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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감정조절장치
작가 : 오새롬
작품등록일 : 2017.6.7

불안장애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스스로 감정을 통제 할 수 있는 기계를 얻게 된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이어지는 사소한 인연들이 기계와 연관된 것만 같다.

등장인물들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음모와 배신,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감정조절장치 2화
작성일 : 17-06-09 13:56     조회 : 392     추천 : 2     분량 : 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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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며칠 동안 해결하지 못한 피곤함이 한꺼번에 잠으로 밀려온 것 같다. 며칠 간 잠을 이루지 못해도 4일 동안 좋은 꿈을 꾸며 잠이 들었던 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든 며칠 간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한 몰골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상쾌해진 기분이 무겁던 현실을 회피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했다. 간단히 조리한 즉석식품들을 해치우고 집에 있던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떠온다. 수 십 가지의 약들을 한 번에 삼키는 일은 늘 어려운 일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인상을 찌푸린 채 약을 삼키자 딱딱한 고체의 움직임이 하나 둘 느껴진다. 간만에 좋아진 컨디션이 다시 최악의 상태로 돌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겨운 일과를 끝내고 주변 정리를 하던 그에게 낯선 종이 한 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이 들기 전 던져 놓았던 감정조절장치 설명서였다. 대충 훑어보기는 했지만 정확한 내용들이 떠오르지 않아 세세한 사항들을 살피기로 했다. 별 다른 특이점이나 주의사항이라고는 비밀을 유지한다는 조건뿐이었다. 아직도 와 닿지 않는 의사의 죽음이 이내 슬픔으로 다가온다.

  며칠이 지나고 새로 시작한 작업을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3류 작가. 그것이 모두가 외면한 그의 직업이었다. ‘아이 같은 소녀의 몸은 비너스의 육체처럼 아름다웠고...’ 새로 쓰기 시작한 소설에선 어린 여자 아이가 나와 파렴치한 어른들을 능욕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사기 위해선 제법 파격적인 소재가 필요했다. 판타지, 멜로, 드라마 같은 장르들을 출간했지만 대부분은 자극적이고 섬뜩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내면에 있는 변태적인 욕구를 꺼내 악마의 얼굴을 숨긴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야 했다.

  점점 글의 흐름이 막히자 텅 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산책을 즐기기에 어울리는 햇볕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서둘러 근처 마트로 들어가 필요한 물품들을 체크한다. 몇 년 째 혼자 살던 그에게 제법 익숙해진 일이었기에 빠른 속도로 장바구니를 채워나갔다.

  장보기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자 제법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가 이사 오기 전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던 옆집 여자였다. 눈인사를 몇 번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통성명이나 대화를 나눈 적조차 없어서인지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띡, 띡, 띡’

  많지 않은 생필품이 계산대를 지나고 고개를 숙이던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와 묘하게 닮은 표정이 각자의 마음속에 담긴 어두움을 표출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눈인사만 가볍게 나눈 뒤 마트를 나선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경비원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502호 사시는 분이시죠?”

  사람들과의 대화를 피해왔기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짧은 대화는 그의 마음을 긴장시켰다.

  “다름이 아니고 501호에 사시는 여자분 택배가 잔뜩 쌓여있어서요. 괜찮으시면 가지고 계시다가 따로 전달 해 주실 수 있나요?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질 않네요. 그럼 부탁합니다.”

  계획에도 없던 택배 상자가 앞에 놓이자 평범한 일상을 시작한 그의 머리가 아파온다. 거절을 위한 말다툼을 피하기 위해 얌전히 택배상자를 집으로 옮겨놓았다. 평소에도 남 일에 관심을 갖고 싶지 않아 하는 성격 때문에 구석에 자리 잡은 상자는 계속해서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하루 빨리 물건을 전해주고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원고가 남아있었지만 이래저래 피곤한 몸이 그의 눈꺼풀을 자극했다. 막상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면 사소한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단잠을 방해할게 뻔했기에 늘 그의 잠을 돕곤 하던 수면제를 찾아 입에 털어 넣는다. 이제는 내성이 생겨 한두 알의 수면제로는 깊은 잠에 빠지지 않는다. 몽롱한 상태에서 TV를 보다 아침 해가 뜨는 장면을 확인하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꿈속에선 온갖 낯선 생각들이 다시 한 번 편안한 잠자리를 방해한다. 늘 그렇듯 수십 명과 싸움을 하다 정통으로 두드려 맞은 것 같은 무거운 몸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딱히 급할 것 없는 일상에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첫 끼를 먹기 전, 서둘러 택배 상자를 옮긴다. 본인에게 생긴 짐 덩어리가 마음의 무게를 짓누르는 것 같아 이른 시간부터 몸을 움직였다. 혼자 사는 여자가 필요한 물건은 왜 이리도 많은지 평소에도 좋지 않던 허리가 나갈 것만 같다.

  ‘딩동’

  조용한 복도에 높은 음역대의 벨소리가 울린다. 날카롭게 들리는 벨소리가 그의 다급함을 더욱 가중시켰다. 몇 번이나 벨을 더 누르고 나서야 조용히 인기척이 들려온다. 5cm 가량 열린 문 사이로 어제 보았던 낯익은 눈동자가 비쳤다.

  “무슨 일이시죠?”

  방금 잠에서 깨어난 듯 어둡고 침침한 목소리가 낮고 어두운 그녀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택배가 잔뜩 쌓여있는데 찾으러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된다고 하셔서요. 경비아저씨가 저한테 직접 맡기셨습니다. 다음부턴..”

  “거기다 놓고 가시면 돼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칼에 닫혀 버린 현관문이 시야를 막는다. 고맙다는 말은커녕 배달부 대하듯 당연한 태도가 분노를 불러왔다. 당장이라도 문을 따고 들어가 따지고 싶지만 늘 그렇듯 싸움은 그에게 짐이 될 뿐이었다. 화를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흥분된 상태로 소파에 앉아 감정조절장치를 작동시킨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버튼을 돌려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죽음을 맞이한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병원을 찾아다녔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약을 처방하거나 모두가 그 정도의 불안은 갖고 있다는 퉁명스러운 말까지, 그의 마음을 더 어둡게 만드는 사람들뿐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아간 병원에서 지금의 주치의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나이 고작 18세일 때였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듯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던 그에게 성급하지 않게 말을 걸어주었다. 아마도 그때 그 의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세상과 분리된 존재로 방 한 구석에 갇혀 평생을 죄인처럼 살았을 것이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일한 재산.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가질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집안 곳곳에 숨겨진 현금다발은 정신과치료를 하고도 남을 만큼 제법 많은 액수였다.

  그의 인생에 제 2의 부모님 같은 존재가 허망하게 돌아가신 걸 떠올리면 또 다시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선물 받은 감정조절장치가 벅차오르는 슬픔을 천천히 억제해준다. 더 이상 누군가가 떠나는 일 따윈 원치 않았다. 남은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복잡한 생각을 위로하듯 또 다시 무거워진 눈꺼풀이 그를 괴롭혔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원고를 마감해야 했기에 반쯤 감긴 두 눈을 일으켜 세운다. 컴퓨터 앞에 앉은 그는 다른 때보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잠들어버린 성욕을 깨우며 작품 속에 몰입한다. 어른들이 차지하고 싶어 하는 한 아이, 타락한 어른들을 허망하게 만드는 악마 같은 소녀는 더러워진 그들을 비웃듯 노련하게 대처한다.

  이용당한 어른들의 최후와 과정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또 다시 막혀버린 판타지의 세계가 무던해진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일대 다수의 싸움에서 승리 할 수 있는 방법과 결과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과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힌 그에게는 도무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서둘러 원고를 마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컴퓨터 앞을 지켜보지만 별 다른 소득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시절, 실제 일대 다수의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어린 그에게 남겨진 재산을 지켜주겠다며 찾아온 친척들 사이에서 유일한 아군은 오로지 자신이었다. 집에 남겨진 현금다발을 옮기다 금세 발각되어 그들의 손아귀에 넘어간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송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어린 그가 가진 힘은 길가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 정도였다.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스스로 병원을 찾아다니고 좋은 의사를 수소문 해가며 통원치료를 받아야했다. 혹시라도 친척들이 알게 되는 날에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며 어두운 방구석에 갇혀버릴지도 몰랐다.

  이미 십년이 넘은 일들이지만 지금도 그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찾아오는 친척들이 종종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모든 재산이 그의 손에 들어오자 싸늘하고 냉담했던 친척들은 그의 눈에 띄기 위해 온갖 아부를 떨기도 했다. 더러운 그들에게 몇 푼 던져 줄 상황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이미 빼앗긴 돈만 수천만 원이 넘었다. 비열하고 지독한 일대 다수의 싸움은 약간의 손해를 안기고 그의 승리로 끝이 났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화목했던 옛날이 떠오르지만 눈물이 나진 않는다. 아마도 자신을 두고 먼저 떠나버린 원망감이 그가 안고 있는 슬픔을 서서히 짓누르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새로운 가족이 생길 수 있겠지만 좋은 남편, 아버지가 될 거라는 자신은 없었다. 혼자만의 인생이라도 잘 마무리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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