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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감정조절장치
작가 : 오새롬
작품등록일 : 2017.6.7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스스로 감정을 통제 할 수 있는 기계를 얻게 된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이어지는 사소한 인연들이 기계와 연관된 것만 같다.

등장인물들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음모와 배신,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감정조절장치 3화
작성일 : 17-06-12 09:30     조회 : 407     추천 : 1     분량 : 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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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과거에 대한 생각으로 불안해져 있을 때 쯤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깜깜한 새벽은 아니었지만 마치 한밤중에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깬 것 마냥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문을 열자 택배상자를 전해 받은 옆집 여자가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서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좀전의 분노에서 금방 해방 된 듯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자를 맞는다.

  “경비 아저씨가 주신 택배상자 중에 빠뜨린 게 있나 해서요. 경비실에 가보니까 전부 그쪽한테 맡겼다고 하던데요.”

  고맙다는 말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여자에게 받은 의심이 썩 좋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안 곳곳을 살펴보지만 제법 크기가 있는 상자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상자를 받은 그대로 전해드린 거라 어디 빠뜨릴 상황이 아니었어요. 혹시라도 떨어뜨렸다면 저도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무게였는데요?”

  오해가 더 커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자초지종을 꼼꼼히 설명했지만 여자의 눈초리는 아직도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혹시라도 택배상자 찾으시면 곧장 가져다주세요.”

  부탁인지 명령인지 알 수 없는 여자의 말투에 잠잠하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늘 싸움을 피하며 살아왔지만 수면위로 떠오른 분노가 무겁던 입술을 자극 시켰다.

  “저기요. 아까부터 계속 저를 물건 맡아놓는 사람처럼 말하는데 전 이 아파트 경비도 아니고 단지 당신과 같은 입주민입니다.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말하십니까?”

  특별히 듣고 싶은 대답은 없었지만 이미 폭발해버린 마음 속 화가 그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잔뜩 화가 나 쏘아붙이는 그의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가만히 서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중요한 물건을 찾고 있어서 그래요. 부탁합니다.”

  갑작스레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치솟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찾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친절한 배웅의 인사까지 건넨 걸 보면 잠깐 동안 갖고 있던 화가 어느새 설렘으로 융화 된 것 같았다.

  자신조차 낯선 모습에 괜히 멋쩍어진 그가 컴퓨터로 돌아가 남은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흐름이 끊겼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소녀를 갖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막힘없이 써내려갔다. 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가 지켜보기라도 하듯 끝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관리를 유지한다. 전부 부질없는 행동이라는 걸 알지만 무언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며칠 후, 완성된 원고를 들고 출판사로 가기 위해 이른 시간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시작된 바깥 외출에 한동안 가지 못했던 병원도 예약해 놓는다.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고 승강기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내 멈춰버린다. 옆집 앞에 펼쳐진 상자더미와 활짝 열린 현관문이 그를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는 집에 노크를 해보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의아함에 집 안쪽으로 고개를 밀어 넣어도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곧장 승강기를 타고 차가 있는 지하대신 경비실로 연결되는 1층 버튼을 누른다.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경비원은 자초지종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저 혹시 저희 집 옆집에 살던 여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현관문은 열려있고 상자들도 널브러져 있던데요.”

  초조한 듯 연신 손을 닦아내던 그에게 경비원 역시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쉰다.

  “그게 글쎄, 어제 새벽에 갑자기 이사를 갔더라고요. 안 그래도 청년한테 찾아가려던 참이었는데. 또 그 여자 택배가 엄청 쌓여있거든요. 연락도 안 되는 거 보면 완전히 떠난 것 같은데.”

  옆집 여자의 갑작스러운 이사 때문에 혼란에 빠진 둘은 서로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하고 안절부절 한 채 가만히 서있었다. 담배 한가치를 꺼내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 그럼 어차피 이 택배들은 폐기해야 하는 거죠?”

  “2~3일 뒤에도 연락이 없으면 그래야겠죠? 이제는 아파트 입주민도 아니니까 이 많은 상자를 다 보관하고 있을 이유가 없죠.”

  옆 집 여자의 택배를 버리기 전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굳이 안에 있는 내용물 까지는 아니라도 뭔가 쓸모 있게 사용 될 거라는 생각에 상자를 들어올린다.

  “혹시나 그 여자 분이랑 연락되시면 저한테 찾으러 오라고 전해주세요. 안 버리고 잘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를 택배상자를 옮기며 갑작스런 이사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한다. 늘 자신을 지켜주던 의사의 죽음과 동등한 의문점이 생기긴 했지만 굳이 모두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을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연락을 기다리며 거치적거리는 택배상자를 두고 주인의 손에 전달되어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갑자기 생긴 바쁜 일정을 끝내고 나니 어느덧 약속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 서둘러 출판사를 향해 전속력으로 차를 밟는다. 이전 원고 마감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처지에 오늘마저 늦어버리면 더 이상 댈 수 있는 핑계도 없을 거 같다.

  한참을 달려 편집장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 보다 15분가량 늦어져 있었다. 조심히 사무실 문을 열고 편집장의 방에 노크를 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무거운 목소리가 그의 지각을 알리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근데 조금 늦으셨네요.”

  그를 보고 건네는 인사 뒤에 곧장 따라붙는 지적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른다. 괜한 변명을 늘어놓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불쾌해 보이는 편집장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소설에 대한 장점들을 어필해야 했다.

  “저번 소설과는 다르게 조금 자극적인 줄거리들로 썼습니다. 독자들을 끌어 모으기에는 확실히 효과가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글에 확신을 갖지 못한 그가 할 만한 유일한 말이라고는 자극적인 소재에 피력하는 일밖에 없었다. 자리에 놓인 물로 건조해진 목을 축이며 반응을 살핀다. 긴장 된 분위기 속에 원고를 훑어보던 편집장의 표정은 감정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무던했다.

  몇 분 뒤, 두꺼운 원고를 살피던 편집장의 입 꼬리에 옅은 미소가 새어나온다. 대답을 듣지 않았지만 아마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다. 굳은 자세로 앉아있던 그가 먼저 입을 열어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진다.

  “시나리오는 마음에 드십니까?”

  미세하게 올라간 편집장의 입술이 그가 던진 질문을 끝으로 다시 자리를 찾는다. 싫으면 싫은 대로 말해주길 바랬지만 좀처럼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시나리오 마감이 어제까지인 걸로 알았는데 하루나 늦으셨네요.”

  또 다시 시작된 불편한 지적이 잠시나마 나아진 분위기를 얼게 만든다. 종잡을 수 없는 반응들이 그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어쨌든 오늘이라도 원고를 가져오셔서 다행이네요. 괜찮은 작품 같습니다. 계약서에 서명 해주시면 계획대로 출간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듣고 싶던 대답이 단 몇 초 만에 사무실 공기를 바꿔놓았다. 매번 퇴짜 맞기 일쑤였던 삼류소설을 벗어나 정식 출간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당장 편집장의 손이라도 잡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작가로써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표정관리를 했다. 잠깐의 시간동안 긴장감으로 굳어 있던 안면근육을 풀기 위해 괜스레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계약을 마치고 사무실을 빠져나온 그의 발걸음은 공중을 떠다닐 만큼 가벼웠다. 복권이라도 당첨 된 사람처럼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기쁜 소식을 전해 줄 사람은 없지만 감정소모로 지쳤을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약을 처방받으러 가는 중에도 흥분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약 처방도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찾아올 불안을 대비해 속도를 높였다.

  그를 담당하던 의사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또 다른 의사가 자리 잡았다.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남겨진 기록을 토대로 그의 병명과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구구절절하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 놓아야 하는 타이밍에는 완전히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한참동안 그의 이야기를 듣던 의사가 얇은 안경테를 들어 올려 마지막 진료현황을 살피기 시작한다.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과 글을 읽는 것이 동시에 가능한지 모르지만 의사의 눈과 귀는 그의 말과 처방기록을 살피며 반응 하는 것 같았다.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의사가 얼마 전 죽음을 선택한 동료의 처방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방문한 날에는 약 처방 받은 기록이 없네요? 매일 약 없이 버티지 못할 만큼 중증의 상태인데다 이전에 받은 약도 넉넉하진 않았을 테고요.”

  몇 년 동안 쌓인 진료 기록 중 유일하게 약을 처방받지 않은 날은 감정기록장치에 대한 처방과 함께 비밀유지각서에 서명을 한 날이었다. 비록 앞으로 그를 담당할 의사라 할지라도 기계에 대한 언급은 일절 발설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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