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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는 내 꿈을 산다
작가 : 노란선인장
작품등록일 : 2017.6.4

어느날 은연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저한테 꿈을 파세요. 은연은 형사인 그에게 꿈을 팔며 어느새 적극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3화 까치꿈 (2)
작성일 : 17-06-10 21:02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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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편의점 앞에 주차할 곳이 있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가니 남자 알바생이 근무하고 있었다. 물을 사고 편의점을 나와 차에 타 도은연이 오길 기다렸다.

 그냥 도은연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고 그놈을 찾아가 동생의 복수를 대신하면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나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알려줄리 없기 때문이다.

 도은연한테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고민한 끝에 내린 답은 그녀의 흥미를 돋을만한 이야기를, 요컨대 내가 다른 사람의 꿈을 볼 수 있다고 말해야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심지어 동생한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라 망설여지지만 그녀와 친분을 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계획에도 허점은 있다. 만약 그녀의 꿈이 약하다면 모자이크 된 것처럼 보여 꿈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난 그녀가 어떤 꿈을 꿨는지 알 수 없다. 그럼 당연히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 한숨을 쉰 나는 걸어오는 여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너무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이었다. 이 거리와 그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숲이나 호수 같은 풍경 속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편의점에 들어가고 나서야 저 여자가 도은연이라는 걸 깨달았다. 놀라울 만큼 미인이라더니, 놀라운 걸 넘어서 경이롭다.

 얼마 있다 아까 봤었던 남자 알바생이 편의점에서 나오고 어느 순간 방금까지 한가하던 편의점에 남자 손님이 늘었다. 심지어 고등학생들이 몰래 빠져나와 잠깐 편의점을 들리려 뛰는 진풍경도 보였다.

 그 광경을 한참 보던 나는 차에서 나와 편의점 옆의 문방구에서 종이와 테이프를 샀다. 그리고 매직으로 종이에 ‘잠시 은행에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문구를 크게 쓴 후 사람이 없길 기다려 편의점으로 가 문에 종이를 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청아한 목소리가 기분 좋게 귀에 감긴다. 캔 커피를 집으려다 망설였다. 왠지 도은연은 이딴 거 안 마실 것 같아 잠시 고민하다 그냥 집었다.

 “3000원입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꿈의 선명함에 놀랐다. 매일 저화질만 보다 난생 처음 접한 고화질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마치 내가 그 꿈을 꾼 것 같았다.

 가벼운 흥분감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내 제안을 수락한다면 일거양득,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와 좋은 꿈을 동시에 얻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거스름돈 47000입니다.”

 말 걸기 어려운 인상의 여자에게 황당무계한 소리를 해야 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 돈으로 저한테 꿈 파세요. 오늘 청소하는 꿈 꾸셨죠. 제가 그 꿈이 필요합니다.”

 사실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의 관심을 끌려 꿈이 필요한 척 내 비밀을 밝혔다. 그런데 십중팔구 기겁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그녀는 좌절감이 들 정도로 내 말에 어떠한 관심도 안 보였다.

 “아, 저 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형사에요.”

 신뢰를 주기 위해 공무원증을 보였으나 그녀는 눈길조차 안 주었다. 그저 이 상황이 귀찮아보였고 내가 빨리 꺼져주길 바라는 것 같다. 난감하다. 아무래도 강수를 둬야할 것 같다.

 “죄송합니다. 계속 찾던 꿈이라 반가워서 너무 뜬금없었네요. 잠깐 앉아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다른 손님 오기 전까지만 부탁드립니다.”

 나는 뻔뻔하게 의자에 앉아 계속 여기 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제야 도은연은 반응을 보였다. 빨리 끝내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혈통 좋은 고양이가 우아하게 걷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캔 커피를 따 건넸지만 예상한대로 안 마셨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전 사람들이 어떤 꿈을 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오늘 무슨 꿈을 꿨는지 바로 보여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며 생활해야 되서 피곤하긴 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보통 부모님들이 좋은 꿈꾸면 자식한테 사라면서 돈 받고 파는 것처럼 저도 가끔 길몽을 꾸는 사람을 발견하면 나에게 꿈을 팔라 꼬드겨서 샀습니다, 지금처럼.”

 “귀신도 볼 수 있나요?”

 “네? 하하. 아뇨. 귀신은 못 봅니다.”

 그녀가 선심 쓰듯 한 농담에 웃었다. 대화를 나누기로 마음먹고 분위기를 푼 그녀의 융통성이 마음에 든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계속 혼자 숨겨왔던 이야기라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게 어색하지만 내심 후련하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이래서 그 옛날 복두장이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나보다.

 “앞으로 저한테 꿈을 팔아주시겠습니까?”

 초조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제안했다. 도도한 표정에 절로 긴장이 되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볍게 인상을 쓰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럴게요.”

 

 서에 가니 김주희만 있다.

 “다들 어디 갔어?”

 김주희는 내 음성이 들리자 일하던 걸 멈추고 일어났다.

 “저녁 먹으러 갔어요.”

 “넌 왜 안 가고, 또 주진용이 지 일 맡겼냐.”

 친한 동생의 안 좋은 버릇에 한숨이 나온다. 그동안 몰랐는데 주진용은 그 나이 먹도록 초등학생처럼 좋아하는 여자를 괴롭히는 수준미달이었다.

 요즘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그에게 여러 번 경고했고 얼마 전 결국 크게 혼냈는데 그게 안 먹혔나보다. 이래서 너무 친해도 문제다.

 “아니에요. 팀장님 곧 들어오신다고 해서 같이 밥 먹으려고 기다렸어요. 혼자 드시기 그렇잖아요.”

 김주희는 얼굴을 붉히고 손사래를 쳤다. 후배의 배려는 고마우나 난감했다.

 “나 먹고 왔는데.”

 내 말에 김주희는 얼굴을 굳히더니 이내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그러셨구나. 괜찮아요, 어차피 밥 생각 없었거든요.”

 그럼 안 되지. 나는 정선배의 책상의 뒤적여 빵 봉지를 찾아내 김주희에게 던졌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빵을 받고 난 후에야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일 체력전이야. 최소한 굶지는 말자.”

 체구가 작은 건 어쩔 수 없지만 힘까지 없으면 안 된다.

 자리로 가 컴퓨터를 켜 포털에 진민후를 쳤다. 장태수와 윤현우는 유명하여 대충 알고 있지만 진민후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간단한 인물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안 나오고 사진조차 없다. 손가락을 까닥이다 진면 건설을 검색하니 진기훈 회장의 인터뷰가 나온다. 젊었을 적 재개발 철거 용역 일부터 시작한 한 사업가의 성공 신화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생각을 지웠다. 편견은 독이다.

 그때, 김주희가 일어나 다급하게 내 자리로 왔다.

 “팀장님. 지구대에서 사건이 넘어왔는데 여고생이 실종됐다고 합니다.”

 

 **

 

 꿈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꾼 꿈이 무엇인지, 과연 그 꿈을 팔게 될지 기대되었으나 그는 퇴근시간이 다 되도록 오지 않았다.

 매일 오겠다더니 많이 바쁜가.

 딸랑 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으나 기다렸던 사람이 아닌 야간근무자라 실망했다. 퇴근신호인 그가 평소엔 엄청 반가웠다. 그러나 오늘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와 대충 인사를 나누고 쿨러 안으로 들어가 음료수와 술을 채워 넣은 후 대충 정리를 마치고 나와 손을 씻고 조끼를 벗어 캐비넷에 걸었다.

 “혹시 도은연 씨 퇴근했습니까?”

 밖에서 들리는 다급한 음성에 나는 사무실을 나와 야간근무자 대신 대답하였다.

 “이제 하려고요. 시재 맞나요?”

 내 물음에 야간근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하세요.”

 야간근무자에게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형사님이 먼저 나가 문을 열고 손잡이를 잡은 채로 나를 기다린다. 그의 노골적인 매너에 왠지 빨리 나가야할 것 같아 뛰는 체를 했다.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사건이 터져서… 집이 어디십니까.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꿈 얘기를 안 하는 거 보니 오늘 꿈은 쓸모 없나보다. 은근히 기대했던 나는 실망했다.

 “바쁘신 거 같은데 괜찮아요.”

 그는 손으로 편의점 앞 고등학교를 가리켰다.

 “이 학교 여고생이 실종됐어요. 단순가출이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나쁜 일이 생긴 거면 제가 도은연 씨 집까지 같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순간적으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학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도 내 옆에 서서 나란히 걸었다.

 “수사에 진척은 있나요?”

 “상황을 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나도 걱정이 되었다. 편의점에 오는 여학생들을 보면 내가 학생이었을 때가 떠올라 괜히 기특하고 잘해주고 싶었었다. 그 어린애가 실종이 됐다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

 “혹시 자기 전에 그 여학생이 돌아오는 상상 백번쯤하고 자면 꿈꾸지 않을까요? 그거 길몽이죠?”

 내 말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도은연 씨는 기억 못하는 꿈도 강하니까 그러는 것도 효과 있겠네요.”

 좋아, 만약 오늘 길몽을 꾸고 내일 그에게 팔면…

 “근데 이 시간에 꿈 팔면 늦은 거 아닌가요?”

 자정까지 두 시간 채 안 남았다. 내일도 그가 늦게 오면 기껏 노력해서 꾼 길몽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꿈 산 사람이 자기 전까지는 괜찮습니다.”

 

 **

 

 걸어가는 남녀의 뒷모습을 보고 남자는 당황했다.

 항상 혼자 퇴근하던 그의 여자 옆에 벌레가 붙어있다.

 ‘저 놈은 뭔데 감히…!’

 분노에 휩싸인 남자의 눈에는 광기가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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