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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거짓된 안락을 위하여
작가 : 고래고래몬
작품등록일 : 2017.6.5

[현대판타지/초능력물/에스퍼 세계관/판타지多/연상연하/연하남/집착남주/계략남주/복흑남주/역키잡/내숭남주/약간의얀끼/무심여주/속내는정이많은/굴림당함/데굴데굴/그래도피폐/그러나주관적의견/약간의개그요소]

“요엘.”

그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뒤에서 가두듯 나를 끌어안으며 내 목에 이를 박아 넣으며 그는 속삭였다.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나의 구원, 나의 사랑, 나의 행복.
뒤에 이어진 단어에는 오롯한 진심이 가득해 어쩐지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너를 떠나야 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비겁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내게 너는 감히 구원이라 말한다.

(프롤로그 中)

 
#01. 케이조보 가(家)의 그 도련님
작성일 : 17-06-12 03:43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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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집요한 시선이 전신을 훑었고, 오싹하고 징그러운 기분에 토악질이 날 것 같았다.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나는 물을 수 있었다.

 

 [충… 분히 제가 납득할 이유가 필요합니다.]

 [아아. 이유. 너는 사토시 님께 그 무엇도 전해 듣지 못했구나. 왜 하필 재생 능력의 소유자가 유타의 옆에 있어야 하는지. 사토시 님께서 어떤 원대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지. 그 분께서 이룩하고자 하는 ‘낙원’이 얼마나 달콤하고 아름다운 세계인지!]

 

 광기에 휩쓸린 센죠는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고 나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나는 뒤로 물러가며 침착하게 문 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었다. 귀가 썩어 들어갈 것 같았다. 저딴 개소리를 짓거리는 자와 대화를 시도하려는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이봐. 도망갈 건가?]

 

 그때 센죠가 앞으로 다가오는 걸 멈추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뒷말은 알 수 있었다.

 

 유타를 구하고 싶지 않으면 도망가도 된다.

 나는 숨을 천천히 몰아쉬며 걸음을 멈추었다. 선택을 해야 했다. 센죠는 내게 두가지의 선택권을 준 것이다. 유타를 구하고 싶다면, 나는 피를 제공해야 한다. 구하고 싶지 않다면, 피를 제공하지 않고 이대로 나가면 된다.

 

 다만 피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유타의 세포 자멸을 막을 수 없다. 그것은 신체의 노화를 일으킬 것이고, 사토시는 아마 극한의 상황이 되어서야 유타에게 치료약을 제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고통을 받는 건 유타다.

 

 […저는.]

 [아아아악-!]

 

 대답을 끝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센죠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바닥을 기던 노인은 고개를 퍼뜩 들어 침대 쪽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 아직… 정신을 아, 안 잃었…?]

 

 바닥부터 무릎까지 센죠의 무릎이 얼음으로 굳어있었다. 센죠는 냉기로 인한 고통인지 바닥에서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나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침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유타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이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유타 님!]

 

 유타는 침대에서 거의 굴러 떨어진 채 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실핏줄이 터졌는지 아이의 눈은 새빨갰다. 마른 등이 숨을 쉴 때마다 크게 들썩였다. 경련이 이는지 유타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크게 허리를 꺾으며 울컥 피를 한 움큼 내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손바닥을 떼지 않았고, 얼음은 점점 더 올라가 센죠의 목까지 뒤덮었다. 히익, 거리며 센죠가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

 

 [사, 살려줘! 나, 나는 그냥 유타를 사, 살리기 위해서!]

 

 유타는 떨리는 손으로 피가 묻은 입을 닦았다. 그리고 어딘가 핀트가 나간 얼굴로 사토시를 똑바로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닥쳐.]

 [유, 유타 내 얘기 좀 드, 들어봐!]

 [그 다음은 입이야.]

 

 입마저 얼리고 싶지 않게 만들려면, 닥치는 게 좋을 거야.

 

 [유타 님, 센죠의 얘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지금 능력을 과다하게 쓰셔서 몸이 많이 망가지셨습니다. 제 피가 유타 님을 치료할 수 있다면 기꺼이….]

 [요엘.]

 

 나는 시간이 멈추는 걸 느꼈다. 유타는 처음으로 나를 분노에 찬 눈으로 보았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그 백색 눈동자는 지나치게 싸늘했다. 그래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제가 알아서 합니다.]

 [알아서 한다고요?]

 [네, 요엘은 아무 걱정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 비밀에 접근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나는 차츰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엉망이 된 주제에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유타의 오만함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선을 긋는 유타의 모습에 서운해서 화가 난 걸까.

 

 모르겠다. 그러나 알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유타를 조심스럽게 품에서 놓았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진득한 시선을 무시한 채 센죠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노인은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유, 유타에게 나를 푸, 풀어달라고 말해줘!]

 

 바닥에 얼굴을 처박힌 그는 눈동자만 간신히 올려 나를 간절하게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를 구해줄 생각 따위 없었다. 그의 앞으로 도착한 나는 무릎을 굽히며 그와 눈을 마주했다.

 

 [지금 얼음에 피부가 달라붙어서 곧 찢어질 거라고! 빨리 말해!]

 [센죠.]

 [너 계속 그딴 태도로 나오면 유타를 구하는 방법 따위 가르쳐 주지 않을…!]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았다. 그리고 다른 쪽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대로 목이 꺾이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센죠?]

 [너, 너?]

 [살고 싶다면 열심히 떠들어야죠, 센죠.]

 

 센죠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나는 더없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유타 님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요, 센죠?]

 […그, 그건.]

 [지금 저는 굉장히 화가 나있어요. 대답이 더 늦어질수록 불리한 건 누구일까요?]

 [요엘… 제발! 제발,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피를 토해내며 유타는 바닥을 기며 나를 젖은 눈으로 보았다. 일순간 마음이 약해질 뻔했으나 나는 그럴수록 독하게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나는 유타의 시선을 피하며 바닥에 튀어나온 얼음조각을 떼어내 내 목에 가까이 대었다.

 

 [어차피 저는 죽지 않아요, 유타 님. 희박한 확률로 나타난다는 재생 계열이니까요.]

 [그거, 그거 내려놔요. 제발, 제발.]

 [하지만 꽤 큰 치명상을 입게 된다면, 회복이 굉장히 느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타 님께서 치료를 받지 않으신다면, 저는 몇 번이고 회복된다 해도 죽고자 할 겁니다. 그러니 센죠의 입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요엘!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울면서 바닥을 기며 내게 다가오는 유타를 무시하고 센죠의 머리를 더욱 세게 쥐며 말했다.

 

 [당장 입 열어.]

 

 센죠는 결국 눈을 질끈 감으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흔히들 재생 계열 능력자는 귀인(貴人)이라고 여겨지지. 왜 그런지 아나?]

 [내 몸 속에 흐르는 피와 연관된 얘기인가?]

 [그래. 그 피는 인간이 감히 범할 수 없는, 성역의 것이라고 불리지. 만약에 네가 ‘기적’을 직접 목도하고 싶으면 유타의 입에 피를 흘려보내면 돼. 그렇다면 네 녀석도 분명 왜 기적이라 불리 우는지 알 수 있겠지.]

 

 나는 조금씩 납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타가 왜 그토록 비밀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굽힌 무릎을 피고 쓰러져 있는 유타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간신히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고 그마저도 꺼질 듯 위태로워보였다.

 

 […원하지 않았어.]

 

 마치 작은 한숨처럼 연약한 목소리였다. 아이는 포기한 듯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벌벌 떠는 손을 뻗어 내 볼에 가져다 대려다 멈추었다. 그리고 주먹을 쥐며 서서히 팔에 힘을 뺐다.

 

 [요엘.]

 

 나는 멀어지는 손을 붙잡고 내 볼에 가져다 대었다. 놀란 듯이 커진 두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발견했다. 여전히 머릿속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고, 복잡하게 뒤섞인 감정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아이의 손을 맞잡으며 다른 손으로는 바닥에 솟아오른 얼음조각을 부쉈다. 그리고 조각으로 손바닥을 살짝 그었다. 그리고 그것을 유타의 입에 흘려보내려 했다.

 

 [드셔야 합니다.]

 

 하지만 유타는 남은 손으로 제 입을 막으며 도리질을 했다. 먹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아떼었다. 그러자 유타는 그제야 여덟의 아이가 지을 수 있는 얼굴로 돌아와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시, 싫어요. 나는 머, 먹고 싶지 않아요.]

 [유타 님.]

 [왜, 왜! 요엘은 제게 화를 내야 해요! 괴물인 저를 욕하고 밀어내야 해요! 근데 왜…!]

 [저희는 잘못이 없습니다. 억지로 당신에게 종속되어야 했던 저도, 그런 제 피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진 유타 님도 어떤 잘못을 하지 않았어요.]

 

 나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대로 멈춰버린 아이를 보며 옅게 웃었다. 들을 리가 없는 말을 들은 것처럼 아이는 굳어져 있었다. 그 틈을 타 나는 아이의 입술을 부드럽게 벌리며 그 안으로 피를 흘려보냈다.

 

 [그러니 유타 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냐…. 흐윽, 요엘은 나를 원망해야 해요….]

 [유타 님이 원하지 않았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저는.]

 

 아이는 도리질을 하며 먹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그것을 막았다. 그리고 억지로 쏟아진 피를 삼킬수록 아이의 몸에 가득히 퍼진 푸른 핏줄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

 

 그렇다. 센죠의 말이 맞았다.

 나의 피는 신의 산물인,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정해야 했다.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인 증오의 감정은 오로지 사토시에게로 쏟기로.

 

 ***

 

 그렇게 한 달 동안 유타는 사토시의 밑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장장 8시간 동안 사토시에게 교육을, 아니 일방적인 폭력을 감내해야 했던 유타는 늘 최대 출력 이상의 능력을 써야 했다. 결국 아이는 한 달간 늘 쓰러져야 했고, 나는 매일 밤 아이에게 피를 먹여야 했다.

 

 ***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재생 능력 계열자의 수가 희박한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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