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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첫째 날 저녁, 김테인.
작성일 : 17-06-08 22:08     조회 : 474     추천 : 0     분량 : 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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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하지만 그러기엔 힘이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늘이면 됩니다. 빛에 하나. 심장에 하나. 온기에 하나. 감각에 하나. 여인은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듣기만 하던 이야기를 직접 써내려가는 것은 이제껏 몰랐던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입니다.

 

 테인은 지하철 역사 앞 신호등에서 우측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밖으로 나온 그의 시야에 전단지들이 무성한 철판 펜스가 들어왔다. 5일 전 들렀던 장소에 다시 한 번 들른다는 답답함에 그는 숨을 들이키며 역사 앞에 있는 전신 거울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코트에 흰색 블라우스. 짙은 군청색 진을 입은 모습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 꼴은 말이 아니었다. 제대로 씻지 못해 머리에는 기름이 뭉쳤고 흑요석처럼 은은하던 눈동자는 스트레스로 길게 찢어진 채 탁해졌다. 하지만 5일을 철야로 지새운 사람치고는 걸음걸이에 힘이 있고 얼굴에는 피곤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테인은 펜스를 따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그 너머에 있는 폐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공사가 끝나지 못한 채 버려진 지 20년을 넘어가고 있는 7층 건물, 건물을 둘러싼 1층 높이의 철판 펜스 너머로 바람을 막아줄 창이 없이 먼지가 쌓인 콘크리트와 방치된 채 속이 녹슨 공사용 승강기가 시선을 끌었다. 그는 쇠사슬이 두 겹으로 걸린 입구를 보고는 주변을 살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펜스로 다가가 철판 하나를 잡아당겼다.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펜스가 바깥쪽으로 구부러져 들어갈 틈이 생겼고 안으로 들어선 테인은 다시 철판을 당겨 펜스를 되돌렸다.

 

 철장 안쪽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버려진 도구들로 가득하다. 그의 발끝에 걸린 유리병이 공중을 날아 지면에 박힌 안전모에 부딪히고는 버려진 비늘봉지 사이를 나뒹굴었다. 그 사이를 걷던 테인의 시선이 부러진 철봉에서 멈췄다. 철봉 주변은 증거품 수집으로 이곳에서 유일하게 깨끗하다. 그 중심에 있는 부러진 철봉은 지면에서 하늘을 향해 거의 직각으로 세워져있고 부러진 단면 끝은 상당히 붉게 녹슬어 예리하게 보였다.

 

 위를 올려다보니 단면 끝이 건물 옥상의 모퉁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유리조각 하나 없는 지면을 살피던 그의 시선에 금이 간 콘크리트 사이에 낀 검은 구슬이 들어왔다. 5일 전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손바닥 위에 구슬을 올리고 이리저리 굴리며 자세히 살폈다. 구슬에는 실금하나 없다. 문구점에서 파는 것은 아니지만 진주 같은 특별한 소재가 아닌 일반적인 유리구슬이다.

 

 테인은 눈을 수차례 비볐다. 그의 시야가 붉게 물들며 그 안에 배배꼬인 연기와 같은 형상을 한 것들이 비쳤다. 그 색도, 눈에 보이는 느낌도 모두 제각각. 그곳에 있었던 사람을 표시하는 연기들은 그 뒤로 이어진 가느다란 실들을 따라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는 공중에 얽힌 실들을 손으로 시야에서 밀어냈다. 구슬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런 연기뭉치도 보이지 않았다. 유리구슬을 떨어뜨리면 손상이 있었을 테니 직접 가져다 놓았을 것이다. 테인의 얼굴에 미소가 맺혔다. 사람은 스스로 흔적을 지울 수 없으니 신이 달라붙은 협력자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지난 4일간 했던 조사가 헛고생이 되지 않았다.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20년 전 공사가 중단된 이후 은행에 압류되었음에도 관리인 하나 없는 내부는 이전에 노숙자들이 머물렀음을 짐작하게 하는 음식물의 포장 비늘이나 술병조각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계단을 올라 옥상에 도착한 그의 시선에 조사를 위해 올라왔던 경찰과 유족을 포함한 10여개의 연기뭉치들이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아래에서 보았던 옥상의 모퉁이로 향했다. 둥글게 뭉친 노란색 연기가 옥상 끝에 있었다. 그는 공중으로 이어진 노란색 연기를 잡았다. 시야가 황갈색으로 변하며 다른 색들이 사라졌다.

 

 노란색 연기가 모여 있던 모퉁이를 다시 보자 모퉁이에 있던 노란색 연기가 교복을 입은 채 난간에 앉아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는 연기를 놓았다. 여학생의 손에 직사각형으로 뭉친 노란 연기가 귀로 들려졌고 입가가 움직이며 몸이 위 아래로 흔들렸다. 귀에 닿았던 연기 뭉치는 무릎으로 내려왔다가 귀로 돌아가기를 수차례 반복했고 20분 정도 지나자 여학생은 직사각형의 연기 뭉치를 옥상 밖으로 던졌다.

 

 본체에서 떨어져 사라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테인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시신이 발견되었던 날 도로에 부서져있던 휴대폰 액정조각이 기억났다. 여학생은 그대로 일어나 몸을 밖으로 기울였다. 테인은 옥상 모퉁이로 뛰어갔다. 여학생은 아래로 떨어졌고 아래를 바라본 테인의 시선에 철봉에 꽂힌 노란색 연기 뭉치가 들어왔다.

 

 그는 철봉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펜스 밖으로 옮겼다. 시야가 붉게 변했고 건물 주변에 가득 찬 연기들이 들어왔다. 5일전에 비해 늘어난 풍경에 한숨을 내쉬며 눈을 수차례 감았다가 떴다. 눈 아래로 수 방울의 피가 흘렀고 눈은 검은 색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쉬움에 여학생이 떨어진 옥상 난간에 앉아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안에 있는 건 확실한데.”

 

 그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구름은 지난 3,4개월 사이에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흔적이다. 그가 찾는 것은 여학생이 죽은 후 시신에서 나온 피를 먹어버린 신과 그 신이 붙은 사람. 시신이 발견된 당일 그는 이곳에 와서 여학생의 흔적을 찾았지만 시신이 방치되어있던 철봉 주변으로 다가온 사람은 없었고 대신 건물 주변을 둘러보았었다. 그러나 버려진 건물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옆이 역을 둔 번화가다 보니 펜스 밖으로 보이는 수백을 넘어서는 연기에 막혀버렸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저녁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레노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번 정리할 시점이다.

 

 

 

 가게로 돌아온 테인이 문을 열자 다관과 찻잔이 두 개 놓인 원형 테이블에 앉은 하빈이 그를 맞았다. 테인은 찻잔이 남은 자리에 앉았다. 찻잔에 담긴 토파즈 색에서 나는 부드러운 향을 맞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는 2층으로 이어진 나무계단을 바라보며 하빈에게 물었다.

 

 “호련이는 어디에 있죠?”

 “오늘은 아마 늦을 거예요.”

 

 테인은 오늘 그가 돌아온다고 연락한 시점에서 하빈이 호련에게 전했음은 짐작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신이 얽힌 상황에서 하빈이 내리는 판단은 절대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가 나중에 호련을 불러 몇 마디 보탠다 한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머리와 눈이 조금 맑아지며 해야 할 말이 모두 정리되었다.

 “죽은 여학생의 이름은 김하연, 호련의 옆 학교인 대린 고등학교에 진학한 여고생입니다. 현장에서 도보로 2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웃의 말로는 작년 겨울 아버지인 김진근이 불륜을 저지른 이후 집을 나간 뒤 부부가 서로 별거에 들어갔답니다. 그 과정에서 중학생 여동생인 김하윤을 포함한 두 딸은 어머니인 이유인 쪽에서 최근까지 맡고 있었습니다.”

 그는 피곤해진 눈꺼풀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이웃은 정확한 기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제 눈을 감안할 때 작년 12월 초부터 지금까지 4개월 정도로 추측됩니다. 지난 4일간 이유인은 집에 들어간 저녁 8시 이후로 외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딸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우울해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되는 사람은?”

 “현재 이곳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의 오피스텔을 쓰고 있습니다. 모녀의 집에 지난 몇 개월간 수차례 드나든 흔적이 있었지만 이웃의 말로는 그리 환영받지는 못했던 듯합니다.

 하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웃분이 자세히 알려주셨네요.”

 “명함들은 집 앞에 널려있더군요.”

 

 하빈은 어이가 없는 듯 쿡쿡대며 웃음을 삼켰다. 테인은 찻잔을 비웠고 그녀는 미소 지으며 다관을 기울였다. 붉은 오미자차가 떨어진다. 흐르는 피가 찻잔을 채웠고 전등 빛을 받은 수면은 말라가는 핏빛과 비슷했다.

 

 “신에 관해서는 어떻게 되었나요?

 “오늘 현장에 다시 찾아갔다가 발견한 겁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테인은 철봉 옆에서 주웠던 검은 구슬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하빈은 구슬을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시 그에게 건넸다.

 

 “기억을, 흔적을 모두 지웠군요.”

 “단순한 위로의 의미로 꽃 같은 것을 두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잠깐 묻은 기억마저 모두 지웠다는 것은 저희에 관해 알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알려진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놓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겁니다.”

 "속임수일 가능성은요? 저희에 관해 알고 있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걸 아는 거잖아요."

 

 그녀의 입가에 웃음기는 사라졌다. 가늘어진 눈과 입에서 이질적인 압박에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끝맛이 살짝 썼다.

 

 “말씀하신대로 저희를 놀리려고 하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고 생각됩니다. 혼란시키기 위함이었다면 이 마을을 나가 전국 곳곳에서 살인을 벌여 힘을 키운 후 돌아와 판도라를 죽이면 됩니다. 5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번거롭게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지요. 사람이 있습니다. 신에게 협력하는."

 

 그는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죽은 이하연의 친구들에게서 단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망시간은 발견된 시간으로부터 7시간 전인 밤 11시. 그 시간대에 전화가 걸려왔었다고 하더군요. 제 눈으로 본 여학생은 떨어지기 전에 20여분 정도 5차례 통화를 했습니다. 제가 만난 친구는 6명, 그 중 4명이 전화를 받았고 시간 합계는 14분 이었습니다.”

 “6분의 공백이 있네요.”

 “친구들은 각자 신세한탄이나 즐거웠던 이야기를 가볍게 나눴을 뿐이고 이후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피를 신에게 먹이기 위해서는 시신에서 흐르는 피가 굳기 이전에 가야하니 한기가 있는 새벽시간대에는 불가능합니다. 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감안할 때 전화를 받은 직후 그곳에 간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가까운 사이겠네요. 그 나이대의 여자애라면 애인일까요? 아니면 아버지?”

 “내일은 김진근을 감시하며 주변관계의 행동을 알아보겠습니다. 괜찮겠다 싶을 때는 접촉도 해보죠.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2층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호련은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전에 하빈은 그에게 신의 힘에 관해 언급했었다. 한 명씩 먹을 때마다 힘을 회복하며 세 명째가 되면 다른 사람으로 한차례 옮겨갈 만큼 힘을 얻는다. 그 중 판도라를 품고 있는 서영은 이 세상 최고의 육신이다. 세 명의 시점에서 테인은 서영을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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