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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프롤로그-3
작성일 : 17-06-13 13:43     조회 : 290     추천 : 2     분량 : 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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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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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로엘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한순간 숨이 멎었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목구멍이 꽉 막혀서 한참 뒤에야 허억, 힘들게 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느릿느릿 손을 뻗어 방금 전만해도 심장이 쿵쾅거렸던 보스쿤의 몸을 짚었다. 아직 따뜻했다. 괜찮아보였다. 금방이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머리……머리가 필요해. 그죠? 그래서 안 일어나시는 거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머리를 가져다 붙이면 살아날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로엘은 냉큼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보스쿤의 머리가 날아간 쪽을 향해 척척척 걸어가기 시작했다. 왠지 그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경악하며 달아나기 바빴다. 공포에 찬 얼굴들이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왜지?

  로엘은 잠시 멈춰서 주위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뭐가 묻었나? 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더듬었다. 끈적하고 따뜻하고 비릿한 것이 만져졌다. 그것은 그녀의 얼굴과 상체를 가득 덮고 있었다.

  보스쿤의 피였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목이 터졌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로엘은 그것을 보스쿤의 피라 인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쓱쓱 쓸어내렸다. 후둑후둑 검붉은 것이 땅바닥에 떨어져 점점이 흩뿌려졌다.

  역시 무언가 묻어 있었구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닦아야겠다.

  로엘은 손바닥으로 아무렇게나 얼굴을 비벼 보스쿤의 피를 털어냈다. 그녀의 몰골은 점차 사람 하나 잡아먹은 괴물 마냥 괴이하게 변해갔다. 광장은 어느새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황실기사단이 그녀를 끌고 가려 했으나 벵가티보가 제지했다.

  “로엘.”

  “…….”

  로엘은 자신의 이름이 불린 쪽으로 끼긱 고개를 돌렸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보스쿤의 머리를 찾아야한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맑던 노란색 눈이 탁하게 흐려져 있었다. 벵가티보는 쯧쯧 혀를 차더니 오른손 검지로 그녀의 수갑을 겨냥했다. 빠직, 빠직. 부서지는 건지 터지는 건지 모를 소리와 함께 수갑이 풀렸다.

  “보스쿤은 죽었어. 이 나라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고 알아서 네 삶을 살아.”

  “……보스쿤이, 죽었……어?”

  “응, 내가 죽였어. 아아, 오늘 일로 귀족들이 또 쪼아대겠네. 보스쿤도 죽은 마당에……황제 따위 재미도 없는데 그냥 관둘까봐.”

  “관둬? 관둔다고?”

  “말도 안 된다는 말투네? 뭐, 아니면 가깝고 먼 이웃나라와 전쟁이라도 벌일까?”

  “……어떻게……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야? 그 자리 하나 때문에, 벵가티보 당신 때문에, 너 때문에, 보스쿤은 그렇게 개고생만 하다 죽었는데!!”

  “내가 그러라고 시킨 건 아니잖아.”

  “너, 너, 이 개새끼―!!!”

  로엘은 괴성을 지르며 벵가티보에게 달려들었다.

  “이크.”

  벵가티보는 여유롭게 그녀를 피해 달아났다. 조금 뒤로 물러났나 싶더니 그는 어느새 마차 지붕 위에 있었다. 로엘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저 자식을, 저 미친 사이코 새끼를 죽이고 말 것이다. 보스쿤이 당한 고통의 몇 십, 아니 몇 백 배를 돌려주고 말 것이다.

  “음……. 곤란하네. 맹세 때문에 말이야, 난 이제 너한테 관여하면 안 돼. 그게 좀 주관적인 기준이라 이 정도는 괜찮은데 말이야……. 더 엮이면 아마도 내 영혼은 펑! 어둠의 신 크레푸시크로의 손에 떨어지겠지. 환생도 소멸도 없는 어둠 속에서의 영원함이라……. 낭만적이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서.”

  “……어디든 쫓아가서 네 영혼을 크레푸시크로에게 바칠 거야. 영원히, 아무것도 없는 크레푸시크로의 품속에서 죽어버려. 미쳐버려. 괴로워 하다가 존재 자체가 없어져 버리라고!!”

  “어디든 쫓아온다고? 와, 그건 정말 낭만적이야. 내 취향인데?”

  “닥쳐.”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로엘.”

  “닥쳐, 닥쳐, 닥쳐!! 그 이름 부르지 마! 그가, 보스쿤이, 내게 준 이름이야!! 너 따위가 불러도 될 이름이 아니라고!! 이……이, 악마 새끼!! 아아아악!!!”

  로엘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무언가가 우글우글 와작와작 속을 갉아먹으며 터져 나왔다. 비명이었다. 절망, 원망, 증오, 미움, 분노, 그 모든 악감정이 모이고 모여 끓어오른 끝에 터져 나온 비명이었다. 목이 타버릴 것 같았다. 로엘로선 난생처음 느껴보는 징그럽고 끔찍한 감정이었다. 누군가를 이토록 혐오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무렴.”

  벵가티보는 황실 마차를 타고 유유히 떠나버렸다. 이 차가운 공간에 죽어버린 보스쿤과 미쳐버린 로엘을 두고서. 황실기사단은 저만치 멀리 서서 이쪽을 살펴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였다. 우습기도 하지. 황실기사단 앞에서 황제를 그만두겠다느니 뭐니 지껄이는 황제라니. 그만큼 그에겐 이 나라가, 그 자리가 아무 의미 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 허망해서 로엘은 웃음이 났다. 그럼 보스쿤은 뭐란 말인가? 그의 삶은?

  “……내가……바꿀 거야.”

  이건 말이 안 된다. 왜 보스쿤이 죽어야 하는가? 살아있을 가치도 없는 놈은 버젓이 살아 이 나라를 쥐락펴락 하는데. 벵가티보는 반역자들을 데리고 수도 광장에서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또라이 아닌가. 그런 놈이 황제라니, 말도 안 된다. 모든 게 어긋나 있다. 되잡아야 한다. 순리대로, 옳은 흐름대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제 눈을 떠.”

  피칠갑 얼굴 속 형형한 빛을 내뿜는 노란 눈과 유난히 하얀 흰자. 그것은 이미 짐승의 눈이었다. 미래의 로엘과 눈이 마주친 현재의 로엘은 헉,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꿀루륵 꿀루륵 입 안 가득 물이 차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폐로 물이 찰 판이었다. 로엘은 허겁지겁 숨을 멈추고 수면 위로 나가기 위해 버둥거렸다.

 조금 더, 조금만, 조금만 더…….

  물 위로 어슬렁거리는 달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숨을 참는 것이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찬기가 로엘의 머리 위를 스쳤다. 수면 가까이 도달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로엘은 마지막 힘을 짜내 발장구를 쳤다. 상체가 쑥, 수면을 뚫고 바깥으로 솟구쳤다. 콜록콜록, 들이켰던 물 때문에 잔기침이 터졌지만 금방 진정되었다. 그녀는 마음껏 공기를 맛보고 나서야 방금 본 것을 되짚으며 호수 위를 둥둥 떠다녔다.

  미래. 분명 미래를 봤다. 그것도 최악의 미래를.

  로엘이 새롭게 각성한 능력은 ‘피리토’타입이었다. 피리토 타입은 미래, 현재, 과거, 상상, 이 네 가지로 나뉜다. 만약 상상의 영역에 해당된다면 ‘마지아’라 불리는 마법사가 된다. 마지아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로엘은 ‘미래’ 영역이었다. 물이나 거울, 유리 등을 도구 삼아 미래를 볼 수 있는 피리토 타입.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미래를 볼 수 있는 빈도나 강도가 천차만별이라 다루기 까다로운 능력에 속했다. 또한 능력을 쓸 때마다 시전자의 수명이 깎여 시간의 신 ‘포르베니’에게 바쳐지므로 자주 쓸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로엘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마냥 기쁜 마음이 컸다. 능력이 추가된 만큼 조직 내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의 보스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혹시 그 옆에 자신이 도움은 되고 있는지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로엘에게 있어 보스쿤의 실패는 상상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맹목적인 신뢰를 떠나 보스쿤이란 사내 자체가 본디 성공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계획한 것은 대개 이루어졌으며, 원하는 것은 언제고 그의 것이 되었다. 때문에 로엘은 보스쿤이 훗날 ‘목적’을 달성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미래 밖에 상상할 수 없었다. 이 호수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보스쿤이……죽었어.”

  그녀의 기대와 달리 미래는 참담했다.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가슴에 남아 기분이 이상했다. 움꽃 종족이기에 평생 느낄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지독한 악감정들. 미래의 로엘은 벵가티보를 향해 수많은 악감정들을 일으키고 살의를 느꼈으며, 그것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싶어 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어둡고 질척한 감정들로 인해 목구멍이 둥둥 울릴 정도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보스쿤도 죽고, 루드비히도 죽고, 에이미도 죽었다. 아마 다른 조직원들도 모두 죽었을 것이다. 그때의 충격이 되살아나 로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한마디로 몰살. 보스쿤이 죽는 장면은 너무 끔찍해서 잘 기억나지도 않았다. 그가 미래에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그때의 슬픔과 충격이 빠르게 온몸을 삼켰다. 벵가티보 데 제니오 황제가 ‘그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속이 뒤집힐 것 같은 배신감이 명치를 때렸다.

  로엘은 눈물이 터지려는 것을 꾹꾹 참아내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저 끝으로 몰아내 눌러버렸다. 이미 버거운 상태였다. 한 번 먹히면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생각, 지금은 앞으로 해야 될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해야 했다.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이대로 그 미래를 기다려야 해?”

  눈앞에 펼쳐지던 미래의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했다. 너무 생생하니까 오히려 현실 같지 않고 이질감이 들었다. 분명 ‘미래에 펼쳐질 현실’인데 예의 없는 누군가의 고약한 농담 같았다. 그녀는 호수에서 나와 <엘자의 영역-피리토 타입 편> 책을 집어 들었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길 바랐다. 혹은, 바꿀 수 있다는 말이라도 있길 바랐다.

  “미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충분히 바꿔나갈 수 있으며……단…….”

  「피리토-1 타입이 본 미래는 타인에게 쉽게 발설해선 안 된다. 입 밖에 내버리는 순간, 그 미래는 고정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누가 어떻게 발악해도 반드시 그 미래가 찾아온다.」

  “…….”

  로엘은 책을 읽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자신이 본 그 끔찍한 미래는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될 것이 되어버렸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미래를 바꾸려 애를 쓰는 것조차 자신만의 몫이었다. 도움을 받으려고 한들, 과연 조직의 말단인 자신의 부탁을 누가 들어줄까 싶었다. 변절자 아니냐고 의심 받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게다가 어떻게 해야 미래가 바뀌는지 아직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로엘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의 물기는 이미 말라있었지만 대충 닦는 시늉을 했다. 그녀는 제대로 옷을 차려 입은 뒤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맑고 잔잔한 푸른 눈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하얀달만 떠서 호수 위가 푸르게 빛났다. 그 끔찍한 미래로 인해 울렁거리던 속은 어느덧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그 절박함, 분노, 슬픔, 고통은 ‘경험’으로 남아 그녀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내가……해야 해. 내가 바꿀 거야.”

  그녀는 호수 위로 책을 던졌다. 오늘, 그녀가 이 호수에 온 것은 영원한 비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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