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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스텟은 내가 만든다!
작가 : strongya
작품등록일 : 2017.6.1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밑바닥 프로그래머 한울은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순간. 악마와 만난다.
악마가 내미는 계약, 게임과 현실을 오고 가며 펼쳐지는 게임 판타지.

 
7화
작성일 : 17-06-17 10:36     조회 : 298     추천 : 1     분량 : 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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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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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정 팀장은 짚이는 바가 있다고 했다.

 “우리 길드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닌데... 가끔 같이 놀 때는 있거든.”

 요 근래 같이 사냥을 하다 보면 여을이 불가사의한 화력을 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브레이브 소울에서는 입힌 데미지 수치가 표시되지 않기에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의 딜을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도 위화감을 느낄 정도였으나 그냥 치명타가 터졌겠거니 하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래, 그러고 보니 어제만 해도...”

 “어제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공교롭게도 어제는 여을로 추정되는 도적이 코드를 쓰는 것을 본 날이다. 팀장의 반응을 보자 그건 정말로 여을이었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꿈은 정말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걸까?

 좌우지간 팀장에게도 짐작 가는 바가 있다면 이야기는 더 간단해진다.

 팀장의 성격 상 일을 크게 만들 생각도 없을 테니, 그냥 넌지시 여을에게 경고만 해줘도 코드를 더 이상 쓸 일은 없게 될 테고... 코드를 수정을 할지 안 할지야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당장은 급한 불을 끄기만 하면 뒤는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인정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지, 한울 씨가 좀 도와줘야겠어.”

 평소 너나, 이 새끼 정도로만 나를 부르는 인간이 씨를 붙여서 부를 때는 언제나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브소 하지?”

 “아니요, 안 하는데요.”

 즉답하는 나를 보고 인정이 손뼉을 치며 반가워했다.

 “그럼 이 기회에 하면 되겠네!”

 “...저기, 잠깐.”

 지금 얘기가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이 사태를 가장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이야.”

 “그러니까 뭐가요?”

 팀장이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한울 씨가 여을이랑 같이 게임을 하는 거지.”

 “...”

 이 녀석, 머리 괜찮은 건가?

 “여기엔 다 이유가 있어.”

 어째서인지 김인정 팀장은 희희낙락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걔가 몰래 코드를 숨겨놔서 쓰고 있다고 치자고. 그걸 우리 능력으로 찾을 수 있을까?”

 “...없겠죠.”

 그러고 보니 그랬다. 안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친 끝에 혼돈의 바다와도 같은 우리 게임의 난잡한 코드 속에서 여을이 작정하고 무언가를 심었다면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팀장의 설명이었다.

 다만 나는 그렇게까지 용의주도하지 않았고 여을은 내가 심은 코드를 손쉽게 발굴해내 사용 중이라는 것도 당연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팀의 에이스를 심증만으로 그렇게 몰아세울 수 있겠어?”

 ...안 될 건 뭡니까?

 나는 팀장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못 하냐고 따지고 들기보다 팀 내에서 여을이 차지하는 위치를 새삼 확인했다.

 다름 아닌 여을이 저렇게 개판이 된 코드를 일일이 뒤엎고 있는 유일무이한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니잖아?”

 “으음... 글쎄요.”

 저게 일반 유저들한테까지 퍼지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혼자서 몰래몰래 쓰는 거라면 별 문제는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개발자가 해서는 안 될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것보다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가 여을이 손대고 있는 대 복구 작업... 이라는 것인데. 거기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요지인 모양이다.

 “딱히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 기록을 여을이 세웠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는 거고. 애초에 그렇게 치밀한 애가 코드까지 건드리고 이런 알기 쉬운 증거를 남겼겠어?”

 “...”

 듣고 보니 그랬다. 여을이 정말로 범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지는 않았겠지.

 ...나는 왜 이렇게 어설프게 일을 벌인 걸까?

 당혹스러워 하고 있자니 인정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날 내려다보는 눈빛이 심히 부담스럽다.

 “그러니까 같이 게임을 하면서 뭔가 미심쩍은 일이 있으면 보고를 하는 걸로 하자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옆에 제가 있는데 수상한 짓을 하겠어요?”

 “할 수도 있지. 넌 어차피 브소도 안 해본 생 초짜라며?”

 그러니까 그다지 경계하지 않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그리고 안 쓰면 더 좋은 거지. 범인이 아닌 거잖아?”

 아무래도 인정은 여을이 범인이 아니라는 설을 믿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일단 필요한 도구는 준비해 줄게. 나는 다른 쪽으로 이 일을 알아봐야 될 것 같으니까 여을과 관련해서는 네가 전담하도록 해.”

 “...싫다면요?”

 설마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럼 재계약 건의 안 해줄 거야.”

 무슨 이런 치사한...

 “치사한 게 아니지. 팀원 간의 협동성을 보는 거니까. 재계약에 필요한 중요한 근거가 되는 활동이야.”

 “애초에 걔가... 여을 씨가 하라고 순순히 할까요?”

 죽이네 마네 하던 사람이랑? 같이 게임을?

 인정은 즉답했다.

 “할 걸? 네가 아직 걔 성격을 잘 모르는구나.”

 인정이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널 왜 싫어하는 지도.”

 

 며칠 후, 마침 야근이 없는 수요일 저녁에 역사적인 첫 파티 플레이가 시작됐다.

 “여기부터는 인던이라는 건데요. 아시죠?”

 여을이 지팡이로 물결치는 공간을 가리켰다.

 “그래, 인스턴스 던전이지.”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발자다. 대강의 개념 정도는 알고 있다.

 인스턴스 던전은 특정 유저, 혹은 파티만 들어갈 수 있도록 별도로 생성되는 던전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떼 사냥을 추구하는 브레이브 소울이지만 특정 상황을 위해서 인스턴스 던전으로 구성해놓은 지역도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초보를 위한 기본 던전이라거나.

 사실 이곳은 내 본케로 진행했을 때에는 클리어하지 않은 곳이다. 알고 보니 기본 인던들을 클리어해야 모험가에서 다른 직업으로 클래스 체인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필수코스라고 했다. 게임 진행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그냥 지나쳐 버렸던 것인데... 별다른 스킬도 없는 모험가로 보낸 노가다의 나날들이 떠오른다.

 애초에 필수코스라면 그냥 시스템 상에서 강제로 클리어하게끔 만들어 놔야 되는 것 아닌가? 브소는 이런 되도 않는 불친절함을 자유도니 뭐니 하는 모호한 단어로 포장해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물결치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여을을 따라 던전 안으로 발을 내딛자 빛이 몸을 감쌌다. 다음 순간, 눈앞에 푸르른 초원이 펼쳐지고 오래된 신전의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옛 시작의 신전-

 여타 던전과 마찬가지로 입장하는 순간 던전의 이름이 출력된다. 다만 다른 곳과 다르게 인던이기에 다른 유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가벼운 로브 차림의 여을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반쯤 무너져 내린 신전의 모습은, 브소를 시작할 때 케릭터가 눈을 뜨게 되는 ‘시작의 신전’과 거의 흡사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뭐 이런저런 알고 싶지도 않은 설정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스타팅 지형을 약간 손봐서 재활용하려 하는 얄팍한 속사정은 굳이 개발자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는 첫 던전이긴 해도 좀 어렵거든요. 제 뒤에서 떨어지지 말고 잘 따라와 주세요.”

 차분한 표정으로 설명하는 여을의 모습이 심히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게임이지만 ‘꿈’ 속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쟤는 휴대폰의 액정 너머로 내 케릭터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걸까.

 얼마 전 여을과 마주한 내 본케를 다시 꺼낼 수는 없었기에 되는 데로 세희에게 빌린 케릭터를 사용 중이다. 세희는 게임을 하고 싶네 어쩌네 하면서도 거의 게임에 손을 대지 않았기에 대신 레벨도 올려놓고 마석을 벌어놓겠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한 것이다.

 흔쾌히 허락한 것이 의외인 것은 여을 쪽이었다.

 김인정 팀장이 내가 브소를 시작하려고 하니 가볍게 버스라도 태워주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운을 띄우자, 여을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같이 부케를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원래 자기가 키우던 케릭터의 일정을 우선하긴 하겠지만 실로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차피 부케를 키울 생각이었으니까... 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분명 여기에는 어떤 내막이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이 나와 김인정 팀장의 공통된 견해다. 나는 그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지금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하며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초원을 듬성듬성 매운 녹색 점액질의 물체가 스멀스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슬라임, 몬스터의 생김새가 어느 정도 규격화되어 있는 rpg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 양극화가 이루어져 있는 몬스터이다. 흔히 동양권에서 유행하는 풍선처럼 생긴 녀석은 귀엽다 못해 친숙해서 마스코트로도 쓰이지만, 서양권에서는 리얼함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히 혐오스러운 외관을 가지게 됐다.

 브소에서는 유감스럽게도 후자를 채용하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점액 덩어리가 햇빛을 받아 검녹색의 빛을 발한다. 하수도를 연상시키는 불투명한 몸체에서 순간순간 손이나 발 같은 것의 형상이 떠올랐다 사라져 간다.

 원조 슬라임은 보통 이 정도로 박력 있게 그려진다.

 움직인다기보다는 몸부림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슬라임.

 그래픽 팀의 쓸데없는 수고가 느껴지는 위압적인 외관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여을이 그런 나를 가로막듯이 앞으로 나섰다.

 “잘 보세요.”

 다음 순간 슬라임이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여을을 집어삼킬 정도로 길쭉해진 슬라임의 단면에는 무수한 치아나 뼛조각 같은 것들이 돌기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그 혐오스러운 단면을 머금은 슬라임이, 녹색이 파도가 되어 여을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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