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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코드명은 REAPER
작가 : 리나
작품등록일 : 2017.6.6

오더를 받으면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킬러, 리퍼(잭슨). 보스의 유언으로 보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같이 살게 된 소녀를 감시하게 되고, 이제껏 무기력하게 살던 잭슨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데... (화/금+a 연재예정/감사합니다.)

 
4화. 마약소굴(1)
작성일 : 17-06-15 12:29     조회 : 326     추천 : 2     분량 : 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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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잭슨이 2층의 첫 번째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철푸덕 쓰러졌다.

 "으으.... 지독한 녀석."

 

  자기가 무슨 입사시험 감독관이라도 되는 양, 주라가 잭슨을 오후 내내 굴렸다. 넓은 2층 집 안 묵은 먼지를 털게 하고, 창문을 교체하고(물론 업자가 했지만), 청소를 한 후 바닥 걸레질, 잔디깎이, 이불 빨기 등 온갖 집안 일을 다 시켰다. 그 모든 걸 혼자 하루만에 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따름이지만.

 '자아! 좀 더 구석구석! 아! 아뇨! 창 틀에 먼지 안 닦였잖아요!!'

 '........'

 

 킬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키는건지, 살인 충동이 일어나는 걸 오늘 하루에만 도대체 얼마나 억눌렀는가.

 집안이 번쩍거릴만큼 쓸고 닦은 후 정원에서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다.

 "흠~."

 아직 11월 중순이라 심하게 춥지는 않았기에, 주라는 마루에 앉아 재밌다는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았다. 털이 복슬복슬한 담요를 꽁꽁 싸매더니 그녀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하아, 왜, 도대체 왜 하필이면 마이클이지?!"

 "뭐가"

 "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마이클 아저씨'하면 길고, 어감이 마음에 안들어요."

 "그래서."

 화를 억누르느라 잭슨의 말투가 더욱 딱딱해졌다. 대체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야 이 계집애는?

 한국에서 아저씨는 일반적으로 털 덥수룩하고 나이 많은 남자를 부르는 걸로 알고있는데.

 난 스물 아홉 청년이야. 알아?..하 답답해.

 

 주라는 큭크크, 웃음기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마이클과 아저씨를 합쳐서! 마저씨 어때요?"

 ........얄미운 계집애.

 

 "복수할거야."

  침대 위에 주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주먹으로 쾅쾅 내리쳤다. 한참을 그러다가 한숨을 쉬며 보스가 준 미션을 떠올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을 정도였기에 이대로 푹신한 침대 위에서 잠들고 싶었지만... 편지에 적힌 마약 거래는 오늘 밤 11시.

  가야만 한다.

 "FuXXXXX......."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의자 등받이에 걸쳐있던 검정색 코트를 입고 안주머니에 권총 한 자루와 나이프, 검정색의 무언가를 챙겼다.

 "이제 가볼까."

 

  무표정한 얼굴로 문고리를 돌리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내려가니 주라가 주방에서 걸어나왔다.

 "어? 마침 나왔네! 저녁 먹어요!"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한다."

 "....이 시간에? 8시인데?....미리 말해주지."

 "내가 왜 너에게 일일히 보고해야 하지?"

 "그거야...."

 

 '일 주일 있다가 쫓아낼 수도 있어요!'

 

  순간적으로 낮에 주라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라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다음부턴, 오후 4시 전까지 말 하도록 하지."

 잭슨이 나름대로 상냥하게 말하자 풀이 죽었던 주라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아직 서운해 보였지만.

 그녀는 별 말 없이 잭슨에게 손만 흔들고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게 껄끄러웠다.

 

 '하아아...내가 왜 저 여자애의 기분까지 신경써야 하는 지 모르겠군.'

  집 대문 밖으로 나가니 헤더가 준비한 듯한 검정색 세단이 준비되어있었고, 차 키는 항상 그랬듯 오른쪽 뒤 타이어 틈에 있었다. 재빠르게 차에 탑승한 뒤 인천으로 향했다.

 

 -------

 

 밤 11시, 인천 앞바다의 어딘가.

 

  잭슨은 자신의 세단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세운 후, 꽤 오랜 시간동안 숨어서 현장을 지켜보았다.

 '범죄를 저지르기에 딱 적합한 장소로군.'

  거래가 일어나는 현장은 바다 바로 옆이었기에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음산한 분위기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전화를 받더니 나머지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농담따먹기나 하던 말단 직원들이 분주해졌다.

 

  그 때 먼 곳에서 라이트를 끄고 저속으로 오던 트럭이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시거를 물고있는 한 남자와 그의 부하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내렸고, 먼저 와 있던 한 남자가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잭슨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들을 계속 관찰했다.

 '... 이제 다 모였나보군.'

  차에서 내린 사내가 차 뒷편에서 박스 한 개를 꺼내놓았다. 흰 정장을 입고있는 남자가 손짓하자, 부하가 박스를 칼로 부욱 찢고 씨익 웃는다. 그는 나머지 물건들도 내리라고 지시했고 부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잭슨은 뻐근했던 목을 좌 우로 움직였다.

 

 '물건 도착, 대가리 둘도 도착. 내가 마치 경찰이 된 것 같아 기분 되게 별론데. 이렇게 대놓고 거래하는데, 도대체 마약 단속반은 어디서 뭘 하고있는지, 쯧쯧.'

 잭슨은 복면을 쓰고 그들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아직도 뻔한 수법으로 거래를 하는 녀석들이 있군."

 잭슨의 목소리에 무리들이 일순간 당황했지만, 그가 혼자인 걸 눈치채고 비웃었다.

 "뭐야~ 복면."

 "혼자 와서 뭘 어쩌겠다는거야?"

 "시끄럽다! 신속히 녀석을 처리해라."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귀찮다는 듯 말했고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부하들이 잭슨에게 달려들었다. 사내 몇 명은 칼이나 쇠 파이프를 들고있었지만, 잭슨은 손에 검정색 가죽장갑만 낀 상태였다.

 "커헉"

 "악!!"

 "푸헉..!"

  잭슨은 그들을 비웃으며 잽싸게 공격을 피하고 죽지 않을 정도로 급소를 가격했다. 그의 공격을 맞은 사내들이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한 방에 동료들이 풀썩 쓰러지는 걸 보고 그들이 술렁거렸다.

 "뭐야, 이게 영화도 아니고 뭔 한방에 뒈져?!!"

 "씨이...연장 더 들어!! 저 새끼 뭐야!"

 "잡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두머리들이 도주할 때까지는 얼추 시간이 맞겠어.'

  달려드는 녀석들을 망설임 없이 맨손으로 쓰러트렸고, 당황한 두목 하나가 소리를 질러댔다.

 "이십 명이나 되는데 한 놈을 못 잡아?! 빨리 죽이고 물건 내보내!!!"

 "아, 알겠습니다!!!"

  잭슨이 무리들을 신나게 패고있던 중, 우두머리 둘과 부하 한 명이 차로 달려가고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잭슨은 자신에게 들러붙어있던 한 놈을 쓰러트리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헉...뭐, 뭐야!!!"

 그들에게 도달하자마자 뒤 돌아본 부하에게 주먹을 그대로 내리꽂았다.

 "컥!!!"

 옆을 흘깃 보자 마약을 가져왔던 유약한 느낌의 두목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얜 죽여도 된다고 했으니까 빨리 죽이는게 낫나? 아냐. 한 놈은 살려두지.'

 잭슨이 정장 안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퍽!!'

 유약해보이는 남자가 맥없이 쓰러지고 수갑으로 한 쪽은 남자의 손목을, 다른 쪽은 자동차 타이어의 쇠 부분에 채웠다.

 

  그 동안에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근처에 있던 넓은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어리석게도, 고작 저 곳인가."

  잭슨은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 거대한 철문을 닫았다.

 '끼이이익, 철컥.'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듯 썩 유쾌하지 않은 소리가 났고, 매쾌한 먼지냄새에 목이 따가웠다.

  바닷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되자 건물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달 빛 조차 구름에 가려져있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상황.

 

 '내가 네가 보이지 않듯이 너도 내가 보이지 않을 거다. 달빛이 들어오는 순간,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느냐가 관건이겠지.'

  ㅡ허나,

 한 공간 안에 독사를 풀어놓으면 누가 후회할 지 기대하라고.

  완벽한 리퍼가 된 잭슨이 살인귀처럼 미소지으며 소리없이 걸어갔다. 아주 똑바르게, 목표가 선명히 보이듯이.

 그 때였다.

 '타앙!'

 "호오, 감은 꽤 좋은가보군. 하지만 이 형편없는 사격솜씨는 뭐냐."

 "가, 가까이 오지 마!!!"

 '탕!탕탕탕!! 타앙-!'

 워낙에 조용했던 터라 넓은 건물 안에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킥..."

  그 때 달빛이 창문 사이로 들어왔고, 잭슨의 웃음소리에 사내가 뒤를 돌아보았다.

 "히이이익!!"

  자신의 뒷 쪽에서 살인귀같이 웃고 있는 잭슨. 복면은 이미 벗은지 오래였다. 붉은 색의 눈동자가 달빛에 비춰 인간같지 않은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사내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그에게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푸욱!!'

 "아아아악!!!!!! 내 손!!!!"

  무언가 빠르게 날아와 사내의 손에 정확하게 꽂혔고, 그 반동으로 총이 멀리 날아갔다. 그것이 단검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잭슨이 그의 앞까지 느긋하게 걸어갔다.

 '또각, 또각, 또각...'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사내가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너는 내, 내가 누군 지 알아?!"

 "호오, 누군데?"

 "나...V물산의 이사 '강호령' 님...이시다! 너같은 건 조사해서 가, 가족까지 다... 마, 말살 시킬...수 있어!!! 니가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하..."

 "크아아아아악!!!!!!!"

  사내의 손등에 박인 단검을 단숨에 뽑아내자 피가 뿜어져나왔다. 얼굴에 피가 튀어 잭슨이 인상을 찌푸렸고, 피 때문에 그가 더욱 살인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내는 공포심에 몸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이지만 안타깝게도, 난 외국인 킬러라, 힘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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