멀쩡하니까.”

 

  승후는 멀쩡했다. 확실히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아까 말한 ‘기’를 빼가는 듯 했다. 승후는 고부도리지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날선 검은 고부도리지이와 오니들에게 닿지 못했다. 그들은 약 올리듯 뒤로 물러섰다.

  탕! 다시금 총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주머니에 명중시켰지만 어찌나 질긴 주머니인지 기스만 났을 뿐 구멍이 나지는 않았다. 가온은 심호흡을 하고 다시금 총을 겨눴다. 그는 여기서 저들의 먹이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 때, 고부도리지이가 생긴 것과는 달리 민첩한 몸놀림으로 가온에게 달려들었다.

 

  “저승 일을 하는 산 사람의 정기는 더 좋겠지!”

 

  승후는 그 몸놀림에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막아섰다. 그는 검을 예리하게 검을 휘둘렀지만 재빠른 고부도리지이의 움직임을 잡을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가온이 보호자는 나라서 말이야.”

 

  가온의 앞을 막아선 승후의 말에 가온은 입을 삐죽였다. 보호자? 보호자라니, 누가 보호자라는 거야. 그는 저 망할 놈의 주머니만 해결한다면 앞에서 깐죽거리며 약 올리는 고부도리지이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승후는 연신 고부도리지이에게 검을 휘둘렀고, 가온은 간간히 그를 엄호하며 오니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이 무거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여기서 갑작스레 오니들이 노래방의 안의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기라도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가온은 입술을 씹었다. 여기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보다 승후와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 귀들이 필요했다. 자신들을 도와줄... 하지만 주변에 자신들을 도와줄 암행어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것도 귀인 암행어사가.

 

  “망할 놈의 팀장,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가르쳐 주지도 않고...”

 

  가온은 투덜거리다 암행어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그는 사춘기의 패기로 몽룡에게 폼 나는 일을 시켜준다고 해놓고 이런 이상한 일을 시키냐고 투덜거리며 보이콧을 하기도 하고 몽룡이 시키는 훈련을 받으며 도대체 이건 어디에 써먹는 훈련이냐며 반항하기도 했었다.

 

 

 

 *

 

  “암행어사는 엄청나게 폼나는 직업이야!”

 

  “어딜 봐서요?”

 

  가온과 승후는 떨떠름한 얼굴로 몽룡을 노려보았다. 사무실 월세를 내야한다며 동화 속 라푼젤 만큼이나 긴 머리를 자랑하는 커튼 귀신의 머리를 감겨주고 팩해주고 빗겨주는 것과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암행어사가 뭐가 그리 좋은 직업인지 둘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너희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아서 그래. ‘실전’에 투입되면 암행어사만큼 위험하고 폼 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아저씨 사무실 월세 때문에 승후랑 제 월급은 꼬박꼬박 밀리고 있는데요? 저 이럴 거면 어사 때려치우고 그냥 아르바이트나 할래요.”

 

  가온이 지금처럼 딱딱하게 ‘다나까’말투를 쓰며 몽룡을 대하지 않고 동네 친한 ‘아저씨’처럼 대하던 그 시절, 몽룡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입지도 좋지 않은 곳의 사무실을 옮길 생각을 하지 않고 승후와 가온, 방자의 등골을 열심히 빼먹고 있었다.

 

  “안 돼. 암행어사는 아주 귀한 인재야. 단순히 귀안이 트인 화랑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그 인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보시죠.”

 

  커튼 귀신의 머리를 고운 참빗으로 빗기며 가온이 투덜거렸다. 이대로만 간다면 장래에 헤어디자이너를 하겠다고 나서도 될 것 같다며 그는 입을 삐죽였다. 커튼 귀신의 머리손질이 끝나고 나면 처녀귀신의 분장업무가 그와 승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이라고 매일 나무막대기 휘두르고 사격 연습을 하기는 하지만 정작 써먹는 데는 없잖아요.”

 

  “갑자기 실전에 투입된다고 해도 우리가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구요. 우리는 다른 암행어사를 부르고 싶어도 ‘긴급지원팀, 유팀’은 몽룡아저씨랑 나랑 가온이 그리고 방자씨가 전부잖아요. 나중에 사람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가온의 말에 이번에는 승후도 거들고 나섰다. 매일 막대기를 휘둘러대지만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그저 허드렛일이었다. 오히려 귀들과 부딪히며 처음부터 실전으로 일하는 것은 ‘화랑’들이었다. 도깨비들과 함께 저승의 치안을 담당하는 그들은 인원수도 많았고 후임도 생각보다 잘 들어왔다. 하지만 암행어사는 달랐다. 인원수도 화랑들에 비해 적었고 암행어사가 되는 조건 역시 까다로웠다. 단순히 귀를 볼 수 있는 귀안이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암행어사가 할 일이 없다는 건 평화롭다는 거야. 아주 좋은 현상이지. 특히 우리 ‘긴급지원팀’은 더더욱. ‘정보팀’인 ‘축(丑)팀’의 팀장, 이도님께서 당분간은 평화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으니 아주 좋은 거라구.”

 

  “그래도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요? 아저씨가 말하는 그 ‘실전’에 갑자기 투입되면.”

 

  승후의 물음에 몽룡은 기지개를 쭉 켰다. 그리고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른 이들은 갖지 못하는 능력이 암행어사에게는 주어지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게 뭔데요?”

 

  승후와 가온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몽룡을 바라보았다. 평생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은 팀장이 웬일로 좋은 것을 알려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암행어사만 갖는다는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사의 능력에 따라 그 범위가 다르기는 하지만 주변의 귀들을 일시적으로 자신의 병사로 만들 수 있어.”

 

  “진짜요? 어떻게요?”

 

  자신의 병사로 만든다는 말에 둘은 곱게 빗질하던 손길을 멈췄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몽룡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사극에 보면 많이 나오잖아? 암행어사들이 등장하면서 하는 말. 그 말을 외치면 돼.”

 

 

 

 *

  가온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내지르지 않았던 그 말을 내질러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그 말을. 지금 내지르지 않는다면 영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을 지키느라 승후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노래방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갈 거라는 생각에 그는 부끄러움은 저 너머로 던졌다. 그리고 노래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주변에 귀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암행어사 출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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