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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사무치는 방울 소리와 서글픈 이야기
작가 : 에피쿠스
작품등록일 : 2016.7.24

옛 주인을 찾기 위해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어린 나무 정령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연작으로 크게 3파트로 나뉠수 있겠네요. 과거파트와 현재파트, 그리고 마지막 미래파트입니다.

프롤로그 - 서낭나무의 어린 정령 이야기

AP1. 과거편 - 너를 기다리며

AP2. 과거편 - 하제의 아리

AP3. 현재편 – 기억 속에서

AP4. 현재편 - Gosters

AP5. 미래편 - 초여름의 기억

AP6. 미래편 - 예그리나의 벨

해답편 – 그들의 진정한 이야기

에필로그 - 사무치는 방울 소리와 서글픈 이야기

=> 과거-현재-미래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일종의 옴니버스식 스토리.

 
AP1- 너를 기다리며-(intro Start!)
작성일 : 16-07-24 14:27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2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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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보았던 나의 아버지는 자상하지도, 그렇다고 엄격하지도 않으셨다. 오직 아버지에겐 ‘아픈 어머니’와 너무도 어린 ‘나’를 향한 동정이 전부였다. 

 

 아픈 어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아버지와 만나셨던 걸까? 또 그것을 내가 이해할 날이 올 수가 있을까? 

 

 아픈 어머니는 아버지께 ‘마지막 날’까지도 가지 말아달라고 애걸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애써 무시하며 아버지는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나셨다.  

 

 힘겹게 산을 오른다.

 

 하늘을 보니 해가 어둑해진다. 이제 좀 있으면 어둠이 순식간에 산을 뒤덮을 것이다. 

 

 밤이 찾아오면 산을 오르는 건 포기해야한다. 밤의 산은 너무나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염병할! 지금 와서 위험은 무슨! 젠장!”

 

 내가 위험을 감수하며 산을 오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몸에 좋고 값비싼 그놈의 ‘산삼’ 때문에!

 

 “이런 썅! 들짐승에게 죽으면 그걸로 끝나는 인생이지 뭐! 이딴 빌어먹을 구더기한테 파 먹힐 그지 같은 인생, 하! 어차피 남겨진 사람도 없으니 들짐승 밥으로 먹히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욕을 해서라도 가야한다. 아니, 오히려 욕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나아 갈 수 없을 거 같다. 지금에 이르러서 아버지가 생각난 건 왜일까? 내 생각엔 하루 종일 해가 질 정도로 산삼을 찾으러 산속을 뒤지는 신묘한 경험을 하는 이유와 관련이 있는 거 같다.

 

 “킥킥킥. 저기요? 말투가 무슨 그 모양이에요? 내 무녀로써 살다 살다 생전 그런 욕들은 전부 처음 들어보네! 아하하!”   

 

 “뭐라고? 이봐! 네가 그 엿 같은 산신령을 모시든 아니면 지랄 맞게 큰 나무 쪼가리를 받들 든 나하고는 관계지만, 내가 욕을 하든 말든 상관 말란 말이야! 이크! 잠시 멈춰! 이건 산돼지 ‘똥’이잖아? 저쪽으로 돌아가자.” 

 

 나는 뭐가 웃긴지 계속해서 옆에서 깔깔 웃고 있는 희한한 복장을 한 ‘녀석’을 향해 말했다. 

 

 “아하하! 왠지 탐험을 하는 거 같아서 재밌네요? 근데 겨우 산돼지를 피해 돌아가자는 건가요? 킥킥킥.” 

 

 “나 참! 도대체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 그러게 내가 미쳤다고 그 날, 너한테 병간호를 받았지! 그 때, 난 분명히 정신이 나갔던 거야! 설마 그 맛대가리는커녕 돼지 똥, 말똥보다도 맛없던 죽에 내일 촌…아니 ‘손님’에게 드릴 산삼이 들어가 있었다니!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이건 정말 악몽이야!!”  

 

 “아이-참!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그 때는 그쪽이 죽을 것처럼 보여서 보양식을 ‘살짝’ 거하게 넣은 거라고요! 또 진짜 정말 ‘중요’한건! 원래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죽이 맛없는 건 내 요리 실력 탓이 아니에요.”   

 

 “으아아악! 이 바보 천치야!! 그게 ‘살짝’이라고?! 나는 그때 단순히 몸살감기에 걸린 거였어! 내버려 두면 다음날 바로 괜찮아지는 그런 병 말이야!! 그리고 어디 산삼이 흔한 재료냐?! 내일, 아니 하루도 안 남았으니 오늘인가?! 아주 중요한 손님에게 건 낼 값비싼 최상급 약초였단 말이야! 네 ‘살짝’ 거한 보양식 덕분에 나는 이제 장사는커녕 ‘마을에 쫓겨나게’ 생겼어! 아이구야~”

 

 ……그렇다. 내가 야밤에 이렇게 목숨을 걸고 산삼을 찾는 이유는 내일 있을 중요한 손님의 ‘상품’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건 그 손님은 이 마을에 가장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만나보진 않았지만 그 사람의 정체는 바로 이 마을의 ‘촌장’이다. 

 

 요즘 들어 촌장이 몸이 좋지 않아 그 비싼 ‘산삼’을 찾는다는 것은 마을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또한 삼산을 먹을 정도의 사치를 누리고 있는 사람은 이 마을에 별로 없다.  

 

 중요한 사실은 나와 촌장의 사이는 ‘최악’으로 좋지가 않다. 촌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쯤, 어째서인지 기를 쓰고 나를 마을에서 쫓아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거래에서도 단지 노비 한명을 보내 산삼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만 전해 왔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촌장과의 거래를 사적인 이유로 못 지켰다고 한다면? 

 

 ‘그 망할 송충이 같은 늙은 요괴가 이번에야 말로 나를 쫓아낼지도 몰라! 젠장!’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내일 거래는 괜찮을 거라구요. 제가 높은 분한테 ‘부탁’해서 전부 해결해 드린다니까요?” 

 

 나왔다! 저 앞뒤 생각 없이 말하는 무대포 성격! 도대체 부모가 누구인지 자식교육을 대체 어떤 식으로 한 걸까? 아니, 이 마을 사람의 계집아이들은 대체로 이런 성격인거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 ‘어머니’도 이상하리만큼 기가 세고 엉뚱한 구석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그래. 알았으니까 자꾸 날 따라오지 말구 네 녀석은 집으로 돌아가란 말이야! 금전 감각도 없는 꼬마 녀석이 뭘 안다고! 어휴, 처량한 내 팔자야.” 

 

 “치이-! 지금 분명 제 말 안 믿는 거죠? 그쵸?! 에잇! 내 말을 믿을 때 까지 따라다닐 테다!” 

 

 그러나 이 녀석은 절대로 돌아갈 생각이 없나보다. 뺨을 부풀리며 화를 내는 척 태도를 보이다가 내가 진지하게 말하면 딴청을 부리며 딴 짓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없이 난 강제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 꺄악! 이게 무슨 남사스러운 짓인가요? 혼자서도 걸을 수 있으니 빨리 내려주세요!”

 

  해가 지기 시작했으니 밤길은 위험하다. 난 녀석을 빠르게 등에 업고 지나간 길을 되짚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잠자코 가만히 있어! 이렇게 앞도 잘 안보일 정도로 어둑해져서는 하산하는 속도가 느려진단 말이다!”

 

 “왕 부끄럽사와요! 힝”

 

 이런 젠장! 누구는 안 그런 줄 아는가? 나는 투덜거리며 등 뒤에 꿈틀대는 녀석을 무시한 채 내려갔다. 

 

 

  ※ ※ ※ ※ ※

 

 

 빠른 속도로 어두워진 길을 돌아갔다. 눈을 가리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길이기에 여자애 한명 정도는 업고 갈순 있다. 그런데 그 녀석은 내 등에 업히는 게 부끄러운 지 시끄러운 방금 전과 비교해 아무 말이 없었다.

 

 반면, 자신을 한 점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녀석들’이 우리를 향해 자신들을 힘차게 '어필(Apeal)'하고 있었다.

 

 「컹! 크왈-! 와아알-!」

 

 젠장할! 울음소리를 들어보니 들개의 한 종류인 듯하다. 아니, ‘여우’ 울음소리에 가깝나? 어쨌든 나는 긴장감을 놓지 않고 하행하는 속도를 높였다. 

 

  현재, 내가 걱정되는 건 내 뒤에 업혀있는 꼬마 녀석의 상태였고 둘째로, 아직 완전히 쾌유되지 않은 나의 몸이었다. 운이 나쁘면 저 울음소리의 주인인 굶주린 들개나 여우한테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까.        

 

 “많이 아파요? ……죄송해요. 괜히 억지로 따라오겠다는 나 때문에 이렇게 고생해서.”

 

 얼굴에서 식은땀이 자꾸 흘러내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그렇지 않아도 어두워진 산을 하행하는 일은 힘든 일인데 뒤에 사람까지 업고 가고 있으니 호흡도 가빠졌다. 더욱 뒤에서는 들짐승들이 따라오고 있어 심적으로 불안하기까지 하다.

 

 “헥! 헥! 시끄러! 이제 좀만 가면 큭!  …마을길이니까 하악! 거의 다 왔다. 헥!”

 

 그러나 나의 이성과는 다르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실 이 녀석을 마을에 빨리 데려다 주고 다시 산에 올라 산삼을 뒤져볼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몸 상태가 안 좋다. 아무래도 마을에 쫓겨날 각오로 오늘 하루를 쉴 수밖에……. 

 

 『 휘청 』 

 

 “저기요? 저기요! 꺅! 괜찮아요? 무리하지 말고 빨리 내려주세요! ”

 

 웁스! 다행히 쓰러지려다 정신을 다시 차린다. 하마터면 술에 취한 듯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아직도 시야가 핑핑 돌아가는 것이 벌써 한계까지 온 듯하다. 

 

 「 크르릉! 컹! 」 

 

 하지만 내 상태와는 상관없이 뒤쪽에는 녀석들이 뒤를 추적하며 약해진 나를 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넘어지면 우리 둘은 꼼짝없이 산짐승의 밥이 되는 것이다! 나 혼자라면 몰라도 이 녀석까지 산짐승 밥으로 만들 순 없지! 다시 한 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 왈! 와르르!! 」 

 

 “으아아악! 야! 혹시라도 내가 죽게 되면!”

 

 “에에! 네? 뒤에 뭔가가 쫓아오는데요? 와아아! 그리고 전 ‘야’가 아니라 주하정(朱河定)이라 고요!”

 

 『 휘청 』

 

 갑자기 시야가 반전된다. 무리하게 뛰다가 돌이라도 걸려 넘어진 걸까?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런 일은 인생을 산에서 보낸 나에게 수치와도 다름없다! 나는 휭설 수설을 하며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하정’이라는 소녀와 함께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 굴러갔다. 

 

 “아야야-! 앗! 정신 차려요! 그리고 저는 무녀라 결혼 할 순 없지만…… ”

 

 그 바람에 산짐승들로부터 벗어 날 수 있었지만 그것과 동시에 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눈을 감기 전에 멀리서 잘 보이는 뜨거운 횃불을 봐선 다행이도 마을 주변에 도착한 것 같다.

 

 정말인지 오늘 일진은 이제껏 가장 ‘최악’이다.

 

 

  ※ ※ ※ ※ ※

 

 다음날 다행히도 나는 건강하게 집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 아무래도 어젯밤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각자의 집으로 데려다 준 듯하다. 다행이라고 한숨을 푹 쉰 후 아직도 뻐근한 몸을 가누며 드러눕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밖이 소란스러웠다. 

 

 난 재빨리 문고리를 잡아당겨 방을 나온 후, 마당의 막대기둥을 살펴보았다. 막대기둥의 그림자는 남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림자가 남서쪽으로 기울쯤 오겠다고 했었으니까! 뜨-헐! 약속한 시간이잖아?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퍼 자고 있었다니! 젠장맞을!” 

 

 「주인 어른행차요-!」

 

 …운명은 정말 나를 버린 걸까? 나의 처절한 외침과 동시에 울타리 넘어 촌장과 함께 가마가 등장했다. 

 

 높으신 분들만 타고 다닌다는 저 화려하고 무거운 가마가 우리 집 누추한 앞마당에 올 일이 있다니! 가마채를 붙잡은 4명의 노비들이 안전하게 가마를 마당에 착지(?)시킨 후 가마의 창이 열렸다. 엥? 그런데 촌장은 가마를 타고 있지 않네? 

 

 그러나 가마에서 나온 인물을 보고 나는 경악을 하여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홀홀홀! 그래, 약속시간대로 왔네만. 으잉? 자네, 무슨 심경의 변화로 마중 나와 있나??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떳나보구만?”

 

 촌장은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선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촌장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경악스러운 타이밍에 등장한 그 ‘소녀(小女)’를 보았다. 

 

 “ 소녀는 ‘주하정’이라 하옵니다. 아니, 이젠 소첩(小妾)이라 해야 할까요? 어라? 설마 어제 그 격렬한 청혼을 해놓고 잊어버렸다곤 하지 않으시겠죠? ‘이천우(李天旴)’님? ”

 

 옆에서 서있던 촌장의 얼굴을 보니 ‘그 녀석’의 경악할 말에 놀랐던 건 나 혼자는 아닌 듯하다. 게다가 청혼이라고?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던가?! 

 

 “ 그것 참! 농담도 그런 이상한 농담은 없을 겁니다. 허허, 무녀님, 어쨌든 이런 사소한 일은 이 늙은이에게 맡겨 주시지요. 흘흘흘. 이보게, 천우군? 그래, 어제 그 강삼을 무녀님께서 이미 받으셨다고 했던가? 정말 맞는 겐가?”

 

 “그렇다고 소녀가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값으로 여기 40냥, 맞지요?”

 

 하정은 촌장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빙그레 웃으며 나에게 엄청난 거금을 선뜻 내주었다. 그러니까… 하루에 밥을 3끼씩 쳐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30푼을 하루 생활비로 환산하면 40냥이란 거금은 대략 133일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 나는 한심하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돈주머니를 받다가 떨어뜨릴 뻔 했다. 생각해보니 그 비싼 강삼이란 것은 어제 맛없는 죽과 함께 내 배속에 고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설마 너, 아니 하정님은 진짜 그… ‘금수저’였어?.”       

 

 “뗴끼! 이놈아! 아무리 상도를 모르는 ‘바깥 출신’이라지만 지금은 너도 마을의 일원 아니더냐? 이 분은 그 우리 마을에 ‘무녀’시란 말이다! 한마디로 밖에선 ‘왕녀(王女)’같은 신분이야! 그러니 말  조심 하지 못해!”    

 

 히이익! 설마 무녀라는 신분이 그렇게 높았던가? 이 마을은 폐쇄적인 곳이라 외부의 신분체계와 별도였다. 마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왕국이다. 다시 말해 이곳에선 국가권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

 

 “어라? 천우님은 바깥출신이었나 보죠? 그리고 새삼스럽게 하정님이 뭐에요? 킥킥킥. 그냥 하정이라 부르시죠? 어차피 바깥출신이면 저희 마을 계급과는 상관없잖아요?” 

 

 “허허! 무슨 그런 망발을! 어쨌든 오늘 일정이 아주 시급합니다. 이제 볼일은 끝나셨으니 어서 빨리 서낭당으로 돌아가시죠.”

 

 아무래도 촌장은 나와 하정을 오래 대화시키고 싶지 않은가 보다. 불순물로부터 지키려는 듯 촌장은 하정을 계속해서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인사만 드리고 가지요. 그럼 또 이따 둘이서 봐요?” 

 

 하정은 나의 얼굴을 보고 만족했는지 얼굴을 찡긋 윙크를 날리곤 웃으며 가마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난 이 일들이 믿겨지지 않는다! 설마 내가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건가!?!

 

 “끌끌끌. 어찌된 일인지 눈에 선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비참한 자네에게도 한번쯤은 인생의 행운이 찾아올 때도 있겠지. 그러나 ‘절대로’ 명심하게. 무녀님과는 가까이 지낼수록 자네의 명줄은 그리 길어지지 않을 것이야. 홀홀홀.”  

 

 촌장은 멍청히 서있는 나를 못마땅한지 무서운 말을 남기곤 다시 발길을 돌렸다. 

 

 「주인 어르신 귀행이요!」

 

 한순간에 노비들은 촌장과 함께 무거운 가마를 짊어지며 다시 돌아가 버렸다. 

 

 멍청히 서있던 나는 있는 힘껏 얼굴을 잡아 댕겨봤다. 

 

 “아야-!”

 

 얼굴이 얼얼하게 느껴질 쯤에 나는 정신을 간신히 차릴 수 있었다.

 

 “…만세! 심봤다!! 아직 나는 끝나지 않았어!!”

 

 ……그렇지만 이게 정말 꿈이 아닌 걸까? 분명 어젯밤 마을에서 쫓겨날 각오를 했건만 오늘 아침 쫓겨나기는커녕 돈을 받았다. 믿겨지는가? 그런데 이 기뻐해야할 일이 이상하게도 나에게 아무런 느낌도 오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현실성이 없게 느껴진 달까?

 

 “에…. 그렇구나. 그 녀석은. ……‘공주님’인거네?”

 

 아무런 ‘의미’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방안으로 돌아갔다.

 

 

  ※ ※ ※ ※ ※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버렸을 때, 어머니가 구슬프게 우시며 돌아가시던 그 날부터. 나의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됐다. 

 

 이 머나먼 여정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또 마지막 여정의 결말은 어떠할까? 아마도 폭주한 말이 지쳐 죽을 때 까지 달려 나가는 것처럼 나의 마지막 역시 비슷할 거다.

 

 그렇지만 그런 나라도 마지막은 최소한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다 생각하면 사치가 될까? 

 

 “우리 예쁜 아들!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못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마의 마을에선 엄마도 한때는 마을의 ‘공주님’이었단다? 믿어지니?”

 

 “엄마. 인생에서 한번이라도 공주님이 되고 싶어 하시는 건 잘 알겠지만요, 아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현실을 부정하는 건 안 좋은 습관이에요. 애초에 엄마가 공주님이면 아빠랑 결혼을 어떻게 했는데?”

 

 “으이구! 정말 아빠 아들 아니랄까봐!? …호호호! 그이랑 엄마는 사랑을 찾아 도피를 한 거란다. 지금의 그이는 너무도 지치고 힘들어서, 비록 우릴 떠났지만 원망은 하지 마렴. 아들에겐 나쁜 아버지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알고 있단다. 그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망할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고 떠났던 때가 생각나셨는지 어머니는 잠시 얼굴색이 변했지만 금세 다시 환하게 말하셨다. 그러나 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불신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 녀석! 언젠가 우리 아들도 알게 될 거란다? 비록 이렇게 ……서로가 떨어져도 마음만은 이어져 있을 테니까.”

 

 어머니는 무엇인가 생각나셨는지 중간에 잠시 말을 멈추셨지만 눈가에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젠장맞을, 망할 아버지! 내 언젠가 반드시 당신한테 찾아가서 어머님을 떠난 것에 대해 단단히 따질 테니까 준비해 두라고? 

 

 이렇게 까지 고생하는 어머니가 아버지는 불쌍하지도 않는 걸까?  

 

 “저기요~? 천우님? 이보세요~? 듣고 있나요?”

 

 …불쌍하지도 않는 걸까?

 

 “아하하! 천우님 얼굴 이상하다! 꺄하하하!”

 

 “으아아악! 못 참겠다! 나 공부해야 한다니까 그만 못해?”

 

 주하정은 어째서인지 그날 ‘산삼 사건’ 이후로 반드시 하루에 한 번은 꼭 나의 집에 들러서 장난을 치고 돌아갔다. 도대체가 공주님이라는 녀석이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그야 서낭신님이 말하셨다고 하면 전부 해결되는 문제니까요! 메롱!”

 

 귀엽게 혀를 내밀며 나의 의문에 대답을 한 하정은 신의 권한을 남발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들려주었다.   

 

 “어찌됐든 나 공부해야해! 놀려면 딴 녀석들이랑 놀라구! 그리고 이제 우리 집엔 그만 좀 와라!”

 

 “흑~! ‘그 날’ 제게 ‘청혼’을 한 건 거짓말이었던 거였나요? 흑! 흑!”

 

 “아악! 그 날 이야기는 진짜 하지도 말라구!”

 

 하정은 장난스레 우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며 나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나 보다. 또한 생각하기도 싫은 ‘그 민망한 사건’을 이미 나의 깊은 뇌내 속으로부터 지워버렸건만, 하정은 그 기억을 현실로 틈만 나면 자꾸 상기시켜놓았다. 그것이 매일 서낭나무에게 드리는 신성한 일과라도 되는 양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서서 말이다. 

 

 “그럼 공부를 포기하시실거지요-?” 

 

 “아니.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 안 해!”

 

 힘을 주어 단호히 말했다! 하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보았지만 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씨! 그렇다면 물리공격이다! 에잇!” 

 

 “아하하하! 그만! 끄아악! 그만 간지롭혀!”

 

 …간지럼은 안타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하정이 간지럽히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것도 무녀와 관련이 있는 건가?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나! 오늘은 이만 순순히 물러가 드리죠! 하지만 성공해서 아버지를 만나러 가겠다는 그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매일 이렇게 괴롭히러 올 거예요?” 

 

 “크으윽! 너완 상관없는 일이라니까! 그리고 평생 그 생각을 고쳐먹을 맘 없다!”

 

 “그럼 평생 괴롭히러 올 거예요~ 메롱이다!”

 

 …물론 이때는 하정이 제풀에 알아서 지쳐서 그만 올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다. 

 

 

 "사세요~ 질 좋고 싼 토끼 가죽입니다! 이제 추워지는 이 시기에 따끈 따끈한 옷감으로 만들기엔 이 보다 더 좋은 가죽은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가격은 단돈 30푼-!"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이 말들은 내가 살기위해 배워온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주로 산에서 '약초꾼'으로 생활하는 나는 가끔 동물들을 잡아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장사를 할 때도 있다. 물론 나는 집에서 틀여 밖혀 공부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살기 위해선 '돈'을 필수로 벌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으흠? 토끼가죽의 질이 상당히 좋네? 흠잡을 데가 없군. 하지만 이 가격이면 조금 비싼 것은 아니니? 여러 개 살테니까 조금 깎아주지 않으련?"

 

 왔구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번 년도엔 옷감의 재료들이 겨울을 대비해 귀부인들로 부터 비싸게 대금이 치뤘졌다. 물론 이때, 반드시 '봉'을 붙잡아서 두둑히 팔아둔다면 앞으로의 생계가 걱정없어 진다!

 

 "잘 오셨습니다! 올해도 와주셨군요! 너무나도 반가워요! 저 역시 가격을 깎아드리고 싶지만 잘 보세요? 이 토끼가죽은 평범해 보이는 토끼가죽이 아닙니다?"

 

 "어머? 토끼가죽이 그냥 토끼가죽이지, 뭐가 다르다는 거니?" 

 

 "후후후. 이 토끼 가죽은 말이죠, 무려 일반 토끼의 3배 정도 되는 몸집을 가지고 있던 거대토끼의 일부라구요? 자! 한번 여기 토끼가죽을 만져보세요! 지금까지 만져보셨던 토끼가죽과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

 

 나는 재빨리 귀부인에게 토끼 가죽을 몇 장 집어서 '제일' 부드러운 부분을 만지게 했다.

 

 "확실히 부드럽기는 하지만…"

 

 "어허! 부인! 설마 제 말을 믿지 못 하시겠나요? 오늘 차려입으신 그 아름다운 옷! 아마 질 좋은 누에들의 뽕잎을 먹고 자란 실로부터 만들어 진 것이 분명하겠죠. 하지만 그 옷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후후후! 이 옷들의 옷감은 정말 비싸게 주고 샀었지. 그러니 당연히 비싸니까 아름다운거 아니겠어?" 

 

 "아닙니다. 부인! 바로 당신이 아름다우니까…! 무엇을 '얼마에 사든지' 전부 어울려 보이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 있는 토끼 가죽을 사신 다면 이번에도 아름다운 옷이 만들어 지리라 믿습니다."

 

 "오호호! 요 꼬마 녀석! 작년에 이 옷을 만든 옷감도 여기서 샀었잖니? 이번에도 믿고 사볼까? 하여간 조숙한게 마음에 쏙 들어! 토끼 가죽 넉장 주지 않으련?" 

 

 나이스! 이번 겨울에도 나의 생계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그러나 재수가 어지간히 옴 붙었는지, 최악의 타이밍에'그 녀석'이 나타났다! 

 

 "잠깐만요!? 서방님! 너무하네요! 어떻게 이 '어여쁜 소첩'을 두고 바람을 필 생각을 하시는 거죠?! 흐윽! 역시 그날 제게 ‘아름답다며’ 청혼했던 건 거짓말이셨군요! 이건 불륜이에요!! 읍-읍-!"

 

 "서…서방님? 불륜?!? 아니 난 단지 가죽을 사로 왔을 뿐인데…? 그보다 꼬마야, 너 정말로 조숙하구나??"

 

 귀부인은 황당한 표정으로 나와 '그 녀석'을 두리번 거렸다. 나는 서둘러 '그 녀석'의 얼굴을 가리며 동시에 입을 막았다.

 

 “읍-! 읍-!”

 

 "하하하…! 별거 아니에요 별거! 자 여기 토끼가죽 넉장입니다. 1냥 20푼이 되겠네요 아하하-!"

 

 "후후후. 꼬마야. 그 애한테 꼭 잘해줘야 한단다? 나도 소싯적 그런 때가 있었더라지. 호호호!" 

   

 "하하하……"

 

 이번에도 운이 좋게 어떻게든 넘어간듯 하다. 저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 손님이 여자일 경우 어느 틈에 나타난 하정이  시시비비를 따져댔다. 물론 하정이 일반 계집아이였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그녀가 ‘무녀’라는 점이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무녀의 존재는 생각보다 무시무시했다. 하정의 정체가 밝혀지자마자 시장터는 난장판이 되었고 마을 자경대가 출동해서 사태를 마무리 할 때 까지 그날 장사는 접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귀부인이 멀리 까지 간 것을 확인 한 후 그제야 안심하며 나는 하정을 놓아 주었다.

 

 "야! 꼬마! 그만 좀 날 괴롭혀! 왜 자꾸 나를 방해 하냐?"

 

 "그야! 천우님이 자꾸 절 피해 도망다니니까 그렇죠!"

 

 "너는 이 마을 무녀님이잖아? 공주님이라고? 무엇보다도 난 금수저랑 말 안해!!"

 

 "우쒸! 그렇게 말한다 이거죠? 조만간 ‘두고’보시죠!"

 

 

 이 마을에서 제일 힘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그녀로 부터 도망가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이 마을 여자들의 성격이랄까?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이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 날, 두고 보자는 말과 함께 그녀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자 여기 저기 '이상한 소문'이 만들어 졌다. 무녀님의 ‘숨겨진 애인’이 존재한다던가 그 애인이 사실 ‘밖에서 온 사람’이라던가 하는 그런 소문 말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하정과 마주칠 때 마다 기겁하며 달아났지만 이미 마을사람들의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점점 부풀어 올라만 갔다. 나중에는 이미 결혼은 했고 애가 한둘이 아니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러나 사실 그녀가 나를 쫓아다니며 이런저런 소문을 만들던 것엔 이유가 있었다. 

 

 "맛있는 멧돼지 고기 사세요~ 지금이라면 1근에 2냥 정도에 팔아드립니다~"

 

 "호호호! 네가 그 소문의 남편님이니? 한 근 주렴!"

 

 "네이~! 여깄습니다!"

 

 "우리 무녀님을 잘 부탁한단다. 소박하지만 생계에 보태서 쓰렴."

 

 "허걱! 소…손님!? "

 

 내손에 3냥이라는 거금을 쥐어 주며 친절하게 웃음 짓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는 것. 

 

 하정은 '바깥사람'인 나를 걱정해 이곳, 저곳에 '일부로' 이상한 소문을 만들었다. 덕분에 마을사람들에게 이상한 호감을 얻게 된 나는 생계를 지내는데 덜 힘들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예전과 다르게' 정말로 마을의 한 구성원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난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그녀가 나를 많이 걱정하고 생각해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언제까지고 그녀를 피해 도망 다닐 수도 없었고 이제는 그녀의 대한 나의 마음도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천우님~이런 곳에 숨어있다고 설마 제가 못 찾을 거라 생각하신 건 아니시겠죠? 호호호!”

 

 “으악! 너 진짜 어떻게 알고 왔냐?”

 

 …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정과 숨바꼭질을 한지도 벌써 1년째다!

 

  이번에 내가 숨은 곳은 꽤나 절경의 냇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절대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이곳에 숨었는데 매일 나의 집을 습격하러오는 하정이 이곳에도 나타났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설마 이것도 무녀의 능력인가? 무섭다 무서워….

 

 “어라? 모르셨어요? 아니면 설마 알고도 모르는 척? 이런 음흉한 사람이 ‘그 날’ 나에게 청혼했던 그 서방이라니! 흑흑!! 소첩은 너무도 슬프답니다. 저희의 사랑의 증표인 막둥이도 슬퍼할 거에요! 꺼이-꺼이!”

 

 “으아아악! 그이야기는 정말 그만해달라니까!! 그런데 뭘 모른다는 거야?”

  

 마을 사람들에게 퍼진 소문들 중 하나로, 나와 하정은 이미 아이를 가진 '공인된 부부'라 이야기 되어 있었다. 물론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은 소문일 뿐, 나와 그녀 사이에 아이란 존재하지 않다! 

 

 “진짜 몰라요? 이곳은 무녀가 서낭신에게 ‘예(禮)’를 올리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기 위한 목욕탕이에요. 아! 그리고 원래 일반인은 출입 불가 장소랍니다~? 사람들도 천우님이니까 봐드리는 거라구요? 참고로 제 목욕시간은 묘시((卯時)와 유시(酉時) 사이에요.”

 

 "헉?! 그래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건가? 아니, 그렇다면 그 시간대만 피해서 오면 괜찮나?"

 

 이곳은 나의 명당자리 중 한곳이었는데 오늘부터는 오질 못하겠군. 그런데 묘시(아침 5~7시)와 유시(오후 5~7시)라면 그동안 안 마주친 게 신기할 정도로 아슬아슬 했었다. 게다가 내가 이곳에 출입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나보군. 헉! 설마 그 소문의 근원지가 지금의 이런 행동 때문이었던가??!   

 

 “어머? 서방님이라면 언제든 괜찮은데요?”

 

 “엑! 이 마을에서 그런 일로 쫓겨날 순 없어!” 

 

 이런 식으로 하정과 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오늘도 그녀로부터 도망 다니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나와 엮이려는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그런 태도가 싫지만도 않다. 그런데 그녀가 나를 찾아오는 것이 이상하게도 즐겁게 느껴지다니…….

 

 아- 역시 그런 건가? 

 

 하정을 처음 봤을 때부터 예감은 했지만 아무래도   

 

 “그럼 제가 책임지구 같이 살아줄게요? 히히”

 

 “무녀는 결혼 할 수 없다며?”

 

 “그런 제게 과감히 청혼했던 그 한 분을 전 잘 알고 있답니다―?”

 

 …이 녀석을 좋아해버린 듯하다. 

 

 그래서 나는 그 날, 하정에게 나의 마음을 인정하고 고백을 한 뒤 기분 좋게 차이고 말았다. 

 

 그 녀석, 하정은 내가 진지하게 청혼하자 그에 따라 진지하게 답을 해주었다.

 

 『 그 마음은 지금 받기 싫어요. 하지만 그 사랑이 커서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주세요. 』     

 

 그래, 결국 처음부터 우리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그녀는 자신이 마을의 무녀라서 결혼을 거절했지만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았던 것이다. 

 

 “아하하! 하정 녀석! 평소에는 자기가 먼저 들이대는 주제에 이럴 때는 새침하단 말이야? 후후후”

 

 서로 얼굴을 붉히며 돌아가는 길에 나는 다시 한 번 그 상황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아마도 하정, 그 녀석도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일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시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퍽」

 

 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세상이 어두워졌나? 나는 누군가로부터 얻어맞은 후 기절하고 말았다. 

 

  ※ ※ ※ ※ ※

 

 

  그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하늘도 무심하고 세상도 무심하다고 여기며 난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아들…….”

 

 「쿠르릉」

 

 천둥소리가 어머니의 힘없는 뒷말을 지운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하염없이 울고 계셨다.

 

 「 쾅 」

 

 “…미안해…아들.”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그 날, 마지막으로 남기셨던 말이다. 무엇이 미안하셨던 걸까? 자신을 남겨두고 먼저 가시는 것에 대한 미안함? 아니면 불운하게 태어난 나의 존재의 대한 미안함일까?

 

 어머님이 나를 남겨두시고 떠나 가셨던 그 날이 아마 지금과 같았을 것이다.

 

 「쿠르르릉」

 

 “홀홀홀”

 

 그러나 세상의 진리는 때로 혹독하고 잔인할 때가 있다.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아니,

 

  …모르는 채로 지내며 살아가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일 테니까.

 

 “……그래, 네 어머님도 선대 무녀셨다. 홀홀홀. 그리고 지금의 무녀님과 자네와 같이 네 아비랑 눈이 맞아 도피를 했었지.”

 

 「 콰르르릉 」

 

 “지금 부터 자네에게 할 이야기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니 주의 깊게 들어주길 바라네. 홀홀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는 ‘그 날’ 기분 좋게 하정과 헤어지구 난 후, 갑작스레 들이닥친 사람들에게 끌려와 촌장에게 데려가졌다. 강압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촌장은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청했다.

 

 “우리 마을로부터 대대로부터 이어지는 저 서낭나무는 ‘우리 일족’의 선대가 심으신 나무일세. 그 나무는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느끼며 살아있는 존재지.”

 

 촌장은 선대의 핏줄을 이어받은 자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서낭나무에는 ‘신(神)’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무녀의 존재’는 그런 ‘신’이 들린 나무의 분신이라는 것.

 

 “우리는 마을의 무녀를 ‘거역’할 수 없다네. 더욱 우리 집안은 대대로 나무 분신인 ‘무녀’들의 시중을 맡아왔었지. 그런데 내 망나니 같은 아들이었던 녀석이 그만 눈이 맞아 마을을 벗어나 버렸지 뭔가? 그래, 그리고 그 녀석이 바로 네 아비라네. 끌끌끌”

 

 촌장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을 내게 들려주었다. 우리 어머니가 이 마을의 무녀라는 건 어느 순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망할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밖의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 마을 사람이었다고? 더군다나 이 촌장의 아들? 그럼 설마 나는 촌장의 손자가 되는 건가?

 

 “홀홀홀.……그런 눈으로 날 바라볼 필요 없어. 이미 의절한 녀석이야. 그러니 자네 역시 나의 손자가 아니지.”

 

 촌장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어머니는 당대 무녀들 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리고 망나니 같은 아버지가 어머니랑 눈이 맞아 마을을 떠나고 나서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낭나무의 분신은 나무로부터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네 어미는 급격히 죽어가기 시작했지. 네 바보 같은 아비는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이게 무슨 소릴까? 물론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항상 몸이 편찮으셨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를 버린 망할 아버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끌끌끌. 서낭나무는 새로운 분신을 ‘선출’했지. 그 결과 자네의 어미는 죽게 된 것이네.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

 

 새로운 분신의 출현. 다시 말해 하정의 존재로 인해 어머니는 죽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은 단순히 우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건 미신에 불과한 이야기야! 하정과 우리 어머니는 아무런 상관없다고!”

 

 “끌끌끌. 자네는 에비를 닮았군. 하지만 좋든 싫든 이 이야기는 ‘사실’이다. 분신이 본체를 떠나는 순간 본체는 새로운 분신을 선출했어. 그리고 본체로부터 멀어진 분신은 서서히 죽어가는 거라네.”

 

 어머니는 아버지랑 눈이 맞아 몇 년 동안은 행복하게 살았다. 따스한 그 행복 속에서 내가 태어났고 우리 가족은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러나 서낭나무가 새로운 분신을 선출하고 난 후, 어머니는 급격히 죽어가게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마을로 돌려보낼 계획을 생각했나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릴 떠났던 거였을까?’

 

 하지만 어째서 어머니와 나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거지? 나는 미친 듯이 아버지를 찾아가 이것저것 따져보고 싶어졌다. 이 마을의 대한 진실.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한 이야기. 모든 것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런 이야기를 촌장이 나에게 하는 건 무엇일까?

 

 “혹시라도 만약 자네가 우리 무녀님이랑 눈이 맞아 떠날 생각이라면 포기하거라. 그것이 아무리 ‘일족’과 ‘분신’의 운명이라 할지라도 말야. 홀홀홀.”

 

 「쿠르릉-쾅」

 

 ……마지막으로 그 한마디를 들은 뒤, 나는 촌장으로부터 해방될 수가 있었다.

 

  ※ ※ ※ ※ ※

 

 나는 처음부터 눈치를 채야 했을지도 몰랐다. 하정과 산에서 내려오던 그 날, 정신을 잃기 전 보였던 횃불. 지금 생각하면 촌장의 감시자였던 사람들이다.

 

 그 후로, 하정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언제부터인지 그녀와 나 사이를 감시했던 사람들이 존재한 거 같다.

 

 촌장은 말했다. 자신들은 무녀를 거역할 수 없다고. 하지만 무녀는 마을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죽는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새로운 무녀가 선출된다. 실제로 나의 어머니는 그렇게 죽어갔다.

 

 “꺄! 몰라! 몰라! 서방니~임!”

 

 만약 내가 하정과 마을을 떠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서낭나무는 새로운 분신체를 선출하고 하정은 나의 어머니와 같이 죽어가게 될까? 그렇다면 나는 어찌해야할까?

 

 “서방님~? 너무 새색시를 외롭게 하지 말아주실래요? 꺄아!”

 

 어느 때처럼,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나에게 열심히 애교를 부리는 하정. 그녀는 과연 이런 나와 살게 된다면 행복하게 지낼 수가 있는 걸까?

 

 어머니는 아버지께 ‘마지막 날’까지도 가지 말아달라고 애걸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애써 무시하며 아버지는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나셨다.

 

 만약 그렇다고 할지라도 아버지가 우리에게 차갑게 대할 이유는 없으셨다. 그러나 만약,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면…?

 

 “자기야, 여보야, 낭군님아-! 에헤헤”

 

 ……아무래도 하정을 이대로 방치해두면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것 같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나는 말을 걸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정. 나, 한 가지 결심했어.”

 

 하정은 진지하게 말하는 나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헤벌레한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불운한 일이 있어도,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를 찾아갈 테야.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진실을 알아내겠어!”

 

 “아-안돼요! 그러면 안돼요!”

 

 하정은 나의 말을 듣고는 갑작스레 놀랬다. 또한 갑자기 눈물을 글썽 거리곤 나를 향해 이야기한다.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 네? 차라리 과거는 잊고 새로 출발하는 게 어때요?”

 

 나를 필사적으로 말리는 그녀. 무엇인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듯 했지만, 나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촌장의 말이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 또한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것도 진실이니까.

 

 “미안해. 나는 이제 결심했으니까.”

 

 “그런-! 하-하지만! 잠시만! 천우님!”

 

 “정말-! 미안해! 하정! 제발 부탁이니까.”

 

 나는 억지로 그녀를 문고리 밖으로 내보냈다. 지금부터 식년시는 약 2년 남았다.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지금부터 한다고 장원급제에 성공한다고 볼 수도 없다.

 

  "미안해…… 하정아.“

 

 하정은 나의 진지한 태도에 잠깐 주저하더니 마당에서 잠깐 서 있다가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 ※ ※ ※ ※

 

 

 「꽹~꽹~」

 

 「둥-!둥-!둥-!」

 

 …나는 하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그 뒤 6개월이 지난 이후, 매일 같이 그녀는 나의 공부를 방해하겠다고 작심했나보다. 오늘은 북과 괭가리를 들고 와서 집 마당에 시위를 했다.

 

 “천우! 이래도 공부가 잘되나요?!”

 

 “하정! 헛수고야. 나에겐 귀마개가 있어서 소용없다고? 주변에 민폐니까 그만두는 게 어떨까?”

 

 “씨이-!”

 

 나는 하정에게 관심을 끊고 다시 열심히 ‘소학(小學)’과 ‘대학(大學)’을 펼치고 열심히 뜻풀이를 했다.

 

 “우아아앙! 야! 이천우! 너 너무해! 미워! 망할 자식아! 정말 미워! 우아아앙!”

 

 급기야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녀가 나의 공부를 방해하고 관심을 끌려는 계획이 모두 실패하자 내 앞에서 생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데, 무심코 당황한 나는 하정을 끌어안으며 정말 미안하다사과를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뒤 그녀는 이런 식으로 나에게 눈물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말 꼭 이렇게 까지 공부를 해야 할까?

 

 「혹시라도 만약 자네가 우리 무녀님이랑 눈이 맞아 떠날 생각이라면 포기하거라. 홀홀홀.」

 

 그날 나에게 이야기한 촌장. 나는 아직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 못하다. 반드시 스스로 자립해서 아버지한테 찾아가서 진실을 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 이 마을로부터 벗어나 그녀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언제나 그렇다. 어머니가 죽고 처음 이 마을에서 살아갈 때, 그때는 하정도 못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 산을 올라야 했다.

 

 또한 살아남기 위해 산을 올랐다.

 

 독버섯을 식용 버섯으로 착각하다 죽을 뻔 한 적도 있다. 살기 위해 곤충 같은 것도 구워서 억지로 먹은 적도 있었다.

 

 처음으로 토끼를 사냥한 후, 기쁨의 눈물을 흘렀을 때 지금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기 위해 나는 노력했다.

 

 마을 사람들과 거래를 성공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을 쯤, 군것질의 대한 유혹을 참기 어려웠다. 주변의 내 또래 아이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돈을 모았다.

 

 아플 때 약을 먹는 건 나에게는 사치다. 만약 자연적으로 낫지 않는다면 죽을 뿐이다. 어쩌다 죽기 싫어서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쓸 뻔 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참고 또 참았다.

 

 그녀와 나의 첫 만남.

 

 여기가 나의 한계라고 생각했을 무렵. 지쳐서 ‘숲의 큰 나무’에 기대 듯 쓰러졌다.

 

 “저기 괜찮으세요?”

 

 “으…음. 괜…찮…아…요.”

 

 「꼬르르륵」

 

 “이거! 이거라도 빨리 드세요!”

 

 그녀는 반쯤 먹고 있던 찹쌀떡과 약과들을 억지로 내 입에 먹였다.

 

 “우오오! 살아난다!”

 

 “……그렇게 맛있어요?”

 

 나는 간단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다시 산을 내려왔고 그녀는 신경을 끄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그런데 그 후, 이상하게도 내가 도저히 죽을 거 같다고 생각하며 숲에 쓰러졌을 때 항상 그녀 가 나타나 나에게 먹을 것을 먹여 주었다.

 

 그리고 산에서 발견한 강삼을 촌장에게 팔기로 했을 때, 너무도 아프고 배고파서 그날은 산에 오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어찌 알았는지, 그녀가 집까지 직접 찾아온 게 아닌가?

 

 “괜찮아요? 꺄아! 죽지 마요! 제발! 어떡해!! 일단 뭐라도 만들어줄게요!”

 

 맛은 썼었지만 그렇게 따듯하고 맛있게 먹었던 죽은 인생에서 처음이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죽의 재료로 강삼을 썼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간담이 서늘했지만.

 

 “으아아아아! 그걸 쓰면 어쩌라는 거야! 망할! 젠장! 아아아! 됐어! 너는 집에 가만히 있어!”

 

 “쓰… 쓰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렇지만 걱정 마요!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

 

 당연히 나는 그런 황당한 말을 무시하고 산을 올랐지만 아직은 몸이 무거웠다. 그녀는 기어코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우겼었다. 그 후엔, 나는 그녀에게 사랑에 빠지고 그녀 역시 나에게 사랑에 빠졌다.

 

 “우아아앙! 이천우 이…이! 멍게 해상 말미잘 바보 멍청이 똥깨!”

 

 “윽-! 미안해! 하정아 내가 잘못했어! 착하지? 뚝!”

 

 나는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문고리를 열고 울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나에게 안기자 약하게 나를 두들기며 서서히 울음을 그쳤다.

 

 “흑…흑!”

 

 “옳지! 착하다 착해! 뚝! 우리 예쁜 하정이-!”

 

 그녀를 좋아해 버렸다. 그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 그녀를 너무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다. 만약 최소한 나 혼자 고생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차라리 그녀는 나와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지 몰랐다.

 

 “앗! 천우! 울지마요! 우으으!”

 

 그녀의 울음에 나 역시 전염이 된 걸까? 나는 어느 순간 울고 있는 그녀를 보며 볼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발 그렇게 슬프게 울지마요. 흐윽! 저도 안 울테니까! 끄윽! ”

 

 “아….아냐.”

 

 “우-우! 울지 말래도요? 흐윽!”

 

 그러나 그녀의 말과 상반되게 눈물이 나의 볼을 타고 자꾸 흘러내린다. 그녀역시 어쩔 줄 몰라 하며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른인 척해도 나는 아직 어렸다. 그녀 또한 역시 어리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어리다고 현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살기위해서 언제고 이렇게 아이로 있을 수는 없는 일. 언제나 그래왔듯이 멈추지 말고 걸어가야 한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그 날' 우리는 실컷 울었다.

 

 눈물이 떨어지면서, 서로를 껴안으면서 우리는 '한 가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서로를 좋아할 것이라는 것을.

 

 앞으로 일어날 슬픈 일을 대신해 '지금' 울어버리자는 것을.

 

 나와 그녀는 '그날' 실컷 울어재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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