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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블랙 스완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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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얼음같이 차갑고, 때론 불같이 뜨거워지는 인간 양면의 극단을 오가는 준혁. 불과 12세에 천애고아가 된 그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의 집에서 구박덩이로 자란다. 준혁은 부모의 죽음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원수들의 가족에게 잔혹한 복수를 시작한다. 제주호텔의 말단 메이드인 매려적인 여자 수완. 재기발랄하고 통통튀는 장난꾸러기 그녀지만 마음속에는 오직 준혁뿐! 준혁을 향한 수완의 사랑은 빛이요 구원이 된다.

 
[1화] 사랑이 떠나가네
작성일 : 17-06-09 00:14     조회 : 537     추천 : 2     분량 : 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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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 뒤.

 

 19살이 된 강준혁의 야생마 같은 이야기.

 

 

 제주고등학교 운동장에 학생들의 응원소리가 한창이다.

 출발선에 나란히 선 준혁과 선규, 그리고 네다섯 명의 남학생들을 여학생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구리빛 피부에 훤칠한 외모, 거기에 강렬한 눈빛을 가진 준혁은 매력적인 수컷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반면 회택의 아들인 선규는 여리여리하고 창백한 표정이다.

 선규는 불안한 듯 계속 준혁을 힐끔거렸다.

 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준혁을 이겨볼 심산이다.

 

 준혁은 선규의 시선을 느끼지만, 앞만 응시한다.

 젖 비린내 나는 오선규 같은 놈에게 준혁은 오늘도 반드시 한방을 먹일 거다.

 오선규를 이겨먹는 것 만큼 준혁을 흥분시키는 일은 세상에 또 없다.

 왜. 오선규는 오회택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왜. 회택은 자신의 비릿한 아들이 지분의 70%를 가지고 있는 준혁에게 지는 꼴은 용납하지 못한다.

 회택이 용납하지 못하는 일들을 만들어내는 뒤틀린 쾌감에 혈기왕성한 준혁은 푹 빠져있다.

 회택과 선규를 겨냥한 준혁의 비뚤어진 욕망은 준혁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땅-]

 

 출발신호와 함께 준혁과 선규가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강준혁! 강준혁!]

 

 준혁의 마성에 푹 빠진 여학생들은 모두 한결같이 준혁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그들 사이에 수완이 서있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수완.

 하얀 얼굴에 청순미를 풍기며 손수건을 꽉 쥔 청초한 한떨기 꽃.

 수줍은 표정이지만 마음 속으로 그 누구보다도 더 열렬히 준혁을 응원한다.

 

 

 장거리 경주지만 시작부터 혈전이다.

 벌써부터 준혁과 선규가 선두로 튀어나간다.

 그 옆을 남학생1과 2가 바싹 따라붙었다.

 그런데 이 두 놈들이 어느새 준혁을 양 옆으로 에워싼다.

 준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이 자식들 뭔가 꿍꿍이가 있어!

 

 남1과 2가 교묘하게 팔꿈치로 준혁을 툭! 친다.

 그 바람에 달리던 반동으로 준혁이 휘청 옆으로 쏠린다.

 여학생들이 남1과 2에게 요란한 야유를 퍼붓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두놈의 비겁한 방해는 지속적이고 교묘하게 계속되고 있다.

 오선규에게 몇만원씩 돈을 건네 받은 이 놈들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준혁을 쓰러뜨릴 심산이었다.

 선규의 뜻대로 준혁이 두 명과 사투를 벌인다.

 그 사이 선규는 준혁을 앞서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오빠, 지면 안돼]

 

 초조한 수완이 마음속으로 준혁을 재차 힘껏 응원한다.

 그 마음이 전해진 걸까.

 준혁이 그새 다시 선규를 따라잡았다.

 여학생들이 열렬히 환호의 비명을 지른다.

 

 [강준혁! 강준혁!]

 

 달리던 선규가 온 몸에 힘을 주며 전심전력으로 달린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이다.

 이대로 준혁에게 또 질 수는 없다.

 선규가 남1,2에게 재차 눈짓을 보냈다.

 그 순간, 남학생1이 순식간에 준혁의 다리를 걸어버린다.

 준혁은 그대로 코트 옆으로 나가떨어진다.

 어머! 여학생들이 모두 탄식하며 안타까워 하는 사이.

 

 준혁은 도무지 일어나지 못한다.

 관절 어디쯤이 심하게 꺾인 것 같다.

 준혁은 그렇게 잠시 엎어져 있다.

 그러고보니 준혁의 무릎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절규에 가까운 안타까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 사이 선규는 월등히 앞서나간다.

 

 [일어나 오빠. 일어나란 말야 이 바보야!]

 

 준혁이 고개를 들고 애처롭게 자신을 보는 수완을 본다.

 수완이 다시 달리라는 듯 간절한 눈빛을 준혁에게 보내고 있다.

 

 준혁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튕기듯 달린다.

 미친 듯이 달린다.

 뒤돌아보던 선규가 깜짝 놀란다.

 어느 새 준혁이 등 뒤에 따라붙었다.

 

 결국 결승선에 간발의 차로 먼저 들어온 것은 준혁이었다.

 여학생들이 몰려나와 환호성을 치며 준혁을 둘러싼다.

 준혁은 살인적인 미소를 어설프게 지으며 절뚝절뚝 수돗가로 향했다.

 

 강렬한 여름 빛.

 뜨거운 태양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준혁은 쏟아지는 수도꼭지에 땀내나는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마저도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여학생들이 손수건을 들고 우르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뒤처진 구석에는 수완이 서있다.

 

 준혁이 물에 젖은 머리를 털며 뚜벅뚜벅 걸어온다.

 어느 새 수안의 앞에 다가와 멈춰섰다.

 

 수완은 준혁을 멍하게 보았다.

 그러자 준혁이 수완의 손에서 손수건을 뺏어서 얼굴을 쓰윽 닦는다.

 그리고는 손수건을 무심하게 수완의 손에 도로 준다.

 

 [쟤 뭐야, 재수없어.]

 

 여학생들이 수완을 노려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혁은 아랑곳 않고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하교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의 무리속에서 준혁은 비딱하게 가방을 멘채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어나왔다.

 까진 무릎에 교복은 찢어져 있었지만 또래 남학생들 사이에서 준혁은 변함없이 돋보인다.

 

 부모의 죽음이 남긴 음울한 그림자.

 그에 더해 부모를 배신한 오회택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혼재.

 외로움과 분노라는 극단의 감정이 만들어낸 마력.

 지금의 강준혁이 가진 마력의 원인들이다.

 게다가 검게 그을린 구리빛 피부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은 여리여리한 듯 애잔하고 귀여운 공자형이다.

 

 [오빠! 같이 가.]

 

 어느 새 수완이 뒤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

 2층에서 갑자기 수완의 머리로 물세례가 쏟아진다.

 고스란히 물벼락을 맞은 수완은 홀딱 젖은 채 섰다.

 처참하게 달라붙은 교복과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수완은 감전된 듯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준혁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여학생들이 고개를 뺀채 비웃고 서있었다.

 그리고 그들 틈에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오선화의 얼굴이 보인다.

 오씨 일가. 이 짐승같은 인간들.

 준혁의 얼굴에 분노와 혐오가 인다.

 오선화는 보란 듯이 준혁을 쏘아본다.

 

 준혁은 고개를 돌려 수완을 본다.

 수완은 곧 눈물이 터질 것 같다.

 수완이 그대로 돌아선다.

 처참한 몰골을 준혁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수완의 앞을 어느 새 준혁이 막아선다!

 

 수완이 다시 가려는데

 준혁이 다시 막아선다.

 

 수완이 원망스레 준혁을 올려다본다.

 

 

 "가게 해줘."

 

 

 수완이 슬프게 애원하는 순간.

 준혁이 수완을 확 끌어당긴다.

 그리고 수완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세상에 미친 거 아냐.]

 

 여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웅성거린다.

 오선화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진다.

 

 수완은 아찔했다.

 짧고 강렬한, 그러나 너무나 부드럽게 남은 달콤함. 이게 뭘까.

 그런데 준혁은 멍하니 선 수완을 잠시 보다가 휙 뒤돌아 가버린다.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는 준혁의 뒤를 수완이 조금 떨어져 걸어오고 있었다.

 준혁은 그런 수완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대각선으로 차도를 건넌다.

 잠시 뒤, 빵빵이는 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준혁이 휙 뒤돌아 본다.

 차들 사이에서 수완이 위태하게 서있다.

 

 '저 바보.'

 

 준혁은 무표정하게 수완을 기다린다.

 마침내 수완도 반대편으로 겨우 건너왔다.

 준혁은 다시 무심히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오빠 무릎에서 피 나.."

 

 

 수완이 준혁의 상처에 얼른 손수건을 갖다댔다.

 

 

 "필요없어!"

 "오빠..."

 "신경 끄라구!"

 "이 바보.. 그럼 아깐 왜 그런건데!"

 

 

 하지만 준혁은 들은 척도 않고 훌쩍 앞서가버린다.

 수완은 상처받은 얼굴로 반대편으로 뒤돌아 가버린다.

 

 준혁이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수완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집애 또 어디로 간거야!

 

 걱정하지 않으려 해도 준혁은 수완에게 늘 신경이 쓰인다.

 자신은 오로지 오씨 일가를 미워해야만 하는데.

 미치게 신경이 쓰여서 수완이 밉다.

 

 [빵. 빵]

 

 자동차의 클랙션 소리였다.

 준혁이 뒤돌아보았다.

 소영의 차에 선규와 선화 남매가 타고 있었다.

 소영은 차창문을 열고 준혁을 쏘아보았다.

 

 

 "선규 제치고 일등 하니까 네 속이 후련하냐? 옷꼴 하고는."

 

 

 준혁은 말없이 쏘아본다.

 소영이 핸드백에서 지폐를 꺼내 준혁의 얼굴에 휙 던졌다.

 

 

 "깨끗한 걸로 사 입어. 괜히 회장님 얼굴에 똥칠하고 다니지 말구"

 

 

 어느 새 차는 휭하니 사라졌다.

 그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지폐가 휙 날린다.

 준혁이 다가가 지폐를 발로 밟는다.

 그리고 천천히 집어들고 주머니에 푹 쑤셔넣었다.

 

 

 목장저택에는 일찍 퇴근한 회택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연습중이었다.

 때마침 소영과 선규, 선화 남매가 들어왔다.

 

 

 "선규가 육상대회에 나갔다구?"

 "네, 여보. 우리 선규가 2등을 했네요, 글쎄... 호호호"

 "1등은?"

 

 

 회택이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

 선규가 겁먹은 얼굴로 소영을 본다.

 

 

 "일등은.. 글쎄.. 그 누구더라? 의사집 아들인가.. 여보 저도 잘 몰라요."

 "엄마, 왜 그래. 일등은 준혁이가 했잖아."

 "이눔의 기집애!"

 

 

 선화의 입이 방정을 떨어버렸다.

 그 바람에 소영과 선규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회택은 골프채를 휙 던졌다.

 

 

 "죄,죄송해요. 아버지.."

 

 

 선규가 달달 떨며 회택에게 고개를 숙였다.

 

 

 "뭐가..?"

 "준혁이한테 또 져서.."

 

 

 회택이 날카로운 눈길로 선규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아버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어요.녀석이 팔꿈치로 날 쳤어요. 이렇게요."

 "못난 놈! 이젠 애비를 속이려 들어! 사내다운 구석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어! 꼴도 보기 싫다 썩 나가!"

 

 

 

 * * *

 

 

 집사인 영달은 아까부터 마굿간을 청소중이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팍 상한 사모님이 집사인 자신에게 이따위 일을 시킨 것이다.

 때마침 가방을 들고 준혁이 들어서자 영달은 구마데(삼지창)로 준혁의 얼굴에 짚을 휙 날렸다.

 그러자 준혁이 영달을 쏘아본다.

 

 

 "넘마. 눈 안 풀어!"

 

 

 영달이 내뱉자

 준혁이 또다른 구마데를 들고 영달에게 다가왔다.

 

 

 "이,이자식이! 너 그,그거 못 내려놔?"

 

 

 피식. 준혁은 영달을 내리깔아 보더니, 비웃으며 구마데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영달에게 맨손으로 하자는 손짓을 한다.

 

 

 "뭐야, 이 자식. 한번 해보자는 거야?"

 "그래 덤벼!"

 "넌 오늘 죽었어!"

 

 

 영달이 준혁에게 선빵을 날렸다.

 하지만 준혁이 날렵하게 피한다.

 

 치고 받고.. 어느 새 영달의 얼굴에 피멍이 인다.

 영달은 점점 화가 치솟는다.

 이 자식이 이렇게 커서 무시무시한 상남자가 되다니.

 준혁이 다시 영달에게 주먹을 날린다.

 영달은 이제 피하기에 급급하다.

 순간 영달의 눈이 준혁의 무릎 상처에 꽂힌다!

 영달은 다시 달려드는 준혁의 무릎을 냅다 걷어찼다.

 

 [윽]

 

 준혁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영달은 순식간에 준혁의 가슴을 발로 눌렀다.

 

 

 "넌 내 발치에 오려면 한참 멀었어. 병신처럼 집도 빼앗기는 못난 새끼.. 퉤."

 

 

 영달은 준혁의 옆구리를 발로 냅다 걷어찼다.

 그리고 비릿하게 웃으며 나가버렸다.

 준혁은 일어나려다 무릎 통증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무릎에서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찢어진 무릎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병신처럼 집도 빼앗기는 못난 새끼'

 

 영달의 말이 가슴에 꽂힌다.

 

 그것뿐인가. 이제 준혁은 빼앗은 놈의 밑에서 빌붙어 사는 병신이다.

 준혁은 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미친 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처지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겼다.

 오션그룹 귀공자가 마굿간지기라니. 하하하하.

 눈물이 날 정도로 웃긴 일이다.

 

 목장내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었다.

 마굿간에서 꼼짝 앉는 준혁을 보며 오회택과 소영은 초조했다.

 이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준혁의 안부를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택이 눈짓을 하자 소영이 얼른 일어나 마굿간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준혁은 이불 속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다.

 갖다놓은 정장도 패대기친 상태다.

 

 

 "너 당장 그 옷 입고 나와!"

 "얼마 줄래요?"

 "영악한 놈. 좋아, 바비큐 파티 끝날때까지 말 잘듣고 참석한다면 10만원 줄게."

 "이십만원."

 "흥. 그래. 이십주지. 그러니까 빨랑 나와서 인형노릇 해."

 "그러죠."

 

 

 준혁이 이불속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 소영은 까무라치게 놀란다.

 놈은 보란 듯이 속옷 한 장만 걸친 알몸상태다.

 흉물스러운 놈.

 소영은 속이 느물거렸다.

 나날이 커가는 준혁을 보며 저놈이 언젠간 칼을 휘두를 것 같은 불길함이 순식간에 솟구친다.

 소영은 서둘러 마굿간을 나왔다.

 

 바비큐장의 파티가 절정을 이루고 이사진들과 오회택이 와인잔을 들고 막 건배를 하려던 찰나.

 준혁이 저벅저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찢어진 교복 차림 그대로다!

 

 회택의 얼굴이 구겨진다.

 소영이 경악한다.

 임원진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얘 준혁아, 예의를 갖추어야지."

 

 

 당황한 회택이 웃음으로 얼버무리려는 순간,

 준혁은 피식-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놓여진 음식을 손으로 집어 거칠게 먹기 시작했다.

 이제 준혁의 행동 하나하나에 임원들의 시선이 놀라움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회택은 순식간에 화가 솟구치고 있었다.

 

 '망할 놈. 감히 내 생일 파티를 이런 식으로 망쳐!'

 

 회택이 일어나 준혁의 팔을 강하게 잡았다.

 그리고 무언의 눈짓으로 경고를 날린다.

 

 '자리에 앉아. 강준혁!'

 

 하지만 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회택의 팔을 뿌리쳤다.

 회택이 다시 준혁을 노려보는 순간.

 

 [히이이잉]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회택이 놀라 뒤를 돌아본다.

 소영이 아끼는 백마가 파티장으로 질주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연신 지르며 혼비백산해 이리저리 몰려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새 백마가 선규의 코앞에서 앞발을 치켜들고 위협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선규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덜덜 떤다.

 

 

 "선규야!!"

 "여보, 어떡해.. 어떡해!!"

 

 

 말은 잔뜩 흥분해 있었다.

 회택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규가 눈물을 왕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준혁이 말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고삐를 휘어잡는다.

 자신을 제압하려는 준혁을 향해 말은 거칠게 몸부림친다.

 이제 준혁과 말의 힘싸움이다.

 몸부림치려는 말과 그 말을 제압하려는 한마리의 야생마.

 짐승과 짐승의 싸움.

 준혁의 손바닥이 벗겨지고 고삐에 피가 묻는다.

 마침내, 준혁이 순식간에 말등에 올라탄다.

 그러자 펄쩍 펄쩍 날뛰던 말이 아이처럼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놀랐던 하객들이 비로소 안도를 하더니, 하나둘 모여 경외의 눈빛으로 준혁을 본다.

 준혁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타고 마굿간으로 들어가버렸다.

 

 새벽녘까지도 준혁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준혁은 찢어진 교복 윗도리를 겨우 벗었다.

 고삐를 잡은 손바닥은 다 찢어져 있다.

 끙, 고통을 참는 준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오빠!!]

 

 준혁이 힘겹게 입구를 본다.

 어느 새 수완이 달려들어온다.

 그리고 준혁의 손바닥을 잡고 울먹이며 본다.

 

 준혁이 수완을 밀어내지만

 수완은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온통 얼굴이 눈물 범벅이다.

 

 

 "그렇게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안달난 사람처럼 왜 그래. 왜!"

 

 

 준혁이 수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수완은 눈물을 쓱 닦더니 자신의 티셔츠 자락을 찢어 준혁의 손에 감아주기 시작했다.

 

 

 "이 피 좀 봐. 모레가 중간고산데 어떡할거야. 병원에 가야하는거 아냐. 어쩜 좋아.."

 

 

 준혁은 그런 수완을 계속 응시한다.

 수완이 고개를 든다.

 그 순간 준혁과 눈이 마주친다.

 준혁의 눈길이 불에 타는 듯 뜨겁다.

 그리고 준혁의 얼굴이 수완에게 다가온다.

 수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다.

 

 

 "안되겠어. 이대로 꼼짝 말고 있어! 응?"

 

 

 수완은 준혁을 남겨둔 채 다시 달려나갔다.

 준혁은 긴 한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뜨거운 감정.

 자신도 모르게 수완을 갖고 싶었다.

 

 준혁은 수완이 싸매준 상처를 본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수완을 기다렸다.

 수완이 다시 온다면 언제든 기다릴 것이다.

 

 

 회택은 아까부터 보드카를 잔뜩 마시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서변호사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배포와 강단이 보통이 아니더군요.역시 강사장님의 핏줄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회택은 말없이 눈을 감고 고민에 빠지고 있었다.

 

 

 "다음주면 성년이 되는군요. 그 정도의 패기라면 K호텔의 훌륭한 차기 경영자가 될 겁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회택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보드카 잔을 벽에 던졌다.

 박살단 술잔을 보며 서변호사는 움찔 놀란다.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키웠는지 몰라! 8년 동안 피땀 흘리며 호텔체인을 만들었어! 이 오회택이가! 강정호가 아닌 바로 이 오회택이가! 그런데 이걸 몽땅 고스란히 강정호의 자식한테 주라고! 그럴 수야 없지! 절대 안돼!"

 "방법이 없습니다. 유언에 따라 다음주 토요일이 되면 준혁군이 지분의 70%를 가지게 되니까요."

 "없애버려!"

 "예?"

 "없애라구!"

 

 

 문밖에 선 재춘은 깜짝 놀랐다.

 거실 패치카의 재를 정리하려고 들어왔다가 회택과 서변호사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다.

 

 '이 일을 어쩌지? 어서 도련님께 알려야 해. 어서!'

 

 재춘은 황급히 마굿간으로 달려갔다.

 

 

 * * *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작은 약국 앞에 수완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수완은 잠들어 있는 약사를 깨워 간신히 약을 지어 나왔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목장을 향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 오빠. 내가 가서 치료해 줄게'

 

 갑자기 해드라이트 불빛이 번뜩이며 스쳐간다.

 그 바람에 수완은 넘어질뻔 했다.

 검은 색 자가용이 빠르게 수완을 지나쳐 목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수완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서둘러 패달을 밟았다.

 

 그 시각.

 한적한 도로를 작은 배낭가방만 달랑 맨채 준혁이 걷고 있었다.

 검푸른 밤바다는 고요하다 못해 차가웠다.

 저만치 선착장에 마지막 페리호가 보이자, 준혁은 절뚝이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막 출항하려는 페리호에 간신히 올랐다.

 

 어느 새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페리호는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선상위에 선 준혁이 가물거리는 시선으로 항구를 본다.

 선착장으로 들어온 승용차에서 깡패들이 우루루 내리고, 사람들을 확인하며 뛰어다닌다.

 준혁은 싸늘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 끔찍한 곳에서 드디어 나간다.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테다. 다시는!'

 

 열아홉의 준혁은 입술을 깨물며 다짐을 한다.

 그 순간.

 

 [오빠! 준혁오빠!]

 

 수완?

 준혁이 다시 뒤를 확 돌아보았다.

 저만치서 준혁을 부르며 수완이 선착장으로 달려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준혁은 차마 수완을 부르지 못한다.

 그저 그녀를 애타게 볼 뿐이다.

 수완은 목이 터져라 페리호를 향해 달리며 외치기 시작했다.

 

 [오빠.. 준혁오빠! 기다릴게.. 꼭 돌아와줘!]

 

 

 

 1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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