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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매향유희
작가 : 정린
작품등록일 : 2017.6.3

상처는 아물수록 단단해진다. 사랑의 기억을 이겨내고 강해지는
한 여자의 로맨스무협판타지

 
제 6화. 대나무숲의 검객
작성일 : 17-06-11 14:57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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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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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셨어요? 놀라셨죠?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요? 배는요? 배고프진 않고요? 오라버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 맞다. 오라버니께 어서 이 소식을!

 오라버니! 오라버니!"

 

 귀여운 아가씨였다. 소녀처럼 상냥하고 명랑한 웃음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잠시 후, 식사가 차려져 들여왔고, 차를 마시고 있으려니, 시중을 드는 분이 오셔서 옷을 갈아입길 도와주셨다.

 

 그리고는, 소녀와 함께 그분이 오셨다.

 

 "괜찮으십니까, 아까는 반가워서 그만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저는 하운이라 합니다. 여기 있으신 분은....."

 

 "문욱이라 합니다. 깨어나셨으니 다행입니다."

 

 문욱의 낯빛에 발그레 홍조가 어렸다. 늘 사내들과 겨루거나 수련하거나, 누이동생과 지내는 탓에 여색을 가까이할 겨를이 없었던 이유였을까, 그는 어색함을 달리 감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재희를 마주하자, 지난 비 오던 밤이 생각났다. 추위에 떨며 가녀린 체구를 품에 안고 달려온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재희라 하옵니다. 함께 온 일행이 있었는데, 제 불찰로 낙오되었나 봅니다. 자칫 봉변을 당할 뻔 한 걸 구해주셨습니다. 살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머, 그런 거였군요. 그나저나 제 옷이 잘 맞으시네요. 일행 찾는 동안 이곳에 더 계셔도 됩니다. 저도 말동무가 없어 외롭던 차였습니다."

 

 "으흠음. 하운아, 손님 불편하시겠다. 아가씨의 일행이 있는 거처를 알려주시면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네, 두 분 다 고맙습니다. 함께 떠난 길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디로 가야 만날지는 알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럼 그동안만이라도 부디 머물러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이방인들이라 가까운 이웃분들과 교류하는 일도 거의 없이 단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이 그립던 차였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재희는 어렴풋이 하운의 눈빛에 외로움이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막연히 누군가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듯 한여름의 갈증처럼 결코 해소되지 않는 그런 시간이 짐작이 되는 듯싶었다.

 

 재희가 자신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문욱에게 물었다.

 

 "외람되지만 도련님의 칼솜씨가 출중하시던데, 혹시 검술을 어디서 익히신건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하운이가 오빠 대신 대답했다.

 

 "저희 부모님들은 외교를 하시던 분들이었습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나라를 대표해서 계약을 맺고, 의사를 전달하는 분들이었죠. 가끔 의도치 않게 적의를 품고 공격하는 이들을 방어하기 위해 배우신 거랍니다."

 

 "그보다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복수를 갚기 위해 칼을 든 것입니다. 자랑할 만한 솜씨는 아니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수양하는 정도입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면, 낭자는 왜 그런 옷을 입고 있었고, 일행들은 무엇을 하는 분들입니까?"

 

 "저 역시도 무엇에 대한 복수라면 복수였을 테고요. 함께 계시던 분들은 저희 가족과도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문욱은 재희의 손등에 난 벚꽃을 보았다.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궁금하면서도 경계를 허물고 친분 이상의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재희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문욱의 눈빛에 언젠가 느꼈던 낯익은 감정이 떠올랐다.

 살뜰히 걱정해주던, 그 달빛 아래 보았던....

 

 

 ****

 

 

 다음 날 아침, 동이틀 무렵이었다. 재희는 일찍이 눈을 떴다. 어디선가 들리는 스산한 소리가 거슬렸다. 단순히 바람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나뭇잎들이 스치며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재희는 도서원으로 나오면서 입고 있었던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신변을 위해 위급할 때 쓰라고 준비해 둔 검을 손에 들었다. 수상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숨죽이며 걸음을 옮겼다.

 

 발자국 소리, 무언가가 베어 나오는 소리, 재희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재희가 머문 사랑채 뒤쪽으로 대나무 숲들이 한창 우거져 있었다. 소리는 그쪽으로부터 나고 있었다. 바람 소리에 섞여 들렸지만, 분명 바람을 가르는 검의 소리였다. 재희는 검을 뽑아 높이 들어 힘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이 이방인들을 노리는 자객이라도 든 것일까. 혹은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신분상승이라도 하려는 파렴치한일까, 아니면 그저 그 나라에 대한 반감으로 부리는 낯선 사람의 예고없는 방문일까, 

 

 그때였다. 누군가 재희의 뒤쪽에서 인기척을 내는 이가 있었다. 재희는 검을 휘두르며 뒤돌아 공격을 했다. 상대 역시 검을 들었다. 키가 컸고, 칼 휘두르는 솜씨가 능숙했다.

 

 재희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서거나 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뱅그르르 돌렸다.

 

 붕~붕~

 

 그 역시 화답하듯이 그의 칼도 공중에서 현란한 곡예로 바람을 저었다. 대나무를 배경으로 긴 장검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황홀한 그림체였다.

 

 휘리릭~휘릭

 

 상대가 재희를 여유롭게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쉽게 틈을 봐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둘은 대나무 숲 사이를 가르며, 서로에게 서로가 적당한 타격을 하며, 거리를 유지했다.

 

 검객은 점점 더 깊은 대나무 숲 사이로 재희를 끌고 들어갔다.

 

 재희는 그의 눈을 보았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간간히 웃는 듯, 잠깐씩은 아주 맹렬한 맹수처럼 독기 어린 듯 재희를 놓치지 않고 읽고 있었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재희는 잠시 방심한 듯한 검객의 어깨에 일격을 가했다. 검객은 예상한 듯 재희의 팔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감싸 안았다.

 

 재희의 귀로 거친 숨소리와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날밤 맨 살이 닿았던 그 감촉만큼이나 가까왔다. 서로에게 겨누던 칼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검객의 손끝이 재희의 얼굴 위로 가늘게 선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게 심장을 뚫고 들어오듯 파고들었다. 재희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앙탈을 부리려는 듯 검을 휘두르려고 팔에 힘을 주었지만, 그의 손에 붙들렸다.

 

 기선제압을 하려는 듯 그의 손압이 점점 더 거세어졌다. 재희는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앙당 물어 참다가, 자신의 검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검객은 재희의 몸을 바로 돌렸다. 또렷한 눈빛, 검은 눈동자가 더 짙게 재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 달빛 아래의 그 눈빛과는 달랐다. 차가우면서도 깊고, 냉정하면서도 열렬했다. 강하면서도 담백했고, 뜨거우면서도 반듯했다.

 무한한 신뢰감을 주면서도, 차가운 냉정함에 압도되었다.

 

 서서히 복면을 벗은 그가 재희에게 입을 맞췄다. 그제야 재희는 자신이 무얼하는 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다리도 팔도 말을 듣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의 잎사귀들이 점점 더 거칠고 부산스럽게 잎사귀들을 사락사락 비벼댔다.

 

 둘은 그저 말이 없었다. 언어가 사라진 대나무 숲에서는 산새들의 지저귐이 그들의 틈 사이로 들어왔고, 대나무 사이로 불어온 댓바람이 두 사람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둘은 그저 말없이 서로를 한참 응시했다. 붉게 달아오른 재희의 얼굴만큼 그의 검은 눈빛도 뜨겁게 타올랐다.

 

 운명이었을까, 바람이었을까, 두 사람은 그 어떤 언약도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그저 처음의 인연처럼 우연이 겹쳤고, 그저 오는 비를 맞았던 그때처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였다.

 

 멀리서 인기척이 들렸다. 하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객은 대나무 숲 사이로 빠르게 사라졌다.

 

 "재희 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무슨 일인가 해서 한참 찾았지 뭐예요? 길도 잘 모르시는 분이 여기까지 나오시다니, 답답하신 겁니까?"

 

 "네. 몸도 나은 듯해서 좀 풀어볼까 나왔습니다. 집을 찾아갈 준비를 해야지요."

 

 재희는 검객이 사라진 곳을 촛점없이 응시했다.

 

 "벌써 가신다니, 말만 들어도 이렇게 섭섭하네요. 이따 오후에 저랑 장터에 나가봐요. 놀이패 사람들이 온다니까, 재미있을거예요. 채비하고 같이 구경가요. 네?"

 

 "그러죠. 아, 맞아요. 그래요. 장터."

 

 잠깐 잊고 있었던 한양 장터, 재희는 동기들에게 사다 줄 선물이 있었다. 혹시 그곳에 가면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조금 품었다.

 

 

 [한양 송파장터]

 

 두 사람은 조선의 평범한 여인의 차림을 했다. 굳이 눈에 띌 차림으로 돌아다니기보다, 여염집 처자의 행색이 더 안전할 것 같았다.

 

 놀이패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하운은 재희를 끌어당겼지만, 재희는 그보다는 상인들의 물건 구경을 하러 나왔다. 한양의 유명한 장터로 소문날만큼 넓고, 물건도 다양했다. 부탁받은 장신구를 사고 약재상을 지나 서책을 구경하고 있었다.

 

 여성 문호가들의 시집과 야설집들이 놓여있었다. 다소 그림이 민망한 그림책들도 보였다. 상인에게 가장 최근의 책을 달라 청했다.

 

 놀이패쪽에서 웅성웅성 소란이 일었다. 잠깐의 소동인 듯싶었다. 놀이 패쪽으로 시선을 두고 하운낭자를 찾아보았다. 두리번거리는 와중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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