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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루시드 CUPIDO
작가 : 과자남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날 복권에 당청된 정현. 그의 눈앞에 그가 한 눈에 반해버린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를 사로잡기위해 당청금을 쏫아붇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
속을 앓던 그의 눈앞에 큐피드(?)가 나타나 제안을 하는데.

 
4. 벌써 2월 14일?!
작성일 : 17-06-10 16:27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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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헤헤, 조금만 더"

 

 그녀가 날 꼭 껴안은 채 떨어지질 않아서 조금 당황했던 건 비밀. 나중에 할머니한테도 블라우스와 무릎담요를 선물해 드렸다. 자기 선물도 있다는 걸 모르셨던 지라 깜짝 놀라셨지만, 이내 기뻐하셨다.

 나는 연초부터 정말 필사적이었다. 현장 실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나는 자원 봉사 겸 현장 실습을 하지 않으면 학점을 얻을 수 없었다. 1월 중순부터 2주일에 걸친 현장 실습 그리고 2월 초순부터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시험공부도 잘 되지 않았다. 내가 현장 실습을 한 곳은 정신과 전문 병원이었다. 격리 병동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낄 만한 일도 몇번 마주쳤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니까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에 귀가할 때까진 어떻게든 표정을 정돈하곤 했다.

 그리고 그녀의 한마디

 

 "수고하셨어요"

 

 이 한마디에 모든 노고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실습 기록을 정리하는 사이 그녀는 내 시선이 닿는 곳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대개의 경우 벽에 기대 앉아 소설을 읽곤 했다. 내가 그녀쪽을 쳐다볼 때마다 시선이 마주쳤다. 아마도 내 안색을 살피고 있었던 것 같다. 실습 기록 정리와 시험 공부를 마치고 나면 그제서야 내 곁에 와 앉았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보거나 혹은 서로 몸은기댄 채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이 평범한 일산은 나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내 옆에 있어준 덕분에 괴로운 실습과 시험 공부를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었다. 실습 성적과 시험 성적, 둘 다 나름 괜찮은 결과를 냈다. 결과를 알고 나서 간신히 끝났다는 생각에 한숨과 함께 몸에서 맥이 쭉 빠져 나갔다. 그때 내가 얼마나 맥이 빠져보였는지 그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몇번이나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일단 괜찮다면서 그녀를 위로했지만, 결구 쓸데없는 걱정을 끼쳤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큰 고비가 무사히 지나가고 평소와 같은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평소하면 저녁 10시쯤 귀가했다. 헌데 그 날은 늦은 시간임에도 독서를 계속 하고 있었다. 조금 졸려 보였지만 책을 읽으면서 힐끔힐끔 시계를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 12시 정각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응? 이제 가게?"

 

 "아뇨, 아직"

 

 그녀는 주섬주섬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먼데?"

 

 "초콜렛"

 

 "뭐?"

 

 "14일이 됐으니까요"

 

 "어?! 진짜?"

 

 나는 아직도 얼떨떨한 상태였다. 그녀에게서 푸른 포장지로 랩핑된 작은 상자를 건네 받았지만 실감이 안났다. 그러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고서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 수 있었다.

 

 "2월 14일.. 벌써 이렇게 됬나"

 

 간신히 이해했다.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상쾌감도 잠시, 내 손에 들린 상자의 의미를 깨닫고 한층 놀랐다.

 

 "이제...애인인 걸요"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이걸로 제가 제일 처음이에요"

 

 "제일 처음?"

 

 "오빠라면 다른 사람한테 또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한테 초콜렛 받을 일 없으니까, 내일 줘도 되는데"

 

 "그래도, 혹시나 다른 사람보다 늦게 주면, 왠지 싫어서. 에헤헤"

 

 그녀는 손가락으로 뺨을 긁으며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화이트데이 때 확실히 답례할께"

 

 "아뇨. 그럴 팔요 없었어요. 그대신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뭔데?"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뭘?"

 

 "대답해주신다고 하면 말할거에요"

 

 "좋아, 대답할께"

 

 "그럼, 묻겠습니다"

 

 그녀는 몇번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당신은 저를 좋아하나요?"

 

 내가 할 말은 하나 뿐이었다.

 

 "응, 좋아해. 넌 나에게 있어 이 세상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야"

 

 간신히 말할 수 있었다. 그녀랑 사귀고 나서도 부끄러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언제나 마음속 깊이 품고있던 말. 그 짧은 말을 하는데 얼마나 긴장했던지 목이 바짝 마르고 어느새 꽉 쥐고 손아귀에 땀이 흔건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보다 살며시 내 품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와 그녀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상대를 껴안고 있었다. 그러다 새벽녘에 그녀를 집까지 보냈다. 방에 돌아와 초콜렛이 담긴 상자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도저히 포장을 열 수가 없었다. 결국 상자를 냉장고 깊은 곳에 넣어두기로 했다. 생전 처음 연인에게 초콜렛을 받았다는 사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학교에 갔지만 같은 과 여자애들은 나한테 애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초콜렛을 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 때 받은 초콜렛은 먹기 아까웠기 때문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보관해뒀다. 냉장고 안. 한 가운데 마치 부처님상을 모셔둔 것 마냥 소중히 보관해뒀는데, 어느 날인가, 학교에서 돌아온 그녀가 그걸 발견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화를 냈다. 그녀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였다. 나는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초콜렛을 그 자리에서 먹어 치웠다. 그래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내 말에 대꾸하기는 커녕 시선도 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풀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그 덕분에 그녀가 귀가할 시간이 됐을 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진짜 뭐든지 할 테니까 용서해줘"

 

 "..뭐든지요?"

 

 "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께"

 

 "진짜루요?"

 

 "할께. 꼭 할께"

 

 "그러면 또 한번 물을 테니까 대답해주세요"

 

 "뭐?"

 

 "정말로 저를 좋아하나요?"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그녀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 표정에 조금 주춤했지만, 의지를 담아 말했다.

 

 "좋아해. 정말로"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간신히 굳은 표정을 풀었다.

 

 "에헤헤, 안심했어요"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정말 나쁜 놈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제 용서했어요"

 

 그녀는 눈앞에 와서 내 손을 잡았다.

 

 "다음에 또 물어볼 거에요"

 

 "응?"

 

 "몇 번을 들어도 기쁘니까요"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재차 내가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바보짓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녀는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화이트데이 날에 쿠키를 선물했다.

 

 "내가 이거 안 먹고 장식해두면 오빠 화낼거지요?"

 

 "뭐든지 한다고 맹세할 때까지 용서 안 할 거야"

 

 "에헤헤, 그거 무섭네요"

 

 뭐가 무서운지 물어보니 그녀는 볼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결국 무서운 게 뭔지는 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2학년이 된 그녀는 매일 할머니랑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고등학교 정도는 졸업해야 나중에 일자리 잡기 쉽다며 진학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녀는 의무 교육인 중학교만 졸업하면 일자리를 얻을 거라고 말했다. 결국 자기 대신 설득해 달라며 할머니가 나한테 부탁했다. 내가 말하는 거라면 들어줄 지도 모른단 생각에 나는 그 부탁을 가볍게 승낙했다. 그녀와 단둘이 있을 때 은근히 여러가지 이야기를 털어놨다. 하지만 그녀는 내 제안을 완고하게 거절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게 보통.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입밖으로 내놓진 않았지만, 그녀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다. 굳이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던가, 좀더 확실히 생각하고 나서 정하는 게 좋다던가. 내가 그런 주제 넘은 말을 했던게 잘못이었을까. 물론 그 이외에도 거슬렸던 게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방아쇠는 내 무신경한 한마디였다.

 

 "왜 그렇게 빨리 일을 하고 싶어하는 거야?

 

 그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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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남 17-06-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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