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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번개와 치유의 꽃
작가 : 정은채
작품등록일 : 2017.6.7

크고 작은 초능력을 가진 이탈리아의 거대 마피아 조직들의 치열한 싸움 뒤에 가리워진 이야기. 애절하고 절절한 한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지금 시작 됩니다.

"라이오스님!"
이 사람만 보면 심장이 뛴다.
치유 능력의 피오레.

"꼬맹이가 나서는 거 아니다."
태양이 두 개가 될 수는 없잖아.
리베르타의 번개 능력자 라이오스. 

"넌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그만 포기해."
언제나 나를 담던 그녀의 눈동자에 다른 이가 있다.
시공간을 관할하는 능력, 치엘로의 보스.


이대로 죽는 구나 싶었다.
어차피 두려움 속에서 썩어 문드러질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든 걸 포기하고 눈을 감은 순간, 처음으로 내게 빛이 다가왔다.
 
다시 태어난 듯 한 기분.
나의 진짜 인생은 리베르타에서 시작되었다.

 
2. 십 년 전, 처음 만난 그날
작성일 : 17-06-10 02:40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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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깨까지 내려온 단발머리가 숨 가쁘게 뛰어가는 다리에 맞춰 빠르게 흩날린다. 십대 중반쯤 되었을까.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예쁘장한 소녀는 안간힘을 다해 풀숲을 내질렀다. 가빠오는 숨을 주체할 수 없지만 계속 허덕이며 발을 놀린다, 그들이 쫓아오지 못할 때까지.

 

 “하아.. 하아..!”

 

 이렇게 달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 새 끝이 나오겠지. 맨발에 자갈이 얽히고 가끔 가시나무를 스치기도 했다. 어깨만큼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는 풀숲을 파고들 때, 그 날카로운 잎에 베어 온몸 곳곳에 상처가 났지만 그 따위야 아무렇지 않았다. 뒤에서 위협적인 무기 쥐고 살의를 뿜어내는 저들에 비하면 이깟 풀쯤이야 아무렴 무슨 상관이랴.

 

 “비실비실한 년이 왜 저렇게 빨라? 퉷-.”

 

 “이봐, 쟝- 자넨 저 저쪽에서 몰아! 난 여기서부터 밀고 나갈 테니.”

 

 “알겠습니다, 형님.”

 

 쫓아오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릴수록 소녀는 조급해졌다. 조금만 더, 조금 만 더 가면 길이 나올 텐데-

 

 “사살!”

 

 굉음적인 총소리가 들리며 왼팔에 엄청난 고통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 아픔 때문에 주저하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순 없다. 소녀는 피가 나올 정도로 세게 어금니를 물며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일평생 이렇게까지 달린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그녀에겐 다른 어느 시련보다도 탈출이 간절했던 터.

 

 노랗고 파란 잡초 숲이 점점 끝을 보이며 드디어 시원하게 뚫린 황토색 길과 높이 솟은 가로수 라인이 보였다. 피는 팔을 따라 철철 흘러내렸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더 솟아나는 기운을 안고 달려가는 소녀. 하지만- 출혈이 과한 탓일까, 점점 정신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아, 안돼..’

 

 아이는 울부짖으며 계속 달려 나갔다. 뒤에서 비슷한 속도로 뛰어오는 저 뒤의 사람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자신은 무기도 없을뿐더러 상처도 깊고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이 길과 두 다리 뿐.

 

 소녀는 전력을 다해 뛰었다. 하나 둘 가로수가 스쳐지나가고 정신은 점점 멀어져 가 눈이 풀리려 하지만,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고 뛰었다. 그러다 결국- 두 다리가 체력을 이기지 못해 힘을 잃고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으윽-!!”

 

 그제야 모든 고통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총에 맞아 피범벅이 된 왼쪽 팔과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역시 피범벅이 된 두 발과 전신이 크나큰 고통으로 물든다.

 

 “결국 쓰러졌구만. 얌전히 쥐어 박혀 살던지 죽을 것이지.”

 

 뒤에서 천천히 남자들이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소녀는 이제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든 몸을 최대한 비틀다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오른팔 하나를 의지하며 노란 황토색 길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금세 붉은 피로 물들었다.

 

 “멈춰 이 새끼야. 어딜 튀려고- 크큭”

 

 총을 까딱거리며 다가오는 그들의 목소리가 꽤나 위협적이다. 그녀는 더 빨리 가려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껏 무리한 탓에 오른쪽 어깨가 힘을 잃고 축 늘어져버리고 말았다. 아이에게 있어 몸의 고통은 아무렴 상관없다. 다만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열망만이 가득했다.

 

 아무나.. 누구든 제발. 누구든 상관없다.

 이 악마 같은 놈들에게서 구해준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텐데!

 

 아이는 가슴속으로 한탄하며 부르짖었지만 역시 지금 당장 이 드넓은 허허벌판에서 그녀를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 년 그냥 죽여 버릴까요, 형님!”

 

 “됐다, 총알 아껴라. 다시 데려가 본보기로 살가죽을 벗겨줘야 다른 애새끼들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지.”

 

 끝이다. 소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비록 열댓밖에 안되었지만 거의 평생을 모진 곳에서 험하게 굴려졌다. 생의 마지막이 이렇게 처참하게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저 지옥 같은 곳으로 옮겨지기 전에 도망쳤을 것을. 참 부질없고 쓸모없는 인생을 산 것 같았다.

 

 온 희망을 놓아버리고 좌절하려는 찰나..

 

 좌절하던 소녀의 귓가로 한줄기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그냥 이 아이 나한테 넘기는 건 어때.”

 

 파렴치한 악마들의 목소리가 아닌, 듣기만 해도 자상함을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 소녀는 반사적으로 눈을 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누구냐, 네 놈은!?”

 

 “나? 흠.. 젖비린내 나는 아이나 학대하는 쓰레기들에게 소개하기엔 몹시 아까운 분이라고 해 둘까.”

 

 하필 태양을 등지고 있어 그의 뒷모습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이가 느낄 수 있었던 건, 그 눈부신 뒷모습이 굉장히 믿음직스러웠다는 것이었다.

 

 “저, 저런 개..! 형님, 저 자식을 어쩔까요?!”

 

 “어쩌긴, 밟아놔야지. 이번엔 총알 아끼지 말아라, 쏴-!”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내는 의문의 사내를 사정없이 저격하기 시작했다. 탕탕탕탕탕- 수십 발의 총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온통 그 쪽으로 쏘아댄 턱에 바닥의 흙이 점점 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가리기까지 이르렀다.

 

 “죽었겠죠?”

 

 “그래야지. 별것도 아닌 놈이 튀어나와서 총알만 다 썼네. 가서 주워, 인마.”

 

 “예..!”

 

 그들은 먼지가 점점 가라앉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흙쇼는 잘 봤다.”

 

 이내 자신들의 뒤에서 무덤덤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고야 말았다.

 

 “그런데 별 재미는 없군.”

 “네...네 이노옴!!”

 

 사내는 양손에 총을 쥐고 아이를 쫓던 그들의 머리 뒤에 각각 겨누더니 달갑지 않은 목소리로 작별을 고했다.

 

 “잘 가라. 아아, 참고로 난 리베르타의 라이오스. 만나서 반갑진 않았다.”

 

 그 이후의 일은 소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엄청난 타격음이 연달아 귀를 찔러왔고 그 후에 정신을 잃은 게 다였다.

 

 라이오스.

 

 그 이름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앞으로 이 이름에 평생을 얽매이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을까.

 

 

 * * *

 

 

 “라이오스님, 아이가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래? 이렇게 금방 깨어날 줄은 몰랐는데. 알았다, 나중에 찾아가보지.”

 

 라이오스는 싱긋 미소 지으며 손질하던 총을 마저 닦았다.

 

 자신이 볼 때 소녀는 장차 대단한 마피아가 될 기량이 있어보였다. 그 정신력과 지치지 않는 신념, 그리고 온 몸이 피범벅이 되어 인간의 한계까지 도달할 정도로 끈질기던 체력. 죽게 내버려 뒀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대단한 녀석이었어. 어서 대화해 보고 싶군.”

 

 

 한편 리베르타 한편에 마련된 병실에선 난리가 났다.

 

 “자넨 눈을 어디에 두고 있던 거야!”

 “죄송합니다, 선생님..”

 

 담당 간병인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방금 전 소녀가 숨을 헐떡이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갔는데 아이가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그는 소녀가 깨어나면 제일 먼저 알려달라고 라이오스에게 부탁 받은 터라 서둘러 그 쪽 사무실을 첫 번째로 찾아갔다. 그리고 돌아왔을 땐 이미 소녀가 사라진 후였다.

 

 “환자가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나 참-! 더 악화되기 전에 어서 끌고 오자고!”

 

 “예!”

 

 본인 때문에 병실이 난리난 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어딘가 들뜬 표정으로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목을 덮고 어깨를 간질일 길이의 흑청색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을 때마다 검게 빛났다.

 

 “어디계실까..”

 

 소녀는 어느 특정인물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 듯 했다. 키는 엄청 크고 몸집도 듬직하고 무엇보다 그 목소리가 너무 자상해 정신 줄을 놓는 그 순간까지 마음이 따뜻할 수 있었던, 그 사람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물론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이 건물에 있는 모든 남녀 모두 한 덩치씩 하고 싸움도 굉장히 잘하게 생겼다. 때마침 얼굴에 흉터가 있는 어떤 덩치 큰 아저씨가 지나가자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구석에 숨어버렸다.

 

 “흐익..”

 

 그 뒤를 이어 여러 명의 무서운 아저씨들이 지나가자 소녀는 나가기가 두려워졌다. 위험한 곳에서 위협당하고 일해온 터라 몸이 먼저 두려움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또 이상한 곳으로 끌려온 건 아닐까 걱정 됐지만 구해주신 분을 생각하면 이런 걱정은 부질없는 생각이겠지.

 

 몇 분 정도 복도가 조용해질 때 까지 잠잠히 있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둘러봤다.

 

 ‘아무도 없다..!’

 

 소녀는 구석에서 빠져나와 복도를 가로질러 뛰었다. 뛸 때마다 복도 옆 뚫려있는 큰 창문들로 푸른 하늘이 비췄다. 살아있다는 것에도 감사하고 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구해준 그 분에게도 너무 고마웠다.

 

 때마침 막다른 곳이 나와 모퉁이를 돌기 위해 몸을 튼 순간, 소녀는 누군가와 부딪혀 튕겨나가고 말았다.

 

 “으악-”

 

 꽈당- 하고 넘어지는데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하지만 아픔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자긴 튕겨나갔지만 정작 부딪힌 상대는 꿋꿋이 서 있다는 것. 민망한 상황이지만 곧바로 일어나 공손히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어떤 사람인가 얼굴이나 확인할 겸 위를 힐끔 올려다 보는데 그의 키가 얼마나 큰 지, 힐끔 보려 했던 게 목을 꺾어 직각으로 올려다보기까지 이르렀다.

 

 ‘헙- 거인이다..’

 

 소녀는 어마어마하게 큰 상대에게 깜짝 놀랐다. 하지만 키보다 더 놀라운 건 그가 굉장한 미남이라는 것이랄까. 왠지 부잣집 장남 같은 분위기의 금발미남. 그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표정기 없는 그 모습이 혹시 조각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그 어느 고아원에서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멋있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빤히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멋쩍은 표정으로 어서 길을 비켜섰다.

 

 왠지 지나가실 때 까지 기다려야만 할 것 같아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그 금발사내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소녀는 머뭇머뭇하다 힐끔 다시 위를 올려다봤다. 그런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도 계속 제게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이런 시선은 왠지 쑥스러워 고개를 공손히 한번 숙이곤 이어진 복도를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라이오스는 뒤를 돌아 저 멀리 뛰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보통의 중환자들은 깨어나도 휴식이 필요하던데 소녀에겐 아직도 뛰어다닐만한 체력이 남아있던 걸까. 또 감탄하게 된다.

 

 덧붙여 이대로 잘만 성장하면 뭇 많은 남자들을 울릴 수 있을 만큼 외모가 빼어난 녀석. 여기에 총 다루는 법이나 다른 좋은 재능을 가르치면 자신을 이어 리베르타의 훌륭한 멤버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점은 자신을 못 알아 본 다는 것이었다. 구해줬는데 알아봐주지 못하니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어서.

 

 “날 기억 못하나.”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볼까.

 라이오스는 팔짱을 끼고 천천히 그녀의 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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