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도,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저 일상 속에 나를 내던지고 있다는, 상투적인 표현만이 현재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표현이었다. 만약 그러한 표현이 적당치 않다면 어떤 표현...
“한 대만”
“끊는다면서요”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성민 형은 실실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가뜩이나 담뱃값도 비싼데 나에게 흡연을 전파한 주제에 금연을 선언한 반골에게 주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칼같이 그러냐...”
“꺼져요”
볼멘소리를 잔뜩 해대며, 그는 옆에 걸터앉았다. 간만의 사색을 방해받은 약간은 껄끄러운 기분이었다. 잠을 방해받은 기분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간접흡연띠!”
아 진짜 병신이... 고개를 이리저리로 돌렸다. 담뱃불을 바닥에 짓이겼다. 간만에 시니컬했던 기분도 짓이기고 싶어졌다. 문을 열었다. 뒤에서 날 부르던 말던
“오늘도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작은 가게지만 마감할 때까지 꾸준히 손님이 들어와서 마감직전에 퇴근 준비를 한다는 건 이곳에서 일한지 두 달이 넘은 지금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힘들다기보다는 보람차다고 느껴지는게 내 멘탈에 문제가 있거나 노예근성이 있다거나 것 중에 하나는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깜깜한 하늘이지만 맑음이 느껴져서 나쁘지 않았다. 이제 가을이 다가온 모양인지 이마에 조금 맺혔던 땀이 금방 마르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몇 개월 전에 올려다보던 하늘처럼 별이 가득하지는 않지만 그때는 할 수 없던 집에 가는 길의 하늘이라 그보다 맘에 드는 것 같다. 집에 가서 웹툰이나 봐야지
흥얼거리고 있던 노래가 뚝 끊기고 익숙치 않은 벨소리가 이어폰에서 울려퍼졌다. 좀만 더 있었으면 최애 파트였는데
“여보세요”
“여보 아닌데여”
“끊습니다”
“야야!....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너무 날카롭네”
그렇게 한참 혼자 너무 차갑다던지 노잼이라던지 나에 대한 평가를 늘어놓더니 지속되는 무응답에 질린건지 주말에 시간있냐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그렇다고 했고 그럼 그녀는 내일 저녁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항상 자기 말만 하는 사람, 나도 제법 무뎌졌는지 그런 그녀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게 신기했다. 간만에 맥주가 절실한 기분이었다. 남들이 태워내는 금요일의 열기에 편승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