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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심장
작가 : Yak쟁이
작품등록일 : 2017.6.6

외계행성 천한(天漢)에서 온 무리가 고조선을 침공했다. 고조선은 남아 있었지만, 천한의 속국이나 다름 없어졌고 고조선을 지키던 싸울아비들은 몰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싸울아비의 심장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남아있다.
이건 싸울아비 중에서도 자유로운 바람의 심장을 지닌 고주모의 이야기이다. 싸울아비의 심장을 가졌지만, 음식 솜씨가 없어 주막 운영은 영 꽝이다.
사실은 약빨고 썼습니다. 주5회에서 4회 연재 예정입니다.

 
치우의 길 2
작성일 : 17-06-12 21:27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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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건가.”

 이성이 마비된 치우가 힘껏 주모의 목검을 밀치자 주모는 마루 모서리에 오른 발을 딛고 뒤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다, 땅에 착지하자마자 반동을 받아 가슴을 향해 목검을 내질렀다. 방심한 치우의 모습이 주모의 눈앞에 보였으나, 그건 환영이었다. 본능으로 자신의 목을 노린다고 느낀 주모는 허리를 바짝 숙였다. 과연 그의 느낌대로 치우는 공중에서 목을 향해 크게 휘두르고 바로 칼을 거꾸로 잡아 수직으로 내리쳤다.

 “잡았다! 요놈!”

 한 번 끝까지 휘두른 오른 팔이 다시 중앙으로 모일 때, 잠시나마 틈이 보였다. 주모는 목검 끝을 붙잡고 그대로 위로 올렸다. 목검이 정확히 치우의 오른 팔에 맞았고, 주모는 이 틈을 노려 숙였던 허리를 뒤로 반 바퀴 돌리며 그대로 복부에 왼 쪽 주먹을 날렸다. 뒤로 나가떨어진 치우는 주막의 벽에 그대로 콱 부딪쳤다.

 “정말 귀찮게시리! 윽!”

 칼에 베인 주모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어깨를 만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주모는 서둘러 치우가 집어던진 안경을 주워 도로 얼굴에 씌웠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까딱거리는 그의 사지가 안경을 쓰자마자 잠잠해졌다.

 “후우. 후우.”

 ‘짝짝짝짝짝짝’

 끼익 하고 대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의 발걸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주모는 귀찮다는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일개 주모가 안경을 벗은 치우친왕을 저리도 쉽게 제압하다니. 처음엔 살인사건이 날 줄 알고 긴장했으나, 그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름 안심했다오.”

 “이보쇼. 지금 어께 찔린 거 안보이나? 그리고 내 얼굴을 아는 걸 보면 우리 주막에 단골손님인 모양인데, 오늘은 술 안팝니다.”

 “아, 이런 실례했소이다. 이 싸움이 워낙 흥미진진해 내 이름을 말하는 것도 잊었소이다. 난 치우염상이라고 하오. 치우친왕의 아비 되는 사람이올시다.”

 가볍게 목례하는 그의 허리띠엔 치우친왕과 같은 검은 색 칼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그대 같은 거물이 이런 곳에서 허름한 주막 하나 차릴 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 신궁 고주모. 천한의 제일가는 외계 장수를 화살 한 방에 보내버렸다지. 만약 그대가 작정하고 활을 들었다면 지금 난 아들의 장례식을 열었을 테지.”

 “어느 나라 거물이 여기서 주막이나 하겠수? 사람 잘 못 봤수다. 아들을 데려가고 싶어 온 거라면 당장 데려가슈. 확실히 치우 집안 아니랄까 대단하더이다.”

 “아랫것들을 시켰으니 곧 이리로 데리러 올 거요. 허나, 난 그대와 긴히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이 있소이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나와 술 한 잔 하지 않겠소? 여기 탁배기 맛도 좀 보고 싶은데.”

 

 “염제의 저주?”

 방에 앉은 치우염상은 사발에 가득 담긴 막걸리를 한 번에 모두 비우더니,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래 전 고조선을 침략한 외계인들이 있었소. 그들은 이상한 주술을 부리며 행성 곳곳을 돌아다녀 땅의 양분을 흡수해 자신들의 동력원으로 삼는 자들이었다오. 그들이 이 땅을 활보하자 더는 땅에서 곡식이 나지 않았고, 나무들은 모두 시들었다오.”

 “그거 전설 아니요?”

 “단군왕검의 명으로 철저히 비밀에 부쳤기에 입소문으로만 전해졌지. 농지가 황폐화됨은 곧 천노(天怒)이자 왕검의 부덕함이기 때문이요. 전란 가운데 이것을 빌미로 권력 쟁투가 벌어진다면 고조선은 일어나지 못했을 거요. 우리 치우 집안은 모두 하나 되어 그들과 싸웠소. 그리고 마침내 우린 그들의 우두머리 염제란 자의 목을 벨 수 있었지.”

 “죽기 전 그 염제란 자가 가만히 있지 않았던 거군.”

 “녀석은 우리 선조에게 저주를 걸었소이다. 언젠가 너희 후손 중 하나가 살인귀가 되어 집안을 모조리 몰살시킬 거라고. 그리고 그는 말했소. 태어나자마자 붉은 눈동자를 가졌다면 즉시 죽이라. 그렇지 않으면 그가 장차 일가를 몰살할 거라고.”

 “조롱했구먼. 부모가 차마 자식을 죽일 수 없음을 알고. 자기가 걸은 저주는 100% 성공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소이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단군왕검께서 보내신 운사(雲師)께서 저주를 막을 수 있도록 안경을 만들어 주셨소. 안경 덕에 내 아들은 저주에서 벗어났지만, 안경의 힘이 신체 능력까지 성장을 방해하오. 그 말인즉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요.”

 술을 몇 사발 들이킨 치우염상은 갑자기 주모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어이, 이보쇼! 술이 지나쳤어!”

 “내 생애 처음으로 이렇게 부탁드리오! 부디! 부디, 내 아들을! 주, 주.”

 “어이, 설마하니 나한테 부탁한다는 것이! 당신네 아들을!!”

 “주막에 취업시켜 주시구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려던 참에 전혀 뜻밖의 부탁을 들은 주모는 몹시 황당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응? 뭐라고?! 이보쇼, 내가 방금 당신네 아들을 여기 취업시켜달라는 소릴 들었는데.”

 “왜 그러시오? 아 혹시 낙하산이라 조금 마음에 걸리오? 정 그러면 이력서라도.”

 “아니. 이력서 같은 게 필요하단 건 아니고. 그 대단한 치우 집안이 왜 누추한 주막에서 일을 하다니. 그것만큼 모양새 빠지는 일은 없을 텐데?”

 “우리 집안은 대대로 무를 숭상해왔소이다. 강자로써 약자를 지키는 것은 지극히 명예로운 일이나, 약자가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치욕스러운 일이오. 마땅히 도태되어야 할. 허나 어찌 부모 된 자가 자식을 도태시킬 수가 있단 말이오! 그대 같은 거물의 밑에서 수행한다면 적어도 다른 식구들이 충분히 납득하겠지.”

 “그 치우 집안의 식구들이 의심 없이 그 사실을 받아들일까? 분명 꼭 한 명은 의심병이 들어가지고 날 감시할 텐데?”

 “집안일은 내게 맡겨주시오. 그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을 하면 되는 거요. 종업원이 한 명 늘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현재.

 “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주막의 기물을 멋대로 파손하고 주모에게 상해를 입혔으니, 내가 허락할 때까지 주모의 밑에서 일하고 수행하라고.”

 “조금은 놀라씀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주모가 그래도 칼질은 조금 할 줄 알았다니 말임다! 역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는 거여씀다!”

 “그래도 활 솜씨는 대단하잖아? 총을 들고 찾아온 너를 받아준 것도 주모 형이었고. 조금 게을러 보이는 게 흠이지만. 나도 어쩌면 처음 주모 형을 봤을 때부터 뭔가를 찾은 걸지도 모르겠어. 게으름 속에 감춰진 싸울아비의 무언가를.”

 “싸울아비의 무언가 말임까. 저도 알 것 같씀다!”

 “그렇지?”

 “그건 싸울아비의 라면스프였음다! 분명 그 때부터 라면스프를 넣었던 검다! 아휴 덥씀다!”

 “아니, 그거완 전혀 상관없는데.”

 나리는 치우의 말을 듣지 않은 체, 부엌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6개월 전.

 기절했던 치우가 눈을 뜨자 깜짝 놀라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부서진 마루를 고치고 있었다.

 “주모?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어떻게 됐냐니. 보다시피 네가 칼을 빼들고 마룻바닥을 박살을 냈잖냐. 이거 어떡하냐? 너희 집에서 알아챘는데. 너희 아버지가 네가 한 난동을 알고 직접 두 눈으로 봤으니까.”

 “이런 젠장! 기분이 울적해 이런 미친 짓을!”

 “걱정하지 마라. 네가 주막에서 부서뜨린 마루의 값만큼 일해서 갚으면 돼. 이미 네 아버지와 얘기는 끝났다. 내일 아침 7시에 딱 맞춰 오도록 해.”

 “뭐라고요? 무슨 학생보고 술집 일을 하라니! 저희 아버지가 이딴 곳으로 날 내몰 리가.”

 “손에 굳은살이 가득하더라. 살꺼풀이 까지고 피가 흘러도 연습을 멈추질 않았기에, 염증이 나고 고통 속에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겠지. 그러다 피가 멎고 끝없이 수련을 해나간다면 두 손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단단해진다.”

 “아니, 그건.”

 “넌 강해지고 싶은 게 아니야. 단지 약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거겠지. 아니냐?”

 치우는 더는 할 말이 없어 고개만 숙였다. 주모는 그의 마음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전 천한이라는 외계종족이 고조선을 침략했고, 왕검은 끝내 그들의 무력에 굴복해 고조선은 속국으로 전락했어. 난 한낱 사냥을 좋아하는 한량에 불과했지만, 내 벗들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검을 들었어. 구려(句麗)라는 저항군을 결성해 우리보다 수백 갑절은 많은 적들과 싸웠지. 난 사냥꾼이었지만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어, 그들과 함께하지 못했어. 그랬던 내가 왜 싸울아비가 되기로 생각했는지 아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개명수라는 천한의 적장이 있었어. 놈은 12척의 거구에 아무리 칼에 베이고 창에 찔려도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 내 벗들은 전쟁터에서 모두 녀석에게 죽임을 당했어. 유일한 약점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왼 쪽의 귀. 난 수풀에서 그가 오길 기다렸다가 정확히 녀석의 귀를 맞췄지. 놈은 참수당한 인간처럼 바로 죽음을 맞이했지.”

 "설마. 당신이 그 유명한 고주모?"

 "뭐야.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냐? 그러면 여태까지 왜 주모라 불렀어? 설마 주막 주인이라고 주모라고 부른 거냐? 어쨌든 난 그 뒤로 싸울아비의 길을 걸었어. 더는 소중한 벗들을 죽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으니까. 벗을 위협하는 장수들은 내가 활로 모두 쏴죽였지. 내가 왜 이 말을 하는지 아냐?"

 "잘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네게 소중한 사람들은 항상 나타날 거다.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선, 지금의 약한 네 자신도 용서할 수 있어야 돼.연약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어긋난 무언가를 추구하며 망가지거든. 지금처럼 힘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너처럼. 너희 아버지는 형제들의 시선을 네게서 돌리기 위해 내게 보냈으나, 난 널 따로 가르치지 않을 거다. 이미 넌 지금으로도 날 대적하니까. 대신 스스로 찾아보도록. 너에게 소중한 것들을.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면 되는 거야."

 "여기 있는다고, 그런 소중한 것들이 나타나요?"

 "나도 몰라. 그런 건 살아봐야 저절로 나타나는 거지. 내가 어떻게 주막에서 그걸 찾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겠냐? 엉? 바보냐? 너는!"

 치우친왕이 진지하다 말고 코를 파기 시작한 주모의 표정에 어이가 없어 말을 잊었다.

 "그런 건 주막에서 일한다 해도 생겨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언젠간 생겨나겠지. 네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된다면. 여기에서 일하며 배워 보도록 해."

 

 옛날 생각이 끝난 치우는 부엌 밖으로 걸어나갔다. 마당에선 나리가 주모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따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쉐프니까, 주모는 나무만 하란 말임다! 나뭇꾼이 되어서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가려다 경찰에게 감옥살이나 하면 됨다! 주막은 내가 갖게씀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이런 영악한 꼬맹이! 내가 널 불법 체류자로 신고할 수도 있거든? 애초에 말이야! 넌 손님을 보는 안목이 없어. 내가 손님들을 딱 알아보고 중간에 그 사람에게 맞는 조미료를 쳐주니까 장사가 되는 거야. 넌 나한테 요리 수업을 더 들어야 돼!"

 "와! 뻔뻔함다! 벌거벗은 단군왕검님보다 더 뻔뻔함다! 뻔뻔함으로 성을 쌓으면 만리장성도 쌓게씀다!"

 둘의 유치한 말싸움에 치우는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금치 못했다.

 "뭐, 사람 사는 맛은 나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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