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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1-1화. 지루함
작성일 : 17-06-10 14:05     조회 : 359     추천 : 3     분량 : 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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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약 350년 전, 한 음유시인이 세상에 나타났다. 세상이 뿌린 악에 피를 튀기며 맞서 싸우는 인간들을 위해 버젓이 나타나 한 문장을 읊조렸다. 그 문장은 어마어마한 마력을 품고 있었고, 그는 그 마력을 압축시켜 하나의 단어로 만들었다. 세상은 크게 요동쳤다. 그 단어는 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의 말씀을 따르리라고 다짐하는 신봉자들도 등장했다. 장대한 흐름 속에서 일부 불신자들은 그 단어에 깃든 마력이 인간의 삶을 타락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그들의 예언대로 마력에 너무 심취해 온전한 삶을 폭삭 무너뜨린 타락자도 나타났다.

 "그래서 그 단어가 뭔데?"

 노파에게 전설을 듣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날 쳐다보는 이 아이는 눈빛으로 궁금증을 풀어달라고 졸랐다.

 "욜로, 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건데 해석하면 '네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다'라는 뜻이야. 정말 바보 같지 않아?"

 "옛날 사람들은 게임처럼 생명이 여러 개 있다고 생각한 거야? 마리오처럼?"

 "아니, 현실이 이도 저도 답이 없으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는 거지. 그만큼 그때 그 시절은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도 할...아."

 말을 하던 중에 우리 둘 사이에 갑자기 검은 벽이 쳐졌다. 고개를 조심스레 들어보니 역사 선생님이 인자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제는 과학이더니, 오늘은 역사 선생님이 됐나 봐요? 한지금 선생님?"

 "아, 하하. 저도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욕심에..."

 선생님은 허리를 구부리더니 갑자기 검지를 세워 내 입술에 바짝 붙였다.

 "변명은 좋지 않아요."

 선생님의 눈가에 그려진 아이라인이 오늘따라 유난히 날카로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선생님은 손가락을 떼더니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우리를 번갈아 봤다.

 "성적이 좋다고 해서, 다른 친구의 발표를 귀담아듣지 않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예요. 자꾸 이러면 태도 불량으로 교육 이수 시간이 깎일 수 있어요."

 우리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고 마지못해 선생님께 '네~'라고 합창했다.

 "좋아요! 자, 그러면 계속해서 '황천의 문' 사건에 대해 말해볼까요?"

 나는 한숨을 쉰 후에 책상을 터치스크린 모드로 바꾸고, 가상 책장에서 과학역사 교과서를 선택했다. 터치 키보드로 검색창에 '황천'을 검색하니 곧장 해당 페이지가 나왔고, 곧장 책상 위에 홀로그램으로 구현됐다. 옆에 있던 아이가 치찰음을 내뱉으며 다시 나를 불렀다. 나는 아까보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선생님 말씀 못 들었어? 아니면 벌써 선생님 따위는 두렵지 않은 반항아라도 된 거야?"

 그러자 그 아이도 나처럼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왜 그 요로? 욜로라는 말이 바보 같은 거야?"

 나는 아이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을 듣자 갑자기 실소가 피식 나왔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인생이 오직 한 번뿐이라고 해서?"

 "뭐?"

 나는 아이의 반응에 다시 살짝 웃고,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교육 도구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신기했는데, 60년이 지나 다시 보니 지겹기 짝이 없다. 신비가 친숙으로 변하면 왜 지겨워질까? 창밖을 보니 산들산들한 4월의 바람이 거리를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저 벚나무는 지루하지 않을까. 영겁의 시간 동안 나무로 지내온 세월이 심심하지 않았을까.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간다.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먼저 집으로 달려나가는 나를 붙잡는 애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작별인사는 가볍게 '안녕'이라는 말만 주고받는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 아이만 빼고.

 "다음에도 수업 시간에 재밌는 이야기 해줘! 역시 수업 시간에 듣는 게 제일 재밌어!"

 "어, 어, 응. 생각나면! 안녕."

 "응! 안녕!"

 방긋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드는 저 아이를 볼 때면 괜히 부끄러워진다. 나는 서투른 인사를 마친 후 바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이름도 모를 아이에게 오묘한 감정을 품는 나 자신이 정말 이상했다.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는 10분 정도 걸린다. 우리 집은 '언더트리(Undertree)'로 간단히 말하면 초대형 지하 건축물이다. 나는 그 중 'ULT 1(Under Light Tree 1)'에 살고 있다. 지상에서 'ULT 1' 건물에 들어가니 '가드 휴머노이드' 2대가 문 양쪽에 서서 고개를 숙이며 내게 말없이 인사했다. 그들은 인간과 닮은 얼굴과 달리 이마에 은빛으로 새겨진 'R'이라는 글자가 또렷이 빛나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나는 중앙으로 걸어가 생체 인식 패드에 손바닥을 얌전히 올렸다. 패드는 내 신원을 확인하였는지 '띵~'하는 소리를 냈다. 주변을 둘러 보니 여러 '이동 캡슐' 문 중 딱 하나만 덩그러니 열려 있었다.

 '오늘은 북동쪽 문이 열렸네.'

 나는 열린 문에 들어갔고, 문은 내가 들어온 것을 아는지 자연스레 닫혔다. 라텍스 재질로 이뤄진 푹신한 벽에 몸을 기댄 채 가만히 있으니 캡슐의 이동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는 거대한 나무줄기를 타고 잎사귀로 향하는 영양분이 된 것만 같다. 이동이 멈춰지자, 짧은 상상이 머릿속에서 달아났다. 그리고 캡슐 문이 다시 열렸다.

 "아빠, 나 왔어."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는 찰나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장 아빠의 괴성이 부엌에서 크게 울렸다. 나는 남은 신발 한 짝을 벗지 않고 황급히 부엌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아빠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다가 내 발소리에 놀랐는지 뒤로 주춤하며 나를 봤다. 바닥에 밀가루 면이 어지러이 널렸고, 빨간 국물이 사방팔방으로 튀어 있었다. 뒹굴어진 냄비가 부엌을 더 지저분하게 했다.

 "미, 미안 우리 딸. 많이 놀랐지? 마트에 클래식 인스턴트를 팔길래 사서 끓였는데..."

 "아냐, 아빠. 미안할 필요 없고, 손은? 괜찮아?"

 "어? 어, 응. 괜찮아! 아빠, 멀쩡해!"

 내가 딱히 아빠의 건강이 염려스러워서 말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아빠가 어눌한 한국어로 내게 사과하는 소리를 듣기 싫었을 뿐이다.

 "아빠, 조심해. 나는 방에서 뭐 좀 하고, 나와서 정리 도와줄게."

 "응, 그래. 아냐, 아냐! 아빠가 혼자 할 수 있어."

 아빠는 탁한 주황색 손으로 벌레 같은 노란 면발들을 주웠고, 나는 남은 신발 한 짝을 벗어 신발장에 뒀다. 그리고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갔다. 가슴에 답답한 응어리가 느껴져 길게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지금 나는 아빠의 딸로서 그를 돕는 것보다, 나는 나로서 내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책상에 놓여진 홀로그램 PC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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