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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령(惡靈) : 김도
작가 : 고기를좋아함
작품등록일 : 2017.6.1

악령(惡靈) : 김도

 
5. 전사의 탄생
작성일 : 17-06-13 22:13     조회 : 258     추천 : 2     분량 : 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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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

 

 .

 

 .

 

 둥근 잔속의 액체는 영롱한 빛이 흘렀다.

 

 흔들리는 잔물결이 하늘하늘 거렸다.

 

 봄직도 먹음직도 한.

 

 아마도 선악과가 있다면 이와 비슷했을까.

 

 잔속의 그것은 김도를 강렬히 유혹했다.

 

 ‘전사…’

 

 김도는 잔을 꽉 쥐었다.

 

 그리고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그것을 그대로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

 

 .

 

 .

 

 ‘하아.’

 

 액체는 김도의 목젖을 적시며 식도를 타고 들어가 천천히 몸 안에 흡수됐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고막을 세차게 두드렸다.

 

 지나온 시간들이 영사기의 필름처럼 과거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 시작은 엄마 뱃속의 태아 이전의 어느 황량한 사막에서부터였다.

 

 “오. 신이시여.”

 

 “우리에게 전사를 주소서.”

 

 검은 사제 옷을 입은 사람들은 사막 한가운데 엎드려 간절히 태양에 바랐다.

 

 “오. 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축복하소서.”

 

 제단 위엔 갓 잡은 염소가 피를 흥건히 흘리고 있었다.

 

 절을 마친 뒤 한 사람씩 돌아가며 그 피를 이마에 찍어 발랐다.

 

 홀린 듯 제단에 둥글게 서서 기이한 춤을 췄다.

 

 낯선 광경이었지만 사뭇 진지하고 경건했다.

 

 곧 붉게 타오르던 태양 주위로 짙은 어둠이 깔렸다.

 

 태양은 어둠에 가려져 주위가 어두컴컴해졌다.

 

 잠시 뒤 하늘에선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

 

 .

 

 .

 

 .

 

 폭발.

 

 격추된 비행기처럼 태양은 한 올 한 올 산산조각이 나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파멸.

 

 .

 

 .

 

 .

 

 성 안의 바닥은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하아.’

 

 김도의 몸 주위론 검은 오라가 돌고 있었고.

 

 어느덧 눈가엔 자기도 모를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

 

 .

 

 .

 

 "김도!"

 

 "끄응."

 

 꾸벅 졸던 김도는 부장의 불호령에 잠을 깼다.

 

 부장은 그런 김도를 한심한 듯 쳐다봤다.

 

 "회사 꼴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이거나 다시 검토해!"

 

 부장은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힘껏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갔다.

 

 "괜찮아?"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최 대리가 어깨를 다독였다.

 

 "후."

 

 김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다. 데자뷔 인가.’

 

 사무실을 나온 김도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판기 앞으로 갔다.

 

 “커피 마시려고?”

 

 동전을 집어넣고 있는 도의 옆에 불쑥 나타난 건 다름 아닌 동기 수였다.

 

 “수!”

 

 김도는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수를 토끼 눈으로 바라봤다.

 

 “왜!?”

 

 수는 화들짝 놀라는 김도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너…”

 

 “응?”

 

 “너…”

 

 “왜?”

 

 말을 잇지 못한 채 김도의 시선은 수에게 멍하니 멈춰있었다.

 

 “뭐야. 그렇게 반가워? 역시 동기밖에 없고만?”

 

 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김도가 들고 있던 커피를 잡아 뺏었다.

 

 둘은 그렇게 약속이나 한 듯이 자주 가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말단 사원인 그들에게 푸념의 장소이자 아지트였다.

 

 “일은 좀 할 만해?”

 

 “뭐 그냥 그렇지.”

 

 “아휴. 난 죽겠다. 과장 새끼 때문에.”

 

 “과장은 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아.”

 

 “다 그렇지 뭐. 힘내 인마.”

 

 죽은 줄 알았던 수는 더 이상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나 먼저 들어가 볼게. 담에 저녁이나 먹자.”

 

 작별 인사를 하고 수는 서둘러 사무실로 내려갔다.

 

 “응. 그…그래.”

 

 김도는 돌아서서 가는 수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내가 요즘 스트레스 때문인가…’

 

 지하철을 탄 김도는 꿈속의 일들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

 

 ‘수는 죽었는데… 그리고 유려…’

 

 “이번 내리실 역은 사당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김도는 오랜만에 지하철을 탄 김에 역 근처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

 

 시장은 사람들이 붐볐고 활기가 넘쳤다.

 

 “골라. 골라.”

 

 “이것 좀 먹어봐요. 이거.”

 

 “거기 비켜요. 비켜.”

 

 정신없이 좁은 골목을 걷고 있던 김도는 뒤에서 오는 자전거를 가까스로 피했다.

 

 ‘휴우. 그래. 꿈일 뿐이야…’

 

 김도는 반찬가게에서 들러 즐겨먹던 반찬 몇 가지를 샀다.

 

 오늘은 특별히 몸보신용 시장 족발도 하나 샀다.

 

 어느새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터벅터벅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집에 돌아와 거실의 불부터 켰다.

 

 긴 샤워를 마치고 나름 진수성찬을 차렸다.

 

 허기진 채 먹는 족발은 너무 맛있었다.

 

 뼈에 붙은 살점들이 없어질수록 복잡했던 생각들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딩동.

 

 “누구세요?”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놀란 김도는 젓가락을 내려놓은 채 인터폰을 들었다.

 

 “누구세요?!”

 

 “이봐. 나야.”

 

 “네? 아…”

 

 김도는 아래층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금세 알아챘다.

 

 혼자 사는 김도를 위해 가끔 반찬도 싸가지고 오는 친절하고 소탈한 아주머니였다.

 

 급히 문을 열고 문 앞에 서있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아. 아니 그게…”

 

 아주머니는 말하기를 곤란해하는 표정이었다.

 

 “다름이 아니고… 요즘 우리 아이가 시험기간이라…”

 

 “네?”

 

 “손님이 왔는지 쿵쾅대는 발소리가 너무 커서… 좀 조심해줘. 미안.”

 

 방금 들어온 김도는 처음 들은 아주머니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 방금 들어왔는데요?”

 

 “응? 아까부터 시끌시끌했는데. 내가 총각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고…부탁 좀…”

 

 “아니요. 진짜예요. 혹시 다른 집 소리 아닌가요?”

 

 “음. 글쎄. 내가 안 그래도 계속 지켜 들었는데…”

 

 아주머니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양해를 구하고 기분이 나쁠까 연신 미안하다고 한 채 돌아갔다.

 

 ‘참 희한 안 일이네…’

 

 김도는 다시 식탁에 앉았다.

 

 ‘참나.’

 

 기가 막혀 족발이 더 이상 입에 넘어가지 않았다.

 

 RRRRRR.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야 또…’

 

 김도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뚜뚜.

 

 전화는 말없이 끊어졌다.

 

 ‘뭐야.’

 

 김도는 자리에 앉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RRRRRR.

 

 짜증이 난 김도는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누구세요!? 전화를 거셨으면 말씀을 하셔야죠!”

 

 수화기 너머론 아무 대꾸도 없었다.

 

 한참 뒤 전화에서 겨우 알아들을 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네?”

 

 순간 집안의 불은 모두 꺼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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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라 17-06-14 14:08
 
점점 흥미로워짐.
도대체 저 수는 뭐하는 인간(?) 아니 악령인가. ㅋㅋ
김도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아하~ 잼나요 작가님 자주좀 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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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좋아함 17-06-14 17:54
 
아. 정말 감사합니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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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 17-06-14 23:46
 
수는 뭐하는인간 ㅋㅋㅋ누라님 댓글 보고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

작가님 저도 자주좀 연재해줍쇼~~이리 재미있는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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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좋아함 17-06-16 07:08
 
어이쿠. 서플님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쭉 연재할게요!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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