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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심장
작가 : Yak쟁이
작품등록일 : 2017.6.6

외계행성 천한(天漢)에서 온 무리가 고조선을 침공했다. 고조선은 남아 있었지만, 천한의 속국이나 다름 없어졌고 고조선을 지키던 싸울아비들은 몰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싸울아비의 심장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남아있다.
이건 싸울아비 중에서도 자유로운 바람의 심장을 지닌 고주모의 이야기이다. 싸울아비의 심장을 가졌지만, 음식 솜씨가 없어 주막 운영은 영 꽝이다.
사실은 약빨고 썼습니다. 주5회에서 4회 연재 예정입니다.

 
치우의 길 1
작성일 : 17-06-10 13:15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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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웩! 이게 무슨 맛이야!! 야! 이거 당장 치워!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이딴 음식을 만드냐! 얼른 안 와? 확 베어 버릴라!"

 상투 튼 한 손님이 국그릇을 높이 들며 웨이터를 불렀다. 놀란 치우가 손님이 있는 밥상 앞으로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던 손님은 치우의 옆에 찬 검정색 검집을 보고 조금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아, 죄송합니다. 음식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틀 전에 먹었던 것과 너무 다르잖아! 조미료 맛만 난다고! 오늘은 부엌일 주모가 보는 모양이구먼? 쯧! 다음에 다시 오겠수다!"

 손님은 바닥에 침을 찍 뱉더니 대문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갔다. 주모는 뒤에서 찡그린 얼굴로 걸어가 대문 밖에 소금을 뿌렸다.

 "이상하네. 나리가 만든 걸 먹고 여태껏 저렇게 화를 낸 사람은 없었는데."

 치우는 손가락으로 손님이 남긴 국물을 찍어 혓바닥에 대봤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라면 스프의 맛에 치우는 고개를 갸웃 거리다 그걸 가지고 부엌으로 갔다. 나리는 안에서 가마솥에 밥을 짓다가 치우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씀까? 무슨 일이라도 이씀까? 설마 그 무뢰배들이 또 온검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어떤 손님이 맛이 없다고 남기고 가서. 혹시 뭐 잘 못 넣은 거 있어? 내가 봐도 이상했거든."

 나리는 치우가 가져온 국에 손가락을 찍어 맛을 봤다. '에퉤퉤!' 거리며 근처에 있는 물병을 집어 벌컬벌컥 들이켰다. 어찌나 싫은 맛이었는지 그녀는 물 한 병을 모두 비워버렸다.

 "이, 이건 아님다! 제가 한 게 아님다!! 진짬다!"

 나리는 다른 가마솥에 담긴 똑같은 국물을 국자로 떠서 치우에게 건넸다. 그가 천천히 국자에 담긴 국물을 마셔보자 확연히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범인은 단 하나. 주모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 그는 부엌문을 열고 들어와 있었다.

 "아, 주모 형!! 형이죠? 이 국물에다 조미료를 탄 사람이."

 "왜 제가 혼신을 다해 만든 국물에 멋대로 애드립을 넣은 검까! 주모가 국물을 망쳐씀다!"

 주모는 몹시 난처해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아니야! 그러니까 그게. 아, 그러니까, 그 손님이 군역을 졌던 얘기를 꺼내기에 방금 제대한 예비군인 줄 알았달까? 그 때 그 시절 음식을 먹고 싶어할 줄 알았다니까? 응? 치우 넌 군역을 안 가봐서 그래. 고조선의 남아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화가 무척 난 나리는 씩씩 거리며 품 속에 감춰있던, 아니 어떻게 감출 수 있는지 모를 카레가 담긴 국자를 주모의 얼굴을 향해 집어던졌다.

 "아포킬랍스!!"

 주모는 카레를 맞으며 아무 말이나 했다. 결국 화가 난 나리는 주모를 부엌 밖으로 내쫓았다. 부엌 문을 닫더니 주모가 있을 방향을 향해 어린이가 하기엔 몹시 부적절한 손가락 모욕을 했다.

 "카레만도 못한 주모임다! 내 예술작품에 손을 대씀다!"

 "에이. 너무 그렇게 화내진 말자. 그래도 갈 곳 없는 너를 받아준 건 주모 형이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런데 말임다! 갑자기 치우에게 물어볼 게 생겨씀다!"

 "응? 나한테? 뭔데?"

 "치우 집안은 무진장 잘 사는 금수저 집안이라고 들어씀다! 근데 왜 치우는 여기서 일을 합니까? 집에서 히키코모리와 오타쿠를 겸업하고, 피규어를 모으며 미소녀가 그려진 안아줘 베개로 피지베림(피규어로 연못을 채우고 베개로 숲을 만든다. 주지육림의 다른 말)을 해도 되지 않씀까? 그러다 오덕이라고 무시하면 '취향입니다. 존중하시죠.' 라면서 일부러 신사적인 언어를 구사한다던지, 아니면 베개에 드레스를 입혀 결혼식을 한다던지, 그것도 만족스럽지 않아 여러 베개를 측실로 들여도 되지 않씀까?"

 "그건 어느 오타쿠 황제의 특수한 사치냐!! 그것보다 너무 구체적이잖아! 하긴, 우리 집안은 너무 유명하지. 천한의 그 외계인들이 결국 우리 집안을 굴복시키지 못했으니까."

 치우는 안경을 눌러쓰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6개월 전이었나? 주모 형을 만난 건? 그 때의 난 집안에서 아무 대접도 못 받는 애물단지 같은 막내였어. 치우 집안에 어울리지 않게 검술이 형편 없다고, 혹독한 훈련만을 거듭시켰지. 하지만 실력이 늘 수는 없었어. 안경을 쓰고 있는 한은. 하지만 벗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검에 미친 살인귀가 되고 말아."

 "게임에서 본 적 이씀다! 여덟 번째 밤의 살인귀여씀다! 과연 오타쿠 황제임다! 혹시 그 오른 팔에 흑염룡이 날뛰고 있는 검까? 봉인을 풀면 큰일 나는 검까?"

 “어느 섬나라의 중2 병이냐!! 그런 게 아니야. 너는 몰라.”

 

 6개월 전.

 치우는 아버지 치우염상과 도장에서 목검 대련 중이었다. 여러 차례 목검에 맞은 치우의 두 손과 팔에 멍이 잔뜩 들어 있었다. 하지만 매우 엄했던 그의 아버지는 그가 검을 붙잡자마자 단숨에 거리를 좁혀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그가 올려 막자 앞차기로 가슴을 걷어찼다.

 “느리다! 그리고 상단을 공격할 때 언제나 2차 공격을 조심하라 했거늘!”

 이를 악문 치우는 검을 붙잡고 일어나 염상을 향해 돌진했다. 칼을 높이 들어 정수리를 내리치는 척 하다 아버지의 방어 동작에 맞춰 빠르게 검을 내려 그대로 내질렀다. 몸을 옆으로 트는 사이 몸을 260도 돌리며 원심력을 이용해 힘껏 올려 베었지만, 치우의 목검을 아버지는 너무나 간단히 피했다. 힘이 너무 실린 나머지 치우의 칼날이 지나치게 올라갔고 그 틈을 놓칠 리 없는 엄한 아버지는 그대로 자신의 목검 끝으로 배를 찔렀다.

 “아직 수련이 부족하구나! 어찌 이리도 정진에 게으르단 말이냐!”

 “빌어먹을! 이 안경만 아니었어도!”

 “그딴 사사로운 눈 따위에 의존을 하니 네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한 싸울아비가 되겠다면, 그딴 것이 의존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거라! 그만 나가라. 나가서 수련하고 오거라.”

 분에 가득한 치우는 목검을 건너편 벽을 향해 던졌다. 날아간 목검이 벽에 그대로 박혔다. 아버지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서 있었고 치우는 도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가 나가자 아버지는 벽에 박힌 검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어찌나 깊이 박혔는지 두 손으로 잡아당겨도 뽑힐 기색이 없었다.

 “저 녀석! 싸울아비 정신만 온전히 박힐 수만 있다면. 허나 이 시대에 누가 싸울아비 정신을 가르치겠는가.”

 치우의 아버지는 천장을 보며 한탄했다.

 

 한편 도장을 뛰쳐나온 치우는 저잣거리를 활보한 끝에 아무도 찾지 않는 빈 주막으로 들어갔다. 마룻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대청마루에 다리를 꼬고 누워 만회책을 쳐다보는 주모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 저기 주모? 아니 주부라고 해야 하나?”

 “예, 예. 나갑니다. 나가요.”

 주모는 하품 한 번 크게 하고 멍한 얼굴로 짚신을 신었다. 치우는 그의 게슴츠레한 눈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뭘 드릴까? 아침이니까 흰 밥에 콩나물국, 김과 우유를 드리면 될까?”

 “타, 탁배기 한 사발 줘.”

 “아 예. 드려야지요. 민증부터 보여주시면. 바로 한 사발 올리겄습니다!”

 “민증? 아, 아 그거 놓고 왔는데. 어쩌죠.”

 “놓고 온 게 아니라 없는 거겠지! 이 급식쟁이 녀석아! 서당 땡땡이치고 찾아온 게 고작 주막이냐? 하여간 요즘 어린 녀석들은! 나 땐 말이야! 공부를 못 해서 안달이었는데.”

 치우가 맥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주모는 술 대신 식혜가 담긴 사발을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식혜도 단술이라지. 돈은 됐으니 한 사발 마셔 둬.”

 한 모금 마시자 식혜에서 아주 익숙한 단 맛이 느껴졌다.

 “이거 그, 으리! 하는 아저씨가 마시는 오!비이락 식혜 아닌가요? 슈퍼에서 파는 걸 잘도 사발에 담아 갖고 오시네요. 애초에 다 인스턴트만 파는 주막인거죠? 어쩐지 손님이 왜 하나도 없나 싶더니. 주모를 기대하고 들어온 손님이 천하장사를 보고 실망하고, 인스턴트 맛에 실망해서 다시 안 오고. 맞죠?”

 “무, 무슨 소리야! 이 녀석아! 요즘 초 불경기니까 그래. 요즘처럼 20대 젊은이들이 혼인도 포기하는 시대에 주막은 사치라고 느끼니까.”

 “건너편 천국의 김밥 주막은 사람이 줄 섰는데요?”

 “에라이! 내 진작에 저길 지옥으로 만들어야 했어! 빌어먹을 무슨 천국의 김밥이야! 지옥의 김밥이지!”

 한 번 한탄하고 주모는 한숨만 푹 내쉬었다.

 “외계인들이 오기 전까진 말이야. 나도 싸울아비였어. 싸울아비가 없어진 뒤 퇴직금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용병을 뛸까 했지만, 말은 통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저항군이 되어 끝없는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어. 조선 사람은 퇴직하면 요식업이지.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취사 담당의 경험을 살려 요식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알다시피 파리만 날리지. 너는 어쩌다 주막에 올 생각까지 했냐? 급식쟁이.”

 “급식쟁이가 아니라 치우친왕이거든요?”

 “그래? 난 고주모라고 한다. 뭔가 답답함이 남아 있어서 떠돌다 온 거겠지? 남자들은 다 그래. 뭔가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있으려고 하지.”

 “형들에 비해 검술이 후달려서요. 집에선 항상 내가 정진이 부족해서 그렇다지만. 사실 이 안경을 쓰지만 않았어도 건방진 형들은 아무 것도 아닐 텐데!”

 “왜 너의 친형이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선물이라도 해줬냐? 그러면 그까짓 것 벗으면 되잖아. 아니면 안경을 바꾸거나.”

 “아니요. 제가 안경을 벗으면, 주변에 누군가가 반드시 죽어야 해요. 제 손에 죽고 마니까. 그래서 벗을 수가 없는 거예요. 한 번 시험해 볼래요?”

 "뭐어? 지금 장사중인 거 모르냐? 그리고 내가 이래 보여도 싸울아비였던 사람이야. 아무리 네가 그 명문 집안이라고 해도, 실전을 여러 차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치우는 쓰고 있던 안경을 집어던졌다. 살기를 느낀 주모가 다급히 뒤로 허리를 젖혔다. 치우가 대각선으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미리 허리를 뒤로 젖히지 않았다면 미처 그의 검을 피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크윽!”

 뒤로 젖혔던 허리를 꼿꼿이 세울 시간도 없이 치우는 칼끝을 내질러 주모는 그 상태에서 옆으로 한 바퀴 돌았다. 주모의 팔이 칼에 베여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들어오는 빠른 공격에 팔을 잡아당기며 허리를 후렸다. 미처 낙법을 치지 못해 등에 꽤 큰 통증이 있을 거라 주모는 생각했지만, 치우는 몸을 굴리고 일어서서 똑같이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그런 직선적인 공격을…”

 검을 피해 다시 한 번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 순간 치우의 모습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건 치우가 만든 허상이었다. 진짜 치우는 뒤에서 있는 힘껏 주모의 목을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치우의 검은 주모가 꺼낸 목검과 맞부딪쳤다.

 “어이 어이! 급식 먹고 이것만 했냐?!! 그 눈깔 혹시 사0안이냐! 무슨 탈주자객 이0치냐! 좀 봐 줘라!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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