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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패황의 탄생, 아이에른 전기
작가 : 진혁
작품등록일 : 2017.6.9

약한 자는 잃을 수 밖에 없어. 강한 자들만이 원하는 것을 얻고 지킬 수 있지. 그래서 난 다짐했어. 그 누구보다 강해지기로, 강해져서 그 무엇도 잃지 않도록. 그리고 지금의 난, 내가 잃어버린 모든 걸 되찾으려고 해.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이 힘으로 말이야.

[여기사물/먼치킨 여주/남장여자/약간의 로맨스?/개그]

잘부탁드립니다

 
5화. 중대 전술 훈련 평가 (1)
작성일 : 17-06-09 18:48     조회 : 288     추천 : 2     분량 : 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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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싹둑. 싹둑.

 

  비인은 어제 밤 길어진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있었다. 마력을 통해 검을 활성화 시키는 검사들과 다르게 신체를 활성화시키는 투사들에게는 머리카락 관리는 필수이다.

 

  마력으로 인해 폭주하는 신진대사 때문에 세포의 성장속도나 회복속도가 극한으로 올라가 그 반동으로 젊어지거나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비인은 거울을 바라보며 짧아진 머리카락을 다듬었다. 만족한 듯 씨익 웃고선 거울 앞에서 온갖 포즈를 취해보았다. 자신도 여자인지라 이리저리 몸에 성한 구석이 없나 확인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가슴이 점점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커지면 곤란한데…….’

 

  비인은 봉긋한 가슴을 압박붕대로 적당히 억누르고 엘이 선물로 준 마법이 걸린 하얀 할루시네이션 티셔츠를 입었다.

 

  ‘언제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입기만 했는데 남자의 몸처럼 근육질로 보일 수가 있다니.’

 

  비인은 천진난만하게 거울 앞에서 근육질 포즈를 취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성의 몸이 되어 여러 장난을 치는 건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것 같다.

 

  콰앙!

 

  “어이! 아이에른! 준비는 다 끝났냐?!”

 

  초이가 비인의 방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꺄악!”

 

  비인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가리며 소리쳤다. 초이는 비인의 반응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뭐야, 저 귀여운 반응은……?’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이 매우 여성스럽다라는 걸 느낀 비인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뭐, 뭡니까?! 지금! 노크도 없이 이러시는 건 정말 곤란합니다!”

  ‘이건… 반칙이잖아……!’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녀와 닮아도 너무하리만큼 닮았다. 하지만 저 납작한 가슴이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듯 초이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초이는 남자에게 느끼는 불순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몇 번 휘저으며 말했다.

 

  “오늘 중대전술훈련이 있는 날인 거 몰라? 헥소스와 갈렌, 그리고 라피스와 길로트 이 네 소대는 같은 중대로서 같이 훈련을 하는 날이라고.”

  “그게 제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온 이유가 되는 겁니까?”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제 같이 가기로 했잖아?”

 

  ***

 

  어제 밤.

 

  일과가 끝나고 모두가 잠자리에 들 시간, 초이는 비인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하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냐?”

 

  남자가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하듯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인의 방문 앞에서 두리번거렸다.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 아니, 그냥 같이 훈련에 가자고 하는 것 뿐 인데 이렇게 떨리는 마음은 뭐지?”

 

  초이는 자신의 뺨을 연거푸 때리며 생각했다.

 

  “그래. 이건 다 그 녀석이 지혜를 닮아서 그런 것일 뿐이야. 그것도 너무나도 닮았단 말이야! 어쩜 그렇게 닮았을까…….”

 

  끼이이익.

 

  초이가 비인의 방문 앞에서 혼자서 떠들고 있었을 때, 방문이 살짝 열리며 누군가 얼굴을 빼꼼히 드러냈다.

 

  “남의 방 문 앞에서 뭐하는 짓입니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한 비인의 젖은 머릿결에 초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비인의 모습이 조금 섹시해서 일까. 아니, 초이는 불순한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저 녀석은 남자야! 남자라고! 자꾸 이상한 마음먹지 마! 난 여자가 좋다고! 아무리 닮았다 해도 남자는 아니야!’

 

  비인은 씨익 웃었다. 사실 그날 밤 비인은 스케론과 에튼을 만나러 가고 없었고 단지 그녀의 방 안에 있던 것은 에리네스 혼자뿐이었다.

 

  에리네스는 밖에서 들리는 조그마한 혼잣말을 그저 듣고 있다가 장난을 칠 생각으로 비인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했다. 이왕이면 조금 야릇하게 말이다.

 

  그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남자라면 비인의 모습에 약간은 흑심을 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에리네스였다. 성별이 딱히 정해지지 않은 드래곤들에게 이런 장난은 아주 재밌는 유희거리였다.

 

  남자를 남자로 유혹하는 재미 말이다.

 

  “아, 저 그게, 내일 중대전술훈련평가가 있는 날이잖아? 그래서 말인데…….”

 

  초이의 얼굴은 조금 붉어졌고,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에리네스는 그런 변화를 일찌감치 알아차리고선 조금 더 골려주려고 마음먹었다. 물론 초이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그런데요……?”

 

  비인은 가볍게 하품을 하며 졸린 듯한 약간의 풀린 눈으로 초이를 바라보았다. 약간은 뇌쇄적인 모습의 비인은 초이의 가슴을 더욱 세차게 뛰게 하기 좋았다.

 

  ‘젠장, 너무 닮았어.’

  “아니, 같이… 훈련장에 가자하려고 했지.”

 

  비인의 모습을 한 엘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말씀인데 들어야죠. 그럼 내일 봬요. 선배님.”

  “어? 어 그래. 잘자.”

 

  비인은 가볍게 눈웃음을 치며 방문을 닫았다. 마지막 그 모습까지 초이를 설레게 하기 좋았다.

 

  문을 닫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초이는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하아. 남자한테 이런 설레는 감정이나 갖고 뭐하자는 거지?”

 

  크나큰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초이. 그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열었다.

 

  어렸을 적, 그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담겨있는 소중한 시계였다.

 

  초이는 측은한 얼굴로 회중시계 속 지혜의 사진을 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보고 싶다.”

 

  ***

 

  분명 어제 밤 엘이 장난치고 간 것이 틀림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짓을 벌여놓고 간 것임을 확신했다. 비인은 그저 주먹을 꽉 쥐고 분을 속으로 삭였다.

 

  “아, 어제 제가 너무 졸려서 깜빡한 것 같습니다. 빨리 환복 하겠습니다.”

  “그래. 빨리 준비해.”

 

  말이 끝나자 그 둘은 잠깐 동안 정적을 일었다.

 

  “…안 나가십니까?”

  “…왜? 남자끼린데 나가야돼?”

 

  남자끼리. 그 한마디에 비인은 입술을 깨물고 뒤돌아 옷을 갈아입었다.

 

  ***

 

  “알렌바르드 연대 총대장님의 존함은?”

  “오르바스 폰 알레미노스 후작님 이십니다.”

 

  비인과 초이가 훈련장으로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었다.

 

  “3대대장님의 존함은?”

  “레미 폰 하루스 자작님 이십니다.”

 

  “2중대장님의 존함은?”

  “알폰스 레이너드님 이십니다.”

 

  “중대 경례구호는?”

  “‘열의’입니다.”

  “소대는?”

  “‘강철’입니다.”

 

  “그럼 우리 중대장님의 성함은?”

  “헬레노어 헥소스님 이십니다.”

  “아니, 너네 중대장님의 성함.”

  “라이언 갈렌님 이십니다.”

 

  초이는 박수를 치며 비인의 등을 토닥였다.

 

  “그렇지. 직속상관 관등성명은 필수로 외워둬야지 욕먹지 않는다고. 잘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위스티님.”

 

  비인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이번 훈련은 훈련이 아니야. 이건 다 대대 최강자를 가르기 위한 일종의 무투대회 같은 거니까.”

  “무투대회……?”

 

  알렌바르드는 하나의 연대와 4개의 대대 그리고 16개의 중대와 32개의 소대로 이루어진 군대 집단이었다. 본부는 란 데 바르노바 제국의 중앙에 연대가 존재하고 있고 각각 동서남북 방향으로 4개의 대대가 나누어져 있다.

 

  대대 내에는 4개의 중대와 16개의 소대가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 비인이 존재하고 있는 대대는 알렌바르드 연대 3대대 2중대 4소대 소속이다.

 

  매년 알렌바르드에선 신입 기사들을 모집한 후, 신입 기사들을 상대로 펼쳐지는 신인왕전과 함께 입단 후 2~5년 차 사이에서의 최강을 가리는 알렌바르드 최강자전을 펼치곤 한다.

 

  오늘 중대전술훈련 평가는 훈련을 핑계로 한 신인왕전과 최강자전에 참가할 사람을 뽑기 위한 중대 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였다.

 

  “저도 나가야 하는 겁니까?”

  “물론, 신입 기사라면 당연히 나가야되는 자리지.”

  “안 나가면 어떻게 됩니까?”

  “이건 강제 참여라서 빠질 수가 없어. 명령불복종으로 감봉당하고 싶지 않으면 참여해야 할 걸?”

 

  비인은 미간을 구부린 체 입술을 내밀었다. 약한자들 사이에서 힘자랑 하고 싶지 않은 그녀였다.

 

  ‘귀여워…….’

 

  비인을 바라보던 초이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도 그에 반한 보상이 있으니까 너무 싫어하진 말라고.”

  “보상이 뭡니까?”

 

  그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던진 말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비인의 귀를 의심케 했다.

 

  “엄청난 상금과 함께 특진의 기회를 ‘타나슈테인’ 대공님께서 하사해준다는 것이지.”

 

  ***

 

  2중대 전용의 커다란 연병장 위 갈렌, 헥소스, 라피스, 길로트의 소대들이 정렬해 있었고 단상위에는 2중대장인 알폰스 레이너드가 서있었다.

 

  레이너드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자 다들 알다시피 이번 년도도 올 것이 왔다! 그것은 뭐?!”

  “중대 대표 선발입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중대원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비인과 같이 신입 기사들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체, 두리번거렸다.

 

  “그렇지! 3대대 신인왕전과 최강자전이 열리기 전 우리 중대를 대표할 얼굴마담들이 누군지 오늘 이 자리에서 겨뤄볼 생각이다. 여기에 이의 있는 사람?!”

  “없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먼저 우리 신입들의 재롱을 보기 전 우리 햇병아리들의 실력을 검사해봐야겠지?”

  “열! 의!”

 

  단상 위의 레이너드는 흥을 주체 못하는 듯 다리를 동동구르며 소리쳤다.

 

  “좋~았어! 그럼 각 소대들은 최강자전에 참가할 수 있는 햇병아리들을 추려서 집합시키도록 해!”

  “열의!”

 

  각 소대장들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최강자전에 참가할 기사들을 제외하고 전부 한쪽 편에 마련된 돌계단에 앉아 구경할 준비를 했다.

 

  “초이.”

 

  숙련자들로만 이루어져있는 헥소스의 소대에서 참가자는 2년차 기사인 초이밖에 없었다.

 

  “네. 소대장님.”

 

  헥소스는 초이의 엉덩이를 툭 치며 말했다.

 

  “지지마라.”

 

  초이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오른 주먹을 가슴에 가져댔다.

 

  “정열!”

 

  휘이이이익!

  크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를 시작으로 참가자들 전원 연병장에 집합을 마쳤다.

 

  ‘반드시……. 타나슈테인을 만나고 말겠어.’

 

  초이는 윗옷 주머니에 들어있는 회종시계를 꼭 쥐고서 다짐했다. 반드시 우승해서 타나슈테인의 얼굴을 확인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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