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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5. 여신의 소원
작성일 : 17-06-15 21:17     조회 : 303     추천 : 3     분량 : 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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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스스로가 봐도 만족스러운 외모였다. 은빛이 감도는 하늘색 머리카락은 윤기를 머금고 찰랑거렸고, 크고 동그란 눈과 반짝이는 물색 눈동자와 반듯하니 곧은 코와 촉촉한 장밋빛 입술, 투명하니 하얀 매끄러운 피부 결.

 

 ‘이정도면 인간들 눈에도 아름다워 보이겠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얼굴에 만족한 일레인이 고개를 숙여 봉긋하게 올라온 가슴을 확인하자 입이 귀에 걸렸다.

 

 ‘와, 가슴도 커졌어.’

 

 발끝을 내려 볼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봉긋하게 솟아나온 가슴에 가려 발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성인이 되었다는 증거를 확인하는 일레인의 얼굴이 찬란하게 빛났다. 말캉말캉 손에 와 닿는 느낌이 생소해 몇 번 건드려 보다 루카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금세 얼굴을 붉혔다.

 

 얼마 전 호수에서 보았던 영상에서 화려하게 차려 입은 여자들이 한껏 모은 가슴을 반쯤 드러내 놓고 루카스를 향해 들이밀며 교태를 부리던 모습이 떠올렸다.

 

 ‘음...... 이 정도면 그 여자 보다는 큰 것 같은데......’

 

 의식을 위한 헐렁한 옷에 허리에 띠를 두른 상태였기 때문에 기억속의 여자와 크기를 비교해 보다 이내 포기 하고 신력을 이용해 물기를 말려버렸다.

 

 뽀송뽀송해진 몸으로 재단을 향해 걸어가 그 위에 올려놓았던 겉옷을 걸쳤다.

 

 의식 전에는 크기만 했던 옷 이였는데 이제는 작아져 팔 다리가 삐져나오는 것을 확인해 보며 나직이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버리게 생겼네....... 마음에 드는 옷이었는데.’

 

 성년식을 위한 옷을 만들라며 렉스가 특별히 하늘 궁전에서 가장 솜씨 좋은 장인에게 무지개의 영롱한 기운을 담은 특별한 옷감을 내려 만든 일레인의 성인식 의복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잠시, 다음 해야 할 일을 떠올린 일레인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사케르 호수 입구에 도달하자 그녀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서두르던 걸음을 조신하게 바꿔 걸으며 입구를 벗어나는 일레인의 모습을 확인하던 형제자매들은 숨을 멈추고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늘색 머리카락은 마치 은실을 섞어 엮어낸 듯 빛나고 희고 뽀얀 살결은 매끈하게 윤이 났으며 장밋빛 입술과 빨려 들어갈 것 같이 파란 눈동자는 초롱초롱 빛이 났다.

 

 살짝 올라간 입 꼬리가 그녀가 미소 짓고 있음을 나타냈다.

 

 렉스를 향해 걸어가는 일레인의 눈부신 성장에 모두가 넋을 놓고 바라보자 렉스가 쯧쯧 소리를 내며 혀를 차는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모든 신들의 왕이시여, 물을 관장하는 소명을 가지고 태어난 신 일레인이 인사 올립니다. 성은에 힘입어 무사히 성인식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네가 다 자란 모습을 보니 흡족하기 그지없구나.”

 

 신들의 왕 렉스는 그의 앞에서 고운 자태와 낭랑한 목소리로 성인식의 마지막을 고하는 일레인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부신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의 기대 보다 아름답게 자라난 막내를 보면서 렉스의 눈가에 이슬이 고였다.

 

 ‘그동안 저 아이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렉스의 머릿속으로 일레인이 사고 칠 때마다 뒷감당을 하느라 고생한 지난날이 스쳐지나 가자 저도 모르게 고이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고래를 숙였다.

 

 ‘그래도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제 앞가림은 알아서 잘 하겠지?’

 

 스스로의 노고를 치하하는 눈물이었으나 그의 자식들의 눈에는 그저 아름답게 자란 일레인의 모습에 감격해 흘리는 눈물로 보였다.

 

 ‘아, 아버지가 일레인을 저렇게 많이 아끼시는 구나. 평소 볼 수 없는 눈물을 다 보이시고.’

 ‘치, 계집애, 예쁘진 진짜 예쁘네. 하긴 애기 때도 어디로 튈지 몰라서 조마조마 했지 예쁘긴 했으니까.’

 

 그들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예식의 마지막 수순대로 렉스가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여신 된 일레나. 성인이 된 기념으로 네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드디어!’

 

 기다리던 말이 렉스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우아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일레인은 고개를 들어 렉스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어, 이거 왠지 불길한 기운이........’

 

 “제게 시늄 인장이 새겨진 봉인구와 5년간의 자유를 주세요.”

 

 시늄 인장 일종의 신의 힘을 가둘 수 있는 문장으로 오직 신들의 왕이 렉스만이 내릴 수 있는 인장 이었다. 이 인장이 들어간 봉인 구는 신들이 인간들의 세상인 중간 계에 내려 갈 때 반드시 필요한 물건으로 천계와 다른 인간세상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신의 기운을 감춰 다른 신이나 마물들에게 신의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뭐? 네가 그게 왜 필요해!”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요구사항에 당황한 렉스가 왕의 말투가 아닌 그녀의 아버지의 말투로 물었다.

 

 “설마 시늄 인장이 새겨진 봉인구가 뭔지 몰라서 그러시는 것은 아니죠?”

 “내가 그걸 왜 몰라. 내가 만든 건데. 난 네가 그게 왜 필요하냐고 묻고 있잖아!”

 “봉인구가 필요한 상황이 하나 밖에 더 있어요? 당연히 인간세상으로 가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네가 거길 왜 가냐고?”

 “가고 싶으니까요. 이제 성인이니 궁전 밖으로 나가도 되잖아요.”

 “그럼 그냥 신계를 놀러 다녀. 중간 계는 안 돼.”

 “잠깐만요.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아니 다른 신들도 다 가는데 난 왜 안 된다는 건데요. 그리고 나 방금 성년식 소원을 사용한 거거든요? 성년식 소원은 반드시 들어줘야 한다는거 몰라요?”

 “몰라. 안 돼. 의식내용이야 바꾸면 돼.”

 “아, 정말 이 아버지가! 바꾸려면 다음 대부터 바꿔요! 난 이미 소원을 빌었단 말이에요.”

 

 렉스와 일레인의 사이에 격한 논쟁이 오갔으나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형제자매들은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과 무서운 아버지를 상대로 제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는 막내를 보면서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두 분 다 그만 좀 하십시오. 지금 두 분이 무슨 일을 벌이고 계시는지 알긴 하십니까?”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호통을 치는 자는 다름 아닌 렉스의 보좌관인 프레드였다.

 

 일레인과 비슷한 키에 곱상한 외모를 가진 그는 성인이 되었음에도 소년 같은 외모가 콤플렉스인 남신이었다.

 

 프레드의 말에 주변의 기운을 훑어보던 둘의 표정이 굳어졌다. 둘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요동치는 신력이 주변 자연환경에 영향을 주었다.

 

 일레인의 힘에 의해 지하수가 출렁거리느라 땅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호수에 물의 요정들이 피난을 떠났으며 렉스의 힘에 의해 하늘의 구름이 요동치고 태양이 그의 기운에 밀려 모습을 감췄다.

 

 일레인은 상황파악을 하자마자 신력으로 물을 잠잠학 만들고 요정들을 달래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려보냈고, 렉스 역시 태양을 제자리에 불러 놓고 먹구름들을 흩트렸다.

 

 “자, 이제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보시죠?”

 

 팔짱을 끼며 강렬한 시선으로 둘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프레드의 시선에 지은 죄가 있는 둘은 그저 입술을 오물거릴 뿐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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