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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망치는 영웅
작가 : time stop
작품등록일 : 2017.6.2

겁쟁이, 비겁자, 도망자라고 불렸던 용사의 동료인 카인. 그는 마지막, 마왕과의 싸움에서 용사 로엘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죽음을 직감하고 지면에 머리를 처박은 후, 눈을 떠보니……살아 있었다.
마왕 퇴치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세계에서. 카인은, 로엘을 찾는다.

 
겁쟁이는, 전략을 짠다.
작성일 : 17-06-14 23:59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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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어라, 내 말을.

  “……따라와.”

  그녀는 스태프를 내렸다. 그리고 표정을 굳힌 채로, 길을 나섰다.

 

 

 

 

  하얗다.

  이 단어 이외에 신전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화전촌 사이에 끼어 있는 신전 하나. 오히려 화전촌 자체가 이물질로 보일 정도다. 아니, 이물질인 게 맞나?

  “로엘은 지금……조금 심각한 상태야.”

  “얼마나?”

  “……말을 해도 제대로 듣지 않아. 매일 신전에 틀어박혀서는, 잠도 제대로 자는지 의문이야.”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신전, 신전에……기도라도 하는 건가.

  “여기에……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 앉아있었다. 바로 작은 문, 똑같이 새하얀 한 문의 앞에서.

  크게 숨을 들이 쉰다, 그리고 심호흡 한다.

  진정, 진정하자. 저기에 로엘이 있다. 뭐라고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이미 생각해 뒀으니까.

  똑똑.

  가녀린 손이 문을 가볍게 두드린다. 대답은, 없다.

  “……로엘. 들어간다.”

  대답 역시, 또 없다.

  끼이익. 하고, 문이 열렸다.

  어둠 속, 빛 하나 없는 곳. 그곳에서도 로엘의 푸른 머리카락은 선명하게 빛을 발했다.

  “…….”

  “로엘, 괜찮아? 잠은 잤어?”

  “…….”

  로엘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인다. 그 눈은,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레르헨…….”

  “로엘, 지금 마을이 위험하다고 촌장님이 그러셔.”

  “위험해도 나……는.”

  로엘은, 그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는. 지금 죽어있었다. 숨 쉬고 있지만, 움직이고 있지만.

  ‘저건 아니야.’

  저건 내가 알고 있는 로엘이 아니다. 용사가, 영웅이 아니다. 그저 자신을 끊임없이 원망하는 덜 떨어진 사람일 뿐.

  무너져 가고 있다, 로엘은. 너무나도 많은 자학과 고통으로 인해 무뎌지고 있어.

  “어차피, 지키지 못했는데. 구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죽어버렸는데 이제 와서…….”

  “지키지 못한 게 아니잖아…….”

  “…….”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키지 못한 게 맞다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난 용사라 불릴 이유도 없어, 용사도 아니야.”

  “너는…….”

  “네가 생각하는 용사는 이제 없어.”

  “…….”

  “내가……내가 지켜줘야 했는데, 그래야 했는데. 나 때문에, 죽어……버렸어.”

  로엘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진다. 자신을 원망하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 간다.

  “넌 용사야.”

  이건 아니잖아. 이건 로엘이 아니야. 내가 알던 녀석의 모습이 아니야. 이렇게 자신을 원망하는, 자신을 깎아내리려던 모습이 아니야.

  난 내게서 도망쳤어. 버리지 않았다, 고.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나는 그렇게 말 할 자신이 없어. 그 일이 있고 나서도. 너는, 너는 나를.

  넌 나를 놓지 않았으니까, 나도 널 놓지 않을게.

  “……누구?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서…….”

  열려 있는 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빛을 한 손으로 가리며, 로엘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넌 용사라고.”

  갑작스럽게 말한다. 그 말에 로엘의 얼굴은 조금 찌푸려졌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니야.”

  부정한다. 아니라고, 이제 용사가 아니라고.

  “용사.”

  계속해서 말한다. 네가 이런 사람이라고. 로엘의 머릿속에 각인 시킨다.

  “……아니야.”

  맞아, 틀리지 않아.

  “지키지도 못했으니까, 구하지도 못했으니까 이제……이제 용사는, 영웅은 아니야.”

  지키지 못해? 구하지 못해? 그게 더 아니야, 한 번. 한 번만 돌아봐.

  “넌 용사라고.”

  앞으로 한 걸음.

  “아니야……나는……!”

  두 걸음.

  “맞아, 너는……넌 용사야.”

  세 걸음, 그리고 네 걸음.

  “아니라고! 대체,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마지막, 다섯 걸음.

  “너는……너는 용사라고 이 망할 자식아!”

  그대로 로엘의 멱살을 붙잡는다. 빛이 아닌 어둠속, 그 밑으로 드러나는 윤곽에 로엘의 눈이 커진다.

  “카……인?”

  가까이 다가갔기에 내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는 로엘, 역시나. 정말로 놀란 표정이야.

  “너는 용사잖아! 그러니까 부숴, 없애버려. 눈에 보이는 건 다 때려 부숴!”

  너는 싸우고, 그런 너를 바라보며 도망친다. 그게 항상 일어나는 일, 당연한 이야기의 전개와 결과.

  “카인……카인 넌, 살아……있었구나.”

  로엘의 그 말에 답하지 않는다. 너 자신을, 네 가치를, 네 역할을 알아야지.

  “항상 네가 그랬던 것처럼 싸워! 나는……난 항상 그랬던 것처럼 도망갈테니까!”

  차마 도망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못해. 내가, 카인이 도망치지 않는 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아.

  그 어떤 마법으로도, 과학의 힘으로도 나무를 돌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건 바뀌지 못하는 세상의 법칙이자 상식. 하지만 그 나무를 가공해서 돌만큼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나무를 돌 모양으로도 깎을 수 있다.

  비틀고 변형하는 것. 그렇기에 나 역시 ‘도망자’라는 단어를 비튼다.

  “로엘, 싸워. 같이……너와 함께. 아니, 모든 사람들과 함께 도망칠 게.”

  “카인……진짜 카인…….”

  로엘의, 용사의, 영웅의 눈에 생기가 깃들기 시작한다. 죽어 있던 영웅은, 껍데기만 있던 영웅의 안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카인이야……진짜……살아 있는 카인이었어.”

  “그래, 나야. 이렇게 확실히 살아있는데 멋대로 사람을 고인으로 만들지 말라고.”

  로엘, 이번에 나는 너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게.

 

 

 

  “어쩌실 겁니까?”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아키르나 그가 묻는다. 나는 그의 말에 양 옆으로 팔을 벌리는, 그런 제스처를 취한다.

  “어쩌긴요. 도망쳐야죠.”

  “……혼자서, 말입니까?”

  “글쎄요.”

  양팔을 하늘 위로 쭉 뻗었다.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지만, 이거면 되겠지.

  “일단 저 망할 친구 녀석이랑……겸사겸사 다른 인간들까지 같이해서.”

  도망쳐주마. 로엘과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발버둥 치고 살아남아주마 이 망할 세상아.

  “그럼……저도 겸사겸사 도와드리죠.”

  그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현재 그나마 파악된 마물들의 수는……어림잡아서 수백입니다.”

  “흐음…….”

  심각하다, 그것도 매우.

  이곳은 화전민들이 모여서 만든 마을이다. 이름만, 형식만 마을이지 실제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단 방어부터가 문제다. 저 정도의 마물들을 막을 수는 없으니 도망쳐야 할 텐데 이게 쉬운 게 아니다. 한두 명도 아닌 수백 명의 사람들을 단시간에 도망치게 한다?

  안전지역에 진입하는 데에만 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 마을의 방어가 얼마나 철저한지.

  “이건 어쩔 수가 없네요…….”

  마을에 제대로 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수가 현저히 적다. 무언가를 시도하기에는 역부족인 숫자라는 거다.

  그러니 마을의 방어 대책도 그저 마을 주변에 나무로 된 울타리를 두르고 그 위에 철조망을 씌운 것 뿐. 약한 짐승들에게는 조금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그런 짐승들의 능력을 상회하고도 남는 마물들에게는 1초를 벌까 말까한 방어 대책이다.

  그리고 피난.

  그저 대피하세요, 라고 소리만 치면 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통솔하고, 사람들은 냉정한 판단을 내려 신속하고 안전하게 빠져나가야 하는 것인데 이런 화전촌에서 그런 교육 따위를 했을 리가 없다.

  분명 대 혼란이 일어나서 통솔은커녕 마을을 빠져 나가는 데에만 시간이 지체될 뿐이었다.

  “호위 쪽은요?”

  나는 호위로 끌고 온 용병들의 대장 격이라 할 수 있는 펜터에게 물었다.

  “말 안 해도 알잖아 형씨.”

  “……혹시나 기대 좀 해봤습니다.”

  역시나.

  용병들은 받은 만큼만 일한다. 추가 요금이 없으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이건 정말로 쉽게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몸의 하나하나가 무기이고 재산인 사람들이다. 이런 것에 괜히 뛰어들 이유는 없었다.

  “후불로 거금을 지불하는 건 안 됩니까?”

  아키르나, 그의 말에 펜터는 양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후불로 받을 수 있는 건 우리들이 충분히,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때뿐이야. 고용주씨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용병들도 지 목숨 소중한 건 잘 알고 있거든.”

  용병들이 돕지 않겠다고 말해도 딱히 상관은 없다. 항상 도망치던 궁리만 하던 내 머리는……꽤나 괜찮은 방법을 도출 해 냈거든.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손을 써둘 겁니다. 생각한 게 있으니까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많은 인원을 통솔하고, 이송할 것이냐는 거다.

  도보로 가기에는 너무 느리고 중간에 낙오자가 발생할 게 분명했다.

  “어린아이와 노년층이……생각보다 많군요.”

  이 마을에는 젊은 층의 사람들처럼 꽤나 장거리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그렇기에 마차나 말을 통해서 이 사람들을 이송해야 하는데. 이 마차의 수가 조금 적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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