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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감정조절장치
작가 : 오새롬
작품등록일 : 2017.6.7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스스로 감정을 통제 할 수 있는 기계를 얻게 된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이어지는 사소한 인연들이 기계와 연관된 것만 같다.

등장인물들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음모와 배신,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감정조절장치 4화
작성일 : 17-06-13 09:06     조회 : 390     추천 : 1     분량 : 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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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그날은 처방받던 약 대신 다른 치료방법을 제안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명상의 한 종류였던 것 같군요.”

  아이러니한 그의 설명에도 의사는 별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전 의사와 환자간의 쌓인 두터운 신뢰가 의아함에 대한 설명으로 작용한 듯 했다.

  “일정양의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다가 갑작스럽게 치료 방법을 바꾼 것은 조금 위험한 선택인 것 같네요. 그래서 효과는 괜찮았습니까?”

  전문가답게 밀고 당기듯 유연한 질문에는 기계에 대한 언급 없이 태연한 목소리로 답하는 것이 중요했다.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네. 전에 처방받은 약이 조금 남아있어서 불안함이 심해질 땐 평소처럼 약을 먹었습니다. 명상으로 제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의사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료기록에 무언가를 적어나 가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새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할 주치의에게 자신의 치료를 전적으로 맡기기 위해선 어느 정도 포기할 부분이 필요하다. 그것이 감정조절장치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슨 말이든 수긍해야 했다. 새로운 주치의가 전 의사에 대한 어떤 말을 하던 고개를 끄덕이며 호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를 쓴다. 그의 노력을 받아들이듯 낮은 톤으로 이야기를 주도하던 의사도 별 다른 이야기 없이 진료를 마무리 했다.

  명상을 이용한 치료법은 오랫동안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던 그에게 독이 될 수 있다며 이전에 처방하던 약으로 치료를 이어나가기로 합의한다. 병원 안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사방이 소란했지만 만족스런 태도로 병원을 빠져 나왔다. 유난히 뜨겁던 햇살이 조금은 잠들어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오늘 하루 일어난 각종 사건들로 기쁨과 긴장감이 반복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후 감정조절장치에 다가가 일정하지 못했던 감정을 기복을 다스렸다. 즐거움과 기쁨, 약간의 분노를 돌려놓고 평정심을 유지한다. 사람의 감정이 안정화되기 위해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가 원하던 해방된 기분에서 조금의 분노와 슬픔이 있어야 건강한 긴장감을 갖고 살 수 있었다. 기계를 받기 전까지는 오로지 행복한 감정만이 그를 차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감정은 다양했고 그러한 감정의 혼합은 제 3의 생각과 태도를 만들어낸다.

  몇 시간동안 감정의 마사지를 받으며 달콤한 잠에 빠진다. 악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이 현실처럼 다가오는 잠깐의 시간이 이젠 낯설지 않은 느낌이 되었다. 옆집 여자의 갑작스러운 이사와 새롭게 시작 될 작가로써의 삶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새로운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분명 몇 시간 뒤에 잠에서 깨어날지라도 자신을 불안에서 벗어나게 할 불필요한 감정들에 빠지지 않기 위해 긴장감을 유지하는 법도 익혀야 했다.

  머리가 아프지 않을 만큼 적당한 수면을 끝내고 천천히 눈을 뜬다.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가구의 위치와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 환경은 혼란스러운 마음들을 정돈시켜주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몇 년 전부터 청소와 정돈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매번 집안을 정돈시키는데 집중했다. 물건의 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늘 같은 자리에 물건을 놓는다. 때에 따라 병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정리습관은 잠에서 깨어나도 자신의 집에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음을 확인 시켜주는 중요한 방편이 되기도 했다.

  늘 깔끔하던 집에 또 다시 쌓인 택배상자가 눈에 들어오자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며 안정된 균형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무의식 속에 정돈된 생각들을 흩트려 놓는다. 자진해서 그녀의 물건들을 보관하겠다고 나선 행동이 몹시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한참의 정리 끝에 타인의 물건으로는 안정감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화풀이 하듯 상자를 걷어찬다. 상자가 내동댕이치는 과정에서 들리는 덜컹거림이 내용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왔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배달 오는 수십 개의 택배상자가 갑작스러운 이사와 연관이 있는 것일지 만화를 통해 쌓아온 추리력을 동원하여 잔뜩 꼬인 미로를 풀어본다.

  여자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싸매다 며칠 전 마트에서 마주친 일이 떠올라 황급히 겉옷만 챙겨들고 마트로 향했다. 작은 규모의 마트에서 여자 한명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아무감정 없는 표정으로 바코드를 찍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 보인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라 말을 걸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혹시나 불편한 감정을 초래하다 일을 망쳐버릴 수 있기에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리다 잠깐의 휴식이 생긴 그녀에게 다가가 겨우 말을 걸어 본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그와 마주친 여자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존재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을 빌려 마트를 빠져나와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혹시 원래 살던 집으로는 다시 오실 계획이 없으신가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뚱딴지같은 질문에 무미건조하던 그녀의 표정에서 묘한 긴장감이 나타났다.

  “제 계획이 왜 궁금하신 거죠? 그것 때문에 찾아오셨나요?”

  얼토당토않은 말에 나온 대답은 생각보다 냉담했다.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전할 말들을 정리해지만 여유롭지 못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들어가 볼게요. 손님이 많을 시간이라 서요.”

  인사도 없이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을 다시 돌릴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런 성과 없이 기회를 날려버린 허술함이 대화를 망친 느낌이 든다.

  초등학생보다 못한 어휘력에 스스로도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그녀가 있는 자리로 향했다. 어느새 길어진 사람들의 줄에 그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아까처럼 가만히 기다리기에는 잠잠하던 마음이 또 다시 불안해 질 것만 같았다. 결국 주머니에 있던 종이와 펜을 꺼내 재빨리 정리된 말들을 적어 넣는다.

  ‘그쪽 집으로 배달 온 택배가 저희 집에 또 맡겨졌습니다. 찾으실 생각 있으시면 아래 번호로 연락주세요. 오늘 내로 연락이 없으면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바보가 되어버린 방금 전 일들을 벼르기라도 하 듯 메모를 적은 쪽지를 그녀가 입은 유니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택배상자를 찾으러 자신의 집으로 오게 될는지 확신 할 수 없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쌓인 상자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가오는 초조함이 그를 짓눌렀지만 이번엔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기다려 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일을 마치는 시간이 몇 시인지 물어보지 못했다. 새벽이 될지도 모르는 퇴근 시간을 마냥 기다리고 있자니 물 한 모금도 편히 마실 수 없게 되어버렸다.

  평소에 오지도 않던 졸음이 자정을 10분 남겨놓고 그를 덮치려 한다.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버텨보지만 1분이 하루처럼 느껴질 만큼 무거워진 눈꺼풀은 좀처럼 가벼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얼마 쯤 시간이 흘렀을까? 잠든 그를 일으키는 시끄러운 초인종 소리에 옅은 잠에서 깬 그가 서둘러 현관으로 달려 나간다. 문을 열기 전 택배상자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흠집이라도 나지 않았을지 훑어본다. 화가 나서 발로 찬 부위에도 조그마한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상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안심한 그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연다. 문 앞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가 아무런 표정 없이 서있었다. 오랫동안 혼자만 살던 집에 찾아온 손님을 보니 문득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와주셨네요. 상자가 꽤 많아서 옮기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잠깐만 들어오시죠.”

  미리 생각해놓은 자연스러운 말들로 그녀를 집안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다. 모처럼 용기를 갖고 초대한 손님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종종 눈치를 보아야 했다.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 안에 넣어둔 음료를 꺼낸다. 그녀가 떠나버리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최대한 긴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던 여자는 그의 집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오로지 자신의 물건을 찾기 위해 연신 상자와 시계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낮에 사두었던 과일까지 꺼내서 배고팠을지 모를 그녀를 위해 열심히 껍질을 깎는다. 긴장한 마음을 알리듯 알맹이가 반쯤 잘려버린 사과는 몇 입 먹고 나면 사라질 만큼 작은 크기가 되어버렸다. 민망한 마음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준비한 음식들을 소파 쪽으로 천천히 밀어낸다. 음식을 내오지 않았으면 오랜 시간 그의 집에 머무를 핑계거리가 없을 것 같아 최대한 많은 과일을 준비했다.

  “천천히 드시죠. 일전에 없어지셨다는 상자가 혹시 저희 집에 있을지도 모르니 찾고 있겠습니다.”

  겨우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물건을 찾으며 날려 보내기에는 아까웠지만 이미 그에게는 좋은 대안이 있었다. 집안 곳곳을 살피는 척하며 감정조절장치에 다가가 기쁨과 즐거움 버튼을 꽤 높은 수치로 돌려놓는다. 바로 효과가 나진 않겠지만 조금만 더 그녀의 발을 묶어 놓는다면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다급히 울린 그녀의 전화가 산만해진 집안 분위기에 정적을 불러온다.

  조심스럽게 입을 가리고 목소리를 낮춰 통화하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어딘가 떠나야 하는 듯 다급해 보였다. 단 5분의 시간만 버틸 수 있으면 떠나려는 그녀를 충분히 붙잡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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