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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카멜 로브
작가 : 파프케
작품등록일 : 2017.6.1

[판타지 + 로맨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네오디타.
모든 걸 내려놓고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마음 먹는 순간,
복수의 실마리가 찾아왔다.

 
2. 방황
작성일 : 17-06-09 17:23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7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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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일 년 전, 라보츠 아카데미의 여름방학.

 

 돌이켜보면 그 날은 유난히 운이 좋았다. 집으로 향하는 마차를 단번에 찾아서 짐도 빠르게 옮길 수 있었고, 최근 더욱 더 날카롭게 대하던 베네피아 모리아 선배와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이쪽이야!”

 

 정확히는 네오디타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숨었다는 것이 맞겠지만.

 

 “야, 야. 잠깐 좀 봐. 뭐 하고 있어?”

 

 “마차 탔어. 집에 갈 것 같아. ...응, 출발 했어.”

 

 “,,,휴우.”

 

 캐롤과 리라가 소곤대는 소리에 네오디타는 한숨을 돌렸다.

 

 베네피아 모리아. 한 달 전까지 친자매처럼 대하던 그녀를 이렇게 피하게 될 줄이야.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구나.

 네오디타는 차오르는 숨을 진정시키며 근처 의자에 앉았다.

 

 비가 올 거라는 관측소의 말과 달리 날도 화창했다. 이따금 찾아오는 구름이 볕을 가릴 때에도, 지나간 구름 뒤에 숨어있던 해가 반짝반짝 빛날 때에도 기분이 좋았다. 살랑이는 바람과 친구들의 따스한 목소리가 좋았다.

 

 “그런데, 네오. 모리아 선배님이랑 친한 거 아니었어?”

 

 “...친했었지.”

 

 “왜 과거형이야? 싸우기라도 했어?”

 

 “그게.... ...실은. 나. 파올 선배님과 약혼할지도 몰라.”

 

 약혼? 약호온?

 

 망설임 끝에 털어놓은 말에 두 친구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레이반 파올은 한 학년 선배로, 아카데미의 우상 그 자체였다. 옅은 커피색 머리카락에 티 하나 없는 피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레이반 파올 선배, 맞아?”

 

 “으응.”

 

 “세상에 맙소사. 마법 학부에 아는 애 있는데, 졸업하면 무조건 마탑 아니면 황실 마법사랬어. 웬일이야, 진짜!”

 

 그는 마법 학부의 유일한 장학생으로도 유명했다. 일정 점수 이상 받으면 무조건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는데, 마법 학부가 생긴 이후로 그 ‘일정 점수’를 얻은 사람이 레이반 파올이라는 말도 있었다.

 

 “아니, 다 떠나서 파올 선배. 공작 가문 아니야? 갑자기 약혼이라니. 가문 격차가 너무 크잖아!”

 

 네오디타의 아버지는 평민이었다. 다만 어릴 적 호승심에 타고 나간 뱃길에서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고, 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품들을 구해다 파는 것을 공으로 인정받아 남작 자리를 받은 것이다.

 

 평민 출신 귀족은 세간에서 반 귀족이라고들 한다. 유서 깊은 공작 가문과 반 귀족이라니. 놀랄 만도 하지. 네오디타는 그저 쓰게 웃었다.

 

 “몰래 사귀는 거였어, 설마?”

 

 “세상에, 세상에! 게다가 이렇게 갑자기 약혼? 아이가 생긴 거야?”

 

 “아냐, 절대!”

 

 둘 다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다. 네오디타는 서둘러 말을 막았다.

 

 “그냥 내 마법 재능을 높게 사서 후세를 생각하고 약혼 제안을 했다나봐. 게다가 너희 말대로 가문 차이도 너무 크고, 아마도 거절할 것 같아. 아직 확실히 결정된 건 아니니까 어디 가서 말은 하지 말아줘.”

 

 학과 일정 외에는 두 친구들과 붙어있다시피 했고, 방도 바로 옆에 있었다. 캐롤도 리라도 납득했다. 셋 중 누구라도 연인이 생긴다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거다.

 

 “...어흠.”

 

 그래. 총 10년 과정의 아카데미 생활도 벌써 내년이면 끝인데, 남들 다 한 번씩 한다는 연애는 셋 다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쩐지 처량하다.

 

 ‘네오디타는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는 있었는데, 공부해서 아버지 상단을 물려받는다고 했었지. 그것 때문에 학과 공부 외에 회계도 틈틈이 공부하느라 누가 고백해도 거절하기만 했고. 리라도 귀여운데, 남자가 좀 무섭다고 했었나. 난.... 에이, 지금 그게 중요한가.’

 

 캐롤은 푸우, 한숨을 쉬다 옛 기억을 떠올렸다.

 

 “하긴 네오. 입학할 때 마법 적성 있다고 했었지.”

 

 “맞아 맞아. 마법 학부 학과장이 찾아와서 전과 하라고 막 그랬었잖아.”

 “그걸 또 기억해?”

 “몇 번이나 찾아왔었잖아.”

 “게다가. 어떻게 잊어. 그 강렬한 분을.”

 

 마법학부 학과장은 헐렁한 로브와 지팡이, 긴 수염이 아닌, 단정한 정장을 입은 근육질의 중년이었다.

 

 묘한 위치에 흉터까지 있어서 차라리 검술학부 학과장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인 그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섬세한 성격이라, 네오디타가 전과를 거절할 때마다 잔뜩 풀이 죽어서 돌아가곤 했다. 그러면서도 며칠 후에 다시 찾아와서 권할 때에는 다시 상냥한 미소와 꽃이나 과자를 들고 있었다.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어진 네오디타가 학과장을 피해 다니기 시작하자 그 낌새를 알아차린 그는 울상이 된 얼굴로 네오디타를 찾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있는 역사학부 건물을 바라볼 때마다 눈물을 글썽거릴 뿐.

 

 그 아련한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 네오디타는 결국 마법 학부 학과장이 지도 선생님으로 있는 호신 마법 수업을 졸업 때까지 듣기로 했었다. 덕분에 마법 몇 가지는 배우긴 했지만....

 

 [호신 마법이 공격 마법 수준이라니! 네오디타 루고양, 정말 전과 할 생각은 없나요? 정말? 정말, 정말로?]

 

 “참 여러모로 끈질겼..... 아니, 음. 어.... 열정적이셨지.”

 

 아련한 표정의 네오디타에게 캐롤이 독촉했다.

 

 “아니, 아무튼. 그거랑 모니아 선배랑 싸운 게 무슨 상관인데?”

 

 “...싸운 거 아니라니까.”

 

 “그럼 뭔데?”

 

 “집안사정이라 말하긴 좀 그런데....”

 

 네오디타가 주저하자, 지금껏 말없이 지켜보던 리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둘이 어렸을 때 결혼하기로 약속 했었나보다. 맞지?”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둘이 사촌이잖아.”

 

 “왜, 마법사끼리는 근친혼도 한다잖아. 마법사 낳으려고.”

 

 “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근친혼이야.”

 

 “...그런가. 하긴....”

 

 캐롤이 일침을 놨지만 네오는 속으로 뜨끔했다. 이 더운 날에 등 뒤로 서늘함까지 느낄 정도였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하다.

 

 예전에 베네피아가 말해준 적이 있었다. 레이반 파올과 베네피아 모리아. 둘은 어릴 때부터 약혼한 사이었다고. 이유는 리라가 말 한 대로 재능을 잇기 위해.

 베네피아는 그 숙명을 피할 수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실은 약혼 제안은 거절할 생각이야.”

 

 “어, 왜?”

 

 “부담스러워서 그런 거라면, 다시 생각해봐.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거야.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가문 중 하나야.”

 

 부담스러워서 거절하는 건 아니었다. 감이 영 좋지 않았고, 모리아 선배의 말도 신경 쓰였다.

 

 [네오. 그 약혼, 거절하는 게 좋을 거야.]

 

 약혼 제안 소식을 알기도 전에 찾아와 한 말이었다. 늘 온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안절부절 못한 기색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건 약혼자를 뺏겼다는 것에 대한 분노보다는 두려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약혼?]

 

 [아직 못 들었구나. 실은....]

 

 [베네피아 모리아님. 파올 공작님께서 오셨습니다. 아카데미 정문에 마차를 세워놨으니 안내하겠습니다.]

 

 끼어든 사람은 파올 가문의 하인이었다. 이따금 베네피아를 찾아와서 네오디타도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인의 평온한 얼굴과 달리 베네피아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가야겠어.]

 

 이유를 들을 새도 없이, 그녀는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 뒤로부턴 마주칠 때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네오디타를 대했다.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었고, 형식적인 인사만을 했다.

 

 그렇게 베네피아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지만, 이따금 입 모양으로 뭔가를 전하려 애썼다.

 

 약혼.

 거절해.

 

 그 신호는 뜬금없이, 순식간에 날아오는 것이라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며칠 그러던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워져서, 나중에는 무시무시한 표정과 몬스터 같은 눈빛으로 네오디타를 바라보곤 했다.

 주변에서 둘이 싸웠냐고 물을 정도로.

 

 “...집안 차이 너무 나면 끌려 다녀서 별로 좋지도 않대. 뭐 할 때마다 친가 쪽에서 도와야 하고.... 하인이 따로 없다더라고.”

 

 말 하고나니 변명 같아서, 한 마디 더 붙였다.

 

 “그냥 난 상단 운영이나 할래. 그게 더 좋아. 숫자 놀이도 재밌거든.”

 

 소설 속 귀부인 같은 삶을 동경한 적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귀찮은 건 별로다. 게다가 그게 친자매처럼 지내던 베네피아의 뜻을 반하는 거라면 더욱 더.

 

 “헷.”

 

 네오디타가 멋쩍게 웃자, 캐롤이 한마디 했다.

 

 “친가 동원이라니, 얘. 설마 레이반 선배가 그러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라. 아무튼 부담스러운 건 딱 질색이야.”

 

 짓궂은 캐롤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아무튼 아카데미 최고의 백마 탄 왕자님을 거부하다니.”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 맞지?”

 

 “공부하느라 바빴던 거 알잖아.”

 

 어지간해선 나서지 않는 리라까지 거든다. 진짜로 없는데, 그런 사람. 네오디타가 난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눈길을 피했다. 마침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네오디타 아가씨! 어디 계세요! 짐 다 실었어요. 어서 오세요!”

 

 “시나!”

 

 네오디타는 그녀의 하녀에게 얼른 손을 흔들었다. 모처럼 네오디타를 놀려먹을 기회를 잡았다 생각했던 두 사람은 실망스러웠지만, 얌전히 그녀를 보내줬다.

 

 “조만간 놀러갈게.”

 

 “물론, 둘이 같이.”

 

 “...으응.”

 

 억지로 손을 흔들며 웃는 네오디타를 보며 두 친구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려보냈다. 참, 이럴 때만 손발이 잘 맞는다.

 

 *

 

 마차는 유모와 네오디타가 올라타서 문을 닫기 무섭게 말을 움직였다. 갑작스런 출발에 크게 휘청거린 유모가 한 소리 하려 했으나, 네오디타가 얼른 말렸다.

 

 “난 괜찮아, 유모.”

 

 이미 하녀를 통해 급하게 마부를 고용하느라 용병을 데려왔다는 걸 들어 놔서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거친 생활을 하는 용병에게서 어떻게 배려를 바랄까.

 

 유모는 자책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조아려 내렸다.

 

 “죄송해요 아가씨. 근본 없는 용병을 고용해서....”

 

 “아냐. 저 사람도 먼 길 가느라 고생 많이 할 텐데. 그러지 마.”

 

 얼마나 갔을까. 무심코 열어둔 마차 창문으로 빗물이 들어왔다.

 

 ‘일기 예보가 빗나간 줄 알았는데.’

 

 사뿐사뿐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은 거센 빗방울.

 때마침 분수대처럼 굵은 물줄기가 들어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지나가는 마차가 그새 생긴 물웅덩이를 치고 지나간 걸까? 그 물줄기는 고스란히 유모 쪽으로 튀었다. 마치 노린 듯이.

 

 “꺅!”

 

 “세상에, 유모.”

 

 네오디타는 수건을 챙겨서 유모를 닦아줬다.

 

 “으.... 아가씨도 참. 아니에요. 이런 건 제가 할게요.”

 

 “무슨 소리야. 그대로 두면 감기 걸리겠어.”

 

 “에이, 한 여름인걸요. 그보다 갑자기 비가 와서 추운 것 같기도 하고.... 걸칠 거라도 준비해 올 것을. 그보다, 튀진 않았죠?”

 

 자신의 젖은 옷은 아랑곳 하지 않고 창문을 꼼꼼히 닫은 유모는 네오디타를 살폈다. 네오디타는 그만 웃어버렸다. 아카데미에서 늘 친구들을 챙기는 입장이었던 터라 오랜만에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것이 즐거웠다.

 

 “시나. 잔. 아가씨께서 걸칠만한 걸 찾아보렴.”

 

 말리진 않았다. 점점 추워지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옷을 넣어둔 짐 사이에서 걸칠만한 걸 찾던 두 하녀가 뭔가를 발견했다. 얼핏 봐도 고급스러운 색감의 상자로, 리본에 봉해져 있었다.

 

 “아가씨. 이거...?”

 

 “응? 뭔데?”

 

 “선물을 보냈나 봐요. 아가씨. ...하지만 아가씨는 이제 약혼자가 있는데. 어쩌죠?”

 

 여차하면 버릴 기세라 네오디타는 얼른 말렸다.

 

 “아직 약혼자 아니니까 괜찮잖아. 이리 줘 봐.”

 

 “그렇긴 한데....”

 

 시나는 망설이다 다소곳하게 상자를 내밀었다. 납작하고 큰 상자는 감촉부터 부드러웠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선물도 아니고, [라보츠 선물]인데. 파올 공작님이 알게 되면....”

 

 ‘약혼자 될 일도 없는데, 무슨.’

 

 벌써부터 공작가문의 일원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네오디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안다면 기절할 것 같다.

 

 “이런 건 또 처음이네. 라보츠의 전통 선물이라.”

 

 라보츠 아카데미는 대대로 전통이 있는데, 방학 첫 날 사랑하는 사람의 마차에 몰래 선물을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이 때 절대로 발신인을 쓰면 안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보낸 건지 맞춘다면 연인이 되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네오디타의 인기는 제법 많았다. 매년 학기 말 인기투표로 정해지는 <라보츠의 요정> 자리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그런 이유로 전통을 실행하려는 사람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누가 보낸 건지 알아낼 수 없거나, 들키거나.

 

 “...비단으로 포장된 상자라니. 호화스럽네. 누가 보낸 걸까....”

 

 적어도 레이반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지금 수도에 있을 테고, 이런 선물을 준비할 정도로 한가하진 않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회색 상자에 네오디타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처음 받는 선물도 아닌데, 요즘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 왕자님처럼 멋진 남자와 황홀한 연애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에 뺨이 달아올랐다.

 

 “세상에. 비단이었어요? 어쩐지 촉감부터가~.”

 

 “내용물이 중요하죠. 뭘까요?”

 

 “가벼운 걸 보니까.... 목걸이? 반지? 아니면....”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하녀들은 마차가 흔들리는 줄도 모르고 들떠 있었다. 시나는 언제 말렸었냐는 듯 몸을 반이나 빼어 앞 의자에 걸쳤다. 네오디타는 너그럽게 웃으며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로브?”

 

 “...회색?”

 

 김이 팍 새어버린 하녀들과 달리 네오디는 그 로브를 유심히 바라봤다.

 

 ‘카멜 가죽으로 만든 로브다. 구하기 힘들다고 하는 회색 카멜의 로브라니.’

 

 보기엔 그저 로브지만 마법사에겐 최고의 마법 용품 이다. 마감도, 재료도 최상급이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걸쳤다. 굳은 날씨에 차가워진 몸이 사르르 녹을 듯 따스했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마력에 네오디타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이거, 카멜 로브야.”

 

 “카멜 로브요?”

 

 “응. 유모는 알지? 어릴 적에 동화책 읽어줬잖아.”

 

 “아-. 기억하죠. 한 때는 매일 그것만 읽어 달라고 하셨잖아요?”

 

 어릴 적에는 또래의 아이들처럼 마법사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카멜 로브를 입은 양치기는 단숨에 마법사가 되었답니다!] 라는 구절에 푹 빠져 있었다.

 

 “거기에 나오는 로브야. 양치기 카멜을 단숨에 마법사로 만들어준, 그거.”

 

 “말 그대로 전설에 나오는 로브네요.”

 

 “실제로도 마법사에게 가장 좋은 로브야.”

 

 “그럼 비쌀 텐데.... 누가 준 건지....”

 

 유모는 찾아낸 담요를 네오디타의 몸 위로 꼼꼼히 덮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천천히 알아봐야지 뭐.”

 

 어쩌면 마법학부 학과장이 보낸 깜짝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도무지 포기라는 걸 모르니까.

 

 “그래요. 그보다 갈 길이 머니 한 숨 주무세요. 안 그러면 마차 멀미가 날 거예요.”

 

 “응.... 안 그래도 졸리더라. 너희들도 자. 유모도.”

 

 멀미에 약한 네오디타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나름대로 며칠 전부터 집에 갈 준비를 했던 터라 피곤했다. 하녀들과 유모의 대답이 들렸지만 대꾸는 없었다. 포근한 로브의 감촉이 그녀를 잠의 나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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