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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세번째 금요일 : 연애상담
작성일 : 17-06-11 02:00     조회 : 309     추천 : 1     분량 : 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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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수현은 생각했던 것보다 참 단정하고 담백한 아이였다. 나와 건이의 12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밥을 먹고 캠퍼스를 산책하면서도 옷자락 하나, 자세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처음 만난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되는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빨리 맘에 든 사람이었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새 친구였는데, 건이를 따라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수현도 나와 대화가 통하는 것이 즐거운 눈치였다. 과에서는 아직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만한 친구가 없어서 캠퍼스에서 종종 건이를 부른다고 말하며 너도 불러도 되지? 하고 물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건이는 나와 둘만 있을 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어째서인지 약간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와 수현이 대화를 나눌 때면 함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혼자서 멀찍이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사람 좋아하는 덩치 큰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알면 알수록 복잡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함께 점심을 먹고 나와 수현이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자 눈에 띄게 긴장이 풀어졌다. 그게 수현을 향한 긴장인지, 아니면 친구들을 서로 만나게 해준 데에 대한 긴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건이 때문에 밥 먹는 내내 소개팅이라도 나온 느낌이었다.

 "내가 남자였으면 너한테 절이라도 했겠다."

 점심을 먹고 수현과 헤어지고 난 후 건이에게 말했다. 건이는 갸우뚱 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대학 와서 본 사람 중에 수현이가 제일 예쁜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응, 맞아. 수현이 예쁘지."

 그러나 건이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저렇게 예쁜 소꿉친구가 있고, 내가 건이었다면 중학교 때부터 응답하라 1997처럼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을 키워오다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눈이 내린 운동장에서 당장 사랑을 고백했을 것 같은데. 크, 벌써 소설 한 편 썼다. 내가 줄줄 상상한 소꿉친구 로맨스를 말해주자 건이는 엄청 좋아하면서 웃었다. 정말 그냥 하하, 하면서 웃는 모습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눈치였다.

 "나는 수현이랑 정말 남매처럼 지냈어. 어떨 때는 걔가 누나같고, 여동생같고. 내가 오빠같을 때도 있고. 객관적으로 예쁘다는 거는 잘 아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기대에 못 미쳐서 괜히 미안하네."

 에이, 싱거워라. 나도 모르게 건이의 어깨를 툭 쳤다. 수업이나 들으러 가자. 새로 만난 것은 수현인데 어쩐지 건이에 대해서 더 알게 된 기분이었다. 비로소 친구가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금요일이 아닌 날에도 종종 수현과 건이를 만나게 되었다. 아니, 종종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빈도가 더 잦았다. 약속을 하고 만나기도 했지만 수업이 끝나고 사람이 쏟아지는 와중에 건이가 우연히 나를 발견하거나 타이밍 적절하게 수현이 카톡으로 나를 불러내거나 했다. 나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찾아내고 내가 혼자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나를 불러내는 두 사람에게 무슨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식으로 학교에 오는 날이면 늘 그들을 만나게 됐기 때문이었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수현과 건이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되었다.

 

 수현의 전공은 생명공학이었는데 건이가 수학을 하도 못해서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굳이 같은 과에 진학해야 하나, 싶었지만 둘에게는 어떤 특별한 유대가 있었다.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굳이 서로 다른 곳에 있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끔은 이 특별한 유대관계를 가진 둘 사이에 내가 왜 껴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건이가 매번 헛소리를 하며 장난을 치고 수현이 안영아, 이거 봐봐 하면서 핸드폰으로 재밌는 사진 같은 것을 보여주면 금방 잊어버렸다. 어느새 이들에게 길들여져 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건이는 자기가 불러낸 날이면 어김없이 나를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주었다. 가끔은 나를 혹시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들었지만 수현과 함께 있는 건이를 볼 때면 금새 그런 상상이 사라졌다. 항상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함께 시간을 보내도 공유할 수 없는, 참으로 배타적이고 특별한 무언가였다.

 

 어쨌든 수현, 건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어 자연스럽게 같은 과 동기인 나와 건이는 과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함께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에서는 건이와 나를 'ㄱㄱ'과 'ㅇㅇ' 같이 다닌다고 표현했다. 남녀가 조금만 붙어 다녀도 금방 스캔들이 나는데도 나와 건이는 그렇지 않았다. 수현의 존재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학기 초가 조금 지나자 나에게 건이와 수현의 관계에 대해 물어오는 여자아이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여자들끼리 있을 때 종종 건이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나는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항상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 남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는 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였고 그 때문에 내가 관심을 받게 된다면 관심종자의 정 반대편에 있는 나에게는 최악의 일이었다. 친구를 만들어도 대학교 새내기 생활은 여전히 내게 어려웠다.

 

 "과 여자애들한테 건이가 인기가 많아?"

 "그럼, 일단 키가 독보적이잖아. 다른 애들은 일단 눈높이가 비슷해서 깨는데 얼마나 설레는 눈높이니. 키만 큰 것도 아니고 어깨도 넓고, 얼굴도 보면 볼수록 매력 있고! 심지어 매너도 있어! 너무 자상해! 아직도 고딩처럼 장난만 치는 동기보다 인기가 없는게 이상하겠다."

 "그러는 너는 건이 별로라며."

 "나는….워낙 요정 같은 스타일이 좋아서 그래."

 그래서 나는 과 여자애들 중 건이 때문에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성희와 친해지게 되었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은 아니고, 우연히 팀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나와 비슷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할 정도로 비슷한 온도를 유지한 성희의 성격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기 싫어하는 나와 달리 성희는 잘생긴 사람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분석하기를 좋아했다. 오랜 덕질 경력으로 이어온 어쩔 수 없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건이도 성희의 잘생긴 사람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너처럼 요정 같은 스타일이 좋은가…나는 왜 잘 모르겠지."

 "그래? 그럼 우리 태민이 사진 좀 볼래?"

 기다렸다는 듯이 성희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요정 같은 아이돌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나는 몇 개 구경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 생각도 안 들어. 아무래도 이번 생에 연애하기는 그른 것 같아."

 "너, 그러다 누구한테 한 번 훅 빠지는 거 아니냐. 너가 연애세포가 죽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몰라, 남한테 관심 갖는 것도 싫고 계속 연락하는 것도 싫어. 다 귀찮아, 안 할래."

 "동윤이는 어떡하게?"

 학교에 입학한지 한 달, 내게도 계속해서 연락이 오는 남자가 생겼다. 같은 과 동기인 김동윤이었다. 평범한 이름답게 참으로 평범한 사람이어서 내게는 크게 인상이 남질 않았었다. 그러나 입학 초 술자리에서 번호를 교환하고 난 후 수업에서 몇 번 마주치고 나서부터 내가 밥은 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잤는지, 수업은 괜찮았는지 나의 안위를 너무나 궁금해 하길래 성희에게 상담했다. 이미 이런 연락을 많이 받고 있을 수현과 건이에게 묻기에는 민망해 비밀로 하고 싶었다.

 "몰라, 동윤이…내가 아무리 답장을 늦게 해도 괜찮은가봐. 어제는 금요일에 영화 같이 보자고 묻더라."

 "와, 그래도 이제 티를 좀 내네. 그래서 뭐라고 했어?"

 "약속 있다고 안된다고 했지. 내일 모레 영화보러 가기로 했거든."

 "누구? 수건 남매랑?"

 "응…내가 너무 솔직하게 다 대답했나봐. 같이 보러 가자고 그러네. 어떡해…"

 하필 동윤이도 연애가 처음인지 맨 처음 나는 이게 연애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남자의 시도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성희와 상담하고 나서야, 이게 그런 시도인지 알아차렸던 것이다.

 "헐, 동윤이 박력있네. 어떡하려고 그래서?"

 "건이랑 수현이는 상관없대. 일단은 같이 봐야지, 뭐…"

 "너, 걔랑 연애할 생각 없으면 얼른 단호하게 끊어. 안 그러면 너만 피곤해진다. 질질 끌면 과에서 너만 소문도 안 좋아진다구."

 성희의 말이 백 번 천 번 맞았다는 걸 이 때 알았어야 했는데, 나는 안일하게도 건이가 내게 수현을 소개해준 것처럼 나도 단순히 친구를 소개해주는 것처럼 이 영화관 만남을 생각했다. 물론, 동윤은 전혀 아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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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이브 17-06-11 03:30
 
표지가 너무 예뻐서 끌려 들어왔는데, 어머낫 너무 재밌어요, 내 스탈~ 단숨에 마지막화까지 다 읽고 갑니다. 작가님 화이팅!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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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더우드 17-06-11 23:00
 
댓글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니 기쁘네요,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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