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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2. 한 성격하는 여신
작성일 : 17-06-09 23:02     조회 : 322     추천 : 4     분량 : 3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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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레인은 지난 몇 년간 해봤던 대로 오늘도 어김없이 영혼의 샘을 찾았다. 얼음산의 영상을 불러들인 일레인은 아무리 힘들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던 이블린이 누군가를 바라보며 바르르 떠는 모습에 눈을 크게 뜨고 호수를 응시했다.

 

 “너 같은 것 때문에 앞길 창창한 루카스님이 위험을 자처하는 꼴은 더 이상 못 보겠어. 넌 왜 태어나서 이렇게 민패를 끼치는 거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에라?”

 “아버지께 루카스님께 혼담을 넣어달라고 졸랐어. 너도 무도회가 열릴 때마다 루카스님이 내게 춤을 청하신건 알고 있겠지?”

 “그래서?”

 

 궁금해 하는 이블린의 눈빛에 시에라는 그것도 모르는 멍청이라는 표정으로 이블린을 내려 보며 대꾸했다.

 

 “바보. 하긴 저 다리론 춤을 출수 없으니 춤추는 사이 남녀가 나눌 수 있는 많은 대화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 우리는 함께 춤을 출 때마다 그렇게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그리고 난 그때 마다 느낄 수 있었어. 루카스 님이 내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하긴 글링턴 영지의 최고 미녀인 내가 아니면 누가 루카스 님께 어울리는 배필이 되겠어?”

 

 ‘최고 미녀라고? 저 따위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는 인간들과는 달리 신들은 내면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으로 따지자면 하늘 궁전에 있는 여신들의 미소를 따라올 수 있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반려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신들은 외형보다는 내면이 아름다운 여인들을 반려로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여신인 일레인의 눈에는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한 시에라 보다는 항상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위하는 이블린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이블린은 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시에라의 말에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외적으로 볼품없는 것도, 시에라가 글링턴 영지 최고 미녀라는 것 또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가 넣은 혼담을 루카스 님이 거절하셨어. 이건 다 너 때문이야!”

 

 시에라의 말에 이블린은 눈에 고인 눈물을 참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내가 루카스 오라버니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 거야?’

 

 이블린은 몸이 불편할 뿐 바보는 아니었다. 비록 다른 귀족 영애들처럼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루카스의 도움으로 글자를 깨우친 그녀는 방에서 시간을 보내 동안 방대한 양의 독서를 통해 그녀가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 사람들이 왜 그녀를 불길한 증조로 여기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다정한 존재가 바로 7살 차이가 나는 루카스와 어머니의 전속 시녀였던 유모 가브리엘 이었다.

 

 루카스는 자신의 임무인 영지를 돌보고 이블린을 멀리하는 아버지인 글링턴 백작을 대신해 그녀를 보살피고, 몸에 좋다는 영약을 구하러 다니고, 아픈 그녀를 간호했다.

 

 덕분에 미래의 글링턴 백작임에도 불구하고 22살인 지금까지 약혼녀도, 귀족 영애와 추문에 휩싸인 적도 없었다.

 

 이블린은 몸이 아픈 것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거나 미움을 받는 것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 지내는 것도 괜찮다며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그녀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시에라의 말에는 웃어 보일 수가 없었다.

 

 이블린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시에라가 만족스런 얼굴로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야, 네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폐를 끼치는지 알겠니?”

 

 이블린은 입술을 깨물며 그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백작부인이 되면 너부터 별채로 쫓아낼 거야. 너 때문에 귀족들이 백작 성에 오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네가 쫓겨나면 사람들도 다시 발걸음을 하겠지. 그러니까 루카스 님을 위해서 조용히 꺼져있어!”

 

 시에라는 하고 싶은 말을 다 마친 듯 흥! 하는 콧방귀와 함께 몸을 돌려 사람들의 틈으로 돌아가며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블린은 그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이냐기를 나누면서도 그녀가 자리한 구석을 힐끗거리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애기씨?”

 “유모, 나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가브리엘은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백지장처럼 허옇게 질려있자 냉큼 그녀를 등에 업고 하인들이 이용하는 뒷문으로 빠져 나갔다.

 

 여자치고는 커다란 덩치의 가브리엘의 등에 업힌 이블린은 15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고 야위였다.

 

 “뭐,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꼴에 저것도 얼굴이라고 달고 다니면서 누구보고 추하다는 거야!!! 악, 신경질 나!!!!”

 

 일레인은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이블린이 초라한 모습으로 사라질 때 까지 눈물을 흘리다 그녀가 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는 함께 있던 시시껄렁한 사내 하나와 깔깔 거리며 웃자 그 모습에 부아를 터트리며 혼자서 발을 동동 굴렸다.

 

 “악, 짜증나. 할 수만 있다면 저주로 재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 버리고 싶다. 아, 저주를 내리고 싶다. 저주. 저주.”

 

 물의 여신인 그녀의 특기는 물을 이용해 생명을 자라게 하거나 더러운 것들을 정화시키는 힘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죽음의 여신인 칼리 언니의 특기인 저주가 탐이 났다.

 

 “언니한테 부탁 할까? 안 돼. 그럼 또 이상한 조건을 내 걸어서 곤란하게 만들 거란 말이야. 아! 그냥 내가 내려가서 고쳐주면 되는데.”

 

 일레인은 하늘 궁전에 묶인 자신의 신세가 한스러웠다.

 

 “아, 아버지 때문에 중간계로 내려 갈 수도 없고 진짜!!!!”

 

 일레인은 몹시 짜증나는 기분으로 프시케를 나와 거처로 돌아갔다. 거처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처음 보는 까마귀 같은 여자의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한 번씩 멈춰 서서 꺅! 꺅! 소리를 질러댔다.

 

 평소 그녀의 별난 행동에 익숙해져 있던 신계의 하녀들조차 그녀의 행동에 놀라 걸음을 멈춰야 했다.

 

 일레인이 혼자서 씩씩거리며 침대 위를 뒹굴 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가 좋아하는 이블린이 당하던 모습과 조용히 흘러내리던 영롱한 눈물방울이 떠오를 때 마다 자려고 누웠던 몸이 벌떡벌떡 일어나져서 잠 잘 수가 없었다.

 

 일레인, 너 하다하다 별짓을 다하는 구나? 그건 또 달밤에 뭐하는 행동이니?”

 “세레나 언니? 언니가 웬일로 내 방엘 납시셨을까?”

 “지나가다 네가 하는 행동이 하도 유별나서 들렀다. 너 그러다가 다른 애들처럼 시집도 못가고 혼자 잘난 맛에 살아야 한다. 제발 성질 좀 죽여. 넌 안 그러던 애가 왜 점점 개들을 닮아가니?”

 

 달의 여신인 세레나는 렉스의 딸 중에서 유일하게 짝이 있는 여신이었다.

 

 “언니, 혹시 언니도 인간들한테 저주를 내릴 수 있어?”

 “저주?”

 “응, 혼내주고 싶은 인간이 있어.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나쁜 인간!!!!”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세레나는 철없는 동생이 행동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앉았다.

 

 “불가능 하지는 않지. 하지만 그 저주라는 게 네 마음대로 될지는 미지수야.”

 “그게 무슨 말이야?”

 “철없는 막내야.”

 “아 좀.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인거 알면서!”

 “넌 인내심이 너무 부족해. 뭐 아직 499살 밖에 안 되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너도 저주 비슷한 것을 내릴 있단다. 물론 그건 네 입장에서 저주가 아닐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인간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저주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거거든.”

 

 일레인의 커다란 눈이 동그랗게 휘어지며 고개를 꺄우뚱 움직였다. 그녀의 움직임에 반짝이는 하늘빛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찰랑거리자 그 탐스러운 머릿결을 쓸어주면서 일레인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간 세레나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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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이브 17-06-12 04:43
 
ㅋㅋㅋ 저 여신 그런 거 너무 좋아해요, 여신 묵상까지 하고 있다는~ 앞으로 기대됩니다. 작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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