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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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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청색증
작성일 : 17-06-09 07:24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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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일인 오늘. 가지고있던 천만 원이라는 돈이 슬슬 바닥을 향해가기 시작한다.

 반은 내가 탄 장학금이지만, 그래도 나머지 절 반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이다.

 한심한 나날을 보낼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마멸되어가던 자괴감은 지금에 와선 말끔히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 자괴감이야 말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그것이 사라진 시점에서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글러먹기 시작했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실하게 생활했던 나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로.

 인생의 낭비야 말로 시간에 가속이 붙는다. 시시한 날들을 보내다가 만으로 스무 살을 맞이했을 때 깨닫게 된 사실이다.

 아마 이번 달 생활비가 나간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지. 그게 싫다면 노숙 생활을 한다든가.

 물론 그렇게 되는 건 되도록이면 피할 생각이다.

 아무쪼록 슬슬 위험하다고 판단한 나는, 채용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당일 지급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로 했다.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는, 흔히 말하는 노가다라는 것이라든가 혹은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하는 상하차 알바는 하기 싫다.

 힘든 업무들은 피하고 되도록 쉬운 일만을 고집하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자리를 알아본 지 약 1시간이 지났을까.

 당일 지급이라는 조건이 붙은 시점에서 나는 엉뚱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됐다.

 가장 피하고 싶은 직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가장 나아보이는 것을 점찍어 두었으나 그 역시도 꽤 힘이 필요한 일이었다.

 업무 내용은 오픈 예정인 어느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짐나르기. 이보다 쉬운 노동은 찾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걸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현재, 인근 놀이터 벤치에 앉아 멍하니 담배를 피우는 중이다.

 어제 저녁쯤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매장에 연락을 하니 오픈이 임박했다며 일당을 더 줄테니 내일 당장 나와달란다.

 나로선 반가운 소식이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자 고맙다고 연거푸 감사인사를 하던데, 이제와선 조금 후회가 될 뿐이다.

 먹을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가서 계산을 할 때라든가, 근처 미용실, 혹은 배달 음식을 시킬 때가 요 몇달 간의 대화의 전부였다.

 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사람을 대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다가와버린 오늘이 두렵다.

 고백해보자면, 아까 착신음이 들릴 땐 마치 롤러코스터의 경사면을 올라가는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했다. 다행히도 말을 더듬진 않았지만.

 허나 이미 하기로 한 것이고 여기서 도망친다면 생활이 위험하다.

 어쩔 수 없다. 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젠 다가올 일만 남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함은 도저히 사그라들지가 않고, 불행하게도 그것이 수면방해로 이어져버렸다.

 이불을 뒤척인지 한 시간정도가 지났을까.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도저히 안되겠네'였다.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7부 회색 반팔티와 무릎을 덮지 않는 청색 반바지, 그리고 흰 색 스니커즈.

 외출할 때 마다 항상 입는 심플한 조합으로 갈아입고서 반 쯤 남아있는 시바스 리갈 12년산을 챙겨나왔다.

 새벽 2시. 차분해지면 돌아갈 생각이었다만, 불안함은 사라질 기미가 없어보인다. 그래서일까? 망가질거면 차라리 확실하게 망가져버리자.

 홧김에 그런 저항 충동이 샘솟아 목적을 '수면'에서 '밤샘'으로 바꿔버리기로 했다.

 나는 벤치 옆자리에 올려뒀던 시바스 리갈을 집었다. 뚜껑을 열어 한 모금 머금자 특유의 깊은 알코올 향이 퍼진다.

 조금씩 나눠 삼키자 쌉싸름한 그것이 지나간 자리를 태워버린다.

 양주라서 그런지 도수가 꽤 높아 몇 모금밖에 삼키지 않았는데도 슬슬 취기가 돌기 시작한다.

 "결국엔 오늘도 혼자서 홀짝이는건가……."

 밤하늘에 떠있는 연노란빛의 달을 보고있자니 오늘따라 부쩍 외로움에 휩싸인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항상 외톨이로 지낸 건 아니었다.

 인연이라는 것의 첫번 째가 있다면 그건 세희겠지만, 나에겐 두번 째도 있었다.

 그건 바로,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있었던 일이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될 무렵, 수학 과목에 한해서 수준별 수업이라는 것이 시행되었는데, 쉽게말해 옆 반과 우리 반을 합산한 다음 성적 순으로 절 반을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반 녀석들 중 좋은 성적을 받은 몇몇은 상위반인 옆 반으로 이동해 수학 수업을 들어야했다.

 이동 수업이 시작되는 첫 날. 2학기 동안 함께 앉을 짝을 제비뽑기로 정했고, 그때 내 짝으로 당첨된 것이 옆 반의 여자애였다.

 뽑은 자리는 운좋게도 맨 구석지의 창가자리로, 먼저 그곳으로 걸어갔다.

 턱을 괴고서 푸른 하늘을 감상하던 그때. 어느새인가 내 옆자리에 앉은 여자애가 어깨를 콕콕 찔렀다.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청아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 오늘부터 네 짝인 이수아라고 해."

 단정한 보브컷의 수아는 긴 속눈썹과 쌍커풀이 없는 눈으로 귀여우면서도 예뻐보이는 인상이었다.

 키는 173cm인 내 키에서 머리 하나정도로 작았다.

 "…응, 반가워."

 "이름이 뭐야?"

 "…가은. 유가은이라고 해."

 중학생 시절에도 나와 짝이 된 여자애들은 항상 노골적으로 싫어했었다.

 가뜩이나 엄청난 미인인 여자애가 짝이 되어 살짝의 두려움과 함께 상처입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수아는 그게 아니었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의 세희처럼. 그녀는 적극적으로 다가와주었다.

 수업시간마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나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았으며, 그때마다 정성스럽게 알려주면 그녀는 납득한 뒤 감탄을 하기 일쑤였다.

 "아깝다~. 여기서 이렇게 해야했구나. 그나저나 가은이 너 되게 머리좋네. 이런 문제도 맞추고."

 "아, 그건 나도 꽤 어려웠어."

 "너 혹시 6월 모의고사 수학 몇 등 했어?"

 "1등이야."

 "뭐!? 1등!? 반에서? 아니면 전교에서!?"

 "둘 다. 그러니까 전교 1등이 되겠네."

 화들짝놀란 수아의 반응은 꽤 기분이 좋았었다.

 "……어쩐지 대단하더라. 그렇구나. 네가 1등이었구나. 음음."

 수아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너도 되게 똑똑하던데? 이해도 빠르고. 넌 몇 등 했는데?"

 "난 2등이야. 전교 2등."

 "정말이야? ……어쩐지 이해가 빠르다 했어. 게다가 저번에 심화문제를 채점할 때 대부분 맞췄던 걸 몰래 본 적이 있거든. 2등이었구나."

 "그래. 2등. 가은이 넌 1등. 완전 운명의 라이벌이네?"

 "그렇네."

 서로가 운명의 라이벌이라는 걸 알게된 이후, 우리는 날이 갈수록 점점 친밀해졌다.

 사소한 잡담이라든가 농담따위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접점을 갖는 시간은 처음엔 수학 수업 뿐이었으나, 점차 쉬는 시간이라든가 점심 시간, 야자까지 함께했다.

 특히 야자를 할 땐 둘이서 몰래 과자를 까먹거나, 손가락 씨름을 하거나, 서로의 교과서에 몰래 낙서를 하거나.

 또는 문제집에서 어려운 문제를 정해두고 빨리 푸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매점에서 간식 사주기 내기를 한다든가.

 함께했던 시간은 정말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2학년의 마지막 시험인 2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왔고, 거기서 나와 수아는 함께 100점을 받아 동시에 전교 1등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을 맞이한 우리는 서로 한없이 기쁨을 누렸고, 그때의 유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정규수업이 끝난 뒤 함께 교실에 남아 야자를 했던 것, 휴일에는 약속 장소에서 만나 도서관에서 공부했던 것,

 서로 좋아하는 책을 빌려줬던 것과 가끔씩 쉬고싶을 땐 야자를 빼고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놀이터에 가서 함께 음악을 들었던 것등.

 동시에 수아와 함께했던 지난 날들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는 수아를 좋아하고 있구나'

 어쩌면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확실히 알고 있었겠지만.

 그 문장을 마음속으로 확실하게 읊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겨울 방학이 끝난 뒤 봄방학을 코앞에 둔 종업식.

 우리는 이번에도 각자 다른 반으로 배정되어 표정엔 아쉬움이 있었다.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는 것은 선명했다.

 반이 갈라져도 확실하게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우리는 찾고있었던 것이다.

 찾고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다. 이미 찾았다. 어떻게하면 우리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보다 선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도, 쉽게 말이 꺼내지진 않았다. 비좁은 강당을 빠져나와 모두가 내려가고 마지막으로 둘이서 나란히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몇걸음 내려간 수아를 불러세웠다.

 고백을 할 생각이었다. 분명 계단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선생들은 끼리끼리 강당에 남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기회라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수아의 모습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법한 고백의 순간속에서, 마침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잘가."

 라고.

 "……응. …너도."

 수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방학이 끝난 뒤에 보자'라는 의미로 오늘 하루동안 다른 녀석들이 주고받은 말일텐데.

 이때만큼은 나와 그녀를 이어주는 실이 끊어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라이벌이라……."

 그때 그녀가 내뱉은 말을 쓴웃음과 함께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위스키 한 모금을 삼켰다.

 고백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용기가 없어서'라는 이유가 아니다.

 입밖으로 내뱉으려는 순간, 세희와 함께했던 추억들과 더불어 고백했던 것이 불현듯 스쳤다.

 헤어졌다고 멋대로 판단한 것일 뿐이지, 직접적으로 이별의 말을 들은 것은 아니라고.

 어설퍼도 너무나도 어설픈, 그런 생각을 해버린 것이다.

 그것이 고백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내가 그녀를 기다렸던 것처럼, 그녀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어쩌지?라니.

 멋대로 보기좋게 가정하고 더 나아가 배려따윌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정말 바보같다.

 지금에 와선 깔끔하게 포기하고 달콤씁쓸한 첫사랑의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고등학생 1학년때의 종업식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곤 수아에게 확실하게 고백을 하겠지.

 

 …이제와서 이런 가정을 한들 변하는 건 하나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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