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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로드 오브 판타지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6.2

변방의 숲에서 신의 힘(익시드 소울)을 찾아 해메던 공왕의 장남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하나뿐인 아들이자 유일무이한 후계자였던 그가 죽자 공국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히스테리에 일종의 정신병 까지 얻은 대공왕 크리스토 폰 디아드리아무스는 그간 사이가 안좋았던 중부의 벨로드릭 왕국에게 누명을 씌우며 책임을 묻는다. 그 내용은 하나, 속히 범인을 찾아 공국에 바치지 않으면 왕국 땅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으름장.

공황상태에 빠진 왕도 시민들은 전쟁의 위협에 불안을 떨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데.....

어느날 왕도 제일 가는 장군, 리드웨이가 왕에게 부름을 받는다.

공국 후계자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내 왕도를 전쟁의 불씨로 부터 지켜달라는 부탁인데......

지금 껏 국경선에서 공국과 대치하는데 일생을 바치던 리드웨이는 장비를 챙기고 적국이자 미지의 땅, 디아드리아 공국에 발을 딛게 된다.

 
7
작성일 : 17-06-14 21:25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9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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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핸드무어가 리드웨이를 흔들어 깨웠다. 덜렁거리고 가벼운 느낌의 성격을 가진 핸드무어이지만 기본적으로 리드웨이보단 나이가 3~4살이 많았다. 사소한 부분을 파고들자면 리드웨이보다 핸드무어가 가정적인 면에선 좀더 부지런했는데 이 경우가 바로 그것이었다. 언제나 먼저 일어나는 것은 핸드무어 쪽이었던 것이다.

 

 낡은 침대에 드러누운 리드웨이를 난폭하게 흔들자 목재로 틀을 짠 침대가 불안하게 삐걱거렸다. 리드웨이는 방해받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핸드무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대체 뭐야."

 

 하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심했다. 촐랑거리고 덜렁거리는 핸드무어는 기본적으로 리드웨이보단 어른이었기 때문에 동생을 괴롭히는 짓은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다. 게다가 핸드무어의 가문인 파일브레스 가문은 어떠한 이유 때문에 타인을 괴롭히는 것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직 미스리안 게이트를 통과할 시간은 되지 않았다. 미르헨인지 뭔지 공국의 국경 도시에서 영주를 만나 본격적으로 사신단으로서의 승인을 받기로 한건 사실이지만 그건 오후의 일이었다.

 

 지금은 아직 해도 뜨지 않아 하늘이 거뭇거뭇한 늦새벽이다.

 

 리드웨이의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을 새겨넣을 심보가 아니라면 지금부터 깨우는건 뭔가 이상했다. 아니, 아무리 부지런한 핸드무어라도 이런 이른 시간부터 깨어나 있는 일은 드물었다.

 

 "일어나봐 리드웨이! 이것 좀 보라구!"

 

 도저히 그만둘 기색이 보이지 않아 결국 리드웨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얇은 면으로 만든 실내옷 차림의 리드웨이는 금방이라도 다시 꿈나라로 떨어질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잠깐 일어났는데 식탁 위에 이런 편지가 하나 놓여있었어."

 

 "편지라고?"

 

 리드웨이는 눈을 비비곤 앉은 채로 핸드무어의 편지를 받았다. 방안은 어두웠지만 붉은 잉크로 두껍게 칠해진 한 문장의 그 글귀는 이런 어둠 속에서라도 훤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했다.

 

 '돌아가.'

 

 커다랗게 적혀있는 글귀는 두꺼운 붓으로 휘갈겨 쓴 듯 날카로운 필체를 가지고 있었다.

 

 편지를, 아니 편지와 엇비슷한 경고장을 내려다본 리드웨이는 마른세수를 하고는 뒷통수를 맞은 듯 잠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핸드무어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엔 공국 녀석들의 짖굳은 장난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데."

 

 "우연이군, 나도 그래."

 

 "애초에 누가 이 방으로 들어왔다면 우리 둘 중 누군가가 반드시 깼을거야. 안그래?"

 

 핸드무어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안고 씨름하는 탐정 처럼 주변을 서성였다.

 

 "이건 경고장이야. 아무래도 이 편지를 쓴 누군가는 우리가 더이상 공국에 들어가는 것을......아니, 어쩌면 이번 사건에 관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리드웨이가 편지를 몇번 펄럭이며 말했다.

 

 "병사들을 탐문해볼까? 여기는 미스리안 게이트잖아. 분명 이 편지를 두고간 녀석의 모습을 본 병사가 있을지도 몰라."

 

 "아니야. 인기척도 없이 이 방에 대놓고 경고장을 두고갈 정도의 녀석이 일개 병사들의 눈에 띌리가 없어."

 

 "그럼 어떡하지?"

 

 리드웨이는 침대 밖으로 벗어나 식탁 위에 있던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들이키고는.

 

 "이대로 무시하는 수 밖에 없어. 우리가 이 경고장을 무시했을 때 어떤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군."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나?"

 

 "이건 모험이 아니라 임무야. 폐하께서 내리신 임무. 우리에겐 그것을 완수해야 할 의무가 있어. 이 따위 하찮은 도전장에 기울 정도로 우린 나약하지 않잖아."

 

 핸드무어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트레제와 파일브레스 가문을 건들인걸 후회하게 해주자고."

 

 "좋아, 그런 의미에서 난 조금 더 자겠어."

 

 "그만 일어나 이제 슬슬 동이 틀 시간야."

 

 "그럼 그 때 깨워줘."

 

 결국 리드웨이는 아침 식사를 가지러온 공국의 병사가 문을 두드릴 때 까지 퍼질러 잤다.

 

 똑똑.

 

 대답을 듣지 않고 들어온 공국 병사의 손에는 적은 양의 야채스프와 푸석푸석한 호밀빵, 물 한 컵이 담겨있는 쟁반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나갔다.

 

 "왕국에서 태어나길 잘했어."

 

 부드러움 보단 바슬바슬함에 가까운 빵과 비슷한 무언가를 입에 대충 쑤셔넣은 핸드무어의 불평을 들은 뒤 리드웨이도 무사히 아침식사를 끝냈다. 새벽에 누군가에게서 받은 경고장은 대충 구겨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고 둘을 안내할 공국의 병사가 나타날 때 까지 둘은 미스리안 게이트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소문의 마도포대는 이곳에 없는 모양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후시간에 방으로 들어온 둘은 언제 부턴가 발을 동동구르며 둘을 기다리고 있던 병사 둘과 마주쳤다. 바로 둘을 미르헨이라는 도시까지 안내해줄 역할을 맡은 병사들이었다.

 

 병사는 이제야 왔나, 하는 떫떠름한 표정으로 둘의 모습을 슥 훑더니 미스리안 게이트 밖으로 둘을 안내했다. 오랫동안 가뭄이라도 들은건지 쩌적 쩌적 갈라져있는 황폐한 대지의 모습이 지평선 너머까지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숲과 산, 호수와 강 등 생명력이 넘치는 왕국의 자연과 비견해 볼때 무척이나 절망스러웠다.

 

 "무장이오?"

 

 허리에 찬 검을 본 공국 병사가 문득 물었다. 미스리안 게이트를 빠져나오고 10분 정도 지났을 때 였다.

 

 "그렇네."

 

 리드웨이가 즉시 대답했다. 병사는 그 말을 듣고 약간 경계하듯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사신단이라곤 하나 싸울 수 있는 자를 안내하는 것과 싸울줄 모르는 자를 안내하는 것은 천지차이인 모양이다.

 

 사신단에 일개 병사를 보낼리는 없고.....

 

 공국 병사의 눈에서 의구심이 싹트는 것이 보였다. 만약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자신의 역량으로 리드웨이와 핸드무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재보는 것이었다.

 

 "미르헨 까지는 얼마나 가야하지?"

 

 "이틀은 걸릴것이오. 중간에 마을 하나를 지나쳐가야 하지. 오늘 밤 중으론 도착할거요."

 

 병사가 대답했다. 철거덕 거리는 그의 철갑옷에 희미하게 공국의 국기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날개접은 금독수리가 공국의 국기였는데 갑옷이 얼마나 오래된건지 그림이 다 벗겨져 신경쓰지 않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말은 없는거야? 설마 정말로 걸어야해?"

 

 핸드무어가 비아냥 거렸다. 공국의 사신단이 베헤모스의 입을 통과할 때마다 왕국은 언제나 튼튼한 말을 준비해주었다. 잠재적 적국이라도 최대한 예를 표하자는게 레글람 대왕의 모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사신단의 입장이 되어 베헤모스의 입을 지나, 미스리안 게이트를 통과한 핸드무어는 두 번의 형편없는 식사에 벌써부터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공국에는 말이 많지 않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러했다. 핸드무어는 기가막혔다.

 

 "이렇게 땅덩이가 넓은데 말이 없다고? 말도안돼!"

 

 "없다면 없는줄 아시오."

 

 툭 쏘아붙이는 공국병사가 굉장히 마음에 안드는 핸드무어였지만 리드웨이의 눈빛을 보고는 땅에 침을 퉤 뱉는 것으로 화를 삼켰다.

 

 한 시간 가량을 걷자 갈라진 대지 끝에 강과 다리가 보였다. 몽환 전쟁 때 공국의 군대와 치열하게 싸웠던 전쟁터 중 하나로 확실히 '디번 강' 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 터였다.

 

 강가 앞에 다다르자 핸드무어는 인상을 찌푸렸다. 강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그곳은 그저 물이 조금 흐르고 있는 냇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아드리아 공국의 영토가 크기만 컸지 땅의 비옥도는 처참하다는 것 쯤은 알고있었지만 몽환전쟁 이후로는 그 상황이 더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듯 보였다. 아직 오후 4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하늘이 새까맸고, 그렇다고 비를 내리기 위해 먹구름이 몰려있는건 아닌것으로 보였다. 마치 화산재가 자욱하게 하늘에 층을 이루고 있는것 같았다.

 

 대체 저건 뭘까.

 

 바짝 시들어서 밟으니 바삭 거리는 소리가나는 풀을 즈려밟으며 핸드무어와 리드웨이는 강을 건넜다.

 더이상 강이라고 부르기에 뭣한 그것을 뛰어넘으니 저 멀리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행상인인가?'

 

 리드웨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곧 알아챌 수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판금 갑주로 온몸을 도배한 뒤 안면 전체를 가리는 철가면과 투구를 뒤집어 쓰고, 보랏빛 망토를 두르고 있는 위압적인 분위기의 전사 세 명이 미스리안 게이트 쪽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을 보자 둘을 안내하던 공국의 병사 둘이 잔뜩 위축됐다. 범을 만난 강아지 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압적인 분위기의 전사 셋은 그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태연하게 일행 옆을 슥 지나쳐갈 뿐이었다.

 

 뚜각 뚜각.

 

 그들이 다리를 건너는 발소리가 멀어질 때 쯤 공국 병사 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리드웨이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건 대체....?"

 

 처음보는 복장의 병사였다. 게다가 장비의 질도 지금 자신을 안내중인 병사들 것 보다 수십배는 더 우수해보였다. 아니, 심지어 일개 병사들에게도 최상급의 장비를 지급해주는 벨로드릭 왕국의 군단병들 보다 더 우수해보이는 장비였다.

 

 언제부터 공국이 저런 장비를 병사들에게 지급해줄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생긴 것일까.

 

 리드웨이의 질문에 공국의 병사는 씁쓸하게 혀를 칫 한 번 차고는.

 

 "기분나쁜 마도기사 녀석들."

 

 "마도기사?"

 

 리드웨이의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그러자 입을 연 병사의 동료가 그의 어깨를 팍! 치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아, 미안."

 

 "마도기사라는게 대체 뭐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핸드무어가 되묻자 두 명의 병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알필요 없소. 어서 걷기나 하시오."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듯 보이는 공국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둘은 하늘 가득 별이 드리워질 때 쯤 미르헨의 아랫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별다른 이름 없이 '미르헨의 아랫마을' 이라고 불리는 듯한 그 마을은 이름과는 다르게 미르헨 도시와 꽤 멀직이 떨어져 있는 듯 보였다. 왜냐하면 둘을 안내해준 병사가 리드웨이와 핸드무어를 후줄근한 여관에 안내해 주면서 내일 저녁 때나 돼야 미르헨의 불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둘은 쥐가 갉아먹어 성한 곳이 없는 목재 여관 건물 1층 식당칸에서 걸쭉한 야채죽과 버터를 바른 푸석푸석한 빵으로 형편없는 저녁식사를 떼운 뒤 배정받은 방이 있는 3층으로 향했다. 2인실이었다. 하지만 침대는 하나 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시트가 쥐들에게 뜯겨 엉망진창이고 뭔지모를 누리끼리한 얼룩으로 이불이 더러워져 있는 상태였다. 남은 한 명을 위해 서랍칸 위에는 까는 이불과 덮는 이불, 그리고 별도의 배게가 준비돼 있었지만 이것도 상태는 저질이었다.

 

 둘은 공국의 사신이 왕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생각하며 불쾌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특히 핸드무어는 슬슬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당장이라도 1층으로 내려가 죄없는 주인의 멱살을 쥐고 이리저리 흔들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간신히 뜯어말린 리드웨이는 일부로 그런게 아니라 공국의 형편상 어쩔 수 없다는 둥, 도시에 도착하면 이것보다 괜찮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것이라는 둥 최대한 핸드무어를 달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결국 그를 진정시키는데 리드웨이는 삼십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핸드무어를 어르고 달랬고 리드웨이가 핸드무어에게 침대를 양보해주는 것으로 일단 하루가 무사히 지나는 듯 싶었다.

 

 그런데.

 

 마을 전체가 깊은 잠에 빠진 새벽 3시 가량.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잠에서 깬건 당연히 핸드무어였다. 그는 잠귀가 밝았으니까.

 

 처음에는 용무가 있는 여관의 주인인줄 알았다. 여러 낮선사람들이 모이는 여관에는 언제나 절도사건이 뒤따랐는데 새벽에 금품을 도둑맞은 사람이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여관 내부를 먼저 샅샅히 뒤지는게 가장 보편적인 첫 번째 절차였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부를 이룬 벨로드릭 왕국도 외국인들이 붐비는 장소에서 빈번하게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빈곤한 왕도시민부터 제국, 공국의 여행객들 까지 모두가 피해자, 가해자가 되곤 했다.

 

 하물며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이곳은 오죽하랴.

 

 핸드무어는 대충 눈을 비비곤 의심도 없이 문을 잡아 열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조명이 꺼진 어두운 공간에서 섬뜩하게 빛나는 날카로운 뭔가가 열리는 문의 틈새를 비집고 핸드무어를 향해 돌진했던 것이다.

 

 "우악!"

 

 예리한 칼날의 희미한 반사광에 전사의 본능이 깨어난 핸드무어가 거의 반사적으로 공격을 비스듬히 피하며 우악스런 비명을 지르자 리드웨이가 깨어났다.

 

 "무슨 일이야?"

 

 핸드무어가 깨어난 리드웨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팔려 고개를 뒤로 돌린 틈을 타 다다다다 하는 발걸음 소리가 부지런히 들렸고.

 

 "제길!"

 

 핸드무어는 상황 조차 파악하지 못한 리드웨이를 내버려둔채 침대 옆에 기대놓은 검을 챙겨서 여관 밖으로 달려나갔다.

 

 "잠깐 핸드무어!"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해 하는 리드웨이가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건지 확인해보기 위해 핸드무어의 뒤를 따라가려고 옆에 뉘어둔 자신의 검을 더듬더듬 찾아 밖으로 달려나가려고 했다.

 

 바로 그 때.

 

 쨍그랑!

 

 창문이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방 안으로 누군가 들이닥쳤다.

 

 

 

 

 

 

 

 핸드무어는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서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어디로 갔지?"

 

 그의 오른손엔 청아한 푸름을 담은 서리같은 칼날이 번뜩이고 있었다. '프리에아스'라는 이름을 가진 검으로 파일브레스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가보였지만 지금은 핸드무어가 물려받은 그의 검이었다. 핸드무어는 언제 어디서 기습적인 공격이 닥치더라도 대처할 수 있게 두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리고 검을 든 오른쪽 팔꿈치를 약간 구부린 채 아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깊은 밤이 내려앉은 아랫마을 미르헨은 죽음과도 같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아침에 봤던 하늘의 탁한 잿빛 구름이 마을에 내려오기라도 한건지 곳곳에 으스스한 한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잠이 없는 개가 심술궂게 짖어대고 횃불을 든 왕국 군단병이 수시로 거리를 순찰하고 다니는 벨로드릭 왕국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심야의 공동묘지에도 도굴꾼으로 부터 묘지를 지키는 묘지기가 있는 법인데, 이곳에는 그러한 최소한의 인기척 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분나쁜 곳이로군.'

 

 핸드무어는 알 수 없는 오한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추위 때문은 아니었다. 따지고보면 미르헨은 브리든 보다 위도상으로 남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보다는 따뜻했다. 물론 1월의 추위는 무시할 수 없어 동쪽나라 디아드리아의 특성 답게 습기가 많아 서리가 내려앉아 있기는 했지만 이 역시 벨로드릭의 짖굳은 동장군 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핸드무어는 소리지르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욕설, 도발적인 한 마디, 조롱. 싸울 때는 비단 검만이 무기가 되어주지는 않는 법이었다. 상대의 심기를 건드려 무모한 공격을 유도하게 도와주는 말 또한 아주 강력한 무기가 돼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핸드무어는 그럴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질렀다가 괜스레 마을 주민이 깨어나 밖으로 나오는 일이 벌어진다면 무고한 그들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것 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핸드무어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탐색을 계속했다.

 

 바로 그 때 무언가의 그림자가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비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심연의 한 가운데에서, 그것보다 더욱 짙은 어둠의 명암이 골목 쪽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핸드무어는 망설임 없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리드웨이를 불러야 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파일브레스 가문에게 싸움을 거는 것인진 몰라도 리드웨이 까지 끌어들여야 할 정도의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골목으로 들어간 핸드무어의 눈에 제일 먼저 띈 것은 사슬 갑옷으로 무장한 창을 든 병사였다. 그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움직임으로 골목길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열 걸음 움직일 때 마다 좁은 골목길의 양 옆 건물 벽에 네 다섯 번씩이나 부딪힐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핸드무어는 실망했다.

 

 그는 그냥 술에 취한 디아드리아 공국의 병사가 틀림 없었기 때문이다.

 

 핸드무어를 공격했던 것은 창이 아니라 검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취해 인사불성이 된 녀석이 단련될 대로 단련된 핸드무어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분명 계단을 네 칸도 채 내려가기도 전에 넘어져 고꾸라졌을 것이 틀림 없다.

 

 "빌어먹을."

 

 핸드무어는 아쉬운듯 한숨을 쉬며 프리에아스를 땅에 퉁 퉁 때리고는 왼손에 쥔 칼집에 도로 넣었-

 

 ".....!"

 

 챙강!

 

 어둠을 넘어선 어둠의 그림자가 핸드무어의 전신을 가리자 본능적으로 반 쯤 집어넣은 검을 도로 뽑아 재빨리 자신의 머리 위를 방어한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좁은 골목 안에서 메아리 친다.

 

 "제길, 이 녀석!"

 

 검으로 핸드무어를 내려치고 있는 것은 사슬갑옷 차림의 병사였다. 확인할 필요도 없이 디아드리아 공국의 병사였다. 입고있는 장비로 보아 북부의 병사임이 틀림 없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사슬갑옷은 복부 쪽이 갈라져 있었고, 그 틈새로 북부 공국병들이 착용하는 저킨의 모습이 얼핏 보였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발로 놈의 배를 힘껏 차내며 핸드무어가 물었다. 복부를 걷어차인 공국병이 2m가량 날아가 뒷통수를 땅에 쳐박았다.

 

 두다다다다.

 

 불길한 발걸음 소리가 등 뒤로부터 들려온다.

 

 핸드무어는 위로 뛰어올라 양 옆의 벽을 두 세번 걷어차며 높게 도약해 뒤에서 달려드는 무언가의 뒤로 빠져 착지했다.

 

 조금 전까지 핸드무어가 서있던 장소가 날카로운 창날에 꿰어 있었다.

 

 다행이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핸드무어는 인상을 찌푸렸다.

 

 '둘이 한 패인 모양이로군.'

 

 범인이 밝혀졌다. 이제 때려눕히는 일만 남았다. 핸드무어는 프리에아스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거머쥐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과연 공국의 병사를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것인가?

 만약 공국과 왕국의 직접적인 전쟁의 신호탄으로 사용하려는 크리스토 대공왕의 꿍꿍이는 아닐까?

 

 핸드무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베헤모스의 입을 통과한지 하루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레헤른의 공왕에게 이 사실을 알려도 이 넓은 공국 땅에서, 게다가 도시와 도시간의 연결고리도 열악한 환경에서 곧장 레헤른 까지 이것을 알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독자적인 소행일까?

 

 그것도 생각하기 어려웠다.

 

 실행할거면 둘이 미스리안 게이트에서 하룻밤 묵을 때 벌써 저질렀을 것이다. 굳이 둘이 아랫마을 미르헨에 도착할 때 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을테니까. 게다가 아무리 귀족이나 백부장 쯤 되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어도, 설령 공작가의 다음가는 후작가라 할지라도 타국의 사신을 제멋대로 처리할 수 있을리는 만무했다. 그게 설령 대공왕이 왕국을 쳐부숴버리고 싶어 안달이난 상태라도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너 이 자식......"

 

 핸드무어는 생각했다. 어제 새벽에 미스리안 게이트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경고장'을.

 

 돌아가 라고 적혀있던 섬뜩한 글귀의 내용을.

 

 그것은 필시 로잘랜드 폰 디아드리아무스를 살해한 '누군가'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만약 그 조직적이고 융통성없는 '누군가'가 리드웨이와 핸드무어의 목적을 알고있거나, 혹은 둘이 나타남에 따라 자신들의 계획이 엉망이 될 것 같다고 인지하고 있다면.

 

 '충분히 벌일만한 일이로군.'

 

 핸드무어는 납득했다.

 

 '하지만 어떡하면 좋지?'

 

 그리고 고뇌했다. 자신을 노리는 흑막이 대충 공국인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냈다. 이것은 큰 수확이다. 잘만하면 레헤른에 도착하지 않고도 벨로드릭의 누명을 벗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범인이 누군지 증언해줄 유력한 눈앞의 적 둘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것이었다.

 

 핸드무어의 뇌리에 스친것은 일단 한 가지.

 

 저 둘은 무슨일이 있어도 죽여선 안된다는 것.

 두 번째, 절대 자결하게 냅둬선 안된다는 것.

 

 죽은자는 말이 없었고 오히려 공국의 병사를 살해했다는 이유만으로 리드웨이와 함께 수배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그 사실이 레헤른 까지 도달한다면 분개한 대공왕이 정말로 벨로드릭을 향해 진군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다행이 핸드무어는 맨손으로, 무장한 적 다수를 제압하는 격투술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핸드무어는 리드웨이와는 다르게 '태도'의 사용자였다. 칼등으로 상대의 목을 쳐내 산소를 토해내게 만들어 무력화 시키는 것 쯤은 일도 아니었다.

 

 대충 그림이 그려진 것 같아 핸드무어는 입가에 웃음을 띄었다.

 

 잘 훈련된 병사가 적이라고 할 지라도 2:1이라면 할만했다. 아니, 질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왕을 수호하는 두 가문 중 하나인 파일브레스의 실력자에게 싸움을 건 바보같은 저 둘을 훔씬 혼내주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날카로운 무언가가 핸드무어의 등에 날아와 꼿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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