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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무월(無月)
작가 : 천무
작품등록일 : 2017.6.12

조선 중기 양란 속에서 위험에 빠진 조선을 구하라.

어둠 속에서 활약해야 하는 무월의 처절한 사투를 다룬 무협소설

 
-뜻밖의 만남 -
작성일 : 17-06-12 00:20     조회 : 361     추천 : 1     분량 : 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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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585년 황해도

 

 황해도는 그 예전 고려시대부터 송, 원,명으로 이어지는 대국과의 활발한 무역이 이루어지는 길목이었으며 잦은 교류와 물자들이 드나들었던 탓에 서해안 뱃길의 주역이었고 그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

 

 지금이야 경상(경강상인), 만상(의주상인), 내상(동래상인) 등에 비해 그 힘이 많이 쇠약해졌지만 고려시대때부터 이어져온 송상의 힘은 여전히 조선 전국에 그 영향력을 뻗치고 있었다.

 

 태조대왕이 개성이 그 기운을 잃었다고 하여 수도를 한양(漢陽)으로 천도(天道)한 것은 그런 개경상인과 황해도의 힘이 비약적으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함도 없지 않을 것이다.

 

 조선 초기부터 꾸준히 많은 견제를 받는 황해도이지만 한양과도 가까운 그 지리적 중요성과 뱃길로 이동하는 조선 조운제도의 서해안 지역담당 조창이 생겨났다는 것이 여전히 황해도가 조선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말해주는 것이리라.

 

 

 끼이익!

 

 “배 들어온다!”

 

 황해도 예성항. 지금이야 예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조선시대의 최대 국제 무역항 중 한 곳인 이 곳에 배 한척이 들어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항구에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여기. 이 곳에 정박하게!”

 

 “여기 밧줄 잡고 꽉 묶어야 하네.”

 

 쿵!

 사람 수십명을 타고 내릴법한 큰 배가 항구와 살짝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거칠게 정박했고 배가 항구에 닿자마자 대기하던 사람들이 빠르게 배를 밧줄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배에서 봇짐을 짊어진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휴우..여기가 황해도인가?”

 

 배에서 막 육지로 내려온 댕기머리차림의 무명옷을 걸친 김명도는 등에 멘 봇짐을 고쳐메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의 눈에는 바쁘게 왔다갔다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냥 신기했다.

 

 퍽!

 

 “어디 눈을 두고 다니는게냐! 알짱대지말고 저리 비키거라!”

 

 사람들과 항구를 구경하느라 앞을 미처 못본 김명도와 짐꾼인 듯한 험상궂은 사내가 부딪쳤고 사내는 자기와 부딪힌 사람이 아이임을 확인하자 더욱 눈을 부라리며 험하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죄..죄송합니다.”

 

 명도는 재빨리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마을로 들어섰다. 부둣가 근처 마을은 명나라 상인들과 짐꾼들 조선 상인들로 북적거렸고 늘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런 부둣가를 중심으로 상인들을 상대하는 상업 또한 발달하기 마련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숙식이 제공되는 주막이었다.

 

 꼬르륵!

 “아.. 오랫동안 배를 타고 왔더니 배도 고프고...저기 가서 요기라도 해야겠다.”

 

 아직 갈길이 먼 명도였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전라도에서부터 뱃길을 따라 장시간 배를 타서 그런지 허기가 진 명도는 눈 앞에 보이는 아무 주막에서 국밥이라도 한그릇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주모, 여기 국밥 한그릇만 주십쇼”

 

 “아이고, 어린 사람이 혼자 오셨수? 국밥한그릇? 금방 갖다줄테니 기다리슈.”

 

 넉살좋아보이는 주모가 대답따위는 필요없다는 듯이 빠르게 말하며 김명도를 지나쳤다.

 

 “이보게 그 소문 들었는가?”

 

 “무슨 소문?”

 국밥을 기다리는 김명도의 귀에 자연스럽게 옆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사부님께서도 조선 천지 정보에 가장빠른 곳이 주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가 들리는구나.’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명도는 사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전라도, 경상도 할 것없이 저 밑에 하남도 지방들은 왜구놈들이 백성들 죽이고 난리랄세 그랴.”

 

 “에이, 난또 무슨 소리라고. 왜구놈들이 우리들 괴롭힌게 어디 한 두해 일인가. 이사람아.”

 

 “아니 글쎄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더구만. 침략도 해안쪽을 넘어서 안쪽까지 들어와서 그냥 걸어다니는 건 싹 다 쓸어버리고 다닌다네 글쎄.”

 

 “아이고 나라 꼴이 어찌 될려고 그런대나 글쎄 조만간 전쟁이라도 나는거 아녀?”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깐. 에휴 어찌된 게 갈수록 살기가 이리 힘든지 원.”

 

 보따리 장수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면 막 나온 국밥을 먹는 김명도의 귀에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캬아~.이보쇼. 아저씨들 그 이야기는 들었는가?”

 

 “무슨 이야기 말이오?”

 

 갑작스럽게 끼어든 이야기는 방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테이블 옆에서 막걸리 한잔 마시던 조금 젊어보이는 청년이었다.

 

 “아 글쎄. 그 하남도 내륙까지 들어온 왜구들이 어떤 키 큰 노인한테 쥐어터지고는 뭐빠진 개마냥 도망쳤다더라구요.”

 

 “어.어. 나도 그 얘기 들었소. 그게 참말인게요?”

 

 젊은 청년은 봇따리 장수들이 자기말에 귀를 기울이자 신난다는 듯이 몸까지 상인들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아 글쎄 내가 장돌뱅이 생활하면서 그 쪽 마을 지나갈일이 있었는데 마을사람들이 신선이 나타났다고 막 난리 난리를...”

 

 “그래 그 모습이 어떻게 생겼다던가?”

 “긴 수염에 키는 어마무지하게 크고.. 아 특이한게 스님 복장을 하고 다닌다고...”

 

 “푸웁..”

 

 청년의 말에 김명도는 먹고 있던 국밥을 뿜어버렸다.

 

 ‘이건 백발백중 사부님이다. 필시 사부님이 틀림없다. 하여튼 밥만 먹으면 한동안 어디 나갔다가 안오시더니... 왜구들 때려잡고 있었구나.’

 

 “이보게 괜찮나?”

 

 상인들과 말하고 있던 젊은 청년이 김명도에게 다가와 친근하게 탁주한사발을 건내며 물었다.

 

 “아..예 괜찮습니다. 제가 아직 술은...”

 

 “어허.. 보아하니 나랑 같은 장돌뱅이 같은데 어려도 술 한두잔은 할 줄 알아야지.”

 

 젊은 청년이 자연스럽게 김명도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참 넉살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그럼 그 노인 혼자서 경상도 전라도 다 돌아댕긴거여? 무슨 천신이여 뭐여”

 

 아까 이야기 듣던 상인이 다시 궁금증이 도졌는지 젊은 청년에게 물었고 젊은 청년이 그 상인에게 말했다.

 

 “아 그게 근데 특이한게 그런 도사들이 막 여기저기 나타났다네 글쎄. 근데 모양새가 다 다른게 한 사람은 아닌가보더라구요.”

 

 “푸웁~”

 

 “으익~. 아 거참 더러워서..”

 

 김명도가 2차로 국밥을 뿜어버리고 그 국밥들이 맞은편 젊은 청년에게 고스란히 날아갔다. 젊은 청년은 기겁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죄..죄송합니다.”

 

 젊은 청년에게 고개를 숙이며 김명도는 생각했다. 분명 이 청년이 말하는 건 무월이리라. 사부님께서는 전국 팔도에 무월이 존재한다고 했으니 제자들을 장백산으로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아.. 그리고 특이한게 그 도사들이 사라지면서 자기들을 무월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던데..”

 

 “무월? 그게 뭐래? 자네는 들어봤나?”

 

 “글세 무월? 무월이 뭔가..”

 

 상인들은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저마다 의문을 표하며 서로에게 질문하기 바빴고 그 순간 김명도는 먹던 국밥이 목구멍에 턱하고 걸려버리고 말았다.

 

 “커억..쿨럭 쿨럭..”

 

 젊은 청년의 말에 김명도의 목구멍에 사례가 걸린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까

 

 ‘미..미친 인간들.. 뭐가 음지 활동이야 그렇게 다 떠벌리고 다니면 대체...’

 

 분명 사부는 떠날 때 무월은 음지에서 백성들을 지키는 조직이라 하였는데 지금 하는 행보는 마치 무월이라는 존재를 만천하에 다 떠벌리려는 것이 아닌가...

 그때 젊은 청년이 김명도의 상태를 살피며 걱정하듯 물었다.

 

 “이보게. 왜 그래? 어디 몸이 안좋은겐가?”

 

 “아..예. 갑자기 급하게 먹느라...하하하.. 그보다 무월이라니 어찌 노인 한 두명이 왜구들을 다 쫓아냈다는 말입니까?”

 

 김명도는 어떻게든 무월의 화제를 돌리기 위해 역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질문했다.

 

 “그러게 말일세. 그 무..뭐 어쨌든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벌써 진즉에 나타났었어야지. 왜 이제야 나타난다는 말인가.”

 

 옆에서 듣고 있던 상인 한명이 김명도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다른 상인이 거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내가 저 밑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닐때 들으니, 그 무월인가하는 그런 것보다는 그 지역에 양반들이 자기 돈 털어서 사람들한테 무기 사주고 밥 먹여주면서 왜구들을 무찔렀다고 하더만.”

 

 “아 나도 들었네. 그 전라도 지방에 유명한 양반이 내려가서 그 지방 현감들이랑도 마음이 잘 맞아서 조직적으로 싸운다던데...이름이 정..여립인가..하던 양반이라는데..”

 

 장사꾼 두명이 그렇게 떠드니 주막에 있던 사람들도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각자 동료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젊은 청년은 자연스럽게 김명도에게 짖궂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이런 그러고보니 서로 통성명도 없었구만. 내 이름은 장범규네. 반갑구만.”

 

 “아 예. 김명도라고 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장범규가 청한 손을 맞잡으며 김명도는 인사했다.

 

 ‘으음...무슨 힘이...’

 

 손을 잡으며 인사하던 김명도는 장범규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순간 인상을 쓰며 장범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범규는 사람 좋은 웃음 크게 지어보이며 물었다.

 

 “아 명도라 멋진 이름이구만.. 자네는 그래 무월이라는 존재를 어찌 생각하는가? 자네도 허무맹랑하다고 보는건가?”

 

 -무월신공(無月神功) 인자결(人字訣) 천지일월심법(天地日月心法)

 

 장범규의 모습에 김명도는 천지일월심법을 운용하며 맞대응했다. 순간 장범규의 눈이 살짝 찡그려진건 단순한 오해일까

 

 “무월이라니 어디 임금님께서 계신 이 나라에 그런 존재들이 있다니..말도 안되는거 아닙니까?”

 

 “하하.. 역시 김형 생각도 그러하군. 나도 그냥 들리는 소문을 말한것 뿐이니 오해는 말게나.”

 

 “예 그럼 이만 저는 갈길이 바빠서...”

 

 김명도는 재빨리 봇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때 장범규도 같이 일어나며 재빨리 김명도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아.. 나도 나가는 길이 같이 가세. 그래 자네는 어디로 가는 길인가?”

 

 “장돌뱅이가 어디 간다하고 갑니까? 저는 북쪽으로 올라갈 생각입니다.”

 

 “잘 됐네 그려. 나도 북쪽으로 가는 길이니 우리 말동무나 하면서 가세나.”

 

 조금이라도 빨리 장범규와 멀어지고 싶던 김명도는 조금 난감했지만 여기서 뿌리치면 더 이상해보일 것 같아 아무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 곳 예성항은 고려시대때부터 유명한 항구였지. 특히 명나라를 너머 저기 서역인들까지 이 곳에서 무역을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한게지.”

 

 “아 그렇군요.”

 항구 마을을 둘러보면 확실히 자신이 어릴적 살던 어촌과는 그 분위기부터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노략질과 기근에 시달리는 다른 지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 예성항을 중심으로 송상들이 그 터를 잡고 있고 이미 조선 팔도의 모든 상업은 다 이 곳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지.”

 

 “확실히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다르군요. ”

 

 김명도의 말에 힐끔 김명도의 봇짐을 본 장범규가 말했다.

 

 “그런데 자네는 어찌 장돌뱅이 그리 봇짐이 가볍누?”

 

 탁!

 

 그 말에 순간 걸음을 멈춘 김명도가 장범규를 보며 말했다.

 

 “누구십니까?”

 

 턱!

 

 막 무월신공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표출되려고 하는 김명도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며 장범규가 말했다.

 

 “허허..이 사람 참.. 장범규라니까 그러네. 그리 큰 기운을 함부로 마구 풍기면서 어찌하누.”

 김명도에게 가까이 다가간 장범규가 귓속말로 말했다.

 

 “조용히 따라오게나. 긴히 할말이 있으니..”

 

 가볍게 어깨를 감싸며 천천히 김명도를 이끌며 장범규는 조용한 골목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리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김명도의 어깨에 손을 풀며 말했다.

 

 “반갑네. 다시 한번 말하지. 난 무월단 소백산 김춘규사부 밑에서 수학한 장범규라고 하네.”

 그 말에 김명도가 장범규에게 의문섞인 질문을 던졌다.

 

 “정말 무월이란 말입니까? 근데 어찌하여 아까는 그런 소문을 마구 낸단 말입니까? 무월은 드러나선 안된다고 그렇게 저희 사부께서는 강조하셨는데..”

 

 그 말에 장범규는 예의 그 사람 좋아보이는 가지런히 치아가 보이는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랬지. 나도 분명 그리 배웠지. 그런데 잘 생각해보라구. 왜 내가 떠난 후 춘규사부는 경상도 내륙까지 들어온 왜구들을 마구 때려잡으며 무월이라는 이름을 마을사람들에게 알렸을까라고.. 그러고 보니 자네는 어디서 온겐가. 아마도 남쪽에서 왔겠지?”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말에 명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지리산 춘삼사부밑에서 수학하였소.”

 

 “역시. 거보게. 명도 자네 사부도 전라도 지방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 그 말은 곧 무월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누군가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신난 것인지 장범규는 들뜬 목소리로 떠들었다.

 

 “무월이라는 조직은 조선초기에 삼봉어르신과 태조대왕의 유지가 깃들었지만 이미 그 시대는 세월따라 흐른지 오래라네. 그 예전엔 분명 여러 양반가문과 왕실이 무월이라는 존재를 알았겠지. 허나 지금은 어떨까? 태평성세가 계속된 이 땅에 이미 무월이라는 조직은 그들의 뇌리 속에 사라진 지 오래일터란 말이지.”

 

 “그래서요?”

 

 신난 듯이 말이 빨라진 장범규의 모습에 김명도는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의문을 던질 뿐이었고 이에 장범규는 답답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에헤이 이 사람 참. 자 그럼 나라가 위급하다고 장백산에서는 우리를 소집해온 마당에 사부들은 무월의 존재를 누구에게 알려 이 위급한 상황을 전해야 할까? 이미 다 무너진 훈구세력? 아님 훈구세력을 무너뜨린 사림?”

 

 “그..그건..”

 

 바로 조선왕실일 것이다.

 분명 김명도 자신의 사부는 무월이 조선팔도와 주변 나라들의 정보수집에 능하다하였고 그런 조직망이 있다고 하였다.

 그럼 분명 왜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지만 이미 조선왕실과 연결될 통로였던 훈구세력들이 몰락한 지금, 그리고 그런 훈구세력을 무너뜨린 사림과도 손 잡기 힘든 지금 시기에는 조선왕실에 이 사실을 알릴 방도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니 분명 알린다고 하더라도 그 소식을 제대로 믿을지와 그 소식이 제대로 전달될런지 자체도 의문이었다. 이미 조선의 정치판은 사화를 겪으면서 진흙탕처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맞네 자네가 생각하듯이 조선왕실에 알려야 하지. 허나 방법이 궁한 지금 잊혀졌던 무월을 입소문으로 주변에 크게 부풀려 퍼트려야겠지. 최대한 빨리 조선 왕실에 닿도록 말이야. 자 그럼 그런 소문을 누가 내는 것이 가장 빠를까?”

 

 장범규의 말에 김명도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아 봇짐장수들. 상인들이군요.”

 

 자신의 생각과 같은 김명도의 대답에 신난 장범규가 말했다.

 

 “그렇지. 전국을 떠도는 봇짐장수들보다 소문을 빠르게 전달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리고 나는 거기에 또 생각이 들었지. 무월의 정보망이 빠른 이유 중 하나 역시 바로....”

 

 “바로 우리 송상이지요.”

 

 막 설명을 하던 장범규의 말을 끊고 갑자기 골목 어귀로 한 젊은 여성이 사내 여럿과 모습을 드런내며 말했다.

 

 나이는 김명도 또래로 보이기도 하나 사내처럼 도포를 걸치고 두건으로 머리를 싸맨 모습이 조금 거칠어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허나 그런 사내같은 모습도 여성특유의 고운 얼굴 선과 백옥같은 피부를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니 오히려 중성적인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월이라는 이름을 떠들고 다닌다는 장돌뱅이가 있다하여 그 모습을 보고자 왔는데 무월 차기 기수들일 줄 몰랐습니다.”

 

 여성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장범규는 거 보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역시 송상이 뒤에 있었구만.”

 

 “그럼 알고 소문을 냈다는 말입니까?”

 

 김명도의 물음에 장범규가 또 웃으며 말했다.

 

 “사부가 무월을 이야기할 때 삼봉선생이 만든 것만으로 조선팔도의 정보력을 모두 감당하기 힘들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저리 사부들이 일부러 난리를 치고 있으니 그 또한 입소문을 낼 존재들에게 알리라고 언질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고 말이야. 그래서 우선 동래에 가서 내상쪽을 떠봤더니 아무 반응이 없더란 말이지.”

 

 “아 그래서 여기에서..”

 

 “뭐 때려맞춘거지만...다행히도 저리 우릴 찾아온거 보니 내 생각이 맞는거 같군.”

 

 장범규와 김명도의 말을 듣고 있던 여성이 한발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 곳 송상의 행수를 맡고 있는 왕예림이라고 합니다.”

 

 "오 벌써 그 나이에 행수라니 대단하군요.“

 

 “두 분에 비해 아직 미약하지요.”

 

 “그나저나 대행수께서 이리 찾아오신걸 보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명도의 물음에 왕예림은 김명도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띄며 말했다.

 

 “예 도령들에게 이리 나타난 것은 우리쪽에서도 갑작스런 일이지만...”

 

 “어흠....”

 장범규를 한번 힐끗 쳐다보는 왕예림의 눈빛은 네놈의 그 잘난 호기심때문이라는 질책의 눈빛이었다.

 

 “제가 이번 장백산으로 가는 1차 시험을 맡았기 때문에 이리 왔습니다. 이미 우리쪽 사람들이 다른 분들에게 모두 찾아갔으리라 생각되구요.”

 

 “1차 시험...??”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1차 시험이라니 무슨 말인가? 의아한 김명도의 눈빛을 읽었는지 장범규가 말했다.

 

 “전서구에는 분명 장백산으로 오라고만 했지. 그런데 언제까지 오라는 말도 없을뿐더러..민본 사상이 퇴색되고 있다는 전제를 깔았지. 여기에 난 뭔가 다른 게 있다고 생각을 했던거지.”

 

 장범규의 말에 김명도는 편지의 내용과 사부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역시 장도령께서는 듣던대로 머리가 영특하시네요. 이미 저희쪽 사람들이 다른 참가자분들께는 모두 갔을 겁니다. 두 분은 특별히 여기까지 왔으니 제가 직접 말씀드리지요. 저를 따라 오세요.”

 

 앞장 서 가는 왕예림의 뒤를 김명도와 장범규가 서로 잠시 마주보더니 별일 있겠냐는 식으로 따라 나섰다. 그들의 모습이 시끄러운 장시 속 인파들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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