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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첫만남
작성일 : 17-06-15 00:37     조회 : 286     추천 : 1     분량 : 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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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실험번호 A.F 22W는 자신이 무슨 실험을 당하는지 오늘에서야 확신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봤을 때 이 깊고 좁은 지하실로 내려온 지 벌써 26일째다. 그동안 햇빛은 단 한줄기도 맛볼 수 없었다. 물도 공급되고 산소도 공급되지만, 오직 단 하나. 햇빛만은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러 올 때에도 불빛은 횃불이 다였다.

  “해가 없어도 25일 넘게 버티네요. 10대 실험체들 중에선 40일이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 실험체는 어떨까요?”

  젊은 흰 가운의 사람이 조금 늙은 흰 가운의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그들의 말과 이런저런 상황을 조합해보았을 때, A.F 22W는 햇빛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실험 당하는 듯했다.

  “글쎄, 꽤 버티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이 실험체를 처음 본 게 6년 전이야. 그때 발령받아 왔으니까. 그런데 눈빛이……하나도 안 변했어. 여전히 맑아. 내가 본 게 6년 전이면 이 실험체는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있었을 텐데도 말이야.”

  “그건 움꽃 종족의 특성 때문 아닌가요? 저 치들은 이렇게 실험을 당하고 죽음에 이르러도 인간을 원망할 줄 모르잖아요. 죽어라고 달려들지도 않고, 실험에도 순순히 응하고, 어떤 증오심도 없이 저희를 보잖아요. 징그럽게…….”

  “쉿. 아무리 그래도 실험체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

  “괜찮아요, 보세요. 별 반응 없잖아요. 솔직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답지 않은 행동을 하니까 혐오스러워요. 누굴 미워하거나 증오할 줄 모른다니……. 말이 되나요? 학대당하면서도 꼬리 치는 개새끼 같다구요.”

  “이 친구 말버릇이 참 고약하구만. 움꽃 종족의 기원에 대해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는 돼. 확실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한 기원이긴 하지만.”

  “아, 그건 저도 들었…….”

  “되었네. 굳이 여기서 나눌 얘기는 아니니 이만 가지.”

  흰 가운의 사람들은 A.F 22W의 피를 조금 뽑은 뒤 짐을 챙겨 나갔다. 쇠창살로 이루어진 철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A.F 22W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동료들이 당한 실험에 비하면 이 정도는 고통이 적은 축에 속한다고 여겼다.

  천천히, 천천히, 시들어가는 죽음.

  누구는 물을 공급받지 못해 말라 죽었고, 누구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숨이 막혀 죽었다. 또, 누구는 끝없이 칼에 찔리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었다. 이 외에도 온몸에 불이 붙어 죽은 사람, 손발이 잘려 죽은 사람, 목이 잘려 죽은 사람, 산채로 내장이 뜯겨 죽은 사람, 눈이 뽑혀 죽은 사람, 고문을 받다 죽은 사람……그처럼 많은 동료들이 큰 고통 속에 죽어갔다.

  물론 힘겹고 외롭다. 무섭고 고통스러우며 이 상황이 끔찍했다. 온몸이 축축 처지고 발끝을 ‘죽음’이란 것이 잡고 끄는 것만 같았다. 자다가 문득 자신이 이미 죽은 건 아닌지 의심한 적도 수없이 많았다. 가끔 환청이 들릴 때도 있었다. 아르모니, 제니오, 피니시온, 이 외에도 많은 환청을 들었지만 무슨 단어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몇 년 동안 여기저기 끌려 다니고, 피를 뽑히고, 목적도 알 수 없는 실험을 당하다보니 이전 기억도 희미해졌다. 실험번호가 아닌 본인의 진짜 이름도, 동료들의 이름도, 죄다 잊어버렸다. 기억나는 거라곤 푸르고 예쁜 숲의 이미지와 여기 끌려오기 직전의 상황들뿐이다.

  공기 좋고 햇빛 좋은 그곳에서 실험번호 A.F 22W는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동료들이 하나 둘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실종사건들로 인해 동료들 사이에도 말이 많았다. 누구는 사람이 데려갔다고 말했고, 누구는 괴물이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해답은 없었다. 다들 불안에 떨며 더 이상 사라지는 동료가 없길 바랄 뿐이었다.

  결과적으론 전자가 맞았다. 어느 날,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찾아왔다. 그리곤 ‘황제 폐하 성명’이란 것을 발표했다. 그들은 A.F 22W와 그 동료들을 ‘움직이는 꽃’, 줄여서 ‘움꽃’이라 불렀다. 움꽃은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되었기에 이제부터 채집 작업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다들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어버버 거리다 포박 당했다. 반항한 동료들도 있었지만 갑옷을 입은 사람들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꽃과 사람. 꽃, 꽃, 꽃……사람, 사람.

  실험번호 A.F 22W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들은 자신과 동료들을 ‘꽃’이라고 했을까. 숲에도 꽃은 많았다. 하지만 그 꽃들과 A.F 22W는 달랐다. 꽃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생긴 것도 엄연히 식물의 형태였다. 반면 A.F 22W와 그 동료들은 사람처럼 두 팔, 두 다리, 두 눈과 하나의 코, 입을 가지고 움직이고 말도 했다. 사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갑옷을 입은 사람들과 흰 가운의 사람들은 A.F 22W와 그 동료를 ‘꽃’이라 불렀다.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A.F 22W는 쓰러지듯 바닥에 누웠다. 기운이 부족해 앉아 있을 수조차 없었다. 쪼글쪼글해진 손이 눈앞에 보였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머지않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쭈룩, A.F 22W의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살고 싶었다. 기적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다른 사람 다 제쳐두고 자신에게 달려오길 바랐다. 동료들이 매일 중얼거렸던 ‘신’이란 것이 정말 있다면 어서 자신을 구해주길 바랐다. 죽음이 무서운 건지 아니면 이대로 죽기 억울한 건진 모를 일이었다.

  “신이시여…….”

  ―구해주세요.

  A.F 22W는 남은 힘을 간신히 쥐어짜내 중얼거렸다. 어떤 특정한 신을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향해서, 기적을 행해줄 누군가를 향해서 내뱉는 간절한 부름이었다. 그녀의 동료들이 죽기 직전까지 외쳤듯이.

  “……구해주면 넌 내게 무얼 줄 거야?”

  이상하다? A.F 22W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느릿느릿 눈을 껌벅였다. 눈앞에 갑자기 웬 소녀가 나타나 말을 걸고 있었다. 검은 머리칼에, 기이할 정도로 번쩍이는 황금 눈. 소녀를 마주하고 있자니 두 눈이 시려오는 것만 같았다. 어쩜 저렇게 눈이 펑펑 거리는 느낌이지?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데…….

  “있잖아, 내가 말하고 있잖아? 구해주면 나한테 뭘 줄 거냐니까? 아, 혹시 말하기 힘들면 그냥 속으로 생각만 해도 돼. 충분히 들리니까.”

  ―들린다고?

  “그래. 내 눈이 펑펑 거린다는 것도 다 들었어. 좀 특이하긴 하지?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도 빛나고 말이야.”

  ―확실히…….

  “자자, 시간이 얼마 없어. 곧 있으면 ‘그 아이’가 올 거야. 어서 대답해줘.”

  ―전, 저는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럼 나중에 생기면 줄래? 응? 일단 구해줄 테니까.”

  ―무엇을요? 구해준다니, 당신은 누구고 어디서 나타난 거예요? 아, 이거 혹시 환상인가.

  “나? 네가 불러놓고 묻기는……재밌는 아이구나. 환상이라,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쾅! 어디선가 굉음이 발발했다. A.F 22W의 기도에 부응하듯 연속적으로 쾅, 쾅쾅쾅. 화끈한 팡파르와 함께 화음을 이루듯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런, 네가 늦장 부려서 벌써 와버렸잖아. 할 수 없지 나중에 얘기하자. 네가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잠시간 버틸 수 있는 힘과 생명력을 부여해줄게. 내가 사라지면 나에 대한 건 잊게 될 거야. 다시 만나게 되면 기억이 되살아날 테니 걱정 마. 또 보자, 로엘.”

  소녀는 연기가 흩어지듯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렸다. 동시에 A.F 22W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 대화는 까마득히 묻혀버렸다. 그녀가 잠시 멍을 때리는 사이 계속해서 무언가 부서졌다. 터지는 소리도 들렸고, 깨지는 소리도 들렸다. 물건을 챙기라는 둥, 자료를 챙기라는 둥, 혹은 살려달라는 둥 여러 가지 얘기들도 들려왔다. 총 쏘는 소리와 칼이 부딪히는 소리도 있었다.

  쿵쿵쿵. 벽을 타고 바닥을 타고 파괴의 소리가 계속 울렸다. 덩달아 A.F 22W의 심장도 쿵쿵 뛰었다. 발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구원의 소리일까 나락의 소리일까. 그녀는 왜인지 모를 찝찝한 기분을 털고 귀에 온 신경을 쏟아 부었다.

  “여기도 한 명 있네요!”

  하이톤의 여자 목소리가 A.F 22W의 벽을 뚫고 들어왔다. 낯선 목소리. 낯선 억양. 정말로 기적이 일어난 건가? A.F 22W는 바닥에 누운 그 자세 그대로 눈동자만 굴려 위를 쳐다보았다. 철창 너머로 복면을 쓴 여성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주위로 비슷한 차림의 사람들이 퍼져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죄다 얼굴을 가린 그림자 같은 사람들뿐.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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