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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태백이 밝은 달아
작가 : 은은한
작품등록일 : 2017.6.8

지방도시 대전, 27살 백수청년 ‘정버들’이 산다. 그는 여태껏 5번의 사랑을 했지만, 가난한 흙수저의 삶 때문에 번번이 이별한다. 그리고 오늘, 여섯 번째 사랑을 떠나보내고 노점의 노인에게서 안경 하나를 구매한다. 언뜻 보아도 매우 오래된 촌스러운 안경, 그리고 그 안경을 쓴 자에게만 보이는 중년의 신사(귀신), 그 신사는 다름 아닌 한국이 섬기는 글로벌 대기업의 창업주 ‘이태백(1947년 실종)’이다. ‘이태백’은 ‘정버들’에게 슬기로운 지혜와 충분한 자산을 건네며 자신이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해보라고 제안하는데... / (매주 토요일 연재)

 
5화. 이태백의 남자, 권태황
작성일 : 17-06-10 22:23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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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오피스텔에 아저씨 집이 있다는 거예요?”

 

 아무런 답도 없이 도심의 불을 밝히고 있는 오피스텔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태백.

 

 그러나 이내 몸을 돌려 거리를 한 바퀴 바라본다. 연달아 늘어선 빌딩과 화려한 레온사인의 간판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아, 답답해. 말해 봐요. 이 오피스텔이 맞느냐고요?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여기가 얼마나 비싼데.”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구나. 숲과 논과 밭만 무성했던 곳에 이토록 많은 인파가 머물다니.”

 

 “당연히 변했겠죠. 여기가 서초구라는 곳인데 한강 이남 지역이 한꺼번에 개발되면서 빵! 잭폿을 터뜨렸죠.”

 

 “잭폿?”

 

 “대박이라고요!”

 

 “아, 대박…….”

 

 조선시대, 대한제국, 일제 강점기를 관통했던 이태백의 머릿속에서 한자가 풀어진다. ‘대박’을 해석하면 짐짓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일 터.

 

 “그래, 이 오피스텔이 내 거라면 대박이란 말이지?”

 

 “뭐라고요? 이게 얼마나 비싼데. 말도 안 돼.”

 

 파나마 모자를 벗고 검은 머리를 쓰윽 쓸어 넘기는 이태백. 뭔가 중대한 비밀을 얘기하려는 듯 가벼운 미소를 보인다.

 

 “일제강점기, 토지의 넓이를 측정하던 단위는 일본표준척도로 30.303cm인 곡척(曲尺)을 근거로 한다. 한 변의 길이가 6척이 되게 만들어진 정사각형의 넓이가 1평이 되는 거지. 그리고 그것의 300배 넓이를 1단보라 하였으니, 즉 300평이 1단보가 되는 거지. 따라서 10단보는 3000평에 해당하는 1정보(町步)가 되고, 나는 5정보를 갖고 있다. 경성부 이쯤에만.”

 

 “이쯤에만?”

 

 “그래, 경성부를 통틀어 얘기하자면 식사를 하며 차근차근 짚어야 하고, 한반도를 통틀어 말하자면 이 밤을 지새워야지.”

 

 놀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도무지 감이 안 잡히네.

 

 정버들은 일단 믿기로 한다. 뭐, 언론에서 다들 떠들어댈 정도로 당시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조선인이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70년의 세월이 흘러버렸지 않은가.

 

 “옛날 갖고 있던 돈이 아무리 많아도 지금 돈이랑 같아요? 그리고 죽었다며?”

 

 “그래서 내가 이제 빈털터리다?”

 

 “그럼 죽은 사람이 돈을 갖고 죽나?”

 

 또다시 머리통을 갈구는 이태백.

 

 “이씨!”

 

 “이씨라 부르지 말고 이태백님이라 불러주길.”

 

 이태백을 따라 들어간 곳은 뿌띠끄 모나코 1층에 자리한 부동산 중개소다. 중년의 대머리 아저씨가 문고리에 등을 벅벅 비비고 있다.

 

 “아이, 죄송합니다. 등이 가렵다 보니 못 볼 꼴을 보였네요. 늦은 시간에 어떻게 오셨을까?”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태백을 이리저리 뜯어보는 부동산 중개인. 친절했으나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간다.

 

 “돈이라도 떼여서 온 거요? 빚쟁이? 여기 분들은 다 돈 많은데…….”

 

 “이 건물의 주인을 만나고 싶소. 말죽거리의 아들이 왔다고 하면 알아들을 것이오.”

 

 또다시 이태백을 살펴보는 부동산 중개인.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화들짝 놀라고 만다. 그리고 절을 하며 인사를 하는데.

 

 “아이고, 아이고, 제가 몰라봤습니다! 이제야 오셨군요. 정말 많이 기다렸습니다!”

 

 정버들로서는 굽신굽신 절을 하는 부동산 중개인을 이해할 수 없다. 7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태백을 알고 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이 돌아올 줄 알았다? 뭐 그런 말인가?

 

 정버들, 조심조심 다가가더니 절을 하는 부동산 중개인을 꾹 찔러본다.

 

 “부동산 아저씨도 낮귀신?”

 

 부동산 중개인, 절을 하다말고 고개를 들어 이태백에게 되묻는다.

 

 “이 청년은 누굽니까?”

 

 “뭐, 가여워 데리고 있는 빈민,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 빈민. 역시나 좋은 일을 계속해오셨군요.”

 

 뭐라 그러냐. 빈민? 이런 대머리 까까머리 아저씨 보게. 정버들은 매우 기분이 좋지 않다.

 

 

 

 ***

 

 

 

 부동산 중개인이 정중히 커피를 대접한다. 그리고 앉자마자 옛일을 풀어놓는다.

 

 “저희 조부께서 선생님의 집안을 모셨다지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의 손을 잠시 거쳐 손자인 제가 재산을 관리해왔습니다.”

 

 “고맙소, 약속을 지켜줘서.”

 

 “당연히 지키다마다요, 우리 조부의 목숨을 살려주시고 먹고살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저희 집안은 큰 빚을 지었습니다. 항상 조부께서 말씀하셨어요. 우리 집안은 이태백 선생님이 없었다면 새벽의 이슬처럼 사라졌을 거라고요.”

 

 “살려야 했고, 살아야 했던 사람일 뿐이오. 덕을 지녔으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부께서 가르쳐주시길, 우리 집안은 덕과 신의를 지키며 살아갈 운명이라고 하셨습니다. 맡겨주신 재산을 욕심 부리거나, 좋지 않은 데 사용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부동산 중개를 하며 건물이나 관리하며 살고 있고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지만, 정버들로서 다음과 같이 파악된다.

 

 이태백이 방송에 나왔듯 돈이 많다는 거, 그 돈을 이 대머리 아저씨의 집안사람들이 관리해왔다는 거.

 

 그리고, 그리고, 이태백이 이태백 자신이 아니라, 이태백의 자손쯤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거다.

 

 “이태백 선생님의 사진은 익히 보았습니다. 참 많이도 닮았군요. 그런 분이 언젠가 온다면 ‘말죽거리의 아들’이 왔다고 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이태백은 생각한다. 그래, 나는 말죽거리의 아들이었고, 내 나이 마흔이 됐을 때 갓 스무 살의 청년을 만났지.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조부께서는 스무 살에 이태백 선생님을 만나셨습니다. 말죽거리에서 말을 타고 공무를 보던 이들에게 술과 음식을 내어주며 주막 일을 하고 계셨는데, 독립운동가를 숨겨주었다가 그만 일본 순사들에게 발각되던 참이었지요.…….”

 

 

 1940년 세찬 바람이 불던 겨울.

 

 나 이태백은 죽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마필장을 찾습니다. 가문의 여러 재산 중 하나가 말을 빌려주는 역참(驛站)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역참까지 일본놈들에게 내어주면 모든 조선인의 발이 묶이게 된다. 그 조선인 중에는 필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 조선인을 이동을 가로막거나 사상을 검증하는 장소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경성부로 연결되는 역참 하나쯤은 조선인이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업권은 일본에 내주어도 마필 역참만은 절대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늘의 뜻이었을까요. 돌아가는 길에 주막에 들러 고기거리와 탁주 한 사발을 들이켜는데, 일본순사가 들이닥치더니 일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질질 끌려가는 앳된 청년. 모욕적인 언사와 발길질. 심지어 순사는 일본도를 빼 들더니 청년의 목을 긋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을 저 이리도 잘못했단 말인가요.

 

 주막에 모인 조선인들은 멀찍이 떨어져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이보시오, 순사. 무슨 일이오.”

 

 나의 차분한 듯 도발적인 언행에 순사는 미간을 이마 깊숙이 찌푸렸습니다. 그리고 건들건들 걸어오며 일본도를 이리저리 비틀어 햇볕을 비추었습니다. 제 동공에, 아니 나의 들끓는 용기에 말입니다.

 

 “조선인인가? 지금 나는 대일본제국의 공무를 수행하는 중! 너의 혀는 일본제국의 것이니 그 입 다물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본도는 제 입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두 눈에, 또한 나의 목에 차례로 가져대며 위협하였습니다. 나의 심장이 매우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나 이태백이요, 이태백.”

 

 “이태백? 태화사의 이태백 말씀이므니까!”

 

 순사는 일본도를 거두고 제게 허리를 숙였습니다. 재차 쓰미마센 쓰미마센을 조아리다가 재빨리 말을 타고 달아나더군요.

 

 조선 사람들은 청년을 일으키고, 제게 이태백을 연호했습니다.

 

 잠시 후 청년은 제게 무릎을 꿇더군요. 독립운동가를 잠시 숨겨주었을 뿐, 아무 죄를 짓지 않았다는군요. 그리고 제게 친일파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면 조선인들도 비난할 터. 그렇다면 자신의 목을 베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이 얼마 기개 있는 청년입니까. 1940년의 조선은 독립에 대한 모든 의지를 버렸을 때입니다. 멀리 만주의 독립운동가들만 제외하고 말이지요.

 

 그 청년의 이름은 ‘권태황’이었습니다.

 

 

 

 ***

 

 

 

 조부의 이야기를 꺼내던 부동산 중개인이 다시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또 한번 절을 하고 이태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절은 제 조부님을 대신해 드리는 감사의 인사입니다. 조부님의 기개는 우리 집안의 자존감이자 삶의 방향이 되었습니다. 그때 살려주지 않았다면, 그 기개를 펼치도록 돕지 않으셨다면 저 역시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나지 살아가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태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동산 중개인의 손을 잡고 일으킨다.

 

 “그래서 조부는 어떻게 되었나요?”

 

 “네, 1921년생이신 저희 조부께서는 제가 청년이었던 1991년, 고희의 연세로 타계하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대 눈물 흘리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아닙니다. 갑자기 보고 싶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진지함을 못 참는 한 사람, 바로 정버들이다. 이런저런 과거의 일이 잘 들리지도 않고, 슬픈 얘기라면 질색인 까닭에 혜안을 발휘하는데. 그건 바로, 긁적긁적, 대머리 아저씨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것.

 

 “아저씨, 여기가 가렵다고 하셨죠? 이제 좀 괜찮으세요?”

 

 대머리 아저씨, 지금 털 나는 중이다. 울다가 웃었으니까.

 

 “사람이 참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뿌띠끄 모나코 관리소에서 일해 볼 생각 없어요?”

 

 “정말요? 저야 좋죠! 아! 아파요!”

 

 이태백, 정버들의 허벅지를 제대로 꼬집었다. 너는 할 일이 따로 있다, 알았니? 뭐 그런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나저나 이제 재산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부동산 중개인이 묻는다. 이태백 잠시 이름을 묻고 질문에 답한다.

 

 “권오형 선생께서 계속해서 맡아주시지요. 현재 재산이 얼마쯤 되오?”

 

 “뿌띠끄 모나코 외 크고 작은 빌딩이 30채. 8천억쯤 됩니다.”

 

 뭐 8천억? 하마터면 정버들 뒤로 자빠질 뻔했다. 8십만 원만 있어도 배부를 판국인데, 8백도, 8천도, 8억도, 8십억도, 8백억도 아니고 8천억?

 

 사람은 이래서 돈이 있어야 하나. 정버들의 눈에 이태백이 막 반짝반짝인다. 귀신이 아니라 천사처럼 보일 지경이다.

 

 이태백에게 재빠르게 귓속말을 건네는 정버들.

 

 “이봐요, 얼른 거둬가야지. 뭐 하는 거예요?”

 

 손바닥을 쫙 펴고 정버들의 얼굴을 밀어내는 이태백. 가만히 입 다물라는 이야기다.

 

 “몇 가지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일단 이 친구에게 집 한 채 부탁드립니다. 저도 같이 머무를 계획이니 좋은 곳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부동산 중개인, 아니 권오형 선생이 분양 지도를 꺼낸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 여기 펜트하우스가 좋겠네요, 어느 봄꽃보다도 활짝, 달빛보다 반짝 미소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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