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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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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변하지 않는 것
작성일 : 17-06-10 14:57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3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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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층 로비로 내려가자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유령이다. 그 사실을 머릿속으론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살짝 와닿지가 않는다.

 살아있을 때 느끼던 '보고 듣는다'라는 감각과 현재의 내가 느끼는 감각은 전혀 다를게 없다.

 생생한 현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주위를 둘러보다 젊은 남녀가 앉은 테이블을 발견했다. 양쪽 모두 쿠앤색상의 스트라이프 반팔 티셔츠를 입고있어 연인으로 보인다.

 그곳으로 걸어가 남자쪽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보았다.

 남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꽤 신기하네."

 무신론자인 나로선 유령이라든가 신이라든가 하는 영적인 존재는 믿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유령이 된 것은 상당한 신선함으로 와닿았다.

 위아래로 흔들던 손을 내리고 감자튀김으로 시선을 옮기자, 겨울잠에서 스르륵 깨듯 서서히 공복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조금 놀랐다. 유령이 되어서도 공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건가?

 얼떨결에 든 생각을 되내이는 그 순간. 나는 공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했다.

 공복. 그건 배고픔이다. 배고픔은 곧 식욕으로 이어지고, 식욕은 식사. 즉,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잠깐 실례."

 매너 위반인 건 알고있다. 그래도 호기심에 감자튀김에 손을 가져가보았다.

 과연 잡힐까? 아니면 통과할까? 아니, 아마 통과하지 않을까?

 "어?"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식은땀이 흐른다. 감자튀김이 손.에.잡.혔.다. 확실한 감각과 동시에 살짝 식은 미지근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집었던 한 개비의 감자튀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떨리는 손을 입으로 가져간 다음, 감자튀김을 한 입 베어물었다.

 살짝 짭쪼름하고 물렁한 식감. 꿀걱 삼키자 미세하게 차오르는 느낌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식욕이 돋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

 벙쪄있던 나는 곧이어 히죽 웃어버렸다.

 

 

 

 

 

 "어라? 자기야. 내거 감자튀김 먹었어?"

 "으으음~, 안가져갔어."

 여자쪽이 고개를 젓자 남자가 갸웃거린다.

 "이상하네. 아깐 많이 들어있었는데……."

 "자기가 집어먹은 거 아냐?"

 "그럴리가. 하나도 안집어먹었어."

 "그럼 감자튀김 적게준 거 아니야?"

 "분명 아까 많이 들어있는 걸 똑똑히 봤거든."

 "으음. 아무튼 난 안먹었어."

 그들의 대화를 듣고나니 웃음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듯이 팽창한다.

 입가를 막으며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최대한 참아보지만, 이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아 참던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푸흐흡……! 으흐흐히히하하하!!"

 미친듯이 웃었다. 너무나 재밌다. 복근이 아파올 정도로.

 최고다. 정말 최고다. 그러나 민폐에 가까운, 아니. 민폐 수준인 나의 웃음소리를 듣는 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더욱 신선하고 마음에 들었다.

 뭔가가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고 형용할 수 없는 기대감이 부풀어오른다.

 진정으로 재미라는 것을 느낀지 얼마나 됐을까. 아마 정말 오랜만이지 않을까.

 집에서 하던 MMORPG나, 유명한 개그코너를 시청할 때에도 이렇게까지 재밌진 않았다.

 몰래. 혹은 대담하게.

 어느 표현이 올바른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지만, 아무튼. 나는 남자친구의 감자튀김을 80%가량 먹어버렸다.

 웃음이 어느정도 사그라들자 꼭 확인하고픈 실험정신이 샘솟았다. 다시 감자튀김 한 개비를 집었다.

 이걸 눈 앞에서 흔들어보면 어떨까? 허공에 감자튀김이 둥둥 떠다니는 걸로 보이려나?

 남자의 눈 앞에 가져가 위아래로 흔들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반응하질 않고, 그건 남자의 눈을 바라보는 여자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내가 만지고 있었기에 인식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감자튀김을 툭 떨어뜨리는 것은 어떨까?

 확실하게 볼 수 있게끔 다시 남자의 눈 앞에서 감자튀김을 놓았다.

 툭소리를 내며 트레이에 떨어진다.

 하지만 남자는 마저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떨어지는 모습이나, 떨어질때의 소리 또한 듣지 못한 것 같이 보인다.

 잠시 후.

 그가 콜라에 손을 가져가더니 트레이에 떨어진 감자튀김을 눈치챘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먹었다.

 "그런거였군"

 콜라컵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컵은 잡히질 않고 수욱 통과했다.

 그가 컵을 내려놓고 완전히 손을 떼었을 때, 다시 한 번 콜라컵에 손을 가져다댔다.

 이번엔 콜라컵이 손에 잡혔다.

 이걸 그대로 들어 남자의 머리에 쏟아붓는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

 진작에 웃음기가 사라진 진지한 표정으로 서서히 컵을 그의 머리에 가져갔다.

 그 다음.

 그의 머리위로 든 컵을 천천히 기울여 부워버렸다. 기이한 광경을 보게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진갈색의 콜라줄기는 그의 머리카락에 닿지 않았다.

 그의 머리카락에 확실히 흘렸다. 허나, 그의 머리는 젖지 않았다.

 하물며 콜라가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도 아니다. 닿는 그 순간, 콜라는 사라졌다.

 콜라는 흘러내리지도, 남자의 머리털을 젖게 하지도 않았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저 사라졌다.

 

 

 

 이해했다. 아직 이것저것 실험해볼 것이 있지만, 간략하게 표현해보자면 지금으로선 이렇다.

 

 ─나는 유령이 되었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있는 것처럼 오감과 공복을 느끼며 음식을 가져다먹을 수 있다.

 ─내가 닿은 물건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며, 그 과정은 '생략'이 되어버린다.

 ─기본적으로 물건은 만질 수 있으나, 살아있는 자가 만지고 있다면 그대로 통과한다.(만질 수 없다.)

 ─사람들과의 물리적인 접촉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설령 내가 들고있는 '물체'가 닿는 간접적인 것도.

 

 

 

 "아 맞아. 그거알아?"

 "뭐?"

 남자가 갑자기 떠올랐다는 표정을 짓더니 장난스런 미소를 짓는다.

 귓속말을 하듯 입가에 손을 가져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말이야. 오늘 오픈했잖아? 어제 공사하기 전에 짐나르던 알바생 한 명이 죽었대."

 "아 뭐야. 하지마~ 나 무서운거 싫어한단 말이야~"

 "내 친구가 여기서 알바하거든. 점장이 그랬대. 씨씨티비 확인해봤는데 계단에서 굴렀다는거 있지?"

 "헐 불쌍하다……."

 본인 이야기인 것을 알고있지만,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내 감자튀김이 사라진 거…… 어쩌면 그때 죽은 알바생의 짓이 아닐까?"

 뜨끔했다.

 "헐 잠깐만……. 그러고보니 자기 아까 감자튀김 한 번도 안먹었다고 했지? 설마……."

 "어? 뭐야. 그거 정말로 자기가 먹은 거 아니야?"

 "진짜 아니야. 하늘에 맹세코 난 내거 집어먹었어."

 "…"

 "…"

 "나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아 진짜 장난치지마. 나 무서운거 정말 싫어하니까……."

 "어…. ……으응."

 갑자기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듣고보니 나도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범인은 나지만…….

 

 

 

 

 지금은 매장을 나간 두 사람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아마 그들은 오늘 있었던 일을 주변인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랍시고 무거운 톤으로 들려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꽤 신기한 기분이다.

 내가 다른 누군가의 추억이 되다니.

 물론, 그 추억은 그렇게 유쾌하고 밝은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들이 매장을 나가며 할 것이 없어진 상태이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계속 서있다보니 다리가 아파왔다.

 슬슬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때는 그 순간.

 한가지 의문이 스쳤다.

 '나는 돌아갈 곳이 있는가?'

 그렇다. 보통 돌아갈 장소는 집이겠지만… 사망한 이후로 내가 살고있던 멘션은 어떻게 되는걸까?

 뻔하다. 그 곳은 더이상 내 집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고 친가로 내려가는 것도 현재의 내 상태를 고려해보면 살짝 아이러니하지 않을까.

 아무리 대화가 끊긴 집안이라도 내 죽음은 그렇게 반가운 소식만은 아닐 것이다.

 ……돌아갈 장소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대로 멀뚱히 서있기만 하는것도 딱히 의미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우선 지낼 곳을 찾는 걸 목적으로 설정하고 매장을 나서려던 찰나,

 "핫크리스피 버거 세트 시키신 분~!"

 카운터의 점원이 큰 목소리로 주문한 사람을 부른다.

 그러고보니 감자튀김만으론 배가 채워지지 않았다. 잘됐다며 트레이에서 방금 나온 햄버거 하나를 집고 매장 출입문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뒤를 돌아보니 종업원과 손님의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바라본 순간.

 내 안에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무언가가 눈을 떠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설렘이 나를 덮쳐버렸다.

 

 나는 지금,

 엄청나게 장난을 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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