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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영웅시대
작가 :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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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이광의 인생 개척사.

군 시절부터 복학생시절, 취업과 생존경쟁,목숨을 걸고 나선 치열한 삶의 전장.

이것은 흙수저의 피비린내 나는 인생사이며 성공사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버무린 인간들의 생존사인 것이다.
이 시대를 거쳐간 세대는 모두 영웅이었다.
우리는 이 영웅들이 다져놓은 기반을 딛고 이렇게 사는 것이다.

이이야기는 이 시대가 끝날때까지 계속된다.

 
13화
작성일 : 16-07-25 13:03     조회 : 572     추천 : 0     분량 :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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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13

 

 

  흰 얼굴의 정기준 소위가 다가왔을 때 이광은 어금니부터 물었다. 갸름한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다.

 “이 병장, 아니, 이 하사.”

 정기준이 다정하게 불렀지만 이광이 경례부터 올려붙였다.

 “충성!”

 “축하해.”

 정기준이 손을 내밀어 이광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 아버지가 자동차 부속 공장을 운영한다던가? 직원이 3천 명이라고 했다. 재산은 수천억, 그 정도면 군대 안 가도 되는데 학군장교로 오기는 왔다. 그러나 공비가 출몰했다는 보도가 나자마자 급성심부전증 진단을 받아 국군병원에 입원한 지 두 달 만에 본다. 공비가 거의 소탕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 같다는 것이 소대 안에서 도는 소문이다.

 오후 1시 반, 이광은 소대본부가 위치한 금천리 위쪽 산 중턱에서 정기준과 마주 보고 서 있다.

 “우리, 저쪽으로 가자.”

 정기준이 나무 밑에 만들어놓은 텐트로 이광을 안내했다. 소대본부 막사는 산 중턱의 화전민 폐가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본부 병력은 선임하사, 통신병, 보급병 행정병, 당번까지 포함해서 7명, 접이식 의자에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정기준이 입을 열었다.

 “선임하사 이야기 들었지?”

 “예, 소대장님.”

 “제대 말년에 힘들겠지만 전입병 받아줬으면 좋겠어, 받아줄 분대장은 솔직히 이 하사뿐이야.”

 이광이 외면했고 정기준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중대에 전입병이 6명 배속되었는데 사고자가 4명이야, 우리 소대도 안 받을 수가 없었어.”

 “무슨 사고를 낸 겁니까?”

 이광이 묻자 이번에는 정기준이 외면했다.

 “내가 알기로는 탈영이야.”

 “나이는 몇 살입니까?”

 그때 정기준의 어깨가 늘어졌다. 사고자는 대개 나이가 많다. 그리고 부대에 배치되면 당연하게 ‘열외’ 취급을 받는다. 훈련, 근무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활동에서 빠진다. 따라서 소속 부대는 기강이 해이해지고 불화가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때 정기준이 말했다.

 “서른여섯이야.”

 기가 막힌 이광이 머리를 들었을 때 옆쪽으로 선임하사 강동수가 다가왔다. 강동수의 뒤를 병사 하나가 따른다. 처음 보는 병사다. 병사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이광이 숨을 들이켰다. 체격이 크다. 이광보다 키는 작았지만 넓은 어깨, 검은 얼굴, 콧날이 넓고 입술도 두껍고 넓다. 작은 눈이 이광과 부딪치더니 떼어지지 않는다.

 큰 머리에 맞지 않는 작업모가 이마 위에 걸쳐져 있다. 이등병 계급장, 이윽고 이광 앞에 선 강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 하사, 조 이병 데려왔다.”

 강동수가 반걸음 비껴서더니 병사에게 말했다.

 “조 이병, 네 분대장이다. 인사해.”

 “충성.”

 병사가 손을 들어 경례를 했는데 건성이었고 목소리도 툭 던지는 것 같다. 순간 이광이 숨을 들이켜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례 다시 해봐.”

 그때 병사가 퍼뜩 눈을 치켜떴다. 눈동자가 흔들렸다가 멈췄다. 그러더니 다시 손을 올려 경례를 했다.

 “충성.”

 이번에는 조금 힘이 들어갔고 목소리도 분명해졌다. 그때 이광이 병사를 똑바로 보았다.

 “너, 무슨 사고자야?”

 그 순간 이광 옆에 서 있던 정기준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를 냈고 강동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병사가 똑바로 이광을 보았다. 넓은 입술 끝이 조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예, 중대장을 팼지요.”

 이광이 숨을 들이켰고 병사의 목소리가 나무 밑을 울렸다.

 “중상을 입히고 3년간 도망갔다가 3년 남한산성에서 놀다가 나왔습니다.”

 “대단하구만.”

 어깨를 늘어뜨린 이광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정기준과 강동수를 차례로 보았다. 둘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둘 다 처음 들었는지 얼굴이 굳어져 있다. 그때 이광이 말했다.

 “군장 챙겨, 가자.”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시발, 말년에 또 살인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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