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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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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liel86
작품등록일 : 2017.6.4

[준먼치킨][반전다수][이계진입][통수전개][퓨전수다]

최첨단 AI가 관리 운영하는 RPG에서 잘 나가던 네임드 유저들, 기이한 퀘스트 종료 이후, 각자 이계에서 눈을 뜨다. 능력도, 외모도 만렙인 채!

게임 세계를 닮은 세계 세르네키아에 온 후, 어쩐 일인지 자신의 이름을 잊은 주인공 (게임 닉네임) 라그나.

그는 마지막 퀘스트에서 쓰러뜨린 악마의 말을 기억하고, 악마가 언급한 '거신들'을 찾아 나서는데...

 
1 세르네키아의 평행 세계(6) - 1장 完
작성일 : 17-06-08 11:10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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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즈모어 마을은 제국 변경에 있었지만 수도가 가까워 변경 중에서는 甲변경에 가까운 마을이다. 그래서 황실에서 파견한 행정관도 있는 마을이었다.

  그 행정관저의 지하, 딱 봐도 비밀의 방스러운 곳.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돌의 질감이다. 바닥과 벽, 지하실의 유일한 가구인 원탁까지 고운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벽에 걸린 고급스러운 붉은 색 태피스트리에는 제피리아 제국을 비롯한 대륙 서북부 국가들 지도가 수놓아져 있었다.

 

  '여기까지면 뭔가 북유럽 디자인 같기도 한 심플 세련됨이 있을텐데 말야...'

 

  옥의 티(?)가 있었다. 그건 괴물 머리 박제였다. 카코이드와 썩은 마귀의 대가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루빌라가 내가 궁금한 걸 물었다.

 

 "그냥 평범하게 사슴 머리 이런거 걸어놓으면 안되나요?"

 "안락한 방으로 꾸미기는 쉽겠죠. 하지만 마을 주변에 있는, 이제는 득시글댄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괴물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상기해야죠, 저희 자경단이 상대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 형씨 꽤나 윤리 교과서같은 사람이었구만. 리사가 시큰둥했던 게 또 설명이 된다. 아무튼 펠린은 우리의 은인이자 마을의 은인이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단장님은 왜 정체를 숨기시는 건가요?"

 

  내 물음에 뱁새눈의 검사, 티르가 답했다.

 

 "단장님은 위명이 알려지길 원치 않으십니다. 조용한 삶이 그 분의 바람이죠. 동시에 정의감과 인간미가 넘치시는 분이기도 하고요. 지나친 아부를 하는 것 같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지나친 아부 맞는 것 같아요 아저씨. 헐겠다 헐겠어.

 

 "저, 정의감이나 인간미란 말은 저랑 어울리지 않아요. 그냥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게 부, 불편한 거, 딱 그 정도입니다."

 

  어리숙한 척 할 때 말을 더듬는줄 알았는데, 펠린이 말은 원래 좀 더듬는 편이구나. 싸울 때는 멀쩡하던데. 무대 체질이신가 보다.

 

  펠린 에이나르손이 모국 솔다드를 떠나 자신을 은폐한 건 전설적 마도사의 후손이자 대마법사로서의 유명세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만났던 사람들은 마법사로서의 펠린만을 보았기 때문에 인간 펠린은 고독을 느꼈다(나중에 루빌라는 '그 사람은 마법사라기보다는 시인이 됐어야 한다'라고 했다).

 

  펠린의 자기 은폐 전략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교묘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바꿔버리고(오드아이, 밋밋한 이목구비 다 마법으로 바꾼 거였다. 요리마법 뿐 아니라 성형마법에도 능한 듯 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여기 세르네키아의 마법사들은 자기 얼굴이고 남의 얼굴이고 마법으로 바꾸는 일이 흔하다. 게임의 세르네키아에서야 그래픽 좀 만지면 됐겠지만.), 바보같은 행동만 골라서 하며 자신을 펠린 에이나르손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자연스럽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숨기기 위해 대놓고 드러내는 과감한 전략을 잘 썼다.

 

  게다가 그 이후 스스로를 펠린 에이나르손이라고 주장하는 놈팽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대부분 일확천금을 노리는 얼치기 마법사들이었다. 펠린은 당시 에이나르손이라는 성을 쓰는 유일한 마법사였고(전설의 마도사 가문이 왜...), 에이나르손 가에는 명가에 걸맞은 엄청난 재산이 있었다(가문에 돈이 돌다 보니 힘들게 마법을 연마하는 이들이 없어졌나보다...). 그런 에이나르손 가의 펠린이 자기가 상속받을 재산을 현금화해서 크로나 은행에 넣고는 자취를 감춰버렸는데, 그 돈을 노리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나 펠린이오, 마법으로 용모를 바꿨소 하며. 물론 크로나 은행이 거기에 속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조직은 아니었지만.

 

  완벽했다. 펠린은 스스로를 펠린이라 주장하는 허접 마법사 나부렁이 중 하나가 된 거다. 부유한 잡화상 딸 리사의 꽁무늬를 쫓아다니며 혼테크를 도모하는 듯한 꼴도 보였으니 영락없는 레플리카(?) 펠린으로 거듭났다.

 

  내가 말했다.

 

 "뭐 보통사람들이야 속여도 제피리아 제국 수뇌부의 정보망마저 속이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제국정보원 부원장이 제 발치에 앉아서 아펙스를 피우고 있더군요. 백은으로 된 제국정보원 간부의 흉패... 그런 걸 몸에 건 높은 관리가 마, 마약을 하고 있는 모습이 참... 그 분은 라나스 1황녀의 최, 최측근 중 하나였어요. 제게 대뜸 묻더군요. 제피리아에 왜 왔냐, 무엇을 원하느냐고."

 "무섭네요."

 "네. 제가 어디 있는지 찾아낸 것도 무서웠지만, 더 무서운 건 마법사로서 제가 어떤 상황인지도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 단신으로 제 방에 있었겠죠."

 

  펠린은 솔다드 왕국 남단의 프리가 대초원에서, 지금은 작고한 그의 아버지에게 마법을 배웠다. 아카데미가 아닌 자연에서 가문의 비기를 전수받는 대마도사 가문의 계승자. 한 때 펠린은 마나를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화려한 폭력을 퍼붓든, 질병과 상처를 치료하든, 마술쇼를 하든 자유자재였다.

 

  그러나. 솔다드와 라미족 내 반 솔다드 세력이 벌인 국지전(게임에서 하이스트 패러딘 칭호를 얻기 전 나는 라미족 편에 서서 싸웠었다)에 동원되었을 때 펠린은 인간의 바닥을 봤다고 한다. 그것은 정복하려는 강자, 저항하는 약자의 구도 이상이었다. 실제 교전이 이루어지는 순간, 양자는 모두 이성을 잃은 권력의지의 화신이 됐다.

 

  그 때 펠린은 인간의 바닥 뿐 아니라 자신의 바닥도 보았다. 자신의 공격 주문이 작렬한 자리에서 라미족 군병들은 말그대로 '소거'되었다. 그는 누군가의 아들이고 애인이고 아버지였을 이들이, 누가 누군지 구별될리 없는 조그만 단백질 조각만을 남기는 걸 봤다.

 

  펠린은 그 이후 파괴적인 모든 마법을 봉인했다. 스스로 뇌의 일부를 훼손시켜 다시는 공격 마법을 쓸 수 없는 몸으로 만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하지만 제피리아 제국정보원은 알았다. 그래서 부원장은 펠린이 자신을 해할 수 없음을 알고 혼자서 대마법사의 거처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 자체로 무언의 위협. 우리는 네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뿐이겠어, 제국군 병사들이 밖에 깔려 있었겠지.'

 "전 숨길 게 없었으니 모든 걸 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부원장은 금방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사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는 제, 제피리아에서 원하는대로 지내라고 했습니다. 본인과 1황녀님이 수긍할만한 기여를 제피리아에 한다면."

 "공격마법이 봉인됐을 뿐 여전히 대단한 마법사를 활용하려 했군요."

 "네. 나,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습니다. 밥만 축내는 외지인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숨겨진 자경단장이라. 제피리아와 펠린 님 모두에게 좋은 방향이군요."

 "수도 외곽의 마을을 제가 지키면 제국은 여기에 경비병을 파견할 필요가 없었어요. 많지 않은 수의 자경단이지만 카, 카코이드 수준의 마물이 마을에 얼씬대지 못하게 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마을에 외국군이 들어올 염려도 별로 없고요."

 

  침략자가 이 지역까지 들어온들 수도로 직행하겠지. 이런 작은 마을 뭘 신경 쓰겠나.

 

 "이 마을에서 제 정체를 아는 건 자경단원 일부와 해, 행정관 뿐입니다. 그 단원들은 믿을만한 사람들이고, 행정관은 함구하라는 중앙의 지시를 어길 수 없겠죠."

 

  펠린은 이렇게 말하며 따뜻한 눈길로 티르를 바라보았다. 펠린, 티르가 좋아요 리사가 좋아요? 같은 유치뽕짝 질문은 마음 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루빌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제국이 펠린 님같은 마법사를 조그만 마을 수호하는 용도로 쓰고 만족한다라? 좀 이상한데요."

 

 "마, 맞는 지적이십니다. 유사시에는 저를 불러가겠죠. 그래서 수도 가까운 마을에서 벗어나기 어...어렵게 해논 것일테고요..."

 

  깊은 밤이 더 깊어져 이제 새벽이 밝아오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밤의 끝을 보냈다.

 

 "많은 일들이 있던 바, 밤이었습니다. 이제 들어가서 쉬십시오. 부디 제 정체에 대해선 말씀하지 마, 말아 주세요. 특히 리사와 리리아가 알게 될 걸 생각하면..."

 

  그래. 특히나 리리아에겐 펠린의 진실을 말해주고 싶지 않다. 근데 왜 리리아와 리사가 아니라 리사와 리리아야, 리리아가 언니인데? 이 형님 진짜 리사 좋아하나.

 

  그 의문을 접어두고, 나와 루빌라는 리리아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루빌라에게 말했다.

 

 "펠린 그냥 우리 세계로 넘어와서 강남에 성형마법시술소 같은거 차리면 대박날 것 같지 않아? 자기 눈에 얼굴은 그렇다 치고 리사 가슴까지 그 사람 작품일 줄은 몰랐네."

 "금수저녀 가슴성형 해준 얘기 할 때 펠린 표정 봤냐. 가관이었어. 뭔가 순수함과 부끄러움이 황금비율로 뒤섞인..."

 

  우리는 낄낄댔다. 다시 떠올려보니 라자냐 수프는 먹을만 했던 것 같다.

 

 

 

  덕후 취미에만 몰입하면서 살 수 있는, 부유한 잡화상의 딸, 리리아 휠른. 젊은 나이에 수도 부근에 자기 소유 집이 있는 그녀에게도 사랑을 쟁취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펠린 에이나르손은 '진짜' 에이나르손이고, 숨겨진 마을 자경단장이라고요. 리사를 좋아한다는 건 연극일 가능성이 높고, 리리아에 대해서는 연극조차 하지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같은 흰소리를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 쯤 리리아가 말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 못 느끼셨나요?"

 "글쎄요. 혼자 주무시다가 저희가 있어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불편하긴요! 그런 건 아니에요. 너무 멋지고 예쁜 이계 분들이 머물러 주시는데 그럴 리가 있나요."

 

  망령의 제왕들이야 펠린이 펼친 공간에서 주로 처리했으니 별 거 못 느꼈을테고, 처음 호숫가에 나타났던 카코이드들 조질 때나 좀 시끌벅적했을 텐데. 그래도 리리아의 집과 호수는 꽤나 먼 거린데, 이 아가씨는 촉이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사실을 말해주는 건 꺼려진다. 마을이 마물의 습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걸 주민이 알면 혼란만 생길 터. 우리는 간밤의 일을 함구하는 게 자경단이 바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루빌라가 말을 돌렸다.

 

 "리리아가 마법스러운 거에 관심이 많으니까 물어볼게요. 악마의 신전이 어딘지 알아요? 솔다드 북해 레드아이 섬에 있는 거 맞나요?"

 

  역시나 루빌라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우리가 원래 현실의 게임에서 수행했던 마지막 퀘스트. 여기서는 하이스트 패러딘 다섯이 아니라 펠린의 조상 에이나르가 거악을 멸했다는 곳에서, 뭔가 이 세계를 벗어날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 리리아가 도리질했다. 귀엽게.

 

 "레드아이 섬은 맞아요. 하지만 악마의 신전 건물은 터만 남아 있어요. 아니, 터라고 하기도 뭐하네요. 그냥 아무것도 없어요. 옛날에는 있었는데, 사라졌다고 해요."

 "엥? 건물이 사라지다니... 뭐 철거하거나 한 건가요? 파괴된 건가?"

 "둘 다 아니에요. 라미족 민담에 그에 관한 신기한 얘기가 있긴 한데... 그런데 라그나 님이랑 루빌라 님은 왜 악마의 신전에 대해 궁금해 하세요?"

 "저희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정보가 거기 있을지도 몰라요. 루빌라랑 제가 왜 여기로 온 건지,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아는 게 없어요. 그러고보니 리리아는 이계에 대한 얘기 뭐 아는 거 없나요?"

 

  리리아는 잠시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면서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거 보니 생각에 잠긴 듯 하다.

 

 "몇몇 마물들이 이계에서 소환된 거란 얘기는 어디서 읽어본 것 같아요. 펠린이랑 다르게 나쁜 마법사들이 나쁜 짓을 하려고 다른 세계의 짐승들을 불러들인다는 얘기였는데... 다크 카타콤의 망령의 제왕도 생전에 그런 마법사였다고 해요."

 

  그러고보니 리리아에게 들려줄 재밌는 얘기가 있네. 다크 카타콤이 많이 변했다는 거. 루빌라가 언데드들을 싹 청소하고 또다른 진입자 케시아도스가 망령의 제왕과 소나기의 검을 없애버림으로써 그야말로 순수하게 폐허가 됐다는 얘기. 그래도 지금은 더 중요한 얘기가 있었다.

 

 "그렇군요... 저희는 위험한 짐승들은 아니니까 나쁜 마법사가 소환한 건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저희를 이곳에 일부러 소환했을 수는 있겠네요. 근데 그것도 좀 거시기한게... 리리아한테는 도저히 이해가 안될 얘기들 때문에... 그럼, 다른 질문이에요. 라미족 민담 얘기는 뭐에요? 악마의 신전에 대한 신기한 얘기?"

 

 "네넹. 악마의 신전은 거신의 머리 형상을 한 곳이었대요. 당대 사람들은 그게 고대 종족이든 뭐든 누군가가 만들어낸 건축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당연하죠. 신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니까... 근데 라미족들 민담에 의하면 그게 아니래요. 악마의 신전은 실제 거신의 머리라는 거죠. 잠든 거신. 수백년 전 어느날, 인간들에게 악마의 신전이라 불리던 거신 머리가 긴 잠을 깨고 눈을 떴대요. 그리고 레드아이 섬 아래 뿌리처럼 박혀 있던 몸을 빼내 땅 위에 우뚝 섰대요. 그 어떤 거인과도 비교될 수 없을만큼 거대해서 거신이라고 한다죠. 그 거신은 잠시 남쪽, 솔다드 방향을 응시하더니 조용히 어딘가로 사라졌대요."

 

  솔다드 북해에 면한 지역에 살고 있던 라미족들이 레드아이 섬 방향에서 커다란 빛기둥 같은 거신의 윤곽을 흐릿하게 봤다고 한다. 그러나 문자로 기록을 남기지도 않는 솔다드 변방 소수 민족의 민담에 귀기울일만한 외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리리아 같은 사람 정도가 수도에 있는 도서관에서 제국 민속학자가 쓴 책을 보고 그 골자나 알고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루빌라와 내게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거신. 그 단어가 기억을 깨웠다. 게임에서, 악마의 신전에 강림했던 심장 악마가 죽어가며 발악하듯 남겼던 얘기. 거신들이 우리와 우리의 세계를 없앨 거라는 얘기. 당시 나는 그게 게임의 다음 퀘스트를 예고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와 버리다니. 심장놈이 얘기했던 '거신'은 이 세계에서 악마의 신전 그 자체였던 건가? 아니면...

 

 "평행 세계..."

 

  루빌라의 혼잣말이 멋대로 날뛰던 내 생각을 멈추게 했다.

 

 "네?"

 "평행 세계?"

 "여긴 세르네키아의 평행 세계야. 가상의 게임 세계, 근데 그 가상 세계의 평행 세계는 실재로 존재하는 여기. 여긴 게임 세계랑 미묘하게 달라. 조금 다른 사람들, 게임에 없던 괴물들... 적어도 망령의 제왕이 맥락도 없이 열 마리씩 튀어나오는 일은 게임에선 없었잖아? 라그나, 우린 웜홀을 통과해 평행 우주로 온 거야. 그거랑도 또 미묘하게 다르지만. 이제 생각나는 '거신'은 또 뭐야. 그게 이 황당한 세계에서 결국 우리를 짓밟을 건가, 그 놈 말처럼?"

 

  그래, 말하자면 여긴 게임의 평행 우주라 할 수 있지. 이해는 안 되도 일단 지금 상황은 그렇다. 막상 루빌라가 상황을 정리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리리아도 머리가 아플 거다. 이 남녀는 주기적으로 도대체 무슨 괴소리를 하는 거야, 하면서.

 

 "아, 미치겠네 진짜."

 

  이럴때일수록 침착해야지. 멘붕 일으키면 안 돼, 루빌라... 블라블라...

 

  ...하는 말은 삼켰다. 솔직히 동감이었기 때문이다.

 

  *** 1장 세르네키아의 평행 세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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