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4
작성일 : 17-06-12 16:39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487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인우를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헌데 난 아직도 아리송해. 그깟 무허가 건물을 넘기는 대가로 고작 인우라니… 10억은 줘야 넘긴다고 하지 않았어? 이렇게 된 마당에 하는 말이지만, 내심 5억까지는 준비했었어. 그런데 말이야…

  한 호선은 팔자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하다가 메기처럼 실눈을 뜨고 달령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자네 때문에 얼마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모를 거야. 자넨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돈을 내게 요구했지. 마치 내가 쓰던 수법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네?

  -난 말이야. 이제껏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단 한 번도 제값을 주고 산 적이 없었어. 그런 멍청한 짓을 내가 도대체 왜 해야 하지? 사업이란 말이야, 줄 돈 덜 주고 받을 돈은 악착같이 더 받아 내야 성공하는 거야. 며칠 전에 도심지 노른자위 땅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사들인 적이 있었지. 그 땅의 진입로가 세 군데였는데 난 바로 그 진입로들만 사들인 뒤 담장을 쳐버렸어. 하하하, 경찰에 법원에 고발하니 어쩌니 하면서 난리법석을 피웠지.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자네도 보았으면 정말 좋았을 거야. 그런 일을 겪게 되면 사람들의 반응은 언제나 한결같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지.

  -…

  -발을 동동 구르던 땅 주인이 백기를 들고 도장을 찍어주더군. 자네가 바로 내게 그런 짓을 한다고 생각했지. 자네가 살고 있는 그곳을 허물지 않으면 약산 개발은 물 건너가는 꼴이지. 헌데 10억을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인제 거저 준다니 내가 혼란스럽지 않겠나? 그것도 고작 인우를 맡는 대가라고 하니 나 같은 장사치들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돈을 요구했던 건 나갈 의사가 없다는 뜻을 그렇게 표했던 거죠. 게다가 그 무허가 건물은 인우의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곳이었어요. 인우가 정식 주인이란 뜻이죠. 인우가 사장님 댁에 들어가면 당연히 건물을 돌려드리는 건 맞는 일이죠.

  -그런가? 그런데 자네가 굳이 왜 우리 집을 택했는지 궁금하단 말이지. 끝까지 말해 주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아. 그냥 궁금해서 그런 것일세.

  -별 뜻 없습니다. 그냥 좋은 환경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똑똑하고 예의바른 경호와 소정이가 있어서 인우가 든든하게 여길 거니까요. 경호와 소정인 둘 다 4,5년을 함께 인우와 같은 반에서 생활했던 아이들이잖아요.

  -그렇지. 그 아이들은 쌍둥이니… 그 아이들을 통해 인우 얘긴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

  -그럼 그렇게 알고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인우를 잘 좀 부탁드립니다.

  -염려 말게. 나만 믿어. 난 두 말하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 자네나 번복하지 말게. 자네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럴 일 없습니다. 이틀 후 오전에 인우를 데려오겠습니다.

  -그, 그래. 자네 뜻대로 하게.

  달령은 한 호선을 만나 다짐을 받아내고 곧바로 터미널로 향했다. 고원시 고속터미널에 가면 고원기술과학대학교가 맞은편에 있었다. 고원기술과학대학교 부근에서 모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유 도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근에 도환과는 특별한 교류가 없었지만, 자신의 빈 자리를 채워줄 만한 적임자라고 달령이 생각한 것이다.

  도환을 만난 자리에서 달령은 오래된 이야기를 결국 끄집어내야만 했다. 그것은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 중의 하나였다. 평생을 묻어둔 채 살아가야 할 이야기였지만, 달령에겐 시간의 여유가 충분치 못했다.

  -얼굴이 많이 상했네요.

  도환은 모텔 옥상에 마련된 작은 휴게실에서 달령을 맞이했다. 그 작은 휴게실은 도환의 숙소이기도 한 곳이었다. 달령은 가끔 아주 가끔 도환의 모텔을 찾은 적이 있었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도환의 모텔 옥탑에서는 마치 그림처럼 펼쳐졌다.

  -하는 일은 어때?

  -늘 그렇죠, 뭐. 부쩍 힘들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요?

  -일이랄 게 뭐 있어야지. 나야 늘 놀고먹는 게 일이었잖아.

  달령은 훔쳐보듯 살피는 도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건성으로 대꾸하며 딴청을 부리듯 하늘에 점처럼 처박힌 별 하나에 눈을 가져갔다.

  -정말 자네에겐 언제나 볼 면목이 없군.

  -설마 그 얘기 다시 하려고 찾아 온 것은 아니겠죠?

  도환은 달령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물었다. 달령은 잠시 도환의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뜸을 들인 뒤 옥탑 너머로 보이는 고원시 전경으로 다시 눈을 가져갔다.

  -언제 보아도 아름답군. 약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과기대 캠퍼스를 가득매운 라일락 향기까지 모아서 예까지 오는군. 참, 달콤해. 걷는 데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 하겠지?

  달령은 다시 조심스럽게 도환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인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살아가다 보니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더군. 자네 부인 일은 정말 유감이네.

  -또 그러십니다. 대체 언제까지 그 얘길 하실 작정이십니까? 그날 저와 제 아내가 그곳에 있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죠. 지난 일로 선생님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 때문이지. 내가 권하지 않았다면 그날 그곳엔 자네도 자네 부인도 자리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야.

  -그런 말씀 하실 작정이면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더는 떠올리는 게 고통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도환은 달령의 말에 끝내 울먹이면서 고개를 쳐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네. 진심으로 사과하지. 오늘 내가 찾은 까닭은 당분간 이곳에 없게 되어 자네 도움을 구하고자 왔네.

  -…

  도환은 달령의 말에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전처럼 화가 난 표정은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한 선호를 만나고 왔어.

  -한 선호라면 건설회사…

  -그래. 그 사람에게 인우를 맡아 달라 부탁을 했지.

  -인우를요?

  달령의 입에서 한 선호의 말이 나오자 고개를 살짝 흔들어보였던 도환은 인우 얘기가 나오자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쩌겠어. 오래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해? 물론, 다 잊었겠지. 그 말을 다시 하게 될 줄이야… 자네가 인우의 후견인 좀 돼 줘야겠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아니 어떻게…

  곰곰이 듣고 있던 도환이 분에 못 이겨 불같이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장에라도 폭발할 기세였다. 하지만 달령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환의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령은 오히려 온화한 모습이 되어 도환을 쳐다보았다.

  -꼭 그래주길 빌겠네.

  -야속하십니다. 아니 어쩜 제겐 상의 한마디 하지 않고 이러실 수가 있으세요? 내가 누구 때문에 이지경이 됐는데 인우라니요?

  도환은 달령의 간곡한 부탁이 이어져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려 했다. 그런 도환의 태도는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달령은 도환이 숨을 돌리는 틈을 이용해서 차분한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알아. 내가 자네 부인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네. 그 바람에 자넨 그 소중한 발을 잃게 되었지. 자네에게 발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란 걸 내가 왜 모르겠나. 자네가 거액의 돈을 받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게 된 걸 누구보다도 더 축하해주었던 나였어. 자네의 투구실력이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강했다는 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었지. 그만큼 이곳의 일이 얼마나 고될지 정도는 나도 알아. 그래서 내겐 자네가 더 소중했어.

  -선생님!

  -미안해.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할 수 있지. 난 자네가 투수마운드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고 내려올 때보다 지금의 자네가 더 자랑스럽네.

  -아니 무엇이 그리 자랑스럽단 말씀입니까? 모텔에 틀어박혀서 아침저녁으로 패드나 깔고 세탁기나 돌리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우세요? 아니면 뒤뚱뒤뚱 거리는 모습으로 이 방 저 방 청소하러 다니는 모습이 자랑스러우신가요? 사람들이 저더러 뭐라 그러는지 아시기나 하시고 하는 말씀이세요?

  -…

  -메뚜기 같답니다. 그것도 부러진 다리를 달고 다니는 메뚜기요. 저도 어릴 적 그런 장난을 많이 쳤었죠. 메뚜기를 잡아 한 쪽 다리를 분질러 놓으면 어땠는지 아십니까?

  -…

  -한 번 뛸 때마다 메뚜기가 중심을 잃고 뒤집어졌죠. 제가 꼭 그렇답니다. 고교시절 적수가 없는 최대유망주였다는 사실도 메이저리그 입단도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한편으론 그래서 깊은 절망 속에서 쉽게 헤어 나올 수가 있었죠. 그런데 이런 제가 무엇이 자랑스러우세요? 지금 놀리시려고 작정하고 찾아오신 겁니까?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알 까닭이 없죠. 나 같은 한심한 놈팡이가 어찌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겠습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게. 일부러 그런다는 거 다 알아. 내가 자넬 그 어느 때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는가. 비록 생각은 전과 다르겠지만 그건 크게 문제 될 일도 아니지. 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본다는 것쯤은 인제 깨달아야 해. 난 자네의 겉모습에 열광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야구로 다져진 탄탄한 자네의 몸과 빼어난 실력 따위엔 결코 관심 둔 적이 없었다구. 내겐 오로지 자네만이 소중했었어. 그 불같은 마음이 좋았고 순박해 보이는 눈은 꼭 사슴을 빼닮아서 사랑스러웠지. 꿈과 열정이 용광로처럼 꿈틀거렸고… 사람들은 그런 자넬 버렸지만 난 결코 자넬 버린 적이 없었어. 난 부디 자네에게 소원이 다시 싹트기를 바랄 뿐이야. 아주 간절한 소원.

  -이미 망가진 몸으로 무슨 바랄 게 있을까요?

  -자네가 곧 찾게 되리라 난 확신하네. 내가 곧 먼 길을 떠나게 되네.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부탁을 하러 온 것일세. 부디 인우의 후견인이 돼 주게.

  -…

  달령의 물음에 도환은 선뜻 대꾸하지 않고 어두운 밤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그동안 모텔에서 홀로 지내면서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던 도환이었다. 도환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를 벙어리라고 착각하고 그의 등 뒤에서 놀려댈 정도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4 34 2017 / 7 / 31 366 0 5168   
33 33 2017 / 7 / 31 350 0 4604   
32 32 2017 / 7 / 31 351 0 4295   
31 31 2017 / 7 / 30 371 0 4613   
30 30 2017 / 7 / 30 353 0 4436   
29 29 2017 / 7 / 30 382 0 4488   
28 28 2017 / 7 / 28 369 0 4438   
27 27 2017 / 7 / 28 348 0 4545   
26 26 2017 / 7 / 26 336 0 4245   
25 25 2017 / 7 / 26 354 0 4541   
24 24 2017 / 7 / 25 349 0 4278   
23 23 2017 / 7 / 20 357 0 4239   
22 22 2017 / 7 / 18 365 0 4225   
21 21 2017 / 7 / 17 368 0 4434   
20 20 2017 / 7 / 16 357 0 4220   
19 19 2017 / 7 / 12 352 0 4366   
18 18 2017 / 7 / 11 344 0 4431   
17 17 2017 / 7 / 10 358 0 4341   
16 16 2017 / 7 / 9 378 0 4141   
15 15 2017 / 7 / 7 334 0 4239   
14 14 2017 / 7 / 6 349 0 4125   
13 13 2017 / 7 / 5 354 0 4192   
12 12 2017 / 7 / 4 358 0 4141   
11 11 2017 / 7 / 3 383 0 4281   
10 10 2017 / 7 / 2 369 0 4554   
9 9 2017 / 7 / 1 352 0 4359   
8 8 2017 / 6 / 28 348 0 4409   
7 7 2017 / 6 / 26 376 0 4802   
6 6 2017 / 6 / 20 368 0 4794   
5 5 2017 / 6 / 18 367 0 5144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