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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1주간의 내기
작가 : 쯔눈
작품등록일 : 2016.7.27

한 밤중 자살을 하기위해 이름 모를 건물의 높은 옥상으로 간 나.
내가 떨어지려던 찰나, 불량해 보이는 여학생이 나타났다.

" 저랑 내기 할래요, 아저씨? "

내기의 내용은 1주동안 여학생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
나는 결국 소녀의 내기를 결국 받아버린다 .

 
최악의 만남
작성일 : 16-07-29 23:48     조회 : 412     추천 : 0     분량 : 5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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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갑작스런 호기심은 나의 이성을 망가뜨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지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매력적인 호기심에 나는 입에 고인 마른침을 삼켰다.

 입 속에 고여 있던 침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위액과 함께 쓴 맛을 자아냈다.

 평소 같으면 불쾌했을 쓴 맛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그 어떤 것보다도 달았다.

 아마 방금 삼킨 침이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삼킨 마지막 침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왼발뿐만 아니라 남은 오른발마저 모서리에 올렸다.

 모서리에 올라온 바닥은 생각보다 뭉툭해서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정신을 놓는 다면 몸이 앞으로 쏠려서 단숨에 떨어질 수도 있었다.

 

 내 뒤에서 앞으로 부는 바람에 몇 번이나 몸을 휘청거렸지만 꿋꿋이 나는 모서리에서 버텼다.

 

 앞으로 1분.

 

 1분 후에 난...

 

 나는 감상에 젖으면서, 마지막으로 초침이 움직이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이 초침이 60번 움직인 후에 자신은 아래에 몸을 던지고 있을 것이었다.

 내가 떨어지고 나서 뭉개지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하자, 씁쓸하게도 자연스레 입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 저기, 아저씨. 자살할거면 딴 데에서 해주면 안 되겠어? ”

 

 건방진 말투.

 내 귀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말한 사람이 나를 향해 했다는 것을 당연히 알 수 있었다.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말소리가 나온 쪽으로 향했다.

 내 시선이 향한 곳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교복을 입고 자신 있게 담배를 물고 다가오는 여학생이 보였다.

 

 금빛의 월광은 여학생의 모습을 비추어 주었다.

 마치 나에게 그 여학생을 바라보라고 하는 것처럼.

 최악의 만남.

 자살을 하기위해 아무도 없는 장소를 선택한 나로서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담뱃불과 월광의 빛이 배경이 되어서 그 여학생의 모습을 나에게 사진기처럼 찍어주었다.

 학생의 단정함을 상징하는 교복은 이 여학생이 입자, 단정함과는 상당히 멀어보였다.

 위에서부터 2개정도 단추를 풀어헤친 블라우스와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숨기고 있는 스커트는 꽤나 이 여학생을 요염하게 보이도록 했다.

 겉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색은 어제 먹은 라면의 상표 색 같은 적색으로 반짝 거렸으나 곳곳에 검정색의 머리카락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적발로 염색한 모양이었다.

 여학생의 얼굴을 본 나는 꽤나 미인이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반에 한두 명씩 있는 그런 미인 말이다.

 긴 속눈썹과 작은 입술, 꽤나 새하얀 피부.

 피부가 하얗기는 했으나 아무리 나라도 이 여학생이 화장을 안 한 얼굴이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원판이 너무 좋기 때문인지 원판만을 보아도 미인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마 학교에서 꽤나 인기가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여학생이 딱 보아도 불량 학생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 불량학생이에요 하고 알려주는 것도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학생이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는지, 어째서 이런 폐건물에 들어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뭘 그렇게 뻔히 보는 거야? ”

 

 입에 문 담배를 입에서 오른손으로 옮긴 여학생은 한쪽눈썹만을 올리고 나에게 불만이 있는 것을 표현했다.

 아차, 너무 봤나.

 하고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 여학생의 입에서 욕이 안 나온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여학생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 음...? ”

 

 무심코 내가 왜 시선을 회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꼭 이러면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 같지 않은가.

 나는 결국 다시 시선을 여학생 쪽으로 옮겼다.

 

 여학생은 언제부터인지 다시 담배를 문채로 서있었다.

 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힘껏 담배연기를 내뿜는 여학생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자신 앞에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그 여학생이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여학생은 내가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적의와 불만이 확실히 느껴지는 눈동자로 나를 직시하는 여학생을 보며, 나는 점점 난처함이 증가했다.

 

 “ 왜 쳐다보는 거야? ”

 

 “ ... ... 학생인데 담배는 끄는 것이 좋지 않을까. ”

 

 딱히 여학생의 질문에 대답할 말도 없는 지라, 꽤나 좋은 어른인척 말을 건네어 보았으나 여학생은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내 스스로도 무슨 소리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갑작스레 착한 어른 연기라니.

 평생 동안 안 해본 연기에 스스로도 구역질이 난다.

 삼류 연기자가 연기를 하여도 이것보다는 재미있게 봐줄만 하겠다.

 

 여학생은 아무 말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블라우스 왼쪽 가슴부근에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나는 어렵지 않게 그것이 휴대폰이란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여학생은 휴대폰 액정을 나에게 향한 채로 들었다.

 액정을 바라보라고 유도하는 행동인 것은 아무리 내가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밤이었기에 그 밝은 불빛은 충분히 나에게 닿았다.

 

 다만 내가 이해를 못한 것은 여학생의 행동에 대한 이유.

 어째서 휴대폰을 바라보라고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여학생은 이윽고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 2분. 더 빨리 말했다면 조금은 들어줄 맘이 들었는데 말이지, 아쉽네. 아저씨. ”

 

 화면이 그렇게 자세히 까지는 보이지 않았으나 여학생의 말뜻을 이해한 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두 번째 눈금을 가리키는 초침을 본 나는 그제야 지금이 12시 2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여학생의 개입 때문에 인생 한 번 오는 완벽한 자살이 끝났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허무함으로 차기 시작했다.

 

 뭐, 그런 것은 뒤로 미뤄두고 하루가 지났다는 것은 알겠으나 도저히 여학생의 뜻을 아직까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1분조차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 한 나는 결국 여학생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 12시 2분인 거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

 

 “ 나 2분전부터 성인이라는 말. 이해 됐어? ”

 

 나는 그제야 오늘이 이 여학생의 생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생일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을 본 여학생에게 잠시나마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뭐, 어떡하겠나.

 그냥 운이 너무 안 좋았던 것이겠지.

 하지만 고등학생의 나이로 생일이 온다한들 성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문득 여학생에게 궁금증을 느꼈다.

 그 궁금증을 여학생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해결해 주었다.

 

 “ 어이, 아무리 오늘 생일이여도 고등학생으로는... ”

 

 “ 나 1년 꿇었거든. 오케이? ”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여학생에게 말문이 막혔다.

 몇몇 사람들은 꽤나 부끄러워 할 수도 있는 말이 아닌가 나는 잠시나마 고민했다.

 부끄러워할만한 말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본 사람들은 이 주제가 나오면 머리를 긁적이며 무언가 부끄러운 듯이 말을 꺼냈기에 지금 본 소녀의 태연한 태도는 무엇보다도 신기했다.

 

 “ 근데 말이지.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이 나 한태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

 

 “ 윽... ”

 

 정곡을 찌르는 말에 당황만이 나타났다.

 내 스스로도 상당히 이상하다고 여긴 부분을 완전히 캐치해서 지적하는 여학생을 향해 나는 어떠한 만족스러운 대답도 꺼내지 못했다.

 

 “ 그래서? ”

 

 “ 응? ”

 

 “ 언제까지 거기 서있을 건데? 이미 나 때문에 자살하려는 분위기도 깨져버린 것 아냐? ”

 

 완전히 내 감정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 말에 씁쓸함만이 입가에 퍼졌다.

 에매하게 자살할 바에는 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나는 결국 모서리에서 내려왔다.

 이 여학생에게 완전히 조련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살을 하려는 생각이 줄어들자 자연스레 내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 하아... ”

 

 “ 하나 줄까, 아저씨?”

 

 “ 필요 없다. ”

 

 담뱃갑을 꺼내는 호주머니에서 꺼내는 여학생을 나는 손으로 제지했다.

 여학생으로서는 나를 배려해서 해준 말이란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나는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을 분더러 한 번 피우게 돼버리면 아마 완전히 빠져들 것 같은 안 좋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담배를 거부하자 여학생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내가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담배를 거부한 이후, 여학생과 나는 침묵만을 유지했다.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이기도 했기에 나는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여학생이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가로 질러 가기에는 뭐랄까 불편했다.

 물론, 나와 다르게 여학생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빼었다 하는 것을 반복하고, 연기를 뱉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계속되는 침묵에 나는 결국 먼저 입을 뗄 수밖에 없었다.

 

 “ 이유는 안 물어보냐. ”

 

 “ 뭔 이유. ”

 

 “ 보통 자살하려는 사람을 보면 오지랖 넓은 사람이 ‘ 왜 자살하는 거 에요? ’ 하고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 정상 아니냐. ”

 

 “ 영화를 많이 봤나보네, 아저씨. 무슨 청춘드라마 찍을 일 있나봐? 내가 그걸 알아서 뭐해? ”

 

 “ 하아, 말을 말자. 참고로 나 아저씨 아니다. 아직 25살 밖에 안 된 파릇파릇한 청년이란 말이다. ”

 

 “ 25살이면 아저씨 맞... 잠만 25살이라고? ”

 

 나는 괜한 오기에 파릇파릇 을 강조하며 여학생에게 말을 꺼내자, 여학생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목을 튕겨 담뱃재를 한 번 세게 털어내고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여학생의 얼굴 근육을 다 써가며 보인 표정변화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내가 25살인 것이 그렇게도 놀랄 일인가 싶었다.

 학창시절 때에는 남들보다 어른스럽다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는데 말이지.

 갑자기 학창시절 때를 생각하니 입속에 블랙커피를 한 입 넣은 것 같은 씁쓸함이 퍼져간다.

 

 ‘ ... 좋았는데 말이지. ’

 

 “ 와, 더럽게 늙게 생겼네. 아저씨. ”

 

 “ 아저씨 아니래도. ”

 

 “ 내 눈에 아저씨면 아저씨인 거야. 왜, 내가 아양 떨면서 오빠라고 불러주길 원해? ”

 

 “ 하아... 진짜로 말을 말자. ”

 

 “ 왜 원하면 불러줄게, 오빠(웃음). ”

 

 여학생의 완전히 나를 놀리는 조소를 띠운 몸짓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학생은 뭐가 재밌는 것인지 계속 비웃는 것처럼 오빠라고 불러왔다.

 평소 같으면 이런 예쁜 얘가 오빠라고 불러주면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이 얘가 하는 것은 어째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결국 계속되는 여학생의 조소를 못 이기고 양손을 든 채로 항복 신호를 보냈다.

 

 “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라... 하아. ”

 

 “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괜한 자존심은. ”

 

 여학생은 자신이 이겼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지은 여학생을 보자, 진짜로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격이 외모를 망쳤다.

 막 담배를 다 피웠는지 여학생은 다 불타서 사라진 작은 담배를 땅에 던지고는 발로 짓밟았다.

 마치, 내가 상상했던 나의 죽은 모습 중 하나같은 담배의 최후에 문득 정이 드는 것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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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16-08-05 16:57
 
잘 봤어요^^
2화 시작할때 앞선 1화의 내용을 조금 넣으셨는데 안넣으셔도 상관 없었을 것 같아요
어차피 1화 읽고 다 읽으면 버튼만 누르면 2화로 넘어가니까 자연스럽게 내용은 넘어 가거든요
1주일간의 내기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지네요^^
다음화도 연재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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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눈 16-08-09 20:36
 
오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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