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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잿빛 노을
작가 : 아이린
작품등록일 : 2017.6.4

의문의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으로 인해 신비의 숲이라고 불리는 소도시 센드레에 오게 된 신비한 오드아이 소녀, 안나.
그리고 숲에서 살고 있는 신비한 뱀파이어 왕족 렌.
잿빛 노을이 지고 난 달빛 아래에서 본능을 드러내는 렌과 안나는 마주치게 되고 서로에게 빠져든다.
렌은 안나의 오드아이를 보며 뭔가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비밀을 파헤지면서 벌어지는 뱀파이어 왕족과 얽히게 된다.

 
의식
작성일 : 17-06-11 00:57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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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이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산을 써서 학생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 렌과 안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안나가 급히 렌이 들고 있던 우산을 낮춰 들었다.

 검은색의 큰 우산 속에서 렌의 잿빛 눈동자가 더욱 뚜렷하게 보였고 안나는 큰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라일리의 목소리가 들리며 우산을 못 찾아 후드를 쓴 채 그들에게 다가왔고, 조금 렌을 의식해서 쳐다보며 안나에게 들어가자고 얘기를 한다.

 안나가 라일리를 보며 움찔거리자 걷자 렌은 안나의 어깨를 닿지 않게 감싸며 걸었다.

 뒤를 따라오던 라일리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학교 건물에 들어섰고, 우산을 접는 렌의 검은 코트를 보니 물에 젖어 있었다.

 털어주려고 안나가 다가가자 렌은 몸을 살짝 뒤로 빼며 자기가 한다고 하며 물기를 털어낸다.

 

 

 “오늘은 학교 왔네..?”

 “비가 오길래.”

 “비?”

 “니가 우산을 안 가져올 거 같았어.”

 

 

 자신이 우산을 안 가져올 것을 알았다는 말에 이상해 그를 바라봤지만 더 이상 말을 할 거 같지 않아 교실로 바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렌이 빠르게 안나 옆으로 따라 붙자, 학생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기 시작했고 안나는 더 빠르게 걸어서 학교 건물 뒤쪽으로 갔다. 렌도 안나를 따라 움직였다.

 

 

 “너, 나 왜 따라와?”

 “그냥.”

 “애들이 쳐다보잖아. 난 아직 여기 애들이 쳐다보는 거 부담스럽다고.”

 “나는 항상 그래서 신경 안 써.”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나랑 있는 거 싫어하지 않았어?”

 “싫어하지 않았어. 단지 피할 뿐이지.”

 

 

 렌의 말에 이해할 수 없는 안나는 그를 계속 노려보고는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수업 종이 울리며 바로 수업이 시작되어 캐시의 질문을 피할 수 있었고, 렌은 들어오지 않았다. 렌이 들어오지 않은 걸 깨달은 안나는 계속 그의 자리를 의식했다.

 수업이 끝나자 지옥의 시간이라도 돌아온 듯 안나의 표정은 안 좋았고 캐시는 신이 난 얼굴로 질문을 했고 라일리의 표정 역시 떨떠름했다.

 

 

 “안나, 너 렌이랑 언제 친해진 거야?”

 “친한 거 아니야. 그냥 우산이 없다고 씌워준 거야.”

 “렌이 누군가한테 그러는 걸 처음 봐서 그래.”

 “그런 거 아니야.”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단호하게 대답을 하자 캐시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라일리에게 다른 수업의 숙제에 대해 물어보며 다른 얘기를 시작했다.

 캐시에게는 미안했지만 지금 렌의 문제로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라일리는 다른 화제 거리로 기분이 풀렸는지 표정이 조금씩 밝아져서 떠들어댔다.

 안나는 수업 시간 내내 렌의 말에 대해 고민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답을 낼 수 없었다.

 그를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을 했고, 하지만 그는 항상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학교에서 렌을 끝내 볼 수 없었고 돌아오자마자 우산을 챙겨들고 숲 속으로 걸어 나갔다.

 축축한 숲의 나무와 바위에 있는 이끼에 비가 뚝뚝 떨어졌고 분위기가 더욱 차가웠다.

 전에 렌을 만났던 숲의 빈 공터로 가자 아무도 없는 것에 실망을 하고 돌아서는데 어느 순간 렌이 안나의 앞에 아까 학교에서 보던 모습으로 서있었다.

 

 

 “수업은 왜 안 들어왔어..?”

 “생각 좀 하느라.”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어..”

 “니가 여기 온 건 나한테 궁금한 게 있어서지?”

 “응.”

 “그럴 거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물어봐.”

 

 

 렌은 안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평소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민을 하던 안나는 결국 물어보기로 했다.

 

 

 “니가 날 싫어하는 게 아니라 피한다고 했잖아. 생각해봤는데 니 본능 때문이야..?”

 

 

 렌은 그 질문을 듣더니 잿빛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이 질문이 나왔나 하는 표정으로.

 

 

 “맞아. 니가 생각하는 내 정체에 대해 말해줄래?”

 “좋아. 나는 어릴 때부터 전설 얘기를 들으면서 자랐고 그걸 어느 정도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했어. 처음 봤던 그 날부터 쭉 너에 대해 생각하면 한 방향으로 생각이 많이 들었어. 그래서 나 혼자 결론을 내렸지. 넌 뱀파이어라고.”

 “결국 거기까지 갔구나.”

 “내가 생각한 게 맞아?”

 “정답. 니가 빨리 알아차릴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그 때 날 살려준 이유는 뭐야..?”

 “음.. 난 사람을 해치지 않으려고 나만의 생존법을 배웠어. 그게 내 방식이야. 근데 너를 살려두고 나서 후회했지.”

 

 

 안나는 렌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을 하며 침을 꿀꺽 참키고 그의 얼굴을 천천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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