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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네번째 금요일 : 이건 데이트가 아냐
작성일 : 17-06-13 23:25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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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해?ㅎㅎ]

 [이제 점심 먹으러 왔어ㅋ]

 [오~누구랑 있어? 수업 되게 일찍 끝났다ㅠㅠ]

 [우리 맨날 일찍 끝나. 건이랑 먹는 중]

 

 나는 한숨을 깊게 쉬며 핸드폰을 아예 뒤집어 식탁에 올려 두었다. 건이가 라면을 먹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 밥먹자 하고 나도 드디어 내 식사를 시작했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수업을 듣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는 상대에게 대답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대한 카톡을 그만해 주기를 열렬히 티 냈지만 동윤이는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반응이 그대로였다.

 

 수현과 건이는 오늘 내가 동윤을 데려오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였다. 사실 동윤을 그저 친구처럼 소개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수현은 조금 눈치를 챈 것 같았지만, 건이는 동기임에도 동윤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내가 왜 동윤을 데려올까 조금 의아해할 뿐이었다. 그런데 수현의 연락을 매번 확인하는 건이에 비해 평소 핸드폰을 알람시계 정도로 쓰고 있는 내가 아침 내내 카톡을 하고 있자 그제서야 이상함을 눈치챘다. 수현은 약속이 있어 건이와 나만 점심을 먹으러 학생 식당에 왔는데 밥을 앞에 두고도 여전히 내가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카톡을 확인하고 있자 내게 물어왔다.

 "누구랑 그렇게 열심히 카톡해? 설마 동윤이야?"

 "응…동윤이야."

 자기 혼자 열심히 머리를 굴리더니 엄청 놀랐다는 표정으로 너한테 관심 있는거야? 하고 물어왔다. 건이가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대단한 것을 알았다는 듯이 놀라워하는 것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미 과에서는 동윤이 나에게 한창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이 쫙 퍼져 있었는데도 건이는 전혀 몰랐다는 눈치였다. 슬프게도 동윤이는 연애에 서툴지 몰라도 연애를 시작할 것이다, 하고 선포하고 다니는 데에 능통했다.

 "와, 나 이런 거 처음 봐. 데이트도 하자 그랬어?"

 "응. 그래서 오늘 보잖아."

 "아…응? 그런데 왜 우리랑 같이 봐?"

 "둘이서 보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거절을 못했거든. 너네랑 약속이 있다고 말했는데 동윤이가 같이 보면 된다고 그러더라. 너무 솔직하게 다 말한 거 같아. 적당히 끊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너는 이럴 때 어떻게 해?"

 나의 순박한 친구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는지, 건이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하며 열심히 고민했다. 그 모습이 어려운 문제를 눈 앞에 둔 어린이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내버려 두면 시켜 둔 라면이 다 불어버릴 것 같았다.

 "아니야, 괜찮아. 내가 오늘 지나고 잘 말할거야."

 건이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어딘가 찜찜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건이를 좋아한 여자애들도 많았을텐데 이런 질문을 어려워하다니. 참 신기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와 건이는 정문 앞에서 수현과 동윤을 기다렸다. 정문 앞에는 약속 상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미팅을 앞두고 있는지 흥분에 가득 찬 대화를 나누는 여자들, 자전거 몇 대와 함께 피씨방에 갈 친구들을 기다리는 남자들, 투닥투닥 장난을 하지만 누가 봐도 미묘한 기류가 맴돌고 있는 남녀, 그리고 건이와 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와 건이는 각자 정문 벽에 기대어 헛소리를 하며 시간을 때웠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멀리서 수현이 그 변함없는 단정한 걸음걸이로 나타났다. 수현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약간씩 수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건이의 곁에 서자 그림처럼 잘 어울리는 모습에 더욱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아, 동윤아 얼른 와라. 나는 이 자리를 이만 뜨고 싶다. 수현과 건이와 함께 다니며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유독 많아서 그런지 더 불편했다.

 

 그러나 차라리 동윤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좋을 뻔했다. 멀리서 흘끔 봤을 때, 누가 하도 차려 입었길래 나는 당연히 동윤이 아닌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왔을 때, 동윤은 누가 봐도 너무나 멋을 낸 모양새로 나타났다. 동기들끼리 가볍게 영화나 한 편 보려고 만난 차림이 아니었다. 나름 믹스매치를 시킨 청바지와 어제 산 듯한 구두, 이제 슬슬 풀려가는 날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트와 셔츠를 보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나마 언제나 단정하게 차려 입고 있는 수현은 괜찮았지만, 매일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나와 건이는 동윤의 옆에서 언밸런스하기 그지 없었다.

 

 동윤은 이 만남을 더블 데이트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라고 해명하기에는 타이밍이 나빴다. 다행히 동윤이는 우리의 당황한 분위기를 자신의 데이트 복장이 나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건이는 과내 여자들 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괜찮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동윤도 과의 인기남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 기분은 동윤과 정 반대 방향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동윤과 무리가 되어 걸어가는 것이 불편했다. 수현과 건이랑만 있고 싶다. 내가 왜 이 불편한 동행에 응했을까. 영화관이 가까워질수록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수현이 뒤에서 조용히 내게 물었다.

 "쟤, 원래 너하고 데이트 하려고 그랬던 거지?"

 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접해보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마음이 복잡했다. 남에게 간섭하기 싫으면 피해도 주지 말아야 하는데, 이건 뭐 건이와 수현과의 약속을 망쳐버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안해. 내가 제대로 말해서 이런 일이 없게 했어야 하는 건데…"

 "아니야! 나는 괜찮아. 쟤가 있다고 해서 불편한 거 없어. 그런데 너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그래. 원래 고백하는 것보다 거절하는 게 어려운 거 알아."

 눈을 찡긋하며 수현이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조금 웃자 수현이 내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

 "오늘은 가볍게 영화 보고 헤어지자. 그리고 내일 제대로 말하면 돼. 너무 걱정하지마."

 수현의 다정한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이 시간을 걱정으로 망치지 말자. 나 때문에 오히려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까.

 

 이후부터는 나도 평소처럼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행동했다. 그러나 내내 나를 부담스럽게 바라보는 동윤이에게 건이처럼 장난을 걸거나 하는 식의 행동은 할 수 없었다. 수현이와 건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원래 보기로 했던 영화가 매진이라 넷의 취향을 비교적 만족시킬 수 있는 평범한 액션 영화를 예매하기로 했다. 동윤이는 티켓 대기표를 끊고 은근슬쩍 나와 최근 영화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는 척 하며 수현과 건이와 떨어졌다. 건이가 매점을 보고 얼른 팝콘을 사와야 한다고 흥분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아, 둘만 남고 싶지 않았는데.

 "안영아, 너 건이랑 되게 친한가봐."

 "응?"

 "밥도 같이 먹고 수업도 같이 듣고. 입학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진짜 친구 같아서 부러워."

 "아…아무래도 시간표가 많이 겹치니까."

 "그래도 나랑도 친하게 지내자. 커플 사이에 껴 있으면 좀 그렇지 않아?"

 "수현이랑 건이 사귀는 거 아니야. 동네 친구라 그래."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참아가며 애써 말했다. 그러나 동윤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너 그 말을 믿어? 둘이 맨날 붙어 있는 거 보면 몰라? 수현이처럼 예쁜 애를 가만 놔두겠어?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어, 바보야."

 동윤은 내가 정말 순진하고 귀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수긍하면 머리라도 쓰다듬을 기세였다. 그러나 표정이 굳어왔다. 그냥 적당한 친구정도로 남고 싶었는데 점점 속이 쓰라렸다. 다행히 타이밍을 맞춰 수현과 건이가 돌아왔다. 동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건이와 수현에게 말을 걸었다. 곧 순서가 돌아와 티켓을 사러 가버렸다. 격렬하게 도망가고 싶었지만 동윤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수현과 건이와도 불편해지게 될까봐, 나는 순간의 그 역겨움을 참아버렸다.

 

 동윤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티켓을 사왔다. 상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주는 대로 티켓을 받고 자리로 갔는데 수현, 건이, 나, 동윤 순으로 내 바로 옆자리에 동윤이 앉았다. 영화 보는데 별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영화 광고가 한창일 때, 갑자기 수현이 이렇게 영화를 본 것도 기념인데 셀카라도 찍자, 하더니 핸드폰을 들었다. 평소에 자기 사진 찍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던 수현이라 갑자기 의아했지만 여러 명이 와서 기분이 좋은가보다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곧 영화가 시작되고 옆에서 건이가 팝콘을 꺼내 먹는 소리 말고는 별다른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아, 생각보다 너무 지루하네. 동윤이 옆에 있어서 긴장했지만 중반쯤 넘어갈 무렵 하도 영화가 재미없어서 점점 긴장이 풀려왔다. 팝콘만 열심히 먹던 건이는 거의 반 숙면 중이고 수현은 생각보다 영화가 괜찮은지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나도 건이처럼 그냥 자는게 나을까, 하던 때부터 동윤 쪽에서 계속해서 시선이 느껴졌다. 아까보다 숨소리도 조금 커진 것 같았다. 느낌이 이상했다. 동윤 쪽 팔걸이에도 걸쳐 놓았던 팔을 슬며시 내렸다. 영화에 더는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화장실이 급한 척 하고 나갈까, 하는 순간 옆 어깨에 올라오는 손길이 느껴졌다. 어깨에 닿은 손길은 내 손을 찾는 것 같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침 영화 장면도 너무 어두워서 검은 방 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오면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숨이 막혀왔다. 어떡해, 어떡하지. 곧 축축한 손이 내 손등에 닿았다.

 

 "나랑 자리 바꿔."

 반대편에서 얼어 있는 나를 툭 치더니, 건이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건이가 벌떡 일어났다. 뒤에서 뭐야, 하는 짜증 섞인 소리가 들려왔지만 건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건이 자리에 앉았다. 건이 자리에 앉자 수현이가 덜덜 떨리는 내 손을 끌어당겨 잡아주었다. 울컥,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가며 영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상영관이 불이 켜졌다. 불이 켜지고 흘끗 건이 쪽을 바라보자 굳은 표정의 건이와 불만 가득한 얼굴의 동윤이 보였다. 동윤의 얼굴을 보자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어두운 순간 그 낯선 손길이 얼마나 무서웠는지가 떠올랐다. 건이와 수현이 아니었다면 내가 자리를 옮기거나 할 수 있었을까? 그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벌떡 일어나 동윤에게 먼저 따라 나오라고 말했다. 건이와 수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괜찮아, 하고 말한 뒤 동윤과 함께 먼저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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