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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무월(無月)
작가 : 천무
작품등록일 : 2017.6.12

조선 중기 양란 속에서 위험에 빠진 조선을 구하라.

어둠 속에서 활약해야 하는 무월의 처절한 사투를 다룬 무협소설

 
-무월-
작성일 : 17-06-12 00:20     조회 : 359     추천 : 1     분량 : 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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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깊은 숲 속.

 높은 고목사이로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은 깊은 숲 속.

 사람 발길이 제대로 닿지 않은 산 중이라 산새들이 지저귈만 하거늘 조용한 숲은 아무 소리조차 없이 조금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바스락!

 

 조용한 숲 속 한쪽 구석 수풀이 미약하게 흔들리고 수풀너머로 김명도가 고개를 살짝 내밀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김명도의 양 손에는 시위를 머금은 활이 들려 있었다.

 지금 그는 사부님의 아침밥을 구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사슴들이 다니는 길목이 이 부근인데...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하구나’

 김명도는 너무 조용한 숲 속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하늘을 쳐다보니 그 흔한 산새마저 지저귀지 않는 조용함이었다.

 

 동물들은 항상 자신들이 다니는 길목만을 따라 움직이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길목만을 잘 알고 지키면 사냥은 수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점이라면 그런 초식동물들의 길목은 육식동물들의 좋은 사냥터이기도 하기에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사냥은 조심스러웠으며 특히 지금 현재 있는 위치는 명당 중의 명당인 만큼이나 지리산 중 왕의 사냥터이기도 했다.

 

 ‘꿀꺽.‘

 활을 잡은 두 손에는 긴장감으로 힘이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지리산에 들어와 사냥을 하면서 늘 생각하지만 이 산의 왕은 영악하고 빠르고 강했다.

 

 힘만 믿고 덤벼들기보다는 항상 어딘가에 숨죽이고 기회를 엿보다가 먹이감이 나타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다 잡은 먹이감을 가로채기 일쑤였고 그래서 사냥에 실패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은 꼭 한방 먹여주고 말겠어.”

 긴장감과 복수의 심정으로 다시 한번 활을 꽉 잡았다. 그때

 

 바스락.

 

 50보 정도 거리 앞 수풀이 살짝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분명 자연스러운 바람에 의함이 아니었기에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김명도는 고개를 살짝 숙여 수풀로 몸을 가렸다.

 

 바스락. 바스락.

 

 처음 움직임을 보인 수풀 양 옆 수풀들도 조금씩 점점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은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인위적인 움직임이었다.

 

 ‘왔구나.’

 김명도는 화살 시위를 천천히 당기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분명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저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사슴이었다.

 

 스윽.

 김명도는 최대한 팔을 천천히 움직이며 활을 눈높이로 들기 시작했다.

 다년간의 사냥으로 알게 된 건 초식동물들은 항상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특히 소리에 민감했다.

 조그만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했기 때문에 쉽게 흥분해서 큰 움직임을 보였다가는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쳐버릴 것이다.

 

 -무월신공(無月神功) 지자결(地字訣) 현무강(玄武囥)

 

 ‘북방을 지키는 현무는 호반 무(武)를 써서 굳세고 강인함을 상징하고 거북의 등껍질을 이고 있으니 그 진중함이 가히 일품이다. 자연에 호흡을 맞기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니 그 누가 나를 찾을수 있으랴.’

 

 ‘후우우우..’

  김명도의 호흡이 천천히 길게 느려졌다.

 현무강(玄武囥)은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과 자신을 동화시켜 인기척을 줄이고 호흡을 늘림으로써 자신의 몸을 숨기는 은둔술이며, 토납법(吐納法)의 일종이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김명도는 수풀에 활을 겨눈 자세 그대로 호흡을 멈추다시피 했고 움직임은 마치 정지화면처럼 멈춰있었다. 그리고 그때

 

 바스락.

 수풀을 스치는 소리가 다시 들리며 사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이 오를대로 오른 큰 암사슴이었다. 사슴은 여전히 경계가 안 풀린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모습을 천천히 드러냈다.

 

 탁. 바스락.

  사슴 천천히 명도 앞으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왔다.’

 슈우웅!

 사슴이 한 걸음 더 내딛기 시작할 때 김명도는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활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빠르게 사슴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갔고 이번 사냥은 분명 쉽게 성공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순간 본능적으로 김명도의 눈은 이번엔 사슴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드드득!

 명도의 시선이 향한 곳은 암사슴 너머였고, 명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재빠르게 활에 화살하나를 더 먹이며 시위를 잡아 당겼다.

 

 “크와앙!!!”

 막 김명도가 두 번째 화살 시위를 당기기 시작할 무렵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거대한 흰그림자가 암사슴을 덮쳤다. 흔히 집채만하다고 말할 정도의 거대한 백호였다.

 

 탁!

 “크르르릉”

 가히 바위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큼 거대하고 단단해보이는 백호는 빠르게 앞발을 들어 암사슴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낸 후 암사슴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이런 젠장!”

 이번에는 쉽게 사냥에 성공할 줄 알았던 김명도는 갑자기 등장한 백호의 모습에 짜증어린 소리를 내었다.

 

 언제나 그랬다.

 지리산이 자신의 안방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려는 듯이 저 백호는 이 산에서 가장 자신의 라이벌일 수 도 있는 김명도의 사냥만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아니 본능적으로 김명도와 같은 사냥터에서 잦은 마주침을 이어갔다.

 

 “크르릉..”

 하지만 그건 백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상 지리산의 왕으로 군림하던 자신의 사냥터에 겁 없이 나타난 존재가 무척이나 거슬렸고 거기다가 어디서 나타나는 지 기척조차 잘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사냥터를 유린하는 모습이 무척 성가셨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날카로운 화살을 본능으로 쳐냈지만 어디서 날아왔는지 기척조차 제대로 감지할 수 없음이 무척이나 짜증이 났다.

  그저 백호는 본능이 말해주는대로 자신의 전방을 주시하며, 안광을 빛내며 낮게 위협을 가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김명도의 손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백호와 김명도는 수풀을 사이에 두고 한없이 대치 중이었다.

 

 “크르르르르르..”

 암사슴을 물고 있는 채로 낮게 위협을 가하는 백호의 모습을 일반 범인이 본다면 그대로 굳어버릴 정도로 섬뜩했다. 하지만 김명도의 눈에는 그런 백호의 모습따윈 안중에 없었다. 오직 백호의 입에 물린 저 암사슴이 자신의 생명줄이었다.

 

 분명 이번에 온전한 사슴고기를 들고가지 않으면 사부에게 무슨 핀잔을 들을지 알수없었다.

 

 “제발 좀 그거 놓고 그냥가라..”

 김명도는 다시 한번 중얼대며 활시위를 당겼다.

 

 간결한 동작으로 백호를 향해 숨도 쉬지 않고 화살을 쏜 김명도는 빠르게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 무월신공(無月神功) 지자결(地字訣) 백호세(白虎勢)

 김명도가 노리는 것은 백호의 입에 물린 암사슴.

 백호가 화살을 막는 순간을 노려 방금 전 백호가 암사슴을 노리는 것과 같이 빠르게 백호세를 펼치며 검을 백호에게 휘둘렀다.

 

 “오늘 어디 한번 결판을 내보자!”

 - 무월공(無月神功 천자결(天字訣) 일섬낙뢰(一嬐落雷)

 

 김명도가 뻗은 검이 몸과 함께 하나의 긴 빛줄기가 되어 빠르게 백호의 아가리를 향해 날아갔다.

 

 “크와왕!!!!”

 보법과 합쳐진 그 빠름에 놀란 백호가 앞발을 휘두르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명도가 노린 건 백호가 아니라 암사슴이었다.

 

 서걱!

 크게 울부짖으며 뒤로 물러나는 백호를 피해 암사슴의 목줄기를 잘라버렸다.

 

 털썩!

 목줄기와 분리된 사슴의 몸이 땅에 떨어졌고 그 틈을 타서 김명도가 떨어진 사슴의 몸통을 잡아챘다.

 

 “요건 몰랐지 요놈아! 사부님 아침거리가 네놈과의 승부보다 더 중요하거든.”

 사슴을 낚아챈 김명도는 빠르게 뒤로 빠지며 백호에게 도망치며 외쳤고 그 말을 들은 백호는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이 약간 당황한 듯 남아있는 사슴의 머리와 김명도를 번갈아가며 쳐다볼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언제나 싸움은 피하지 않던 김명도였기 때문에 이렇게 빠져나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머리는 네놈이 먹거라. 하하하하핫!”

 멀리 사라져가는 김명도의 외침이 들렸고 백호의 성난 울음소리가 산 중에 크게 울린 건 한참 뒤에 일이었다.

 

 샤샤샥!

 바람을 가르며 우거진 수풀을 종횡무진 한참을 명도는 달리고 있었다. 아침수련부터 사냥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이보다 더 지체되었다가는 사부가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 자기를 골탕먹일지 모를 일이었다.

 

 한참을 달린 명도는 거대한 고목들이 우거진 곳에 멈췄다.

 여느 다른 깊은 산 중과 다를 바 없어 이는 곳이지만 멈춰선 김명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정신차리자. 명도야. 집중 안하면 여기서 헤맨다.”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심스럽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몇걸음이나 걸었을까 갑자기 사방이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슬슬 시작인건가. 팔괘와 오행에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생문과 사문이 갈린다니..진법이란 건 아직도 어렵고 신기하구나.’

 안개가 깔린 사방을 여전히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이 진법이란 것이 무공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명도였다.

 5년동안 무월동에 들어가기 위해 들어가는 입구와도 같은 팔괘진은 항상 김명도를 긴장하게 하고 여전히 알기 어려운 존재였던 것이다.

 

 슈우우우웅!

 “윽! 이놈의 지긋지긋한 바람”

 어느 정도 걸었을까 안개가 점점 걷히기 시작했고 갑자기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김명도를 휘감았다.

 매서운 바람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명도는 힙겹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촤아아악!

 ‘무월동’

 어느 정도의 힘겨운 바람을 헤치며 앞으로 얼마나 나아갔을까 갑자기 사방이 밝아졌고 거대한 빛의 기운이 명도를 감쌌다.

 빛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돌담이라고 해야할 지 돌산이라고 해야할 지 모를 큰 돌들의 집합체였다. 그리고 돌무덤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돌담벼락의 가운데 명도의 눈 앞에는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입구가 있었다.

  그 입구 위 현판에는 무월동(無月洞)이라는 음각된 글자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휴우...여전히 진땀빼게 하는구만..”

 들쳐메고 있던 사슴을 다시 고쳐잡으며 막 무월동의 입구를 지날때였다.

 

 “왜이리 늦었느냐!”

 사방을 울리는 노성에 명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걸어가며 말했다.

 “뭘 늦어요. 아침수련하고 사부님이 고기 먹고 싶다고해서 고기 가져왔잖아요.”

 입구를 향해 고기를 흔들어 보이며 다시 여유롭게 걸어가는 명도에게 다시 한번 노성이 들여왔다.

 “명도야, 지금 아침이 중한게 아니니 얼른 튀어 오거라!”

 

 “예.예,”

 이렇게 속은 게 어디 한,두번인가. 급하다고 뛰어가면 맨날 얼른 밥차려라. 청소해라. 같은 심부름이나 심심하니 대련하자고 쥐어패기 일쑤였던 걸 아는 명도는 시큰둥하게 대답만 할뿐이었다.

 

 “어허 이놈이 그래도..”

 슈우우웅!

 노성과 함께 입구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아 지금 간다구요!!”

 

 타다다닥!

 

 어쩌겠는가 다시 한번 속는 셈치고 갈수밖에.. 노인공경의 마음으로 속는 셈치고 명도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돌산으로 이루어진 긴 터널인 무월동 입구를 지나고나니 산 속 어디에 이런 공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넓고 푸른 들판이 분지형태로 펼쳐져 있었다.

  김명도가 나온 입구에서 내려다 보이는 형태의 분지는 왠만한 고을보다 넓은 형태로 형성되어 있었으며 사방이 거대한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분지 아래에는 거대한 고목나무 하나가 중앙에 자라고 있었으며 그 나무 아래 조그만 집 한 채가 있을 뿐이었다.

 분지를 둘러쌓고 사방에 거대한 돌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분지에는 사람의 손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명도는 그런 넓은 분지를 가로질러 분지 중앙의 집을 향해 부리나케 달리고 있었다.

 

 털썩!

 

 “헉...헉.. 사부님 부르셨습니까?”

 

 초가집 사부의 방 앞에 도착한 명도는 들고 있던 사슴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말했다.

 

 “......우선 들어오거라.”

 

 잠시 뜸을 들이던 김춘삼은 김명도를 방안으로 조용히 불렀다.

 

 “예, 알겠습니다.”

 

 읍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명도는 평소와 다른 사부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기 앉아보거라.”

 

 김춘삼은 김명도를 자신의 맞은 편에 앉히며 조용히 품안의 편지를 꺼내보였다.

 

 “이게 무엇입니까?”

 

 편지를 받아든 김명도는 김춘삼에게 물었고 김춘삼은 조용히 말했다.

 

 “명도야, 우리 무월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느냐?”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김춘삼의 질문에 눈치를 살피던 김명도는 자신있게 말했다.

 

 “당연하죠. 5년 동안 수차례 들었잖습니까? 무월이라 함은 달없는 밤을 지키는 어둠 속에서 백성을 지켜야 함을 뜻하니 힘없고 나약한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맞다. 조선이라는 국가가 조선백성들을 밝게 인도해준다면 우리는 그 백성들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 길을 헤매지 않게 인도해주는 것이 할 일이니라. 그럼 우리 무월(無月)이 어찌 만들어졌는지는 아느냐?”

 

 “일찍이 태조대왕께서 조선을 건국하실 때, 삼봉 선생과 무학대사의 민본과 인의, 중생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끼익!

 

 김명도의 말을 듣고 있던 김춘삼은 조용히 방문을 열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또한 맞는 말이다. 명도야. 예로부터 민본을 생각하신 삼봉 정도전선생께서는 태조대왕께서 조선을 건국하실 때부터 그 뜻을 함께 하셨단다.”

 

 김춘삼은 목이 탔는지 차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백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맞아 힘을 모아 조선을 건국하였지만 태조대왕께서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부국강병만이 백성을 지킬 힘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삼봉선생께서는 백성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스스로 지킬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단다. 그래서 우리 무월을 만드시고 백성 스스로가 어둠에 헤매지 않도록 간곡히 바라셨던게지.”

 

 “백성...스스로....?”

 

 김명도는 갑작스러운 김춘삼의 말에 혼란을 느꼈다. 백성이 스스로를 지킨다는 말이 조선을 살아가는 어린 명도에게는 와닿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많이 당황스러울 게다. 허나 어쩌겠느냐..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예전에는 삼봉선생의 유지를 받든 여러 양반들과 무월이 힘을 합쳐 백성을 지켰다만.....”

 

 한동안 말없이 다시 밖을 내다보며 김춘삼은 생각에 잠겼다.

 그 예전 삼봉선생과 태조대왕의 뜻을 받들던 많은 유지들과 양반들은 이미 정치적으로 편을 갈라 서로 죽고 죽이느라 바빴다.

 조선초기 뜻을 같이하던 훈구세력들은 삼봉선생의 뜻을 잊고 권력욕에 사로 잡혀 무너졌으며, 그 틈을 사림이라는 신진세력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허나 그 신진세력들도 서로의 권력다툼에 눈이 멀어 서로 죽고 죽이느라 바빠 백성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정작 왜적들의 잦은 침략과 양반들의 끝없는 갈취에 고통받고 있는 것은 백성들이었다.

 

 무월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리고 모두 그렇게 느꼈는지 때마침 오늘 새벽 전서구를 통해 편지 한통이 날아 온 것이다.

 

 “명도야... 네 여기 온지 5년이 지나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편지에도 나와 있겠지만... 무월은 백성들 곳곳에 조선 팔도강산 모든 곳에 눈과 귀가 있음을 말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너에게 준 편지를 한번 보려무나.”

 

  김명도는 편지를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조선 팔도 무월에게 알리니. 예전 태조대왕이 조선을 건국한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걱정하던 건국이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삼봉선생의 민본의 사상은 그 흔적이 퇴색되어 버렸으니

 조선 백성들의 생계와 안녕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으매, 조선팔도 무월단원들에게 전하니 18세 이하 차기 무월단원들은 장백산으로 모여 그 뜻을 이어라.‘

 

 간략하지만 명확한 편지 내용을 읽은 김명도는 김춘삼을 쳐다보았다. 명확했기에 추가적인 내용을 듣고 싶다는 눈빛이었다.

 

 “흠흠. 그 편지 그대로이니라. 양반부터 천민까지 무월은 삼봉선생의 뜻을 이어받은 조직. 조선팔도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이 무월이니 평시에는 전국 곳곳에서 백성들을 도와주며 조선의 눈과 귀가 되어 움직이니라. 허나 이제 나라가 위급하다고 총본산에서 느낀 것이지.”

 

 김명도의 눈빛에 김춘삼이 헛기침하며 대답했다. 5년동안 너무 아무것도 안알려준 것 같아 민망했기 때문이다.

 

 “총본산이 여기 장백산에 있다는 것입니까?”

 

 편지를 다시 보며 김명도가 물었다.

 “그렇단다. 무월은 각 도의 중요 산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총본산은 장백산에 두고 있단다. 나라가 치세일때는 이리 모이라고 집적 공문을 내린 적이 없거늘... ”

 

 말끝을 흐리는 김춘삼에게 김명도가 다시 물었다.

 

 “헌데 왜 18세 이하 단원들을 불러들이는 것입니까?”

 

 “아마도 언제든 전시상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구나. 차기 무월단주를 미리 내정해놓고 좀더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서 총본산에서 직접 너와 같은 전국에 있는 무월의 제자들을 불러들인다고 하는구나. 어찌 갈테냐?”

 

 “제가 안간다고 하면 안가도 되는 것입니까?”

 

 “왜? 가기 싫은게냐? 이 노구랑 같이 있으려고? ”

 

 “아...그..그럼요. 사부님과 같이 이 지리산에서 수련하는 것이 제자의 기쁨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김춘삼의 농담에 어색하게 눈치를 보며 대답하는 김명도였다.

 

 “농이다. 이놈아. 나 또한 아직 어린 너를 보내는 게 마음에 걸리나 어쩌겠느냐. 총본산에서 부르는 일이니 분명 너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사부님의 뜻에 따라 제자 장백산으로 출발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사부의 마음이 변할까봐 당장 출발의지를 불태우는 김명도였다.

 

 “예끼 요 녀석아, 누가 오늘 당장 가라고 했느냐. 출발은 일주일 뒤에 그 전까지 이 사부가 제대로 마지막 단련을 시켜주마.”

 

 제자와의 아쉬움때문인지 아침을 걸렀다는 사실도 잊고 김춘삼은 두팔을 걷어 붙이며 일어나며 말했다.

 

 “에에.. 사부님 저 혼자 충분히 단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일어나는 김춘삼을 손사래 치며 막아서는 김명도였다.

 

 콩!

 

 “아코오..아퍼라..”

 김춘삼 앞을 막아서던 김명도의 눈에 일순간 별이 보이며 머리를 감싸쥐며 엎드렸고 김명도의 머리를 어루만져준 오른손을 살살 흔들며 김춘삼을 앞장섰다.

 

 “어디 농땡이를 부리려는 게냐. 얼른 따라 오너라.”

 

 “예. 알겠습니다...”

 아픈 머리를 붙잡으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김춘삼 뒤를 따르는 김명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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