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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26세21년지기
작가 : inni
작품등록일 : 2017.6.6

현재26세 21년지기 죽마고우와 징글맞게 붙어 있는 시간
이제 껏 겪어 온 앞으로 겪어 갈 웃고 울고 했던 사건들의 연재
평범한 여자 둘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이야기

 
그 소란했던 시절에
작성일 : 17-06-07 23:51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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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맞벌이 부모 및 딸 하나 아들하나 집안의 이니는 모든 것을 혼자 해 내어야만 했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스스로 가방에 있는 노트를 꺼내 숙제를 하고, 알림장을 엄마에게 가져다주곤 했다. 그렇게 커 가는 법을 혼자 터득했다.

 

 -이니야 오늘은 엄마가 늦어, 유치원에 조금만 있어 엄마가 짧은 바늘이 8에 가면 데리러 갈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으면 엄마가 금방 데리러 갈 거야.

 유난히 유치원이 가기 싫은 날이었다.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였고 적응이 안 된 턱에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빨리 올 거지요, 세 개만 더 지나면 올 거지요.

 큰 눈망울에 뚝뚝 흘리는 눈물을 파아란 원복으로 받으며 엄마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럼, 5에서 세 개만 더 지나서 짧은 바늘이 8에 도착하면 엄마가 유치원 문 앞에 있을 거야.

 

 나서기 싫은 문을 바라보며 혼자서 신발을 신었다. 매일 아침 차로 이니를 태워다 주고는 들어갈 때 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엄마였다. 이내 유치원에 도착하였고 지금 헤어지는 것이 맞는 지 벌써부터 이별이란 단어를 알아 유치원의 대문이 떠나가도록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절대 소리 내지 않았다. 참는 법을 또 스스로 배운 불쌍하고 가여운 아이였다.

 

 애늙은이 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하였다. 물론 동생이 있어 그렇다 생각해도 5살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차분했다. 손에 쥔 것이 나눌 수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나누었다. 그 것을 매번 보는 유치원 선생님들도 놀랄 따름이었다.

 알림장엔 매번 집에서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욕심이 없는 것인지 5살 같지 않다는 말들이 빼곡 채워졌다.

 

 -오늘은 이니 어머니가 조금 늦으시려나 보다 이니야, 선생님과 함께 있자~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뭣 때문인지 엄마라는 단어 늦는다는 단어에 곧바로 웃음을 잃었다.

 

 -야 오늘은 엄마 안 오냐?

 

 퉁명스러운 람이는 적응이 될 만도 한데 경상도 특유의 시크 함과 중저음으로 날카롭게 맘을 찔렀다.

 아무 말도 없이 이니는 손에 책을 꼭 쥐고는 못 들은 척 못 본 척 앉아 묵묵히 그림을 보았다.

 

 시간은 흘렀고 모두가 양말을 새로 신고 머리를 새로 묶으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물론 이니는 낮부터 읽던 책을 여전히 손에 쥐고 있었다.

 한명 두명 모두가 떠나갔고 교실에 이니와 람 둘 뿐이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선생님 덕에 숨 쉬는 소리 이외엔 적막이 둘러싸여 있었다.

 -야, 말 못하냐? 너는? 말 못해? 람이가 굳게 다문 인이의 입에 대고 물었다.

 -벙어리냐? 우냐? 울어?

 

 -시끄러워 참고 있던 이니의 눈물샘이 또 터졌다.

 

 -선생님 이니가 엄마가 없다고 또 울어요.

 그새 선생님께 뛰어가는 람이의 뒷모습을 보고 이니는 생각했다.

 (진짜 나쁜 아이구나.)

 

 곧이어 선생님이 람이와 뛰어왔다.

 -이니야, 괜찮지? 엄마 곧 올 거야. 람이야, 우리 친구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람이가 많이 도와줄 수 있지?

 -네 그럼요 친구야 울지 마

 

 이니는 그 곳을 그냥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선생님은 자리를 비웠다. 한참을 또 침묵이 흘렀다. 적막을 깬 것은 또 람이였다.

 

 -야, 내가 매일 같이 있어줄게 울지 마, 우리엄마아빠는 만날 늦는데 뭐

 

 이니는 조용히 람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퉁명스러운 뒤태에 고개를 숙이고 파란크레파스를 들고선 스케치북을 채우는 그 아이가 처음으로 무섭지 않아 보였다.

 그 뒤로 몇 번은 울지 않았다. 늘 그 아이가 기다려 주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이니도 새로운 학원에 적응이 되었고, 까칠한 성격 탓에 친구가 없던 람이에겐 친구가 생겼다.

 그렇게 뗄 수 없을 인연의 시작이 열렸다.

 

 -소꿉놀이는 매일해도 재밌지? 넌 뭐가 될 거야?

 

 -되고 싶은 거 없는데? 그냥 너네 엄마처럼 나중에 나도 가방이랑 옷 많이 사고 싶어!

 

 -나도!

 

 미끄럼틀을 옮겨 데스크를 만들었다. 유치원이 끝나면 람이는 매일 이니의 집으로 함께 왔다.

 엄마가 해 놓은 반찬을 꺼내 둘이 밥을 먹었고, 이니 엄마의 가방, 옷 등을 꺼내 입고 엄마놀이를 하였다. 하루는 뉴스앵커가 되었다가 하루는 의사가 되었다가 하루는 엄마가 되었다.

 주말엔 이니의 집 밑에서 인라인을 탔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찬란한 필연이 되어가고 있었다.

 

 -야, 좀 있으면 우리 벌써 5학년이야, 공부를 열심히 해서 6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겠지, 넌 뭐가 되고 싶어?

 

 -생각 안 해봤는데? 몰라 뭐가 되겠지.

 여전히 람이는 시크하고 즉흥적이었고 이니는 그런 람이가 부러웠다.

 늘 혼자 놀기에 강하고 혼자 척척 잘 하던 날쌘 돌이 람이는 초등학교 내내 육상부에서 단거리 달리기 선수를 하였고, 운동이 끝나면 이니는 항상 운동이 끝난 람이와 함께 집으로와 밥을 먹었다.

 

 -이나 넌 공부를 잘하니까 꿈이 있겠네 뭐가되고 싶냐? 처음으로 먼저 꿈에 대해 질문을 했다.

 

 -나? 나 뭐, 흠 생각 안 해봤는데 나도, 나는 영어나 국어 선생님 뭐 이런 거 아니면 봉사?

 

 -봉사? 같은 소리한다. 봉사는 무슨 니가 봉사 받아야지.

 

 매번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매번 똑같은 골목을 지나가며 늘 만나던 강아지와 인사하는데도 수천 번을 깔깔 거렸다. 그렇게 둘은 점점 커 가고 있었다.

 람이에겐 언니가 한명 있었다. 람이와 성격이 똑 닮은 심지어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그 포스를 잘 이용하여 소위 말하는 무서운 일진 언니들 중의 가닥이었다.

 그런 언니를 둔 탓에 람이의 학교생활은 탄탄대로였다. 그 힘의 기운이 물론 이니에게도 뻗치고 있었다.

 떼어 내어도 괜찮은 둘이었지만 한번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 둘이 친하단 것을 학교가 아는 것이다 라며 위안을 삼았다. 그럴수록 매 시간을 붙어 지냈다.

 초등학교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람이의 집안이 생선가게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니는 곱게 자란 티내듯 비린내가나는 생선을 극도로 싫어했다. 이상하리만큼 람이에겐 시장 통 생선냄새가 단 한 번도 난 적이 없었다.

 

 -너 우리 집 갈래?

 친구가 된지 8년이 지난 후에야 처음으로 람이가 본인의 집에 가자고 했다. 이니는 퍽 이상하고도 무서웠다.

 

 -너네집? 그 그래,

 얼떨결에 동의는 했다 그렇지만 하굣길이 무서웠다.

 뚱뚱이와 홀쭉이가 시장을 누비는 것 같았다. 먹는 걸 좋아하고 많이 먹던 이니는 5학년에 58kg에 육박하는 몸을 가지고 있었고 람이는 육상으로 다져진 날씬한 몸으로 요리조리 시장바닥을 빠르게도 지나쳐 갔다.

 골목을 비집고 또 비집고 들어가니 눈앞에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들 사이로 생선 눈깔들이 즐비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부지~ 나왔어~

 람이가 씩씩하게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갈팡질팡 행여나 옷에 물이라도 튈까 죽은 눈깔들과 눈이라도 마주칠 까 이니는 들어가지 못하고 깨금발로 이곳저곳을 딛고 있었다.

 

 -야 이리와~ 우리 엄마 아빠야

 -공주가 왔네, 덩치가 실하네! 안녕? 니가 이니구나~

 람이의 어머니는 화려한 화장에 요새말로 쎈캐 시원시원하고 목청이 컸다. 람이의 아버지는 그냥 람이였다.

 

 -아, 안녕하세요, 람이 친구 이니라고 합니다.

 

 -오냐~ 안녕 람아, 밥 뭇나 국밥 한 그릇 묵고가라

 

 -어~ 알았다 거기 가서 그냥 이름대고 먹으면 되제?

 

 -오이야, 이거는 돈, 가다가 아이스크림 한 개 사 묵던지

 

 -알았다 간데이

 람이는 또 휙하니 돌아서서 생선들 사이를 헤쳐 이니에게 왔다.

 

 -야, 밥이나 먹고 가자, 여기

 이니는 깨금발을 풀지 않고 람이를 따라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주막 같은 티비에서 보던 딱 그곳이었다. 뚝배기 종지가 나왔고 생전 처음 맡아보는 향기에 빨간 국물이 담겨져 충격적 이였다.

 

 -먹어봐, 맛있어~ 난 선지는 안 먹는다 껍데기만 먹어 닌 먹어보고 먹던지

 이니는 람이가 넣는 다진 고추 마늘등을 따라 몇 숟갈 얹고 한 수저 듬뿍 떴다.

 

 -선지가 뭐야?

 

 -말하면 못 처먹어, 그냥 먹어~

 금세 한 그릇을 뚝딱했다, 바닥이 보일 때 까지 그릇을 긁었다.

 

 -야, 너무 맛있다 이게 뭐라고 이름이?

 

 -선짓국.

 이니는 그날 밤 엄마에게 오늘 먹은 음식에 대한 묘사를 실 컷 했다. 그리곤 밤새도록 소피에 담겨져 허우적거리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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