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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의 코드명은 REAPER
작가 : 리나
작품등록일 : 2017.6.6

오더를 받으면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킬러, 리퍼(잭슨). 보스의 유언으로 보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같이 살게 된 소녀를 감시하게 되고, 이제껏 무기력하게 살던 잭슨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데... (화/금+a 연재예정/감사합니다.)

 
2화.세상에 이 내가 변태 아저씨라니!
작성일 : 17-06-08 23:16     조회 : 312     추천 : 2     분량 :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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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칵'

 

 문을 열자 넓지 않은 욕실이 펼쳐졌다. 욕조는 샤워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반투명한 재질이어서 안에 있는 여자의 몸매가 드러나 보였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랐는지 커튼 사이로 여자애의 얼굴이 빼꼼 나왔다.

 "........??? 꺄아아아아아악!"

 '미인계로 날 방심하게 하려는 적의 속셈인가!'

 

 잭슨은 흐트러짐 없이 여자를 계속 경계했다. 이십 대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여자애는 고양이 같은 얼굴에 정이 많아 보이는 눈매를 하고 있었다.

  밝은 갈색의 긴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것을 빤히 보고 있자 여자애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뭐, 뭐야, 당신?! 뭘 그렇게 계속 보고 있어?! 당신이 요새 출몰한다는 동네 변태야?!"

 '...시끄러운데 죽일까? 아니, 이 여자가 주요인물일 수도 있어.'

 "뭘 그렇게 물끄러미 보고있냐니까! 당장 나가!"

 "....흥, 위장하고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뭔 소리야? 내 말 이해 못하겠어?! 외국인인가? ㅡ아이씨!"

 

 여자는 손을 뻗어 선반에 있던 큰 수건을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잭슨.

 "설마, 너....일반인...인..가?"

 "뭐? 한국어 할 줄 아네? 그런데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는 건데? 아저씨 내가 당장 경찰에 신고할줄 알아요!"

 

  또 함정인가. 다시 보스의 장난질이 발동한 건가!

  잭슨은 한 순간 사고가 정지했지만,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자가 핸드폰을 집으려는 걸 보았기 때문에. 여기서 잡히면 끝이라는 생각에 어딘가로 달려갔다.

 도망치는 그를 잡기 위해 여자가 수건을 끌어안고 따라나섰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건 창 밖으로 뛰어내리는 잭슨이었다.

 

 "헐?!!! 아저씨!! 여기 이 층이란 말이예요!"

 '쨍그랑!!'

 

  그는 복도 끝 유리창으로 몸을 날려 화려하게 도주했다. 킬러는 자고로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려봤기 때문에 도주 능력 또한 굉장히 출중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정신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이런 젠장...! 이대로라면 바로 경찰이 따라 붙겠군! 호텔 사각지대로 우회해서 신속하게 방으로 들어간다!'

 

 잭슨은 젖 먹던(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힘까지 쥐어 짜 질주했다.

 '...........제기랄 대체 뭐냐고 보스자식!!'

 

  ------

 

 '푸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 천하의 리퍼가, 하하하하하하학! 아이고 배야!! 으하하하하하학!'

 

  호텔 방 안에 헤더의 목소리아 가득 퍼졌고, 잭슨은 얼굴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던져버릴까 깊이 고민했다.

 ".....헤더. 귀국하면 죽일테다. 끊어."

 '크흡!...아, 아니야!!! 끊지마! 잭슨! 어제 또 다시 네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단 말야!'

 

 수화기 넘어로 살의를 느낀 헤더가 다급하게 외쳤다. 잭슨은 '편지'라는 말에 핸드폰을 던지려고 올렸던 손을 빠르게 내려 귀에 바짝 붙였다.

 "그래?"

 편지 내용이 미친 듯이 궁금했지만 최대한 무심한 척 답했다.

 

  헤더는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DEAR. JACKSON

 한국엔 잘 도착했니? 어릴 때 헤더와 셋이 종종 여행가곤 했었는데 말야, 오랜만에 가니 더 좋지?

 서울도 많이 바뀌었지. 나 대신 구경하고 일기 좀 써라.

 

 서론은 그만하고, 너에게 두 가지 미션을 주겠다.

 1. 오늘 갔었던 집에 들어가, 여자를 감시해라. 내 마지막과 관련된 자일 수 있다.

 

 2. 인천 OO부두 6987로트 3265컨테이너 근처로 가서 마약밀매 현장을 소탕하고, 한국 경찰에 넘겨라.

  단, 절대 정체를 들켜선 안 되고 잔챙이는 죽이지 마라.

 ※관리자 두 명과 두목은 죽여라.

 

 Good luck, jack

 - your boss - '

 

 'ㅡ라고 하신다.'

 "....말도안돼."

 멍한 표정의 잭슨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그렇지? 지금 말도 안 돼지?'

 "그러고 나왔는데 내가 다시 그 집에 어떻게 들어가냐고!"

 '그ㅡ. 푸훕....그 그렇지, 너는 지금 '변태 외국인 아저씨' 상태니까....푸...푸크흡...!'

 "야!!"

 

 아직도 눈에 선명하다. 그 여자애가 나를 봤던 시선, 여자에게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이제껏 클럽에 가거나 길거리를 지나가면 동서양 혼혈인 자신의 얼굴과, 몸매 때문에 조금만 걸어가도 헌팅을 당하기 일쑤였다. 영국에서는 몇몇 여자들에게 로망의 대상으로 거론되며 인기가 꽤나 높았던 자신이었는데.

 

 그 여자애의 눈빛은 그냥.... '변태 외국 아저씨' 를 보는 눈빛이었다.

 

  어떠한 위장을 해서 들어간다 한들, 그 여자애가 나를 믿겠냐고! 감시라니! 이런 상황에서 감시라니!!! 보스, 처음부터 감시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을 해 주던가 왜 이런 상황을 만드냐고 이 X같은 자식아!

 

  그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헤더는 자꾸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냥 인기척 없이..... 먼 발치에서 감시하면 안되겠지?"

 '왜, 천하의 리퍼가 쫄았어? 나 지금 다른 녀석이랑 통화하는 중이었나?'

 "농,담이다."

 '오~호~그러시겠지~. 잘 해봐, 전달사항은 여기까지니까. 그럼 빠이이~'

 '뚝'

 "매정한새끼. 저런 놈이 불알친구라고."

 마치 헤더가 할 법한 대사를 중얼거리며 푹신한 침대를 주먹으로 ‘퍽’ 소리 나게 내리쳤다.

 '퍽, 퍽, 퍽퍽, 퍼억, 퍽!!'

 'X톡'

 

  괜한 화풀이를 하고 있던 차에 핸드폰 문자음이 울렸고, 그는 느릿느릿 액정을 확인하며 미간을 좁혔다.

 '무기책 1분 후 도착예정 'p-cho' -Header-'

 "이런."

 

  킬러들은 배려가 없다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킨 후 왼 손에 나이프를 쥐었다. 기척 없이 현관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 현관 문을 작게 두드렸다.

 '똑똑'

 "password?"

 "chocolate"

 문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경계를 풀지 않은 상태로 문고리를 돌렸다. 백금발의 동양인 여자가 검정색 서류가방을 가지고 들어왔다.

 

 "헬로~ 당신이 J?"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자연스레 거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중앙에 위치한 긴 소파에 털썩 앉아 씨익 웃었다.

 

 "와, Mr. rick(헤더의 가명)한테 들었지만 당신 정말 미남인데?"

 "물건만 내놓고 가시지."

 "음~ 딱딱해라. 거래를 하려면 서로 마주보고 해야지. Come on!"

 

 잭슨은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여자를 보다가, 그녀가 앉은 소파에서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음~ 내 옆 자리 비었는데 왜 거기에 앉아?"

 "당신 Mr. rick이랑 비슷하네. 그런 타입 질색인데."

 "어머 실례네! 날 그런 가벼운 남자에 빗대다니"

 

 여자에게 왠지 모르게 헤더의 기운이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헤더만큼 그 쪽도 꽤나 가벼워 보이는데. 꼭 지 같은 것만 골라서 보낸다니까.'

 

 여자는 서류가방의 패스워드 다이얼을 돌려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 안에는 권총 두 자루와 탄창 여러 개가 들어있었고, 라이터와 볼펜도 두어 개 있었다.

 

 "이래봬도 얘네들 만든 장인이 직접 온 거니까 감사하라고."

 그녀의 말에 잭슨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능청스럽게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다시 쳐다본다.

 

 "뭐? 여기 그런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소릴 하지?"

 "푸흡!! 핵노잼이라더니 진짠가봐.. 푸하하핫!"

 "....."

 한국의 무기상이란다. 무기 제조 장인이란다, 죽이면 안 된다. 잭슨, 아직 이 여자 죽여선 안 된다.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눈을 살짝 감고 한숨을 쉬는데, 순간 몸이 앞으로 잡아당겨졌다.

 

 '쿠당탕!!!'

 그녀가 빠른 움직임으로 잭슨을 바닥으로 끌어내렸고 그 위에 올라타 잭슨을 제압했다. 잭슨이 반사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그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졌다.

 

 "어~머. 이 거리에서 보니까 당신 더, 섹시한데? 울려보고 싶게."

 여자는 입맛을 다시듯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잭슨의 얼굴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고 그는 더욱 불쾌해졌다.

 "내려가."

 "싫은데?"

 

 잭슨은 오른손을 올려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짚었고 여자는 재밌다는 듯이 그를 지켜봤다. 그는 피식 웃으며 여자의 긴 머리를 슬쩍 잡아 눈 앞으로 가져왔다.

 

 "키스라도 하시게?"

 "탈색을 많이 했나보군"

 "...뭐어?"

 "머리 끝이 상했네? 미용실 좀 가지 그래, 저기 있는 빗자루가 더 낫겠어"

 "이씨!!! 당신 뭐야! 매너가 꽝이네!"

 여자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닥에 깔려있는 잭슨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보자, 그녀는 뭐라고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잭슨은 상체를 일으켜 소파에 머리를 슬쩍 기댔고, 여자가 그의 눈을 피해 현관쪽 몸을 틀었다.

 

 "으~씨. 뭐 저렇게 생겼어?! 뭐, 당신을 어떻게 해 볼 시간은 충분하니까. 또 보자고!! 난 간다 sexy guy!"

 "다신 보지 말자. 가다 죽어버려."

 

 '달칵'

 자동으로 잠기는 문이 완전히 닫힌 걸 확인하고 잭슨은 다시 느릿느릿 바닥에 누워버렸다.

 

 "하- 맙소사. 그 여자애 얼굴을 어떻게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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