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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3년 백수 피아니스트와 억만장자 상속녀의 위험한 동거
작가 : 스토리세븐
작품등록일 : 2017.6.13

JK그룹 회장의 부고.
그룹의 유일한 상속녀 '신세아'를 둘러싼 암투.
환멸을 느낀 세아는 기억상실을 빙자한 가출을 실행하고.
3년 백수생활로 찌들대로 찌든,
하지만 천부적 음악성을 지닌 '제리박'을 만나는데.

 
1화 JK그룹의 상속녀
작성일 : 17-06-13 02:38     조회 : 381     추천 : 0     분량 : 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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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울 삼성동 JK그룹 본사 빌딩 52층 스카이라인. 100석이 넘는 대회의실의 긴 탁자. 수트로 무장한 중장년의 남자들. 고요하지만 팽팽한 긴장감. 출입구 곁에 선 보안요원, 손가락을 귀에 대더니 절도있게 말한다.

 

 “회장 대행님 들어오십니다.”

 

 문이 열리자, 어둑한 대회의실로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또각~ 또각~”

 

 수행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하이힐을 끊어 밟는 소녀, 신세아. 까만머리에 백옥 같은 피부. 그룹의 주인임을 과시하듯 무채색 세계 속에 홀로 빛나는 빨간색 원피스. 긴 탁자의 끝, 상석에 세아가 앉자 중역들 그제서야 자리에 착석한다. JK그룹 ‘회장 대행’이라는 명패 뒤에 앉은 신세아의 입에서, 친절하지만 위엄있는 명령이 내려진다.

 

 “시작하세요”

 

 긴장 된 분위기 속에 주주총회가 진행된다. 전자, 철강, 화학, 조선, 해운, 유통, 식품, 호텔, 건설 등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코스피 시가총액의 3할을 차지하는 세계적인 그룹 JK.

 

 “이상 2/4분기 전자 유통 현황보고 드렸습니다. 다음은, 이번 총회의 주요 안건인 JK그룹의 금융업 진출에 관한 법무팀의... ”

 

 JK전자 총무 부장의 보고가 한참이다. 그때 비서실장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오더니, 전무이사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전무 : “여러분 긴급 공지 드리겠습니다. 주치의의 전언에 따르면, 방금전 회장님께서 작고하셨다고 합니다.”

 

 이사회 참석자들 술렁거린다. 전무이사의 날카로운 눈빛이 신세아를 주시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두려움, 땅이 꺼지는 아득한 현기증. 세아, 떨리는 손을 꼭 쥐고 태연한 표정을 짖는다.

 

 세아 : ‘JK전자 지분 1.2%를 소유한 고모의 남편이자, 그룹 전무이사 박철식. 방금 전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그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먹잇감을 사이에 두고 하울링하는 맹수의 눈들이 나를 주시한다. 버텨야 한다. 버텨야 산다.’

 

 드넓고 푸르른 선산 장지, 검은색 고급 세단 수십대가 줄지어 있고, 조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기자들까지, 신세아가 검은 세단에서 내리자 플래시 세례가 터진다. 신세아가 앞을 응시하자 사람들 물러서며 길이 열리고, 하얀 리본을 한 신세아 천천히 기품 있게 걸어간다. 관뚜껑 위에 던져지는 하얀색 국화 한송이.

 

 “하하하하~ 까르르르”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던 완벽 지상주의 신명회 JK그룹 회장. 그러나 손녀에게는 무르디무른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아니 세아에게만 그랬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다른 손주들에게는 작은 미소 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냉혈. 유일하게 세아에게만 자상했고, 그건 고인이 된 세아 부모에 대한 부채감 때문일거라 모두 생각했었다. 예쁜 파라솔이 있는 정원에서 그네를 밀어주던 신철식 회장의 웃음소리가 세아의 귓가를 멤돌았다. 그런 세아를 질시하는 눈이 어디 한둘이었으랴. 국화를 던지는 세아를 주시하는 네 개의 눈.

 

 고모 : 방심했어, 애초에 싹을 잘라버렸어야 하는건데.

 전무 : 쉿! 입조심.

 고모 : 으이구 내가 속터져. 저 쪼끄만한 것에게 머리를 쪼아려야 된다니.

 전무 : 흠...

 

 몇일 뒤, JK호텔 컨벤션 홀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린다. JK그룹 회장 취임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힌 플랜 카드. 수백개의 화환. 행사장 도처에 깔린 보안요원들. 수를 셀수 없는 축하객들.

 

 상무 : “자 여러분, JK의 새주인 신.세.아 회장님이십니다.”

 

 세아 걸어나오자, 사람들 박수 갈채 쏟아진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세아 : “감사합니다. 신세아입니다. 많이 미흡하지만, 선대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7만 JK그룹 임직원 여러분들과 함께 JK그룹을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취임식 일정을 마친 세아 파김치가 된다. 주인을 모신 고급 세단은 평창동 저택을 향해 달린다. 정문에 다다르자, 바로크 스타일의 쇠창살 대문이 열린다. 차량 정문을 지나 한참을 달리면 비로써 저택 입구에 도착한다. 집사와 요리사, 정원사, 하녀들 도열해서 기다리고 있다. 비서 차 문 열면 세아가 내려 현관 앞에 선다.

 

 집사 : 회장님 오셨습니까.

 세아 : 아저씨. 나 피곤해서 죽을 것만 같아.

 집사 : 그렇잖아도 재계인사들과의 저녁 만찬은 취소시켰고, 평소 즐기시는 장미 목욕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히하십시오. 회장님!

 세아 : 피, 아저씨랑 나랑 몇년인데요. 나 꼬맹이 때부터 아저씨가...

 집사 : 회장님. 아랫것들이 듣습니다.

 

 대리석 바닥, 순금으로 장식된 타일, 붉은장미 꽃 잎 가득한 순은 욕조. 세아 목욕 가운을 벗으면, 눈부시게 하얀 몸매가 드러난다. 세아 천천히 욕조 안에 몸을 담근다. 은은히 피어오르는 싱그럽고 달콤한 장미향. 저절로 지긋이 감기는 눈꺼풀.

 

 어린 시절의 세아. 엄마 아빠와 신촌에 허름한 식당을 찾는다. 새우튀김우동, 냉우동, 유부우동, 바삭한 군만두. 식탁에 놓이는 군침 넘어가는 갖가지 우동 그릇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후루룩 짭짭’

 ‘아구 예뻐라. 우리 세아 잘도 먹네.’

 ‘아빠, 이집 우동 짱 맛있어. 언제 먹어도 최고야! 쵝오!’

 ‘하하하하~ 까르르르’

 

 세아: “엄마... 아빠...”

 

 세아, 나른한 잠에서 깬다. 눈 살짝 뜨면 짙은 속눈썹에 머금었던 눈물 또르르 흘러내린다.

 

 집사 : “우동이요?”

 세아 : “네~ 우동!”

 집사 : “네 회장님, 당장 김실장(요리사)한테 준비시키겠습니다.”

 세아 : “아저씨, 그거 말고... 나, 자주 가던 신촌우동집.”

 집사 : “아, 거기 말씀이시군요. 당장 차량 준비하겠습니다.”

 

 세아가 탄 검은세단 저택 빠져 나가고, 집사와 하녀들 그 모습을 바라본다.

 달리는 차안, 나이 오십은 넘어보이는 이비서가 운전중이다. 사실 말이 비서일뿐, 선대 회장의 운전을 도맡아 하던 기사였다. 머슴도 정승집 머슴을 해야 한다는 말처럼, 회장 측근이라는 이유로 그 누구도 이비서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계열사 사장들 조차 ‘이비서’라는 호칭과 사람 좋은 웃음으로 대했다. 그런 만큼, 선대 회장에 대한 이비서의 충성심은 각별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선대회장의 후계자 세아를 향하고 있었다.

 

 세아 : “이비서님 퇴근 하셨는데, 미안해요.”

 비서 : “별말씀을요! 회장님 편히 모시는게 제 일입니다. 그리고 말씀 편히 하십시오. 회장님.”

 

 세아 창 밖 바라본다. 서울이라지만 고급주택가 아니 저택가라 인적이 아예 없다. 차량, 내부순환로 합류해서 고속으로 달려나간다. 시속 100km. 한참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거대한 컨테이너 트럭 세 대가 1, 2, 3 차선을 점령하고 이비서가 운전하는 차량을 막는다.

 

 이비서 :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비서, 클락션 울리며 상위 차선에서 비키라고 항의한다. 그때 컨테이너의 뒷 문이 열리고 바퀴달린 받침대가 도로 위로 내려온다. 그 안에 검은 수트 입은 자들이 서 있다.

 

 이비서 : “저.. 저것들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비서. 속도 줄이고 트럭과 차량 거리를 띄우는데

 

 “콰앙!~”

 

 덤프트럭이 세아가 탄 차량을 우악스럽게 뒤에서 밀어붙인다. 갑작스런 충격에 차량 비틀거린다. 만약 차체 제어 장치가 가동 안됐다면 전복 됐을 것이다. 후미 트럭 다시 속도를 높이며 이비서가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한다. 만일 이번에도 충돌한다면, 목숨을 장담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쩔수 없이 덤프트럭의 위협에 밀려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간다.

 

 “쿵~”

 

 육중하게 닫히는 컨테이너 문. 세아가 탄 검은세단을 둘러싼 검은 수트의 사내들. 그 중 한명이 전화를 건다,

 

 “타켓 확보했습니다.”

 

 한편 그시간 평창동 저택 한켠에서, 하녀 한명이 은밀한 전화를 걸고 있다.

 “이사님, VIP 확보했습니다. 집사도 제거할까요?”

 

 JK그룹 회장실, 불꺼진 회장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의 실루엣.

 

 여자 : “아니 놔둬. 진실은 힘이 있는 법. 앵무새가 짹짹거려야 더 실감나지 않겠어?”

 

 컨테이너 안. 세아 차 뒷좌석에 가만히 앉아 눈감고 있다. 이비서 내려서 컨테이너 안을 이리저리 살핀다. 아까까지 있던 검은 수트의 사내들은 온데간데 없다. 휴대폰 켜보면 '통화불가' 아이콘 뜬다. 이비서, 컨테이너 문을 죽을 힘을 다해 열려고 한다. 꿈쩍도 하지않자 주먹질하며 고함 지른다.

 

 이비서 : “개도 제 주인을 물진않는다! 이 개만도 못한 것들! 전무가 보낸거냐? 이거 열지 못해! 쾅! 쾅! 쾅! 쾅!”

 

 그때, 컨테이너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이비서 : “어? 어?”

 

 세아가 탄 차량 이비서를 향해 돌진한다.

 

 “쿠우웅!”

 

 이비서의 몸, 차량에 받히고 컨테이너는 점점 기울어진다. 세아가 탄 차량도 점점 수직으로 선다.

 

 세아 : “이비서님! 아저씨!!!”

 

 이비서의 입에서 울컥 피가 쏟아진다.

 

 이비서 :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회장님, 세아 아... 아가씨."

 

 망망한 바다 위. 홀로 항해 중인 컨테이너 선 한척. 크래인 집게로 컨테이너를 집어 올린다. 컨테이너 한쪽으로 점점 기울어진다. 크레인 회전하고, 컨테이너는 바다에 떨어지기 직전이다.

 크레인기사가 무전으로 검은수투의 사내에게 질문한다.

 

 크레인기사 : “우짤까요?”

 검은수트 : “잠시 대기.”

 

 검은수트의 사내 전화를 건다.

 

 검은수트 : “공해상입니다. VIP 제거, 최종 라인 결재 요청합니다.”

 

 - 2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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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JK그룹의 상속녀 2017 / 6 / 13 382 0 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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