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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Snow drop
작가 : renreni
작품등록일 : 2017.6.8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모든 생명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의 욕심을 부린다. 그 강도에서 차이가 날 뿐.
그것은 놀랍게도 당연한 이치이며, 납득해야 하는 사상이다.

" 적어도 후회할 방법은 아니잖아. "

" 나는 믿을만한 년은 아니겠지만."

" 대신에 머리 하나는 아주 약아 빠졌거든. "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려놓으려는 하나의 수작이였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그래 꺼져버려라 라고 소리치고 중지를 일으켜세웠을지도 모르는 일 이였지만, 그녀는 그러기에는 너무나 조급하였다. 참을성 또한 있지 못했다. 이 정도면 정말로 많이 참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그녀는 그러하였다.

" 믿질거 없잖아. "

" 너는 그냥. "

" 나와 간단한 계약 하나만 맺으면 되는건데. "

그 말 한마디로 인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는 진부하기도, 지극히 정열적이기도 한 이야기였다. 그 말, 단지 그 말 한마디를 뱉음으로써 미래는 어지러이 일그러져갔다.
단지 그때는 너무나도 철이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을 뿐이다.

욕심이고 탐욕일 각자의 목표를 가진 두 이가 우연히 만나서
필연적으로 이용하는 상등관계가 되고,
그것을 한 단어로 줄여보자면
' 사랑 ' 이 되어버렸다.

 
2화. 이건 내가 이겨.
작성일 : 17-06-12 23:39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7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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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게슴츠레 뜨고서는 터벅터벅 학교로 향하는 자신의 몰골을 보니 볼수록 가관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그녀였다. 걸어가는 길이 유난히도 저 멀리서 달아나고 있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혹시 내가 다니는 학교도 일종의 ‘영물’인 것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이사나는 몇 시간 사이에 유독 창백해진 얼굴을 훤하게 드러내며 신발을 질질 끌었다. 너무나 피곤하여 무언가에 집중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이사나는 낮게 한숨만 길거리에 버리면서 곧 닥쳐올 학생 전용 감금시설 입장을 서둘렀다.

 

 무의식적으로 어제와 다르게 조용해진 길거리 부근에 이사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힘겹게 올려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피켓이나 현수막 등이 지저분하게 널부러져 미관을 손상시키고 있을 뿐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는 아저씨라던지, 주문을 외우듯 똑같은 말만 반복하던 다른 이들까지도 전부 그 자리에 없이 횅하였다.

 사실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였다. 피곤한 와중에 이사나는 금세 자신이 어제 하였던 말을 떠올렸다. 분명 자신은 저기를 엎으라고 하였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 일 따윈 겨우 에프킬라 한번 뿌리는 일보다 훨씬 쉬웠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사나는 이유가 모르게 기분이 찜찜하였다. 물론 저들을 죽이지는 않았겠지만 무슨 일을 당했을까는 또 다른 문제점의 연장선 이었다.

 

 이 나라, 즉 크라벤디아가 존속 될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인 유나스 라는 조직은 다른 조직들보다 조금, 사실은 꽤 많이 특이하였다.

 

 유나스는 공식 이능력자 들의 집단이었다.

 즉, 쉽게 설명하자면 마녀와 마법사들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서 생활한다면 유나스의 소속이 되는 그런 별 이상한 규칙을 달고 사는 그러한 집단이었다.

 그런 조건마저 이상한 곳이 어째서 나라하나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 이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건 그냥 간부들이 뛰어나서 라고 말해도 틀린 것은 없었다. 유나스의 간부 8명 중 2명은 나라의 간부직을 맡는 것이 의무인 곳이 이 나라니 말 다했다.

 이들 덕분에 크라벤디아는 지금까지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은채로 중립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걸로 보자면 정말 몇 십년간 큰일 해내고있는 셈이다. 이들이라도 없었으면 꼴에 민주주의를 선포한 중립국이 그 큰 나라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크라벤디아의 사람들은 정부보다는 유나스에 더 의존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였다면 그녀도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능력 하나만은 인정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당히 괴짜였다. 마녀와 마법사들은 각자만의 고유한 능력이 있지만 크게 ‘빛’, 또는 ‘어둠’ 으로 종류가 나뉘게 되는데, 빛의 마녀와 마법사들은 천사를 소환하여 계약할 수 있었고, 반대로 어둠은 악마를 소환하여 계약할 수 있는 것이 그 첫 번째였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이 태어날때부터 정해져 세상에 나오는지는 신만이 알 수 있는 구간이었다.

 

 아무튼간에 그러하다보니 이 조직에선 의무적인 법이 하나 정해졌다.

 ‘ 18살 이상이 되면 무조건 천사&악마와의 계약이 의무이다. ’

 이것이 바로 자신이 밤을 새게 된 이유였다.

 도대체 이런 괴랄한 법은 누가 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수백년간 이 전통은 이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어찌하랴, 법이 저렇다보니 누구든 유나스에 속해있으면 거의 다 계약한 자신만의 천사나 악마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허나 그녀는 유나스에 있고싶어서 있는것도 아니었고, 이상하게 다른 이가 의무적으로 시키는 것 에는 마음속에서 반항심이 기어올라 자신의 의식을 건드렸다.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는 계약따위를 하지 않았다. ‘꼬우면 제외시키던가’ 라는 의미였지만 그들은 그녀를 제외시키지도, 제외시킬 생각도 평생 없을 것 이라는 걸 알았다.

 

 그 외에도 절대 회의내용을 발설해서는 안된다.(회의하는 내용도 별거 없으면서) 등등 별 이상한 법들이 있었다. 유나스를 존경하는 이들 중 이런 법칙을 알면서도 존경할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었다. 소개만 들으면 정말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를 괴짜집단이지 않은가. 무언가 생각하자니 착잡한 마음밖에 안 들어 이사나는 괜스레 아무 죄 없는 길거리 쓰레기통만 뻥 소리나게 걷어찼다. 둔탁하게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일방적으로 그 소리를 무시해버렸다.

 그닥 사라진 길거리 항의집단 사람들을 동정하거나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로도 저렇게 간단하게나 처리를 마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다시한번 강조해준 셈이었다. 대마녀나 대마법사들이 거의 다 유부녀와 유부남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도대체 그 이상한 성격으로 어느 짝을 만난 것 일까.

 

 특히 본인에게 소환과 계약에 대단한 의지를 불어넣어준 한 짜증나는 금발의 여자가 제일 이해안가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여자는 그 성격으로 한 쌍의 바퀴벌레라는 소문이 돌 수 있지? 심지어 아이까지 있다.

 

 “ ...갑자기 더 짜증나. ”

 

 괜스레 중얼거린 이사나는 벌써부터 따가워진 햇살에 동공을 좁혔다.

 오늘따라 어쩐지 피곤함이 제 몸을 너무 짓눌러와서, 그 햇살마저도 자신의 잠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러다가 진짜로 길거리에서 기절잠을 자게될까, 이사나는 빠르게 제 걸음을 옮겨 길거리를 벗어났다.

 

 

 “ 말 시키지마.”

 

 어떻게 알은건지, 이사나는 자신에게 말을 걸으려고 다가오자마자 바로 받아치며 책상에 엎드려있었다. 4교시 내내 자지 않았던가. 속으로 생각하며 이사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친해진 것이 용할 정도로 이사나는 언제나 예민하게 곤두서있었다. 대화하다보면 마치 까칠한 고양이과 동물 하나를 앞에 두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전혀 귀엽지 않고 까칠하기만 한, 그런 여자였다.

 

 더군다나 도대체 항상 밤에 뭘 하고 다니는지 요즘은 점심시간과 종례시간 빼고는 전부 자는 일 밖에 안하지 않던가.

 그녀와 밀당이나 할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찌되었건 친구긴 하니까- 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의식하면서 이사나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귀찮다고 성질이나 다시 안 부리면 다행이련만. 잠시 미동이 없던 이사나는 이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눈을 부볐다.

 

 부스스하게 책상위에 쏟아지는 이사나의 머리카락을 보며 그녀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저런 아름다운 색의 머리카락은 조금 아껴줘도 될 탠데. 평소 이사나가 자신을 관리 안하는 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곤할때는 어째선지 항상 머리만 방치해두었다. 언젠가 한번 물어봤더니 ‘머리는 너무 많아서 귀찮다’라고 답했으니 사실 속된 말로 답이 없기는 하였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바뀌는 머리 상태는 불가사의하기도 하였다. 부스스하게 흐트러져있다가도 다음날 보면 말끔하게 변해있는 머리카락을 보며 혹시 저거 기분에 따라 반응하는 거 아닐까 라는 이상한 상상까지 해보았었다.

 

 “ 왜 불러. ”

 

 “ 밥 먹어야지. ”

 

  낮게 울리는 이사나의 목소리에 그녀는 순간 눈을 크게 깜빡이면서도 대답하였다. 여기서 장난을 쳐도 되려나. 말아야하나. 사실 친구라면서 장난을 칠 때 생각을 깊이 하고 판단한다는 것도 솔직히 말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결국 그녀는 전자를 선택하였다.

 

 “ 어머, 너 목소리 조금 설렌다. ”

 

 “ 뒤질래. ”

 

 그 답 나올 줄 알았다. 그녀는 그렇게 대꾸하며 제 단조로운 단발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한껏 기지개를 펴고있는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진짜로 고양이 같았다. 요염하게 쭉 빠지는 허리선은 같은 여자가 봐도 감탄할 정도였다. 어련할까. 다른 여자들의 시선에서 더욱 이사나가 짜증나게 보이는 이유는 본인도 자신이 예쁜 걸 안다는 것 아닐까.

 물론 어, 아냐..! 내가 예쁠 리가 없잖아... 라고 하는 예쁜이들보다는 이쪽이 더 나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쪽은 하, 그래 난 잘났어 우매한 녀석들아 라는 분위기라 둘 다 비슷비슷하게 미움은 받을 것 같았다.

 

 “ 아 일어나- 요즘 왜 이리 게을러졌어, 너? ”

 

 “ 아 당기지 말라고, 아아아.. ”

 

 제 팔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이사나는 반강제로 일어나 급식실로 걸음을 옮겼다. 몽롱한 느낌이 마치 허공을 부유하는 감각이라 이사나는 잠시 동공을 흐릿하게 하늘로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거두었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멍한 느낌이 강해서, 이사나는 지그시 입술을 다물고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지잉

 

 제 주머니에서 무언가의 진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졸린 와중에 들린 진동소리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저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힘을 발휘하였다. 제 주머니를 더듬거리다가 이내 폰을 집은 이사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 용건. ”

 

 “ ..대답이 너무나 불친절하군. 이사나 시그리드. ”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딱딱한 나무토막 같은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기분을 더욱 하락시켰다. 친절한 목소리도 아니고 정말로 하찮은 사람에게 자신이 친히 전화를 걸어주었다는 목소리라 더욱 그러하였다. 대마녀들은 죄다 자신들이 잘난 줄 안다는 못된 습성이란 것이 있다. 그걸 줄여서 ‘꼴에’ 라는 단어를 쓰던가. 이사나는 피곤함을 억누르고 목소리로 적나라하게 짜증남을 표현하며 답하였다.

 

 이름하야 레디아 살렌.

 꼴에 대마녀 시란다. 그녀는 어제 자신의 기분을 초쳐놓은 이이기도 하였다.

 

 “ 한두번 들어봐? 용건. ”

 

 “ .... ‘

 

 이래서 자신은 대마녀 중에서도 이 여자를 가장 싫어하는 편 이였다. 도대체가 저 쓸데없는 침묵을 왜 이리 길게 끌고 가시는지. 야 좀 말이라도 해!!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자신의 체력은 거기까지도 끌고가주지 않았기에 가만히 다음에 할 말을 기다렸다.

 

 “ ...어제 그 집단들은, 이제 그 길에 없나? ”

 

 “ 알면서 뭘 묻는데 이 아줌마는. ”

 

 이사나는 빈정거리는 말투를 내뱉고 옅게 웃었다. 아마도 유나스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지금 자신이 통화하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알면 기절초풍 하겠군. 그녀는 슬슬 지루해졌는지 전화기를 톡톡 두드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끊어도 되지? ”

 

 “ 소환은 언제까지 가능하지? ”

 

 정말 이 아줌마는 자신의 외모와 똑같은 성격이여서 알기 쉽고 또한 짜증나는 상대였다. 자신이 먼저 말한 것은 싹 무시한채 자신의 할 말과 대답만 듣는 저 예의를 씹어 먹은듯한 대화법은 어디 학교에서 들었을까? 차라리 본인도 그 학교에 가서 더 말빨이나 길러볼까 충동이 들기 시작했다.

 어찌됐건 그녀는 열 받았고, 그다지 성정이나 인내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딱 두 단어만 말한 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 오늘. ”

 

 ****

 

 그녀는 우두커니 제 앞에 서있는 옥탑방의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15걸음 정도면 충분히 한 바퀴를 돌을 수 있을 것 같을 만큼 좁은 집이었다. 놀랍게도 자신의 집이고 말이다.

 이사나는 아픈 척을 하느라 계속 굽히고 있던 허리를 꼿꼿하게 펴며 굳은 몸을 풀었다. 급식은 다 먹고나서는 아프다고 조퇴하는게 말이 된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어쨌든 우기면 장땡 아니던가 라는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열쇠로 문을 열자 끼릭 거리면서 나는 쇳소리는 거슬렸지만 기분 나쁜 소리는 아니었다. 천천히 집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괜히 아무도 없는데도 다녀왔습니다-라고 무심코 말한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상하게도, 방 안에는 작은 옷장 하나와 이불 몇 겹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공기라기보다는 이제 이사 갈 준비를 끝낸 단조로우면서도 간단한 방 이었다.

 

 그녀의 고유 능력은 쓸모 있는 편에 가까웠다. 전투에도 쓸모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편리하기 그지없었다. 묵묵히 닫혀있는 애꿎은 화장실 문을 만지작거리다가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주인이 왔음을 알리는 듯 우르릉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어두침침하게 보이는 그 안은 새로운 세상이자, 그녀만의 공간이었다.

 그녀의 특수 능력 중 하나

 

 ‘ 공간을 새로 창조해내는 것 ’

 

 그 능력으로 인해 이사나는 꽤나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몇년전부터 지금까지 이 삶을 이어오며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만족스러운 결과 아니던가?

 

 그녀는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다시 그 문은 단조롭디 단조로운 그저 하나의 문으로 변하여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사람이 왔었냐는 듯 그 방은 횅한 공기만이 돌 뿐이었다. 그렇게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다.

 그것 또한 나쁘지는 않았다.

 

 ****

 

 “ 누나! ”

 

 들어오자마자 어느곳에서 맑은 목소리가 굴러와 그녀의 귓전을 울렸다. 누구나 들으면 아마 바로 마음 문을 열고 심신의 안정을 되찾을 목소리 아닐까. 한마디로 ‘힐링’ 이라고도 부르던가. 그녀는 허- 하고 숨을 내뱉으며 제 교복 넥타이를 끄들러 던졌다. 어느 문 뒤에서 쏙 하고 고개를 들이민 이는 어떤 소년 이었다. 백금발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자그마한 머리통을 감싸 덮고 있었으며, 눈은 영롱하게 맑은 하늘빛이 맴돌아 지나가다가 한두 번쯤은 돌아보게 만드는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여자들이 좋아죽는 흔히 말하는 미소년에 속하는 이이지 않을까.

 

 소년은 총총 걸어와 이사나가 대충 바닥에 던져놓은 넥타이를 주워 바르게 펴서 옷걸이에 걸었다. 또한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가방을 주워 이사나 뒤를 쫄래쫄래 닭 쫓는 병아리마냥 해맑게 쫓아갔다. 이쯤되면 무언가 가엾은 어린 소년을 다굴시키는 악녀의 느낌이 나지만 물론 아니었다.

 

 “ 누나 오늘은 일찍 왔네! ”

 

 “ 바빠. 저리가. ”

 

 “ 응! ”

 

 소년은 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사나의 가방을 지고 또 다른 방으로 향하였다. 마치 잠자기 전에 양치라도 하는 듯이 놀랍게도 일상인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이는 행동이었다. 이사나는 그런 소년을 지나친채로 어느 또 다른 방으로 향하였다. 방으로 갈수록 이사나는 놀랍도록 차분해진 얼굴이었다.

 

 끼익

 

 공간 안에는 또 다른 공간. 그 공간 안에는 또 다른 공간들. 그녀는 본인 스스로가 나름대로 똑똑하다고 자부하였다. 창조해낸 공간 안에서 또 다른 공간을 탄생시키는 행위는 아마 본인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녀나 마법사들은 은근히 단순적이고 생각을 깊이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더 강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서열이었고 능력 자체가 약하다면 그저 약하고 이름 없는 이로 남는 것이 이능력자들의 한계였다.

 

 그러나 이사나는 조금 생각을 바꿨다. 마력이 적거나 능력이 약하다고 해서 무언가에 쓸모가 없지는 않을 것이리라. 조금만 비틀어 응용하거나 꼼수를 써도 본인이 가진 능력들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 하였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해보지 않은 것들로 세상은 넘쳐났다. 가능성은 어디든지 있었고 약은 그녀는 그것들을 남용할 자세가 충분하였다.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온 그녀는 옅게 눈을 내리깔며 웃음을 지었다.

 바닥에는 계산식이 빼곡하게 쓰인 종이들이 널부러져 흩날렸고 펜은 벌써 몇십자루를 쓴 것인지 구석에 산을 쌓아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자세하고 정밀하게 새겨진 어떠한 문양들이 즐비하게 늘어놓아있었다.

 자신이 밤을 세게 된 이유이자 그녀의 한 달 예술작 이었다.

 

 이사나는 가는 비소를 지었다.

 

 “ 이건 내가 이겨. ”

 

 반드시 이겨서 그 여자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고싶었다.

 

 이사나는 서늘한 웃음을 자아내며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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