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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아라, 종이비행기
작가 : 길성진
작품등록일 : 2017.6.8
날아라, 종이비행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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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컨디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무거운 짐을 나르던 도중 계단에서 굴러버렸다.
몸이 기울어질 때 이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나의 덧없는 잿빛 인생이란 소설은 여기서 끝나야 정상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령으로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바로, 30이라는 숫자가 나의 왼 눈 밑에 새겨져있는 상태로 말이다.
'30'
그건 나에게 남아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표식이었다.
그래. 남은 한 달동안은 생전에 해보질 못했던 못된 장난을 쳐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장난을 치는 그때, 나는 나와 같이 유령인 어떤 소녀를 만났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우리들의 만남과 다가오는 끝.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애절하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 그런 이야기다.

 
청색증
작성일 : 17-06-09 07:24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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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이미 색이 다 빠져버린 새하얀 머리의 할아버지는 특히나 눈가의 주름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개방적인 사고방식까지 소유하셔서 때때로 나이에 걸맞지 않을법한 야한 농담을 던지기도 하셨다.

 나이를 들먹이며 삿대질을 하신적도, 어르신들 특유의 괜한 참견같은 것도 전혀 하질 않으셨다.

 서로간에 예의를 지키면서도 친근한 느낌.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딱히 명절날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시골의 할아버지네 집에 찾아가 함께 담배를 피우곤 했다.

 슬슬 연세를 고려해 끊는게 어떠시냐며 말려본 적은 있지만, 그때마다 빨리 할망구를 보고싶다며 냅두라는 재치있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말리기보단 평소처럼 같이 담배를 피우기로 했다.

 "가은이 너, 여자친구는 없냐?"

 "아쉽게도 없어요."

 "요즘 테레비에 나오는 아이돌인가 뭔가하는것처럼 잘생긴 녀석이 말이야. 흥미가 없는거야?"

 "그런 것도 있지만…. 좀처럼 인연이란게 꼬이질 않네요."

 도색이 되지 않은 구불구불한 시골의 아스팔트 길 가장자리에 위치한 나무정자.

 그곳에 앉아 주변을 둘러싼 작은 숲들과, 눈 앞에 펼쳐진 푸른 논밭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할아버지와 함께 담배를 피웠을 때였다.

 "한 번 들이대봐. 나는 네 나이때 먹은 여자애들만 해도 열 명은 넘었어 녀석아."

 "거짓말."

 "진짜라니까. 그러니까 마음에 드는 여자애라도 있으면 한 번 들이대봐."

 "배짱이 없어요. 게다가 괜찮은 여자애들은 이미 임자가 있는게 대부분이고요. 애초에 딱히 마음에 드는 여자애도 없는걸요."

 "…싱거운 녀석이구만."

 확실히 할아버지 말대로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다가가려는 노력을 시도하려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원인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나는 사교성이라는게 부족한 녀석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 쪽에서 먼저 다가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할아버지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더니 파란 하늘을 탁하게 만들었다.

 "뭐, 급할 것도 없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한 번쯤 운명이라는 게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운명……인가요."

 "그래. 운명. 팔십 년 가까이 살아온 보잘 것 없는 노인네가 진심으로 해줄 수 있는 몇 없는 말이지. 그러니 새겨들어도 좋아."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안심이 되긴 하네요. 나같은 따분한 남자를 좋아해줄 여자가 있을 진 모르겠지만."

 "가은이 넌 좋은 녀석이야. 그건 내가 보장하마."

 "……."

 "그래도 내 말만 믿고 너무 방심하진 마. 너도 알겠지만 젊었을 때 기회가 있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거든."

 "알겠어요."

 가벼운 잡담을 나누고나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긋하게 느꼈다.

 그렇게 여유를 느끼던 와중, 쨍쨍한 여름 해가 구름에 가려지는 그때였다.

 "…슬슬 때가 온 것 같아."

 할아버지는 마지막 연기 한 모금을 내뱉고는 그렇게 말하셨다. 그리곤 허름한 슬리퍼로 짧아진 꽁초를 지져 불씨를 꺼버렸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연세를 고려해보면 슬슬 그런 걱정이나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겠지.

 힐끗 쳐다보니 할아버지는 먼 산을 응시하고 계셨다.

 잠잠하면서도 깊은 눈빛.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같은 말은 어째서인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시선을 거두었다. 나는, 어떠한 말 대신 소리죽여 뿌연 연기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러나 나는 전혀 몰랐다.

 분명 할아버지의 목소리엔 사뭇 진지함이 섞여있었지만. 그건 꽤 미래의 일이라고. 나는 멋대로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바로 다음 날.

 100세까지 사실 것만 같은 할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시바스 리갈 12년산.

 집 근처 편의점에서 적당히 고른 위스키인 그것과, 함께 곁들일 안주들을 사서 자취하는 원룸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자정을 넘겨 다가와버린 오늘 역시 이녀석에게 의지할 생각이다.

 삼각김밥과 건오징어, 감자칩등을 바닥에 적당히 세팅하고 그 다음엔 부엌에서 작은 양주잔을 가져왔다.

 벽에 기대어 새로 산 양주를 개봉해 첫 모금을 삼키자 확실한 쓴 맛으로 목구멍을 수축된다.

 이렇게 술을 삼킬때마다 '좋지 않은 것'이 몸속으로 들어올 때의 느낌은 썩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작은 벽걸이 TV가 있지만, 요 1년동안 사용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다.

 이렇게 혼자서 술을 홀짝일때 재밌는 예능이라도 틀어봤지만, 딴 생각으로인해 결국엔 소음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TV는 그저 장식품이 될 뿐이다.

 편의점에서 사온 닭꼬치 몇 개를 양주와 곁들인 지 30분이 지났을까.

 어지럽고 정신이 몽롱한 게 슬슬 취기가 돌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시들어버린 이름모를 꽃은 오직 알코올만을 수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일까. 이 순간 만큼은 죽어버린 감정이 되살아나고, 나는 조용한 수다쟁이가 되어버린다.

 미동도 없던 입가엔 쓴웃음이 지어진다. 후회만으로 가득찬 지난 날들은 달콤한 안주로 변한다.

 처음엔 이런 마법같은 효과가 치명적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술을 끊어도 인생의 변화는 보이질 않았다. 기본적으로 나라는 인간은 어둡고 칙칙한 인간이기에.

 무의미하다. 그렇게 판단해버린 것이고, 차라리 즐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목적의식이라든가 삶에 대한 열정따윈 개나 줘버린지 오래.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며 늙어가는게 싫다.

 아니. 이런 경우엔 '달려가는'이 아니라, '다가오는 걸 기다리며'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지.

 아무튼. 나는 오래살기 싫다. 모처럼 찾아온 20대라는 젊음을 조금만 더 즐기다가(라곤 해도, 이런 축축한 생활은 변함이 없겠지.) 조용히 떠나고 싶다.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1월이 찾아온다면 한강에 투신해버릴 생각이다.

 고로, 2016년도 7월 초인 지금 시점에선 반 년정도 남아있는 셈이 되겠다.

 이러한 뒤틀림은, 자기혐오를 즐기는 순간이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 그 부분이 문제다.

 돌이킬 수 없기에 나는 화가 나는 것이다. 과거의 저질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반 쯤 죽이다시피 쥐여패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자기혐오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일테고, 그렇기에 자기혐오를 즐기는 것이겠지.

 지금에와선 구질구질한 날들을 한 번에 끝내버릴 수 있는 자살이라는 것이 기대가 되고,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 생각을 뒤바꾸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태이다. 하물며 바꿀 생각도 없다.

 희망따윈 하나도 없는 나이지만, 어쩌면 나는 인생의 종지부를 찍을 날을 기다리며 희망에 가득 찬 녀석이기도 하다.

 닭꼬치를 우물거리니 양주 대신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고 싶어졌다.

 비틀거리며 냉장고에 가서 할인 행사를 하길래 몇 개인가 사뒀던 클라우드 500ml를 가져왔다.

 그렇게 꼬치와 캔맥주로 더욱 기분좋게 취해갈 무렵, 갑작스럽게 방 안의 짙은 정적이 무거워진다.

 허전하다. 음악이라도 틀자.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스마트폰을 가져왔다. 뮤직 플레이어엔 꽤 많은 곡들을 다운받아놨다.

 엄지로 화면을 내리며 리스트들을 훑어보던 나는 이걸 듣기로 결정했다.

 쏜애플 1집,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의 6번 트랙인 '청색증'을.

 유쾌하고 발랄한 음악은 고이 접어둔 지 오래이다.

 취향이 맞지 않는다라는 문제도 없잖아 있지만, 나는 굳이 어두운 내면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들을 선호한다.

 나를 우울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을 말이다.

 그래야 더욱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우울한 자신이라는 정체성을 느끼며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이유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글러먹은 인간은 아니다. 이래봬도 과거엔 나름 성실한 녀석이었다.

 좋은 성적으로 4년제 국립대학에 입학할 당시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의 우울한 날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출발이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막연한 기대를.

 물론, 성인이 되어도 갑작스럽게 뒤바뀌는 일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나는, 이래서야 중고등학교때와 별 다를게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게 새로웠던 대학생활이 점점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전공도 꿈이 있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저 취업률이 높다는 이유가 다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나서 커다란 회의감이 덮쳐온 그 무렵이었다.

 여러모로 지쳐버린 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함과 동시에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어느새 양주의 1/3을 비워버린 것으로 모자라 500lm캔 맥주 세 개를 비워버렸다.

 분명 집 안은 상당히 조용할 터, 내 머릿속은 알코올때문에 꽤 혼란스러웠다.

 시간을 확인할 생각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배터리가 꺼져있었다.

 도중에 음악이 멈춰버린 것은 깨닫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아날로그 벽걸이 시계를 쳐다봤다.

 동공이 자꾸만 흔들려 몇 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변 바닥엔 감자칩 부스러기와 먹고 남은 포장용기의 쓰레기들이 보인다.

 나는 별다른 이유없이 천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곤 서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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