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로드 오브 판타지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6.2

변방의 숲에서 신의 힘(익시드 소울)을 찾아 해메던 공왕의 장남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하나뿐인 아들이자 유일무이한 후계자였던 그가 죽자 공국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히스테리에 일종의 정신병 까지 얻은 대공왕 크리스토 폰 디아드리아무스는 그간 사이가 안좋았던 중부의 벨로드릭 왕국에게 누명을 씌우며 책임을 묻는다. 그 내용은 하나, 속히 범인을 찾아 공국에 바치지 않으면 왕국 땅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으름장.

공황상태에 빠진 왕도 시민들은 전쟁의 위협에 불안을 떨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데.....

어느날 왕도 제일 가는 장군, 리드웨이가 왕에게 부름을 받는다.

공국 후계자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내 왕도를 전쟁의 불씨로 부터 지켜달라는 부탁인데......

지금 껏 국경선에서 공국과 대치하는데 일생을 바치던 리드웨이는 장비를 챙기고 적국이자 미지의 땅, 디아드리아 공국에 발을 딛게 된다.

 
프롤로그 - END
작성일 : 17-06-10 18:19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688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지만 로잘랜드를 둘러싼 초조함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디아드리아 공국의 방대한 영토엔 사람이 거주하기가 불리한 척박한 대지가 여럿 존재했고, 현재 로잘랜드가 발을 들인 이곳 유령의 숲도 그런 유형의 알려지지 않은 미개발 지역들 중 하나이지만 지금까지 잘 해내왔지 않았는가. 열흘을 이동해도 끝나지 않을 정도의 드넓고 깊숙한 숲이었지만 사나운 마수나 맹수는 단 한 마리도 튀어나오지 않았었다. 절벽이나 독초같은 위험한 것도 없었고 길은 좀 험했지만 다른 숲이나 산들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난데없이 비가내렸다. 바슬바슬했던 흙들이 수분기를 먹고 끈적한 접착제 처럼 질퍽한 진흙으로 변해 앞길을 막는것도 모자라 아닌 밤중에 로드릭 까지 저런 소리를 한다.

 

 로잘랜드는 오늘 하루동안 갑작스레 일어난 두 가지 일들 때분에 몹시 초조했다.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길 기원하는 부모가 된것 처럼 말이다.

 

 '부디 아무것도 아니기를.'

 

 로잘랜드는 간절히 생각했다. 종교는 없었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 알아두었던 신은 몇 명인가 존재했다. 로잘랜드는 불안한 듯 손톱을 깨물며 자신이 알고있는 모든 신들에게 속으로 기도했다.

 

 "전하!"

 

 그때였다. 때마침 로드릭의 외침소리가 저 덤불 너머로부터 들려온것은.

 

 로잘랜드는 화들짝 놀라 소리가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목소리는 다급하고 컸지만 그 감정은 기습적으로 닥친 위기를 맞이하고 절규하는 인간이 내는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예시를 들자면 사흘 밤낮으로 미아찾기를 하던 경비대가 어느 한적한 숲속에서 간신히 목숨이 붙은채 헐떡이는 미아를 발견했을 때 외치는 소리와 사뭇 비슷했던 것이다.

 

 로잘랜드는 뛰었다. 자신을 엄호하던 병사들의 어깨를 밀치고는 그리로 뛰었다. 일곱명의 병사들도 즉시 로잘랜드를 뒤따라갔다.

 

 덤불을 넘고 몇 번인가 넘어질 뻔하면서 앞으로 내달리던 로잘랜드의 눈에 로드릭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를 따라갔던 두 명의 병사도 모두 무사한 모양이었다. 로잘랜드는 속으로 안심했다.

 

 "로드릭!"

 

 로잘랜드가 큰소리로 석상 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로드릭을 부르자 로드릭이 뒤돌아섰다.

 

 "저것좀 보세요. 저기 저쪽이요."

 

 로드릭은 로잘랜드를 떠난 뒤 무슨 일이 있었나 말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자초지종을 설명도 않고 멀직이 떨어진 곳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로잘랜드는 살짝 얄궂은 마음이 들었지만 로드릭이 가리키는 손가락의 궤적을 따라 어둠에 가려진 잠자는 숲속의 저편을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빛이 보였다.

 

 아주 희미했지만 새까만 어둠이 가라앉은 유령의 숲에선 그것도 아주 환한 빛으로 보였다. 신기한 점은 그 빛은 달빛의 노르스름한 은은함도, 태양빛의 불그스름한 은은함도 아닌 신비하고 경이로운 푸르고 밝은 청아함인 점이었다. 마치 광활한 제르키아 대륙의 얼음대지 200m 깊이에 자라는 청산석을 보는 것만 같은 밝은 푸름. 이른 새벽에 내린 눈에 겉 표면에 얼음이 떠다니는 차가운 연안의 바닷물을 바라보는 듯한 감미로운 푸른 빛.

 

 "대체 저건......"

 

 로잘랜드는 몽롱한 시선을 그곳에 던졌다. 로드릭에 대한 얄궂은 마음 따윈 요만큼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초롱 초롱한 두 눈으로 300m 쯤 떨어진 곳에서 빛나고 있는 청아한 푸른빛을 응시하는데 온 집중을 쏟아붓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로드릭과 열 명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병사들 중 몇몇은 생전 처음보는 몽환의 빛에 홀리기라도 한 듯 손에 쥔 창을 깜빡 놓치고 말았다.

 

 "만약 정말 그 못미더운 남자가 건넨 지도의 신전이 사실이라면 분명 저곳에 있지 않을까요."

 

 로드릭은 치켜들었던 팔을 내리고는 노래하듯 말했다. 로잘랜드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머맨드 족이 섬겼던 아자르뷰스를 상징하는건 자애로운 청색일세. 열 두 신들 중 인간을 가장 사랑했으며 인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자 노력했던 신이지. 그가 다스렸던 지역은 생명이 끊이질 않았고 인간은 풍요롭진 않아도 윤택하고 행복하게 살았지. 그런 점에서 머멘드 족은 아자르뷰스를 경외한다는 의미에서 머리를 항상 아자르뷰스의 빛깔로 염색했어. 신과 인간, 두 개념의 집단이 공존하면서도 주종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공존'을 달성했던 것이 바로 아자르뷰스네."

 

 로잘랜드는 신비로운 빛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백과사전 속 정의(定義)를 읽듯이 말했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모습이었다. 로드릭은 로잘랜드의 설명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주군이 찾고있는 아자르뷰스라는 신은 열 두명의 신 가운데서도 가장 자애롭고 상냥한 신이었다는 점 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하는 아자르뷰스를.......'

 

 "가봅세 로드릭. 저 빛은 틀림없는 아자르뷰스의 빛이야!"

 

 금광을 발견한 광부 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로잘랜드는 사뭇 아이같았다.

 

 "밤이 어두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밤이 어두운건 중요치않네. 저 빛이 내 마음의 등대가 돼주고있어! 설령 내가 장님이라고 해도 상관없네 몇 백번을 넘어지든 저 빛을 포기할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한 로잘랜드가 멋대로 출발했다.

 

 "저, 전하!"

 

 로드릭과 열 명의 병사가 깜짝놀래며 즉시 로잘랜드의 뒤를 서둘러 따라갔다.

 

 

 

 

 

 

 말 안듣는 철부지 어린애 처럼 로드릭의 부르짖음도 무시한채 신나게 달리던 로잘랜드의 눈앞에 우뚝 거대한 벽돌 건물이 나타났다. 높이는 족히 50m는 돼보였고 대문 처럼 보이는 굳건한 철로된 반원형 이중문의 크기마저 2m가 넘는 육중함을 자랑했다.

 

 그 문 앞에 도착한 로잘랜드는 할말을 잃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 듯, 곳곳에 덤불과 잡초, 이끼가 끼어있으며 돌을 깎아 쌓아올린 표면에도 이곳저곳 금이가있었다. 보수되지 않은지 족히 이천년 이상은 된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로잘랜드를 흥분케하는 것은 바로.

 

 "틀림없어, 머멘드 족이 아자르뷰스를 기리기 위해 피땀흘려 건축했던 열 두 신전 중 하나, '자애의 신전'이야....! 양피지에 그려져있던 것과 똑같이 생겼어. 맙소사 내가 해낼줄이야......고대의 신들 중 한 명을 내가 찾아낼 줄이야!!"

 

 흥분과 기쁨에 젖어 환호성을 지르는 로잘랜드는 등 뒤에 헉헉거리며 로드릭 일행이 쫒아오는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전....전하. 너무 성급히 --....."

 

 잔소리를 퍼부으려고 숨을 고르던 로드릭이 눈 앞의 웅장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오자 입을 꾹 다문다.

 

 "뭐 뭐뭐 뭣!!!! 전하?! 대체 저것은....!"

 

 "자애의 신전일세. 머멘드 족이 아자르뷰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던 건축물이자 열 두 신이 잠들어있는 열 두 신전들 중 하나지. 이천년 전 내 조상들이 머멘드 족을 멸할 때도 발견하지 못했던 숲이었는데.....설마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이야. 그 빛이 아니었다면 영영 찾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네. 아니지......이만큼 가까이 접근했던 것을 생각하면 나도 대단한게....!"

 

 로잘랜드는 기쁨과 환희를 참지 못해 두 팔을 휘두르고 발을 동동굴렀다. 선물로 갖고싶은 장난감을 받은 어린아이 같았다.

 

 "그 남자의 말이 맞았어. 로드릭! 그 남자의 말이 맞았다고! 이로써.....이로써 디아드리아 백성들을 괴롭히는 마도 공장의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게됐어......더이상 신민들이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고! 자애의 신전에 잠들어있는 아자르뷰스의 엑시드 소울이 담긴 검만 손에 넣는다면.....!"

 

 "호오, 꽤 기특한 이유군. 설마 정말로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자애의 신전을 찾아온것일 줄은."

 

 "끄아악!"

 

 푹찍!

 

 날카로운 뭔가로 고기를 찔러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로드릭의 비명이 터져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로드....릭?"

 

 천천히 뒤돌아선 로잘랜드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날카로운 검에 배를 관통당한 채 입에서 핏물을 쏟고있는 로드릭의 모습이었다.

 

 "저....전....하......"

 

 털썩.

 

 무릎을 꿇은 로드릭이 핏줄이 선 두 눈으로 로잘랜드를 애처롭게 쳐다본다. 로잘랜드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대체 믿을 수 없다는 듯 얼어붙은 인간 처럼 그곳에 서있을 뿐이었다. 심장박동이 두 세배 빨라지며 손과 발이 떨렸고 목에서 응어리가 맺힌듯 컥 컥거린다.

 

 "으갸아아악!"

 

 수압이 높은 물병의 뚜껑을 확! 따낸 것 같이 푸슈우우욱! 하는 소리가 난다. 로드릭의 뺨에 그것이 묻는다. 혈흔이다. 인간의 피다. 로잘랜드의 바로 옆에 서있던 병사의 목이 뜯겨져 나가 로잘랜드의 발 밑에 나뒹구른다.

 

 푹찍! 푹! 푹!

 

 연이은 섬뜩한 소리와 뒤를 잇는 비명.

 

 하나 둘 쓰러지는 로잘랜드의 부하들과 어둠이 내려앉은 거뭇거뭇한 땅이 섬뜩한 붉음으로 채워지는 소리.

 

 정신을 차려보니 로잘랜드의 곁에 남아있던건 열 구의 시체와 무릎 꿇은 채 여전히 각혈을 쏟고있는 빈사상태의 로드릭이었다.

 

 그제서야 손가락이 까딱거리기 시작한 로잘랜드가 눈에 눈물을 품은채 천천히 로드릭에게 다가간다.

 

 "자, 장난이지? 로, 로드릭.....이건 대체....."

 

 로드릭이 덜덜떨리는 팔을 로잘랜드에게 뻗자 로자랜드는 그 손을 잡기 위해 똑같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싹둑!

 

 섬뜩한 소리와 함께 깨끗하게 절단된 로드릭의 팔이 허공을 춤추더니 로잘랜드의 얼굴을 가격하고 근처 땅에 널부러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조금전 까지 있었던 기쁨과 환희의 비명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절망과 공포가 뒤섞인 포효만이 차갑고 어두운 유령의 숲 한가운데서 울려퍼진다. 피를 뿜으며 숨이 끊어져 그대로 바닥에 코를 쳐박는 로드릭의 모습을 보며 로잘랜드는 허리춤에 찬 값비싼 쇼트 소드를 뽑아들고는 이리저리 허공에 휘두르기 시작했다.

 

 "죽음의 춤이군."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조롱하듯 들려오자 로드릭은 그쪽 방향으로 더욱 열심히 칼을 휘둘렀다. 휙! 휙! 하는 소리가 적막한 숲속의 공기를 잡아 찢었다. 하지만 엉뚱한 자세로. 휘두르는 법도 모르는 검을 마구 휘젖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광대의 춤일 뿐이었다. 값비싼 귀족의 모습으로 둔갑한 어릿광대의 바보같은 춤.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로잘랜드의 귀 속을 어지럽힌다. 그럴 때 마다 로잘랜드는 더욱 열심히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춤은 고작 2분도 지나지 않아 멎고말았다. 휘두르는 법도 모른채 마구잡이로 휘둘러 봤자 체력만 떨어질 뿐이었던 것이다. 금새 숨을 헐떡거리며 어지러움과 근육통에 혼란한 듯 보이는 로잘랜드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우구..우구욱!!!"

 

 쏟아내는 구토에 점심에 먹은 육포와 절임야채가 가득 들어있다. 시큼한 냄새가 피비린내와 섞여 형용할 수 없는 악취를 만들어낸다.

 

 그러던 중, 황금 독수리가 그려진 로잘랜드의 반장갑 속 왕족의 문장이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목소리가 말했다.

 

 "과연, 역시 자애의 신전을 찾는 열쇠는 공국의 왕족이었나. 너를 끌어들인건 과연 정답이었던 모양이군. 칭찬해주겠어."

 

 토악질과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꿇은 로잘랜드의 눈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펄럭거리는 의상을 입고있는 건지 표면이 약한 바람에도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림자는 쓰러진 로드릭의 등에 꼿혀있는 칼을 푹! 뽑아내고는 칼날에 묻은 피를 휙 털어냈다.

 

 "칼은 이렇게 휘두르는거야."

 

 촤악!

 

 기분나쁜 소리가 로잘랜드를 스쳐지나간다.

 

 ".....어억."

 

 쿨럭거리자 입에서 피비린 맛이난다. 곧이어 짜릿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몸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무척이나 기분나쁘다.

 

 로잘랜드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뱃가죽을 바라보았다. 날붙이에 찢어진 복부에서 창자가 비죽비죽 흘러나오고 있었다. 붉은 피에 흠뻑 젖은 자신의 창자를 본 로잘랜드는 생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과 공포, 쇼크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픔이 한계치를 넘어 온 신경과 뇌가 비상벨을 울리고 있었지만 로잘랜드는 어떠한 목소리도, 움직임도 낼 수 없었다.

 

 창자가 땅에 흘러넘칠 때 쯤 이번엔 노랗고 탁한 액체가 핏물에 섞여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내 몸속에 저런게 흐르고 있었던가. 로잘랜드는 무념무상이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공국의 후계자를 바라보는 그림자는 로잘랜드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모양인지 처형장의 구경꾼 처럼 팔장을 끼고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죽는다.

 

 시간이 지나자 죽음에 대한 저항도 없어진다. 지금 당장 공국의 명의 열 명을 뽑아 수술실에 로잘랜드를 눕혀놓는다 해도 더이상 손쓸 도리가 없으리라.

 

 쿠구구궁......

 

 덜덜 떨리는 소리가 로잘랜드의 등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빙고."

 

 목소리는 흥분에 차있었다. 로잘랜드는 자신의 등 뒤에서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알 수도 없었고 딱히 생각하지도 않았다.

 

 "머멘드 족을 뿌리채 뽑아버린 디아드리아무스 녀석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아자르뷰스도 무척이나 기쁜 모양이군. 아무리 원수라지만 같은 인간이 뒈지는 꼴을 보며 좋아하다니. 정말로 자애의 신일까?"

 

 누구한테 말하는건지 목소리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윽고 그림자가 앞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억...윽...으극....!"

 

 로잘랜드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분노와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욕설을 퍼붓고 싶어 입을 열었으나 나온것은 진득한 핏물 뿐이다.

 

 자신에게 자애의 신전이 숨겨진 유령의 숲 지도를 팔아먹은 검은 로브의 남자가 그곳에 서있었던 것이다.

 

 "아이같군. 울다니 말이야. 아파서 우는거야? 아니면......"

 

 에휴.

 

 한숨을 쉬는 로브의 남자가 검을 든 팔을 휙! 휘두른다.

 

 "뭐, 더이상 내 알바는 아닌가."

 

 시야가 멀어진다. 목 부분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온다.

 

 이윽고 피투성이 옷차림을 한 채 무릎 꿇고있는 인간의 몸통이 보인다. 황금 독수리가 새겨진 반장갑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사람, 목이 없다.

 

 퉁, 퉁.....

 

 어지럽다. 세상이 빙빙 돌고있다. 경기장을 굴러다니는 축구공이 살아있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점점 정신이 몽롱하다. 목부분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이 점차 사라진다.

 

 졸렵다.

 

 눈이 반쯤 감긴다.

 

 로브를 입은 남자가 피묻는 칼을 털어내며 신전 입구로 다가가고있다. 이상하다. 분명 굳게 닫혀있던 문이 황금빛 독수리의 은은한 빛에 공명하듯 비슷한 색조를 밝히고 있다. 게다가 어찌된 영문인지 문이 열려있다.

 

 미소짓는다.

 

 몸통을 잃은 로잘랜드의 머리가 입가에 한가득 미소짓는다.

 

 '이로서 고통받는 공국의 신민들을 구원할 수 있어.......'

 

 눈이 감긴다.

 

 그리고 더이상 열리지 않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8 2017 / 6 / 21 252 0 6983   
7 7 2017 / 6 / 14 267 0 9855   
6 3 2017 / 6 / 13 264 0 5774   
5 2 2017 / 6 / 11 285 0 6261   
4 1 2017 / 6 / 11 275 0 6959   
3 프롤로그 - END 2017 / 6 / 10 284 0 6884   
2 프롤로그 - 2 2017 / 6 / 7 265 0 6342   
1 프롤로그 2017 / 6 / 7 436 0 365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문자의 아이들
뉴레기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