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두번째 금요일 : 짝꿍과 짝꿍
작성일 : 17-06-08 23:48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7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건이를 다시 만난 것은 역시 금요일이었다. 첫 개강일에는 수업이 일찍 끝나 본의 아니게 건이와 점심을 먹게 됐다. 알고 보니 12시 수업도, 3시 수업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9시간 연강을 신청한 멍청이가 여기 한 명 더 있었다니. 나는 어이 없어 했지만 건이는 예의 그 눈이 작아지는 웃음을 지으며 무척 좋아했다. 12시, 3시 수업도 각각 일찍 끝나 금요일은 거의 하루 종일 건이와 보낸 것 같았다. 여중 여고를 나와 남자 동기들이 아직 영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한 참이었는데, 어느새 건이와는 그런 감정이 금새 사라졌다.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많아서 인지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많은 스타일인 것 같았다. 12시에 있던 전공 수업에서도 건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벌써부터 선배고 동기들이고 건이를 찾았다. 확실히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지난 번 안면을 터 두었던 여자친구와 함께 앉을까, 하고 왁자지껄 사람들 속에 있는 건이를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었지만 수업이 시작할 때가 되자 어떻게 알았는지 금방 나를 찾아내 옆자리에 앉았다.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인지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얼굴을 마주 보자 방긋 웃어 보이는 건이에게 나도 웃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앞으로 금요일 짝꿍하면 되겠다."

 마지막 수업을 듣고 헤어지기 전 건이가 말했다. 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갸우뚱하고 있는데 건이에게 금방 전화가 왔다. 액정에 뜬 이름을 보자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금세 웃음을 띄고 다음 주 금요일에 봐, 하며 북적북적한 3월 캠퍼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새내기의 일주일이란 참으로 금방 지나가기 마련이라 정신없이 주말을 보내고 오니 어느 순간 금요일이었다. 평일 동안 마주칠 법도 한데 동기 모임이나 과 술자리에서 건이를 보기가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혹시 왔나, 찾다가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금방 잊어버렸다. 목요일에 있던 술자리에서도 한껏 기운을 빨린 터라 정신없이 학교에 왔는데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건이가 존재감을 뽐냈다. 내가 들어오자 마자 만면에 웃음을 띄며 손을 흔들었다. 아, 부끄럽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건이에게 속삭이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되게 일찍 왔다. 집 가까워?"

 "응, 나 집 되게 가까워. 여기서 걸어서 30분도 안 걸려."

 "부럽다…난 맨날 막차 끊길까봐 조마조마 하는데. 아, 그런데 어제 왜 안 왔어? 남자애들이 너 계속 찾던데."

 "일이 좀 있어서. 하도 뭐라해서 오늘은 갈라고. 너도 갈거지?"

 "나는 어제 너무 오래 있었어…지금도 졸려 죽겠어. 오늘은 안 갈거야."

 건이는 눈썹을 구기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 봤다고 아쉬운 척이야.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건이는 같이 웃더니 책상에 한쪽 어깨를 베고 누웠다. 눈이 조금 빨간 것이 나처럼 술을 마시다 온 건지 피곤해 보였다.

 "요새 너무 바빠, 나는."

 "바빠? 음…하긴 술자리가 많기는 하지. 수업도 들어야 하고…"

 나도 지난 일주일을 생각해보니 바쁘긴 정말 바빴다. 공강 시간에도 쉴 틈 없이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다. 그래서 지치고 피곤하긴 했다. 건이도 그래서 그런가? 나도 한숨을 쉬고 책상에 한 쪽 손을 올려 머리를 괴고 건이와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대학생이 되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공부 대신 사람 만나는 시간만 엄청 늘어난 것 같아. 내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나도."

 "그럼 원래 이렇게 보내는 건가봐.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

 내가 먼저 말하고 웃어 보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웃었는데, 건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 보기만 했다. 민망해라.

 "원래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이런 어려운 질문이라니. 대학 동기와 이런 철학적인 대화를 나눌 예상을 못해서 별 생각없이 살았는데. 음…

 "그래도 나는 그런 게 좋더라. 누구든 힘들고 어려운 점이 비슷하다는 거. 나는 이래서 너보다 더 아파, 하는 것보다는…같이 아픈 게 좋은 거 같아. 그만큼 서로 위로가 될 수 있잖아."

 생각나는 대로 말했는데 건이는 책상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는 교실을 나갔다. 나는 의아해서 그대로 건이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금방 돌아온 건이는 양 손에 데자와 한 캔 씩을 갖고 오더니 나에게 건넸다.

 "좋은 금요일 짝꿍을 만나서 기뻐. 선물이야."

 잠깐 건이의 얼굴에서 사라졌던, 예쁜 미소가 다시 뿅 하고 나타났다.

 

 밝기만 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되게 어려운 게 많나 보네. 재미 없는 수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건이를 흘끔 보았다. 지난 번 보았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아까 표정은 의외였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건이는 어딘가 묘한 구석이 있었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그냥 덩치 크고 해맑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카톡을 확인할 때나 종종 전화벨이 울릴 때면 어딘가 표정이 조금 굳어지고는 했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지. 그 표정의 이유를 궁금해 하지 말자. 수업 쉬는 시간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혼자 있던 건이의 그 표정을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표정을 궁금해 한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는지, 전공 수업 시작 전에 어김없이 사람들 사이에 있던 건이에게 누군가 물었다.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문자를 봐? 여친이야?"

 "그냥 집중한 거야."

 "오, 나 봤는데 건이 여친! 완전 예쁘던데!"

 "아냐. 걔는 여자친구 아니야."

 "오~그럼 썸녀야? 입학한지 얼마나 됐다고, 김건 완전 빠르네!"

 한바탕 농담이 이어졌지만 건이는 예의 미소만 지을 뿐 계속 여자친구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여자친구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그런데 그 표정은 여자친구랑 알콩달콩 카톡을 주고받는 표정은 아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남의 연애사 궁금해 하지 말자. 실례야.

 

 그러나 생각보다 건이의 그 여자친구 비슷한 사람을 만날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어째서인지 학생보다 수업하기 더 싫어하는 교수가 또 일찍 수업을 끝내 주었기 때문에 두번째 금요일도 건이와 나는 캠퍼스에 덩그라니 남겨졌다.

 "대학교 수업은 다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어이없다. 일찍 끝내주는 건 좋지만 2시간 일찍은 너무한 거 아니야?"

 계단을 내려가며 내가 한참 열을 내고 있는데 건이에게 전화가 왔다. 건이는 얕게 한숨을 쉬더니 내게 잠깐만, 하고 전화를 받았다.

 "응. 수업이 좀 일찍 끝났어. 벌써 학교 왔어? 지금 친구랑 같이 있어. 금방 거기로…"

 거기까지 말한 건이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핸드폰에 잠깐만, 하고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얼굴이 밝아 보였다. 뭐야, 뭘 기대하는 거야.

 "안영아."

 "응, 왜?"

 "새 친구 만들고 싶지 않아?"

 

 사실 새 친구야 거의 매일 매일 만들고 있는 중이었지만, 건이의 표정이 어딘가 절박해 보여서 나는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다음 수업 때까지 어차피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고 아직 캠퍼스에 혼자 있기에는 중고등학교 시절 무리지어 다니던 습성이 가시질 않아 어려웠다. 건이는 어쩐지 아침보다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일단 자기 친구가 있다는 카페로 가자며 나를 안내했다. 나는 왠지 불안해져서 건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떤 친구인데? 너랑 친해?"

 "내 소꿉친구야. 이웃집에서 쭉 자라고 학교도 계속 같이 나왔어. 대학도 같이 오려고 내가 재수도 했지. 사실 내가 공부를 안해서 그런 거지만."

 "응? 너 나랑 동갑이라며?"

 "아, 말 안 했나. 나 사실 빠른 이라 학교 1년 일찍 들어갔거든."

 나는 12월이 생일인데…이제 와서 오빠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어색해져 버렸다. 건이는 별로 개의치 하는 것 같지 않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진짜로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그보다는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것에 무척 흥분한 듯했다. 하도 성큼성큼 걸어서 걸음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건이의 친구는 학교의 골목길 중에서도 외따로 있는 작고 하얀 카페에 있었다. 와, 이런 곳이 다 있구나 할 정도로 세련되고 예쁜 카페였다. 카페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건이는 한참을 두리번 거리더니 저기있네! 하고 한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수현아!"

 이름을 불린 여자가 보고 있던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안 그래도 그 여자애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어디서나 눈에 띌 만큼 청초하고 예뻤기 때문이었다. 건이만큼이나 하얀 얼굴에 염색하지 않은 검은 머리가 귓가에 찰랑일 정도의 단발이 매력적이었다. 동기들이 말했던 건이의 여자친구가 이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런데 이 멍청이가 썸녀랑 만나는 자리에 나를 왜 데려와!

 "이쪽이야, 안영아. 내 친구 수현이."

 전화로 건이가 친구를 데려간다고 설명은 했지만 그래도 어색했다. 게다가 예쁜 여자 앞이라 나는 평소보다 더 긴장했다. 데이트 하자고 불렀을텐데 내가 반갑겠어. 나는 어정쩡한 미소를 띄며 건이와 수현에게로 다가갔다.

 "안녕! 네가 안영이구나. 얘기 들었어."

 의외로 수현은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소꿉친구라더니 웃는게 건이와 남매처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웃고는 있었지만 수현처럼 맑고 환한 웃음이라기 보다는 민망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것과 가까웠다. 건이는 자기 옆자리에 나를 앉히더니 웃으며 수현에게 말했다.

 "너하고도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앞으로 금요일마다 나랑 짝꿍이거든."

 9시간 연강을 듣는 멍청이가 둘이라고 자랑을 해라, 아주.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건이를 바라본 나와 달리 수현은 부럽다고 말하며 자기는 아직 같은 과 친구가 많이 없다며 슬퍼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솔직해져 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예쁜 사람에게는 낯도 안 가리고 친절해진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나도 친구 없어! 셋이 금요일 친구하자, 그냥!"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열아홉번째 금요일 : 잠결에 2017 / 7 / 31 257 0 10338   
19 열여덟번째 금요일 : 여름밤 2017 / 7 / 31 251 0 7219   
18 열일곱번째 금요일 : YOU OR ME 2017 / 7 / 31 263 0 7318   
17 열여섯번째 금요일 : 나랑 닮았어 2017 / 7 / 28 259 0 5715   
16 열다섯번째 금요일 : 여름의 시작 2017 / 7 / 24 262 0 6912   
15 열네번째 금요일 : 그러나, 우리 사이의 중력 2017 / 7 / 23 261 0 5039   
14 열세번째 금요일 : 멀어지기 2017 / 7 / 18 261 0 6547   
13 열두번째 금요일 : 곤두박질 (1) 2017 / 7 / 11 284 0 3970   
12 열한번째 금요일 : 불편한 초대 2017 / 7 / 6 279 0 4166   
11 열번째 금요일 : 제3자 2017 / 7 / 2 296 0 4112   
10 아홉번째 금요일 : 중력, 가까워지기 2017 / 6 / 26 263 0 4578   
9 여덟번째 금요일 : daybreak 2017 / 6 / 23 279 0 4204   
8 일곱번째 금요일 : 그들의 관계 2017 / 6 / 20 268 0 4479   
7 여섯번째 금요일 : 두근두근 2017 / 6 / 18 255 0 4421   
6 다섯번째 금요일 : 내게 필요한 말 2017 / 6 / 16 278 0 4416   
5 네번째 금요일 : 이건 데이트가 아냐 2017 / 6 / 13 272 0 5121   
4 세번째 금요일 : 연애상담 (2) 2017 / 6 / 11 309 1 4164   
3 두번째 금요일 : 짝꿍과 짝꿍 2017 / 6 / 8 276 0 4723   
2 첫번째 금요일 : 비오던 날 (1) 2017 / 6 / 6 336 2 4227   
1 Prelude - 편지 2017 / 6 / 6 444 2 103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